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mcmamd09_03

베이비핑크 맥시 원피스 모스카(Mosca), 미니멀한 골드링 캘빈 클라인 워치 앤 주얼리(Calvin Klein Watch & Jewelry), 골드 너클 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1509mcmamd09_02

베이비핑크 맥시 원피스 모스카(Mosca), 미니멀한 골드링 캘빈 클라인 워치 앤 주얼리(Calvin Klein Watch & Jewelry), 골드 너클 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용감한 청춘, 임지연

어쩌면 드라마 <상류사회>는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조금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재벌가 아들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여자의 사랑이 이루어질 일도, 그들이 결국 결혼까지 하며 러브 스토리가 해피 엔딩을 맞을 일도, 뭐 얼마나 되겠는가? 드라마로서도 이제는 지루하고 식상한 이야기일 따름이다. <상류사회>의 내용이 그랬다. 제목부터 오글거린다. 대놓고 상류사회라니. 그럼에도 우리는 박형식과 임지연이 연기한 창수와 지이의 사랑을 응원했다. ‘비가 오니까 오늘은 헤어지지 말자.’ 이토록 오글거리는 대사를 남발하는 이 커플은 이상하게 사랑스러웠다. 영화 <인간중독>과 <간신>에서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여자를 연기한 임지연은 그렇게 당돌하고 사랑스럽고 발랄한 ‘이지이’를 보여주었다. “저와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였어요. 캐릭터의 출발 지점에 제가 있었죠. 제가 자주 쓰는 말투, 습관 등을 가져왔어요. 아마 그래서 유난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남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기하기 쉽지만은 않았어요.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는 무너져버리거든요. 지이는 저와 많이 닮았지만 그래도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니까 내가 추측한 임지연은 오해였다. 사연도 좀 있을 것 같고, 지극히 여성스러운 임지연은 화면 속에만 있었다. “남동생이랑 자라서 그런지 전 정말 여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옷도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 티셔츠만 좋아해요.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하이힐도 거의 신어본 적이 없어요. 데뷔하고 어쩔 수 없이 하이힐을 신었더니, 계속 발이 까지더라고요. 제 친구들은 물론이고 연기과 교수님도 <인간중독>과 <간신>의 제 모습을 무척 낯설어했죠. 여성스럽고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여인으로 데뷔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다들 놀라워했죠.” 그러니까, 임지연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난 셈이다.

1509mcmamd09_01

시스루 롱 재킷 맥앤로건(Mag & Logan), 시스루 블라우스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하이웨이스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509mcmamd09_07

홀터넥 블라우스 서울시크바자(Seoul Chic Bazaar), 블랙 와이드 팬츠 조셉(Joseph).

“실제 저라는 사람과 배우로서 보여주는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처음에는 엄청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점점 좁혀지는 기분이에요. 사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데뷔했어요. 어릴 때부터 막연히 배우의 꿈을 키웠고, 당연히 언젠가 연기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지만 좀 더 배우고 데뷔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임지연이 마리끌레르 카메라 앞에 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인간중독> 개봉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패션 매거진 인터뷰 화보를 찍은 것이 마리끌레르였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영화도 한 편 더 찍었고, 얼마 전에는 생애 첫 드라마도 무사히 끝냈으며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의 MC도 맡았다. <인간중독>으로 얼굴을 알리고 처음에는 연기보다 노출이 더 주목을 받아 부담스럽기도 했을 테지만, 대신 임지연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그런 연기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두려운 순간도 있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점점 단단해지고 쿨해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도 연기를 시작한 건 참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전 싫어하는 일은 못해요. 괴로워하며 견뎌내는 사람도 아니에요. 연기를 하는 게 즐거워서 시작했고, 힘든 상황이 불쑥 찾아오더라도 잘 이겨내려고 할 거예요. 가끔 ‘내가 어떤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았나’ 되돌아볼 때가 있어요. 그런데 힘들거나 슬펐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제 삶이 무난하게 흘러왔기 때문이겠지만, 전 사실 긍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상처가 있어도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악플도 잘 안 봐요. 좋은 댓글만 골라 보고 힘을 얻죠.(웃음)”

1509mcmamd09_06

화이트 레이스 셔츠 넘버21(N°21), 실버 플리츠 롱스커트 페이우(FayeWoo).

<상류사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임지연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첫 드라마이기도 하고, 마침내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났고, 또래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으니 말이다. “비타민 같은 작품이었어요. 이지이를 연기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역할을 했잖아요. 그 무거움이 이번 작품을 만나면서 훨씬 가벼워진 거죠. 과거 제가 보여드린 모습을 전부 잊게 만드는 청량제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연애가 하고 싶어지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는 저도 ‘창지 커플’처럼 진짜 연애를 해야 할 텐데요. 썸 타다 끝나는 그런 거 말고 진심을 다하는 사랑 말이에요. <상류사회>는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있어서 참 즐거웠어요. 현장에서 만나면 저희끼리 수다를 하도 많이 떠니까 감독님이 농담 삼아 좀 조용히 하라고 말릴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임지연은 이런 여자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친해지고 차 안에서 스태프들과 별것 아닌 일에도 큰 소리로 웃고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가서는 ‘3대 무서운 놀이 기구’에 꼽히는 ‘엑스스크림(X-Scream)(무려 1백 층 건물 높이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놀이 기구다!)’을 타고, 친구들과 산악 패밀리를 만들어서는 등산을 다니며, 시간이 나면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그런 여자. “전 용감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궁금한 건 절대 못 참아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엑스스크림을 봤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 보이더라고요. 그런데도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결국 타고야 말았어요. 그때 알았어요. 제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지. 그래서 <정글의 법칙> 촬영할 때도 이것저것 막 먹어보고 거침없이 잠수도 하고 그랬나봐요. 전 그 전까진 제가 물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병만 족장님에게 칭찬까지 받았어요. 먹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예전에는 빵을 좋아해 빵순이였는데 요즘은 자극적인 게 좋아요. 작품 때문에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도 절대 굶지 않아요. 한 끼라도 거하게 먹고 대신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엄청나게 하는 거죠.”

우리는 아직 임지연의 많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데뷔한 지 이제 고작 1년 반이 지났을 뿐이고, 세 개의 작품을 마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신 그녀는 벌써 다음 얼굴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키 오브 라이프>라는 차기작도 결정했다. “오늘도 메이크업하면서 계속 졸았어요. 드라마 촬영이 끝났는데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스케줄이 있었어요. 여유가 생긴다면 좋아하는 여행도 가고 싶어요. 그래도 당장은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겠죠. 9월이면 촬영에 들어가거든요. 시간이 없어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시작하려고요. 용기와 자신감을 잃은 배우는 실패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여행을 떠날 수 있겠죠?”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 마주(Maje), 터틀넥 니트 풀오버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플리츠스커트 톰보이(Tomboy), 펌프스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 마주(Maje), 터틀넥 니트 풀오버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플리츠스커트 톰보이(Tomboy), 펌프스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핑크 블라우스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퀼팅 랩스커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샌들 로플러 랜달 바이 라움(Loeffler Randall by Raum).

핑크 블라우스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퀼팅 랩스커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샌들 로플러 랜달 바이 라움(Loeffler Randall by R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