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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디테일 블루종, 레드 포인트 포켓 블랙 티셔츠, 슬림 핏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뱅글 에이치알(H.R), 스터드 장식 파이톤 스니커즈 아쉬(Ash).

세월과 풍파가 지혜로운 남자 대신 용렬하고 때 묻은 꼰대를 만들 때가 훨씬 많다는 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묵힌 시간만큼 깊고 숙성된 맛을 낼 거라는 기대를 깨고 중간 어느 시점에 맛이 상해버린 와인 같은 남자들을 충분히 목격하고 나면, 그제야 풋내 난다고 생각했던 20대의 남자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들인지 이해하게 된다.
이종석은 20대다. 인문학적 성찰 따위 근처에도 가본 적 없고, 사회정치적 식견은 고사하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의 대상인 요즘 20대들이 사랑하는 20대가 이종석이다. 그러나 못나고, 부족하고, 제 밥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그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이루고 싶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밟히고 꺾인 꿈이 있고, 사랑하고 싶고, 살아남고 싶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애들이다. 이종석의 캐릭터들은 그런 요즘 20대의 판타지를 그려낸다. 나랑 다 비슷하고, 자주 나보다 불행한 환경을 겪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그걸 넘어 행복을 이루는 게 이종석의 박수하고, 박훈이고, 최달포다. 우리는 그런 이종석과 20대란 시절을 둘 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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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카무플라주 소매의 레더 블루종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화이트 셔츠 메사제리에(Messagerie), 블랙 팬츠 씨와이 초이(Cy Choi). 실버 링 에이치알(H.R), 블랙 윙팁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피노키오>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배우가 스스로에게 만족했는지는 다른 얘기다. 드라마가 잘된 것도 잘된 거지만, 개인적으론 그 이상으로 좋다. 작년 이맘때 슬럼프가 왔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없고 힘들다고 처음 느꼈다. <닥터 이방인>도 잘됐다, 사실.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원톱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는지 몰라도 너무 지쳤다. 그때 여기서 쉬면 진짜 오래 쉬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쉬어볼까 하다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팀이 작품 한다고 해서 ‘이럴 때 쉬면 안 돼’ 하고 시작한 거다.

이종석이 슬럼프에 빠졌다는 건 아무도 몰랐을 것 같다. 워낙 잘되고 있었으니까. 작품과 작품 사이에 공백도 없이 달려왔다. 내 필모그래피를 보니 1년에 평균 두 작품은 했더라. 쉴 새 없이 계속 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지친 것 같다. 되게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피노키오>로 힐링한 것 같다. 좋은 드라마였던 것 같고.

캐릭터는 어땠나.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캐릭터에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강한 트라우마와 사연은 가지고 있었지만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특별히 할 만한 게 없어, 작가님이 만들어놓으신 기본적인 설정, 즉 더벅머리라든지 고무신이라든지, 그런 설정들을 따라가다 보니까 가닥이 잡혔다.

정말 당황스러운 설정이었다.(웃음) 그러니까. 웃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팬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그래서 4회까지는 모니터링을 못했다. 너무 못생겨서. 내려놓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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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프린팅 셔츠 닥터마틴(Dr. Martens), 블랙 팬츠 씨와이 초이(Cy Choi), 실버 뱅글, 블랙 스톤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브라운과 네이비 컬러 블록의 크리미 러버 스코노(Skono).

나이도 그렇고 이미지 관리도 하면서 연기를 할 때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피 끓는 청춘>도 그렇고, 또래 배우들에 비해 유독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느낌이다. 사람이 매혹적일 때가 그럴 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보영 누나(이보영)가 <너목들> 할 때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예쁜 사람이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잘되고 있는 거다. 내가 생각했던 미래를 펼쳐봤을 때 어느 정도 이렇게 하고,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목들>이 너무 잘됐다. 그래서 정말 좋고 감사한 일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 거품이 빨리 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너목들> 끝나고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데 너무 부담인 거다. 그냥 연기를 하면 그뿐인데. <피 끓는 청춘>을 할 때도 다 반대를 하긴 했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연기라는 게 한 사람이 다른 작품에서 연기를 한다고 한들, 이종석이 연기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대적 배경도 있고 말투, 사투리가 있으니까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 보면 잘한 것 같다.

<시크릿 가든>으로 주목받았을 때 변화를 약간 준 비슷한 역할을 몇 번 더, 혹은 몇 년 더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종석은 자기를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버렸다. 그래서 <피노키오> 하고 나서 감독님하고도 그런 얘길 했다. 내가 했던 캐릭터들이 정말 하나같이 양가 부모가 살아 계시지 않고, 사연이 있고, 과거에 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감독님이 ‘너는 남자 배우들이 많이 하는 재벌 캐릭터는 편하게 하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나는 사연이 있는 캐릭터가 연기를 할 때 회를 거듭할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표현도 그렇고. 더 힘들기도 한데, 그게 익숙하니까.

남들이 힘들다는 캐릭터들을 선호하고, 쉬지도 않고. 피로감이 쌓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닥터 이방인> 전후로 딱 그랬다. 사는 게 너무 힘든 거.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인데도 진짜 피곤한 거. 그게 계속 반복됐다. <피노키오> 찍으면서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냥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크게 괴로워하면서 고민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흘러가는 대로, 대본 따라서, 감독님 따라서 그렇게 지냈다. 워낙 신뢰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수원 감독님, 박혜련 작가님은 100% 믿는 분들이고, 리더십도 너무 멋있고 좋다. 대본보다도 그분들 때문에 하게 됐다. 기자라는 소재가 지금까지 다룬 적 없는 소재도 아니고, 잘된 적이 거의 없는 소재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하는 일이니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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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 데님 셔츠, 블랙 포인트 포켓 화이트 티셔츠, 자연스러운 워싱의 데님 롤업 쇼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블랙 스톤 뱅글, 실버 링 모두 에이치알(H.R), 스트라이프 패턴이 믹스된 데님 소재의 쿨맨 슬립온 스코노(Skono).

영화와 드라마의 비중이 고른 편이다. 안 그래도 <닥터 이방인> 다음에는 영화를 해야지, 생각했는데 <피노키오>까지 하면서 드라마에 치우진 감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쪽에서는 누가 나를 인정하겠나. 사실은 드라마든 영화 쪽이든 나를 배우로 인정해줄지 둘 다 미지수다. 누군가 나를 봤을 때 스타로서는 인정해도 배우로서도 인정할지,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나를 배우로 인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영화 쪽의 주연급 배우들은 나이도 있고 경험도 많은 편이니까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비슷한 시기에 A라는 배우랑 B라는 배우가 작품 속 연기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독립영화를 계속 해오다 상업영화를 했는데 그게 잘된 경우와 TV를 통해서 잘된 배우를 평가하는 게 다른 것도 있는 것 같다.

유명 배우나 아이돌이 뮤지컬 한다고 할 때처럼? 그게 좀 아쉽다. 나도 영화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당장 주연을 하고 싶지는 않다. 데뷔 초반 언젠가 내 나이 서른 즈음까지 아무도 나를 배우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긴 하는데, 쪽팔리지 않나 못하면. 잘해야지, 잘해야지만 했던 것 같다. 피노키오가 편했던 건 그런 강박 없이 그냥 했기 때문이다. 현장도 좋고, 사람도 좋고. 아직까지 나는 드라마가 더 좋다. 미친 듯이 죽고 싶게 힘들긴 하다. 후반에는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자고 찍으니까. 방향이 처음 시놉시스와 완전히 달라질 때가 있는데도 좋은 건, 회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감정을 이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로딩이라고 해야 하나, 아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느껴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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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한 페인팅 프린트의 셔츠, 쇼트 슬리브 니트 톱, 팬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매번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냥 이종석 자신처럼 보인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맞다.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연기 같은 사람도 있고. 나는 보통 말할 때 너무 히마리가 없다.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열심히 발음하고 대사하려고 노력한다. 60신 중에 내가 욕심내는 신이 2신이면 나머지는 날린다. 그냥 상대 배우를 받아주는 거다. ‘따먹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래서 나는 회당 2신 정도밖에 따먹지 못한다. 연기가 거지 같을 때도 많고, 내가 왜 그렇게 대충 말했지 할 때도 많은데 그 2신으로 상쇄하는 것 같다.

대충 말했다고? 그보단 힘을 뺀 연기처럼 보인다. 이종석 나이의 배우에게 가장 힘든 것이 힘을 뺀 연기일 것 같은데. 그러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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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자를 에이어드한 롱 스웨트 톱 노나곤 바이 비이커(nona9on by Beaker), 블랙 쇼트 팬츠 일레븐파리(Eleven Paris), 실버 링 에이치알(H.R), 블랙 레더 슬립온 아쉬(Ash).

신인 배우들과 연기 수업을 같이 듣는다고 들었다. 물론 배우들도 연기 수업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그것도 신인 배우들과 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그러면서 많이 느는 것 같다. 재미없다, 혼자 하면. 선생님이 대사를 쳐주고 내가 대사를 받으면서 선생님의 코치를 받는 수업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랑 수업을 하면 그 배우만의 표현이나 억양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하지 말아야 할 걸 배우게 된다. 처음 신인 배우들이랑 할 때는 활동하던 애가 와서 수업 듣는다니까 얼마나 잘하나 보자, 했던 것 같다. 그게 죽을 만큼 괴롭기는 했다.

이종석은 배짱이 좋나 보다. 배짱 안 좋다. 너무 내성적이다. 연기하는 게 신기하다. 나는 사는 데 낙이 없다. 정말 재미가 없다. 의욕적으로 뭔가를 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 유일하게 연기를 할 때, 그리고 그 작품을 나중에 볼 때 그걸 내가 보고 있는 게 좋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정말 하기 싫지만 수영도 배워야 되고, 다른 뭐도 배워야 하고. 연기를 계속하면서 수동적인 내가 뭔가를 하게 되는 것도 좋다.

딱히 뭐가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 연기는 힘든 일 아닌가? 연예계에 발을 담그는 건 또 다른 문제고. 왜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나? 나도 그게 딜레마고 힘들다. 연기하는 건 좋다. 연예계는 다르다. 사실 그렇게 광고를 찍어야 돈도 많이 벌 것이고, 예를 들어 축하 멘트도 따줘야 하고. 그런 것들. 인터뷰는 내 얘길 하는 거니까 재밌다. 근데 부수적인 것들이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많이 좋아졌다. 옛날부터 TV 보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때, 무릎 다치고 인대가 끊어져서 6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주야장천 드라마를 본 거다. 비가 <풀하우스>에 나오는데 너무 멋있는 거야. 그냥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비처럼 되고 싶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디 가서 쪽팔리긴 싫으니까 잘하려고 용을 쓰는 거다. 방송 나갈 때, 시청자 입장에서 객관화해서 내 연기를 보려고 한다. 어떻게 연기를 저 따위로 할까 생각할 때도 많다. 그게 쪽팔린 거다. 잘해야 돼, 잘해야 돼, 하다 보니까 지친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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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프린트 장식 워싱 블루 컬러 집업 후드 점퍼, 그레이 컬러 프린트 티셔츠, 니트가 믹스된 소프트한 재질의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실버 뱅글, 블루 로프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스터드 장식 파이톤 스니커즈 아쉬(Ash).

직업으로 배우는 할 만한 일인 거 같나? 아직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촬영장에서 나는 점점 더 여유도 생기고 편해지는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느낌은 왠지 모르겠다. 왜 선배들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고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거.

어떤 게 어렵나? 욕심이 어렵게 만드는 건가? 그런 거겠지. 좀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대사가 있으면 여기서 이 정도 톤까지 끌어올리고 싶은데 내 발성이 거기까지 안 될 때 짜증이 난다. 빽 질러야 하는데 내 목이 안 될 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대사를 눌러서 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해놓고 짜증날 때가 많다.

미안한데, 난 처음 이종석이 등장했을 때 연기를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그런다.(웃음)

목소리도 전형적인 남자 배우 목소리도 아니고, 외모도 강한 남자 배우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데 사람들은 이종석이 연기를 잘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종석 같은 배우는 이종석뿐이다. 내가 봐도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나이 먹어서 근사한 얼굴이 아니다. 주름지면서 그게 멋있는 얼굴이 아닌 거다. 지금은 어리고 탱탱하니까 괜찮은 얼굴. 그래서 연기를 정말 잘하지 않는 이상 나는 없어질 거다. 그래서 나는 남자 영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잘하고 나한테 어울리는 건 멜로에 가깝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자.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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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 데님 재킷, 로고 레터링 디자인의 화이트 티셔츠, 빈티지 워싱 바이커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블랙 스톤 뱅글, 레더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블랙 레더 슬립온 아쉬(Ash).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 연락을 누구한테도 잘 안 한다. 휴대폰이 두 개인데 둘 다 거의 안 울린다. 극소수하고만 연락한다. 대부분 일 때문이고,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없고. 사람들 소식은 항상 찾아본다. 김상중 선배님과 유준상 선배님이 너무 좋다. 존경하고 동경하고 사랑하는데 먼저 연락을 못한다. 다만 멀찍이서 행보나 일들을 지켜본다. 조수원 감독님, 박혜련 작가님도 좋지만 연락은 안 한다. 뭘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저녁을 먹을 수도 있고. 그냥 그런 거 때문에. 나는 집에 숨어 있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전형적인 여배우 패턴인데. (웃음)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려고 한다. 운동도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 그냥은 안 한다. 집에서 TV 보는 게 제일 좋다. 나는 TV 속 세상이 너무 좋다. 그냥 누워 있으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다음 날이면 기억도 안 날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 멍할 때도 많고. <드래곤볼>에 시간의 방이라는 방이 있다. 거기 있다가 나오면 시간이 별로 안 지나가 있다. 내가 그렇다. 누워 있다가 정신 차리면 3시간이 지나가 있을 때도 있다. 작품을 계속 해서 그동안 여유 있게 살진 않았다. 그게 충전이었고, 그걸로 일했던 것 같다. 이제는 여유 있게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올해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생각한 게 그거다. 이제 나 쉴 거임, 그게 처음이다.

스스로에 대해 냉철한 편인 것 같다. 단점을 먼저 까서 보여주려고 한다. 인터뷰를 해도 먼저 얘기하려고 하고. 나는 숨기려고 하는데 남들이 먼저 알면 창피하니까. 남의 입으로 내 단점을 듣는 건 너무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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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레더 재킷 메사제리에(Messagerie), 스컬 프린트 티셔츠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실버 링 에이치알(H.R), 슬림 핏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슬럼프 얘기로 돌아가보자. 이번 드라마가 휴식 같았다고 하지만, 너무 일찍 완전히 방전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가 아니다. 다작을 하면서 빨리 성장을 했다고 볼 순 있겠지만 남들처럼 작은 역할로 시작해 연기를 하면서 서서히 배우고, 독립영화를 찍고 뮤지컬 하는 배우들처럼 기본기가 좋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하다가 바닥이 드러나고 다시 채우면서 해나가는데 내 에너지를 다 썼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작년이다.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는 거. 이제는 감정을 어떻게 쓰는 건지 알게 됐다. 처음에는 울기 위해서 감정을 잡으려고 아침부터 음악 듣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도 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거다. 그 전에는 눈물을 보여주면 슬픔이 표현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기서 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게 된다.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까. 잘 모르겠는데 참 희한한 건 가수들도 감정 위주로 노래하는 사람, 고음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데 경연 프로그램 보면 1등은 고음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더라. 연기도 격정적인 감정 신을 잘 표현하는 게 연기를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섬세하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는 게 더 하기는 힘든데. 잘 모르겠다.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뭔지 아직 못 찾았다. 그걸 찾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