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패턴 와이드 칼라 블루 셔츠와 부토니에 모두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블루 코튼 재킷과 코튼 팬츠, 양말, 슈즈 모두 시리즈 에피그램(series; Epigram), 시계와 벨트,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라이프 셔츠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아이보리와 그레이 투톤 카디건 시리즈 에피그램(series; Epigram).

샴브레이 소재의 셔츠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베이지 코튼 팬츠와 양말, 스니커즈 모두 시리즈 에피그램(series; Epigram).

와이드 칼라 화이트 셔츠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엠블럼을 수놓은 넥타이와 그레이 팬츠, 양말, 슈즈 모두 시리즈 에피그램(series; Epigram), 시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핀 체크 패턴 투톤 셔츠와 도트 무늬 넥타이 모두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네이비 팬츠 시리즈 에피그램(series; Epigram),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셔츠, 카디건에 단 브로치 모두 셔츠 바이 시리즈(Shirts×series;), 재킷 스타일의 컬러 블록 카디건 시리즈 에피그램 (series; Epigram).

방송 당시 시청률이나 인지도와 별개로, 어떤 드라마는 종영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2년 전 방영한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그랬다. 전국 상위 1%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고등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외딴 학교에 자동차 사고를 당한 남자가 찾아온다. 겨울방학인데도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은 8명으로 모두 방학 직전 누군가에게 검은 편지를 받았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은 8부작 스토리는 촘촘하게 잘 짜여 짧아서 아쉽지도, 길어서 지루하지도 않았다. 훌륭한 각본은 좋은 연기를, 그리고 좋은 연기는 좋은 배우를 낳는다. 이 드라마 또한 그랬다. 이수혁과 김영광, 홍종현, 이솜 등 패션쇼 피날레에서나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톱 모델들이 모두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배우로서 밝은가능성을 점쳤다. 그리고 그들 중에 성준이 있었다. 수재들만 모인 학교에서도 가장 머리가 좋으나,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전혀 없는 냉정한 천재 ‘최치훈’. 모델 성준이 가진 날렵한 인상은 과묵한 천재 학생의 카리스마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데뷔작으로 단숨에 배우의 영역에 발을 들인 그는 이후 2년 동안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187cm의 키와, 과장을 조금 보태 10등신은 되지 않을까 싶은 만화적인 비율의 외모가 주는 드라마틱한 이미지에 기대어 아직은 조금 더 ‘그림같이 멋있는’ 역할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는 꽃미남 밴드의 리더로, <구가의 서>에서는 호위무사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는 결혼을 앞둔 평범한 회사원으로 분해 부지런히 경험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사실 아직은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할 때 제가 좋아하는 작품에 기준을 둔다기보다 회사나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서 맞춰나가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연기하는 성준’의 존재를 더 많이 알려야 할 시점이기도 하고, 일단은 여러 가지 시도하며 배우로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그가 유일하게 목소리를 더 내어 욕심을 부린 작품이 있다. 지난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명왕성>은 성준이 가진 다른 종류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전교 1등의 성적을 유지하는 유학파 고등학생이자 비밀 스터디 그룹의 리더인 ‘유진 테일러’. 언뜻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최치훈이 떠오르는 설정이지만, 아무리 잘나봤자 입시 지옥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힘없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되기 위해선 거기에 더해 불안한 기운을 뿜어내야 했다. 유진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면모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 불안정한 감정을 숨기고 있다. 섬세한 심리 연기를 위해, 성준은 캐릭터를 자신이 연기해야 할 가상의 껍데기가 아닌 또 다른 인격체이자 친구, 동료로 여기고 그를 이해하기 위한 작업에 공을 들였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교감이 이루어지면, 이후로는 그의 언행을 분석하려 애쓸 필요 없이 자연스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성준은 유진 테일러와 좋은 교감을 나누었던 것 같다. <명왕성>의 그는, 더 이상 연기하는 성준이 아닌 유진 테일러 자체로 보였으니 말이다. “맡은 역할의 대사와 행동을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연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모든 행동과 말에 개인적으로 다 공감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면은 시간을 들여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 공감하는 부분을 확장해가는 편이에요”.

화보 촬영장에서 실제로 본 그는 말수가 적었다. 드라마 밤샘 촬영을 마친 탓이 크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때도 질문을 받으면 조용히 속으로 곱씹다가, 분명한 어투로 간결하게 답했다. 괜한 사족 따위는 덧붙이지는 않는다. 인터뷰어로서는 인터뷰하기 조금 어려운 대상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가 불친절하거나 무례한 사람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답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말이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친구들한테도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아끼는 마음은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주변 사람들한테 좋은 말이든 따끔한 충고든, 도움이 될 이야기는 솔직하게 하는 편이긴 해요. 그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늘 정직하게 얘기해주려고 해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을 포장하거나 좋은 말을 꾸미지 않는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담백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사람, 그게 성준이다.

지금 그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3>에서 어릴 적 혼자이던 자신의 유일한 벗, ‘싱싱’을 찾아 17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천재 유학파 뮤지션 ‘주완’이 되어 있다. 다른 남자를 짝사랑하고 바라보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물색없이 곁에서 위로하고 감싸는 주완을 성준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헤어진 후에 사랑했던 사람이 좋은 짝을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현재 진행형인데 주완처럼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보통 남자라 그런가봐요. 하지만 그런 그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그게 사랑이니까요. 제가 그런 순수함이 있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