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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공유 보면 어떠냐고 누군가에게 묻자 사귀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남자라고 했다. 뭔지 안다. 그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을 것 같고, 까칠하게 굴다가도 슬며시 다가와 씩 웃으며 툭 치는 걸로 상대방 마음을 녹일 것 같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걸 좋아할 것 같은데 그건 축구나 권투보다 야구나 농구일 것 같다. 덩치 큰 레트리버와 뒤엉켜 장난치는 모습이 떠오르고, 햇볕에 바싹 말린 빨래에서 나는 상쾌한 냄새와 신선한 촉감이 연상되는 게 공유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최한결의’ 이미지가 공유의 실제 이미지로 전화된 것이다.

나쁜 편견보다 깨기 어려운 건 좋은 편견이다. 그러나 공유는 영화 <도가니>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이면서 자기 한계가 될 수 있는 이미지 밖으로 나왔다. 청각장애인학교 기간제 교사 ‘강인호’는 고단하고 척박한 현실에 무기력증을 느끼는 소시민이지만, 묵인된 폭력을 목격하고 약자 쪽에 서는 편을 선택한다. 자신의 선택이 빚어낼 결과에 대해 번뇌하고 갈등하는 강인호에 대한 공유의 절제된 연기는 도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영화에 현실성을 부여했고, 자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매거진 <마리끌레르 BIFF Special>은 올해 표지의 인물로 영화 <용의자>의 개봉을 앞둔 공유를 선택했다. <구타유발자들>과 <세븐데이즈>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만든 <용의자>는 북한에서 버림받고 남한에서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북한 특수부대 출신 용병 ‘지동철’이 대기업 회장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채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강도 높은 액션이 포함된다는 사실 외에 지금까지 공개된 건 몇 장의 스틸 사진이 전부다. 사진 속 공유는 지동철이란 인물이 무채색 배경만큼이나 스산한 내적 풍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공유가 연기한 인물들과 또 다른 국면을 사는 남자일 거라고 추측하게 되는 것이다.

촬영 장소인 남산 자락의 한 건축사무소로 들어서는 공유를 보면서 작품 밖에서 그를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공유는 그 흔한 공항 패션 사진도, 브랜드 행사장 포토월 사진도 떠돌지 않는 배우다. 그는 어느 순간 과작하는 배우에 속하는 축이 됐고, 작품을 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어디에서 뭘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배우가 됐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던 어느 가을, 오후 내내 우리는 그래서 더 아늑해진 실내에서 쿵짝거리며 화보를 찍었고 이어진 인터뷰가 끝났을 때쯤 나는 조금쯤 공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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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를 찍다 보면 잘 찍히는 사람이 있고, 같이 만드는 사람이 있다. 나는 공유가 같이 만드는 타입이라고 느껴졌다. 좀 더 자주 해도 되지 않나? 분명한 건,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은 화보든, 영화든 뭐든 환영하고 재미있어하는데 내가 게으른 것도 있고, 나이 들수록 명분이란 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여기저기 나오는 게 싫다기보다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일할수록.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할 때 그 과정이 중요한 거지. 매번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순간에 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작품도 그렇고 덜 하지 않나 싶다.

즐긴다, 재미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일 것이다. 영화에 들어갔을 때 나를 던져서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즐기되 실제 과정은 고통스럽게 작업하는 사람도 있다. 힘들고 어렵게. 어떤 편인가? 일단 주사위가 던져지면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지. 그 안에 들어가고 더 이상 후회나 자잘한 고민들이 의미가 없어지면,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뭘 고민하는 거지? 사실 올해 <용의자>를 하면서 회사에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아직 못찾았다. 그건 시나리오의 질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다. 남들 눈에는 단순히 까탈스럽게 구는 걸로 보일 수도 있고. 제작자들한테 너무 재는 거 아니냐, 도대체 얼마나 좋은 작품을 하려고 이러는 거냐, 볼멘소리도 듣곤 하는데,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것, 많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것. 선택할 때 보면, 선택이 어려운 건 오래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니더라. 어떤 걸 선택할 때 보면 그 이전에 생각하고 계산했던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흔쾌히 결정하는 순간이 있더라. 그런 거 보면 재고 따지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흘러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을 따라가는 것 같다.

 

<용의자>는 어땠나? 조금 다른 경우인데 시나리오 재미있게 봤고 좋은데 두려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액션영화에 대한 판타지, 멋있게 누군가를 제압하고 관객이 멋있게 느끼게 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예산 영화라도 밀도 있는 스토리의 영화를 좋아하지, 블록버스터나 화려한 것과 맞는 성향은 아니다. 내 감성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여서 처음엔 거절했었다. 그 영화는 이미 나를 떠난 작품이었는데 감독님이 다시 프러포즈를 하셨다. 왜 이렇게 이 사람이 나를 원할까 생각해봤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반 예의? 이렇게까지 나한테 프러포즈하는사람이 많지 않은데 얼마나 확신이 있길래 나한테 이럴까 생각하다가 감독님을 한번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만난 뒤에 생각이 바뀌었다. 감독님의 얘기에서 시나리오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공유라는 배우와 이 영화를 꼭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말씀하시는데 단순히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구나 하는 진심이 느껴졌고, 이런 사람이라면 내가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고, 내가 한 번도 관심을 둔 장르도 아니지만 이 사람을 믿고 가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신연 감독이 그렇게 공유를 원한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 처음부터 나랑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거짓말이라도 기분 좋은 말이지 않나. 내가 예전에 찍은 화보 한 컷에서 영감을 받아 그 사진을 컴퓨터 바탕 화면에 내내 깔아놨다고 하시더라.

그것 봐라. 화보는 찍어야 한다. (웃음) 그 사진을 보면서 늘 이번 영화의 주인공 동철이를 생각하셨다고 한다. 공유가 이러저러해서라고 얘기하지 않았는 데도 이해가 갔다.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액션이 들어가는 영화 자체가 처음이다. 여러 의미에서 지금까지 해온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액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성격상 어설프게 보여주기는 또 싫고. 늘 자기가 잘하는 것만 보여주려다 보면 스스로 한계에 갇히니까 뭔가 끊임없이 시도해야 하는 건 사실인데, 내가 1백억짜리 영화에서 원 톱 맡아서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예산이 큰 영화를 하다 보면 리스크를 배우가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그 두려움도 이 작품을 거절했던 이유기도 하다. 예전에는 좀 덜했는데 공유라는 이름이 커질수록 그런 걸 생각하게 된다. 한두 푼 드는 영화가 아니고, 투자자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원래 난 안 그랬다. 난 배우인데 뭐, 연기만 잘하면 되지. 그런데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점점 신경 쓰게 된다. 내가 망가질까봐 두려운 건 없다. 어찌 됐건 타이틀 롤을 맡았을 때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영화가 잘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독이나 스태프도 나라는 배우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잘되면 그들의 필모그래피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를 믿고 투자한 제작자나 투자자에게도 공유라는 배우는 믿고 투자할 만한 배우라는 인식을 주고 싶고. 그건 꼭 다음 행보에 대한 게 아니라. 그냥, 모르겠다. 책임감이 생긴다.

 

공유 화보
레드 팬츠 프라다(Prada)

영화 들어가서는 어땠나?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찍은 영화 중에 가장 혹독한 촬영이 많았고, 육체적으로도 가장 힘들었던 영화다. 촬영 회차가 1백 회 차가 넘고 9개월이 넘게 이어지는 촬영이었다.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장시간 촬영한 영화고, 육체적으로 고생도 많이 한 영화다. 작품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감독님이 내가 이 영화를 찍도록 적극적으로 프러포즈해준 데 대해 몇 번을 감사드렸다. 모처럼 과정이 즐거운 작품이었다. 매번 과정이 즐겁지는 않지 않나.

어떤 이유 때문일까? 감독과의 호흡, 스태프들과의 호흡, 여러 가지 운, 시기 때문인 것 같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 때 타이밍이라는 걸 얘기하듯이 작품과 나의 궁합에도 시기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용의자>가 나랑 그렇게 맞아떨어 졌다. 그러다 보니까 파이팅이 생기고, 손가락 인대를 다치고, 몸이 아파서 누워도 현장에 가고 싶어졌다. 이전에 드라마 할 때처럼 많이 지치고, 과정이 녹록지 않아 몸이 힘든데도 참아가며 일한다는 느낌보다는 배우로서 현장에서 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글쎄, 왜 좋았을까을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화보 찍을 때도, 영화를 찍을 때도 같이 만드는 게 중요한 사람인가보다. 난 감독도 아니고 포토그래퍼도 아니고 배우지만, 그런 거 좋아한다. 시너지. 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내 장점과 그 사람의 장점이 만났을 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가 생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보지 못했던 모습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데서 나오는 시너지를 통해 발견할 때의 성취감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아무래도 처음에 만나서 작업할 때, 그 사람을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사람이 과연 나와 합이 맞는 사람인가. 그건 여전히 확신할 순 없는 거다. 그냥 가는 거지.

작품 선택할 때도 그런 게 상당히 작용한다. 감독 미팅을 하는 이유도 시나리오 잘 봤다고 무조건 갈 수가 없고 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 시나리오를 쓴 사람의 성향과 마음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거짓말도 하고 솔직하지 않다. 그런 중에도 내가 캐치하는 시간인거다. 이 사람과 함께 하는 작업이 재미있을까? 그런 걸 보는데, 내가 틀릴 때도 있고. 나랑 전혀 안 맞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보니까 희한하게 잘 맞을 때도 있고. 어쨌든 나는 너무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어서 공식의 답 같은 건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시너지를 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중요한 것 같다. 우연의 미학 같은 거다.

<용의자>의 액션 신이 궁금하다. <본> 시리즈 이후에 나온 액션의 패턴은 같다. 극 중에서 화려함을 보여주는 건 이미 올드한 액션이고, 한두 번의 타격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액션이 각광받는다. 우리 영화에는 러시아의 요원들이 쓰는 시스테마라는 액션이 나오는데, 처음에 영화 찍을때 감독님한테 그렇게 얘기했다. 감독님, 저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액션영화에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요즘 실질적으로 사람을 제압할 때, 이를테면 요원들이 발차기? 없을 거다. 있을 수가 없다. 그 시간에 돌려차기하다가 상대방한테 맞고 끝나는 거다.

최대한 와이어를 쓰지 않고, 합을 짤 때는 실질적으로 거의 손으로 했다. 한 두 합, 서너 합. 무술인들 얘기 들어보면 고수들이 실제로 할 때는 서너 합에 다 끝난 다더라. 나는 오히려 이 합이 편했다. 동철이 절대적인 고수이고 훈련받다 죽을 수 있는,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사람이기 때문에 병기에 가깝지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유가 발차기에 대해 걱정 할 일이 없다,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감독님이 생각하는 액션이 내가 하는 데 부담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나랑 맞았다. 다행스러웠던 게 상체가 왜소한 편은 아 니니까 타이트한 숏 잡을 때 손으로 하는 것들이 파워풀하게 보인다고 감독님이 좋아하더라.

 

블랙 재킷 구찌(Gucci), 블랙 셔츠 랄프 로렌 블랙 라벨(Ralph Lauren Black Label)
블랙 재킷 구찌(Gucci), 블랙 셔츠 랄프 로렌 블랙 라벨(Ralph Lauren Black Label)

<도가니> 이후로 공유 방식의 캐릭터 해석이 궁금해졌다. 이번엔 어땠나? 대사가 별로 없다. 사실 대사가 없으면 더 어렵다.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말을 하지 않고 내 몸으로, 눈으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에, 사실은 아직 영화를 못 봐서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아쉬운 게 많다 일단. 그런데 글쎄, 현장에서 사람들이 나를 동철이로 만들더라. 내가 말하는 좋은 과정이라는 것의 하나인 것 같다.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계산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알고 보면 본능에 충실하고, 생각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능을 믿고, 촉을 믿는 사람이라 현장에 가기 전에 공부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볼펜으로 칠하면서 연기에 대해 설정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 지문과 이 시퀀스를 연기할 때 이런 걸 설정해야지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그때 갔을 때 그날 그 현장의 느낌대로 간다.

그건 의외다. 연기할 땐 그렇다. 연기할 때는 별로 생각이 없다. 개인적인 일을 할 때는 생각이 많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매니지먼트랑 같이 합의하에 일해야 할 때는 생각이 많지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생각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나한테는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한 거고. 내가 생각하는 동철이는 이럴 거야, 저럴 거야, 이러다가 그 안에 갇히는 경우가 생긴다고 생각한 거다. <용의자>라는 영화는 현장에 갔을 때 아름다운 배경이 하나도 없었다. 삭막하고, 다 무채색이고, 주변이 시멘트고 폐가고. 그냥 그 안에 자연스럽게 내가 묻힌다. 그래서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보다 편했다.

그리고 동철은 혼자다. 물론 다른 인물들과 부딪치지만, 다른 인물들과 섞이는 인물이 아니다. 철저히 혼자고, 철저히 사람이 아닌 사람.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장소, 그 분위기에 갔을 때, 실제로 감독이 나한테 대사를 안 줬으니까. 내 입은 닫혀 있고. 그냥 그 느낌에 쳐다보는 내 눈이 카메라에 찍혔을 것 같다. 현장에 던져놓고 나한테 총을 쏘고 나더러 뛰래.(웃음) 그럼 되게 절박하게 뛴다. 다칠까봐 뛰는 게 아니라 그 순간 진짜 실사가 돼버려서 그냥 자연스럽게 동철의 눈을 뜨게 되고, 동철의 표정을 갖게 되고 그랬던 것 같다.

유쾌하고, 나이스하면서도 찌르는 맛도 있고, 여자들이 선망하는 매력적인 남자가 공유였는데 <도가니> 이후로 눅눅하고, 곤란한 남자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는 더 다양한, 넓은 깊이를 갖게 됐으니까 좋은 건가? 어느 쪽이 가까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 크고 있는 중이라.(웃음) 어느 쪽에 가까운지 한참 알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빨리 알아서 사람들에게 그걸 피력을 해야겠다. 나 이런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를수록 언제까지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에 사람들이 재발견이라는 말을 쓰겠지, 내가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공유가 해온 역할 중에 공유랑 가장 밀착된 역할은 누군가? 워낙 편차가 크니까. 물론 다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나는 있을 테니까. 술 먹고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는 내 얘기 잘 하는데 인터뷰할 때는 어렵다. 진짜 가까운 사람들의 얘기를 빌리자면 한결이가 나랑 되게 비슷하다고 한다. 지인한테서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야, 연기를 하란 말이야. 왜 연기를 안 하고 그냥 너를 보여줘?” 전체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톤이 그렇다고 하더라. 까칠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모질거나 냉정하고 강한 사람은 아니고 여린 면이 있는.

이 인터뷰를 위해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건 진짜 내 생각이다. 최한결과 강인호가 섞인 것 같다. 그런 얘기를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물론 어떤 인물에도 내가 다 조금씩은 있다. 그 캐릭터와 나를 균형감 있게 보여주는 게 배우의 몫이니까 그렇게 했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그 두 개가 합해졌을 때 가장 근사치가 아닌가 싶다.

 

공유 화보
레이어드한 니트 스웨터, 슈즈 모두 톰 포드(Tom Ford), 아이보리 팬츠 구찌(Gucci)

공유는 행사장에도 안 오고, 레드 카펫에서 볼 수 있을 때도 거의 없다. 10년 전 공유를 인터뷰했을 때는 훨씬 스타 지향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셀럽이나 트렌드세터의 느낌. 그런 것들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 뭐 하나 혼자서? 마치 숨어 있는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어렸을 때 해봤다, 이것저것. 재미가 없었다. 많이 다닌 건 아니니까 한두 번 가보고 하는 판단이니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굳이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도 아니잖아, 그런 생각 했던 것 같다.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 앞에나서는 직업이고, 어떻게 보면 사람들한테 뽐내는 직업이지 않나. 사람들 앞에서 반짝거리고, 멋있고. 여전히 어색하다. 사람들 앞에서 멋진 척하는 거. 그 자리가 불편해지고, 포토월에 서서 포즈 취하는 것도 겉으로는 멋있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 어떡해 어떡해, 불편해, 불편해. 넥타이를 풀어서 던져버리고 싶었고 내가 굳이 안 가도 되면 안 가고 싶었고, 그래서 그 이후로 안 갔다.

공유는 어떻게 나이 먹게 될까? 아까 사진 보면서 할아버지가 되면 영국 가면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던데. 멋있다, 그런 할아버지. 내가 40대, 50대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해봤던 게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사람. 그런 느낌이 좋다. 그런 사람 별로 못봤다. 꿈이다.

배우로서, 남자로서 공유도 보편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이질적이다. 스타로서 뽐낼 수 있고, 그게 즐거워야 하는데 그것도 좀 모자란 것 같고. 그게 아이러니다.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는 게 나도 신기하다. 연예계라는 녹록지 않은 곳이 나랑 그다지 맞는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10년 넘게 이렇게 있는 게 장하기도 하다. 나이 들수록 그런 부분에는 타협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더 이질적인 색이 짙어질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내가 그리던 그림에 가까워질 것 같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나는 국민배우 가 되고 싶지는 않다.

국민배우는 못 될 것 같다. 제레미 아이언스도 국민배우는 아니다.(웃음) (웃음)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걸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마음 가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멜로가 하고 싶다. 그런데 만들어지는 멜로 자체가 없다. 당긴다. 뭔가 젖고 싶나 보지.(웃음) 소주 한잔 마시다 오늘은 김광석 노래에 젖어보고 싶은 그런 느낌. 파격적인 멜로도 해보고 싶다. 치정극, 이런 거. 한 번도 베드신을 해본 적이 없다. 밀도 있는, 야한. 야하지만 단순히 야하지 않은 영화. <색, 계>가 야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떨리고 두렵지만 그런 영화라면 제대로 된 베드신 해보고 싶긴 하다. 서른다섯과 마흔 사이에 제대로 된 멜로 한번 해보고 싶다.

<러스트 앤 본> 같은 영화도 좋고. 최고의 남자 캐릭터인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캐릭터만으로는 마음이 안 간다. 좋은 영화의 일원이 되고 싶지 그 영화에서 혼자 나 죽이지, 하는 건 재미없다. 그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나무가 좋은 게 아니라 숲이 좋은 거다. 그런 게 점점 좋아진다. 나는 괜찮은 그림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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