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원피스 아부 아부(Avou Avou), 실버 이어링과 진주 실버 링 모두 프란시스케이(Franciskay), 크리스털 실버 링 해수엘(Haesoo.L).

레이스 원피스 아부 아부(Avou Avou), 실버 이어링과 진주 실버 링 모두 프란시스케이(Franciskay), 크리스털 실버 링 해수엘(Haesoo.L).

튜브톱 원피스 로맨시크(Romanchic).

튜브톱 원피스 로맨시크(Romanchic).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 필립 플레인 쿠튀르(Philipp Plein Couture), 스틸레토 지니 킴(Jinny Kim), 실버 링은 모두 판도라(Pandora).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 필립 플레인 쿠튀르(Philipp Plein Couture), 스틸레토 지니 킴(Jinny Kim), 실버 링은 모두 판도라(Pandora).

왕지혜,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

작년에 열린 콘서트는 전부 간 것 같아요. 12월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날 자정에 열린 공연에도 갔죠.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넬의 첫 앨범이 나왔는데, 그때 반했어요. 지금까지도 제 플레이리스트에는 늘 넬의 음악이 있죠. 운전할 때는 조수미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운전하다 보면 과격해질 때가 있잖아요.(웃음) 그때 마음 가라앉히려고 듣는 거예요.

<러브 액츄얼리>와 <살인의 추억>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와 <살인의 추억>이에요. 둘이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죠.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조금 아름답게 꾸며낸 영화가 좋아요. <살인의 추억>처럼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도 좋아하고요. 전 책도 음모가 있고 스릴 넘치는 내용을 좋아해요.

팟캐스트 일단 틀어놓고 듣다 보면 제 관심사에 맞는 게 귀에 딱 들어올 때가 있어요. 내용도 다양해요. 시사적인 것도 있고 영어 방송도 있고, 수위가 센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있죠. 김숙 언니가 하는 방송도 재미있어요.

맥주 한 잔 원래는 술 안 마셨는데 요즘 자꾸 식사하면서 반주 삼아 맥주 한 잔씩 마셔요. 요즘은 피 끓을 일이 없어서 술 마실 때 피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좋은가봐요. 예전에는 식당 검색할 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이제는 ‘간단히 한잔할 수 있는 곳’이라고 검색해요.

루비 ‘루비’ 사진 좀 보실래요? 식탐이 많아서 엄청 통통해요. 4년 전쯤 루비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루비랑 함께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저희 집에 걸려 있는 유일한 제 사진이죠.

러플 디테일 톱 로맨시크(Romanchic), 링 모두 해수엘(Haesoo.L), 화이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러플 디테일 톱 로맨시크(Romanchic), 링 모두 해수엘(Haesoo.L), 화이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나이가 들며 그때마다 다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며, 살아가며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계속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왕지혜는 요즘 무려 60부작으로 예정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촬영을 시작했다. 한겨울에 첫 촬영을 시작했으니 가을쯤에나 끝나는 아주 긴 호흡의 드라마다. 새로운 드라마에서 그녀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다른 여자의 남자를 빼앗으려고 하거나 도도하고 도회적인 여자가 아니라 철부지 부잣집 외동딸이 그녀가 연기할 인물이다. 마음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돌려 말하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그래서 오히려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다. “장편 드라마는 한 캐릭터의 감정을 오래 끌고 가야 해서 힘이 들 때가 있어요. 제 자신이 그 감정에 무뎌질 것 같아 예민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날이 선 제 자신을 발견할 때면 힘들어지죠. 50부작까지는 해봤는데 60부작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그리고 이번 작품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깨어나가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전 사실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에요. 허스키한 목소리도 콤플렉스죠. 송윤아 선배의 깨끗한 목소리를 동경해요.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서 어떨 때는 대사를 칠 때 소극적이 되기도 하죠. 이번에는 좀 더 자신감을 가져보려고요. 비록 콤플렉스일지라도 이제는 장점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그녀를 위한 수식어는 도시적인, 도도한, 시크한, 뭐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배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화보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으며 오늘의 촬영이 어땠느냐 물으니 그녀가 말했다. “그동안 대부분 섹시한 컨셉트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 그런 거 잘 못 하거든요. 오늘은 그래서 편하게 찍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실제 왕지혜보다는 드라마 속 제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익숙하겠죠. 그런데 원래 저는 마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편한 사람이에요.(웃음) ”

<그래, 그런 거야>는 그녀가 1년 만에 출연하는 작품이다. 그 시간 동안 잠시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며 아무거나 잘 먹고, 어디에서나 잘 적응하는 진짜 왕지혜를 보여줬다. “1년 간 쉬면서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제가 해왔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번 작품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충실하게 연기하다 보면 충분히 깨어나갈 수 있겠죠.” 1년이란 시간 동안 여행도 많이 다녔다.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맨해튼까지 달리기도 했고 파리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매력적인 골목 골목을 누비며 여행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맨해튼으로 가다 보면 아찔한 절벽을 따라 난 길을 운전해야 할 때도 있어요. 밤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밤길을 달빛에 의지해 가야 할 때도 있고요. 하루는 음악을 틀어놓고 깜깜한 길을 운전하는데, 마침 그때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그녀의 지난 1년은 그렇게 여행과 헬스나 크로스핏 같은 운동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운동을 시작한 것도 타고난 것만 믿으며 조금 마음 놓고 지낸 20대를 지나 노력하지 않으면 몸매도, 건강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된 변화다. “지난 1년간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냈어요. 10년이 넘게 연기하는 동안 돈을 벌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뭔가 그때만 잠깐 기쁜 것들을 하며 살아왔더라고요. 그래서 좀 공허하고 텅 빈 느낌도 들고 그랬어요. 그 텅 빈 느낌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다가 좀 더 나에게 투자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느라 나에게 집중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지난 한 해 왕지혜는 서른을 맞이하고 잔잔한 변화를 겪었다. 또 하나 변한 게 있다면 예전에는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한 마음이 컸지만 이제는 좀 더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거다. “여전히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가족이지만, 지난 1년간은 예전과 달리 오로지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여행도 더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언젠가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땐 다시 실컷 여행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제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볼 나이도 되었다. 2세대, 3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을 지어 가족과 왁자지껄 살고 싶다는 꿈도 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한때는 저도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때가 있었죠. 그런데 작년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좀 귀찮아졌어요.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랬던가봐요. 그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너무 치장하지 않고 허례허식 같은 거 없이 살고 싶어요. 욕심이란 게 한도 끝도 없이 내다 보면 사람이 흉해지잖아요. 그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20대를 지나 30대가 되고, 승부욕이 넘치던 시절을 지나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된 그녀는 세월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된 눈치다. “예전에는 뭔가를 뺏기는 것을 경계했어요. 질투도 많았죠. 누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는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지켜보고 질투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다고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게 필요한 건 질투가 아니라,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걸 이뤄냈을까 그 답을 찾는 거였죠. 이제는 훨씬 여유로워졌어요. 언젠가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더 나이가 들어 갱년기를 맞고 노년을 보내게 된다면 그때마다 다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며, 살아가며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계속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