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하이더 아커만 (Haider Ackermann), 스카프는 개인 소장품.

재킷 리바이스(Levi’s), 티셔츠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팬츠 로베르토 까발리(Roberto Cavalli), 부츠 히피 마켓(Hippy Market), 양말 (Dim).

튜닉과 브래지어 모두 구찌(Gucci), 톱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팬츠 에투알 이자벨 마랑 (Etoile Isabel Marant), 팔찌 세린느(Celine), 부츠 히피 마켓 (Hippy Market), 양말 (Dim).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곧 <님포매니악>의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하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떠날 계획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님포매니악>에서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색정증 환자 ‘조’를 연기했다. 사춘기 때부터 유독 성에 관심이 많았던 조는 섹스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그녀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가학적인 장면과 색정증 환자의 수많은 섹스 장면을 연기해냈다. 한편으로 그녀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여성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점점 더 힘든 도전에 나서는 샤를로트는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녀는 지금 잡을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체념과 반항을 오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재킷과 팬츠, 벨트 모두 생 로랑 파리 (Saint Laurent Paris), 톱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양말 (Dim), 슈즈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티셔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데님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벨트 히피 마켓(Hippy Market), 팔찌 캐리오(Karry’O), 반지 샤넬 화인주얼리(Chanel Fine Jewelry), 슈즈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양말 (Dim).

<님포매니악>을 보고 나오는데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촬영하는 동안 당신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섹스 장면은 힘들었다. 쾌락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어려운 도전일수록 좋아한다. 물론 도전하는 동안은 힘들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도전에 후회는 없다.

라스 폰 트리에가 2년 전에 히틀러를 두고 용감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독에 대한 애정이 식지는 않나? 감독님이 망언을 한 건 사실이다. 그 역시 그런 말을 한 걸 후회했다. 그가 그런 망언을 한 건 처음은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 문제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가 가끔 도발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라스 폰 트리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감독이 당신을 사정없이 막 대하더라. 그래야 하는 역할이다. <님포매니악>에서 ‘조’는 마조히스트다. 물론 내가 진짜로 맞은 건 아니다. 실제의 내가 학대를 당한 건 아니다. 그런데 어쩌면 나라는 사람도 학대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비평을 좋아한다. 나에 대한 부정적이고 가혹한 평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수위 높은 섹스 장면은 대역이 연기했다고 들었다. 맞다. 내 다리 사이에 다른 사람의 성기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기분이 참 묘했다.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며 나라고 생각하는 건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연기하는 사람이고, 그런 것쯤은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은 괴짜 같은 면과 여성스러운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렸다. 내가 아버지와 ‘레몬 인세스트(Lemon Incest)’란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고, 영화 <안티크라이스트>에 출연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은 삶은 따분하다.

이번 영화에서 미친 여자를 연기했다. 대중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렵지는 않은가? 그런 게 두렵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중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예쁘장한 역할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귀여운 반항아(l’effrontée)>의 다정한 소녀였던 샤를로트와 <님포매니악>의 샤를로트는 분명히 다르다. 어떤 사람은 완전히 다른 내 모습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이후로 더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시간을 대충대충 보낸 적도 많다. 하지만 이젠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내 인생이 끝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해마다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이 올 것 같다. 요즘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게 확연히 보인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더 바쁘게 일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혼자 웅크리고 있을 때보다 일하는 것이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

당신은 실제 나이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그럴 리가! 이제는 촬영할 때면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언젠가 스크린에 비친 내 달라진 얼굴을 보며 당혹스러워할 날이 올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노화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늘어나는 주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러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배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이 드는 것이 그렇게 싫은가? 뭐랄까, 두 연령대 사이에 끼인 기분이다. 아주 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것도 아닌 모호한 지점. 나는 마흔이 되면 노화가 절정에 이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마흔이 넘으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예전에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만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는 줄 알았는데 나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도 늙어가는 게 두렵더라. 나는 오랜 시간 나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어린 소녀에서 중년의 아줌마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것 같다.

노화를 늦추기 위한 시술을 고민한 적은 없나? 글쎄. 앞으로 그 어떤 시술도 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요즘 무척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나? 주말에는 꼭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첫째와 둘째 아이가 어릴 때는 촬영장에 데리고 다녔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님포매니악>을 촬영할 때는 막내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낮에는 심각한 장면을 촬영하고 저녁이면 호텔로 돌아와 아이에게 젖을 주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 적도 있다.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기분이랄까. 마법사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해외 촬영을 하다 보면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가끔 남편 이반 아탈(Yvan Attal)과 갈등이 생기진 않나? 물론 그런 문제로 우리 둘 다 감정이 폭발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 때문에 떨어져 있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위험한 요소가 되는 건 분명하다.

얼마 전 이반 아탈이 결혼 프러포즈를 했다고 들었다. 그날, 남편의 모습이 아주 웃겼다. 우리가 진짜 결혼식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나와 남편 둘 다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지금처럼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당신은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패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라 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냥 옷 입는 걸 좋아하고 괴상한 차림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나만의 룩이 있긴 하지만,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매우 한정적이다.

당신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매우 불안정한 사람이다. 특히 아이들을 대할 때 이런 성격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안정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숨기기는커녕 다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머니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반은 나와 정반대다. 나보다 훨씬 뚝심이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당신의 인생은 어쩌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져가는 건 아닐까?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난 참 운이 좋았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고마운 인연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