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를 꿈꾸는 청춘이 있다. 비록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대학생이지만 ‘여행가’라는, 현실보다는 로망이 넘치는 꿈을 꾸는 남자다. 정해인은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그 청춘을 연기한다. 3대가 모여 사는 집안의 막내 아들이자 부모님이 바라는 예측 가능한 인생을 살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청춘을 누리며 살고 싶어 하는 고집도 세고 소신도 있는 ‘유세준’이 그가 맡은 배역이다. 살고 싶은 인생과 살아야 하는 인생 사이에서 가족과 갈등하고 화해하고 꿈을 이루기도 하고 좌절도 하는 그런 청년이다. “저와 닮기도 했고, 전혀 다르기도 해요. 저도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고, 고집도 있는 편이죠. 그 고집 덕분에 지금 이렇게 연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의 기준에서 배우로서 정해인의 길은 한 템포 늦게 시작되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오던 길에 우연히 연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저 그런 제안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 덜컥 방송연예과에 지원했다. “엄마는 저를 응원해주셨고 아버지는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 고집대로 대학에 들어갔는데도 확신이 들지는 않았죠. 과연 내가 배우가 되어서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실패를 염두에 두기도 했죠. 전 원래 무슨 일이든 플랜 B, 플랜 C를 세워두는 편이거든요. 배우가 되지 못한다면 공부를 다시 시작해 전공을 바꿔볼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이 길에 올인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대학에서 처음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라 제대로 연기를 배워나갔고, 그리고 이제는 미래에대한 불안감보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매일 촬영장에 가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인사하고 리허설하고 촬영하는 시간이 참 행복해요. 감독님이 가끔 제게 ‘해인아, 연기하는 게 재미있니?’ 하고 물으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시고요. 요즘이 딱 그런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재미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되죠.”
<그래, 그런거야>는 60부작 드라마다. 정해인은 2016년의 대부분을 드라마 속 새로운 가족과 보내게 될 것이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이니만큼 대사도 엄청 많을 테고, 쉬이 넘어갈 수 있는 장면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의미로 부담감이 들어요. 어깨가 무거운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에요. 진짜 하나의 가족이 되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잘해내고 싶어서 드는 부담감인 것 같아요. 배우가 된 후 제게는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모든 작품이 하나같이 도전이었죠. 드라마 <삼총사>도 그렇고 <블러드>도 그랬어요. 김수현 작가님을 만난 건 축복이고 행운이에요. 배우로서 제 인생의 은인이죠. 작가님이 배우들에게 직접 연기를 보여주실 만큼 연기도 잘하시고, 대사를 할 때 미세한 톤의 높낮이나 잠깐 쉬어가는 호흡에 따라 그 느낌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그분께 배우고 있어요.” 스무 살을 목전에 두고 배우의 길에 조심스레 들어선 그는, 서른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셈이다. “전 원래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드라마 속 세준이처럼 여행도 좋아하죠. 서른이 되기 전에 여행도 좀 더 많이 다니고 싶어요. 얼마 전에 엄마랑 베네치아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호텔에서 쉬시는 동안 잠깐 혼자 골목골목 돌아다녔어요. 그냥 발 닿는 대로 다녔던 그때 그 기분이 지금 떠올려봐도 너무 좋아요. 아, 그런데 도전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요. 새로운 스타일의 옷은 정말 못 입겠어요. 대학생 때는 거의 매일 추리닝만 입고 다녀서 친구들이 옷이 한 벌밖에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지금도 옷장에는 비슷한 옷들만 있어요. 옷에 대해서만큼은 도전정신이 없네요.(웃음)”
정해인은 20대의 마지막 시절을 그렇게 작품을 인연으로 만난 새로운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겨울의 끝자락에 시작한 드라마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선선한 기운이 돌 때쯤 끝날 것이다. 화보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조금 소란스러운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정해인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또래라면 누구나 공감할 청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정해인의 뜨거운 시절은 미처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삼총사>로 얼굴을 알리고 <블러드>의 귀엽고 정 많은 의사로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해지고 얼마 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에선 덕선의 훈훈한 중학교 동창으로 깜짝 출연한 이 남자는 여전히 소란스러운 카페에 사람들과 섞여 앉아 인터뷰를 하거나 주문한 음료를 직접 가지러 가는 자신의 행동을 사람들이 왜 의아해하는지 잘 모른다. 농구를 좋아하고 엄마와 둘이 여행도 떠날 만큼 살가운 장남에, 어느 날 우연히 한 심리 테스트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지만 그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항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게 나올 만큼, 지금껏 좌절 따위는 금세 잊어버리며 살아왔다는 정해인은 건강한 청춘을 에너지 삼아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Yes or No
독주보다 맥주가 좋다
Yes 맥주광이에요. 맥주는 기분 좋을 때 마시는 술이잖아요. 시끌벅적한 곳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며 마시는 맥주가 좋아요. 술에 약한 편이라 소주보다는 맥주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술자리에서 전 흥이 많고 시끄러워져요. 리액션이 엄청 커지는 편
이죠. 상대방이 무슨 얘기만 하면 방청객 모드로 맞장구를 잘 쳐요.
연애할 때 나는 나쁜 남자다
No 나쁜 남자는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기 쑥스럽긴 한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마음을 쏟아부어요. 머리 굴리면서 밀당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툴툴거리며 은근히 챙겨주기보다는 자상하고 조용조용 챙겨주는 편이죠.
겨울보다 봄이 좋다
No 봄은 애매하잖아요. 아주 따뜻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바에야 아예 추운 겨울이 좋아요. 제가 스노보드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더 겨울이 좋아요.
느린 음악이 좋다
Yes 지금 카페에서 들리는 음악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좋아요. 한 곡을 무한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이요. 요즘은 김광석 노래에 빠져 있어요. 오래된 노래의 감성이 저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아, 임창정 노래도 좋아해요.
걷는 것보다 뛰는 게 좋다
No 뛰면서는 주변을 잘 볼 수가 없잖아요. 찬찬히 이곳저곳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