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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롱 베스트와 블라우스, 팬츠 모두 에르마노 설비노(Ermanno Scervino), 이어링 넘버링(Numbering), 슈즈 쌀롱드쥬(Salondeju).
임세미 스팽글 장식 톱과 와이드 팬츠 모두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청아 재킷 띠어리(Theory), 스커트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진주 뱅글 넘버링(Numbering),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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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임세미는 이진욱이 연기하는 주인공 ‘차지원’의 동생, ‘차지수’를 연기한다. 부잣집 철부지 막내딸로 모자랄 것 하나 없이 자라 사고와 음모로 시력을 잃은 후 복수라는 큰 서사의 시발점 중 하나가 되는 인물이다. 인생은 늘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임세미는 머릿수를 채우려고 간 오디션에 덜컥 합격해 배우의 세계에 들어와, 수없이 꿈꿨던 여러가지 것들을 작품 속에서 조금씩 경험하며 언제나 다음을 꿈꾸는 중이다. 꿈과 함께 임세미의 여정도 시작됐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을 연기하고 있어요. 지수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어 가장 기쁜 건 그 인물이 극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에요. 상처와 아픔이 있고, 사고로 눈을 다치는 바람에 드라마의 주된 키워드인 ‘복수’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죠. 전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 언니의 친구를 연기했어요. 그때는 언니가 시각 장애인이었고, 전 보호자 같은 역할이었죠. 그 연기를 하려고 시각장애인 교육 센터 같은 곳에 가서 교육을 받았어요. 그때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실은 이번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가 드디어 엄청 발랄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늘 약간 청승맞기도 하고, 짝사랑만 하다 끝나버리거나 가난을 이겨내는 캔디 같은 인물을 연기했거든요. 그런데결국 이번 드라마에서도 사고를 당해버렸네요.(웃음)

그런데도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에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동생이고 잘 웃는 사람이니까요. 실제의 임세미는 밝음에 가까운 사람인가요? 다양한 면을 지닌 사람이에요. 엄마의 착한 딸일 때도 있고 철없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되게 해맑다가도 가끔 못되기도 한 사람. 나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과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어요. 어쩌면 더 엉뚱한 사람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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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원피스 엠에스지엠 바이 비이커(MSGM by Beaker), 이어링과 뱅글 모두 필그림(Pilgrim).

배우들도 연기를 시작한 것이 문득 후회되는 순간이 있겠죠? 왔다 갔다 해요. 매번 과연 잘 걸어가고 있는지 의심하죠. 배우도 결국은 프리랜서잖아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연기하며 즐거울 때는 역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항상 감사하긴 한데 늘 기쁠 수만은 없는 직업이 배우인 것 같아요.

올해로 30대에 진입했네요. 20대에 하지 못해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20대에 해보고 싶었던 일, 엄청 많았죠. 유치원 선생님, 화가, 전국 배낭여행, 유럽 여행, 자전거 대회 나가서 상 타기. 아, 스카이다이빙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했어요. 간호사도 되고 싶었는데 극 중에서 연기해봤으니 꿈을 이뤘죠.(웃음) 거리에서 기타도 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 ‘꽃미녀밴드’라는 이름의 밴드부를 했는데 제가 서브 기타를 담당했거든요. 연주만 하지 않고 중간에 귀여운 댄스도 넣어 공연하곤 했어요. 그때 지역 공연에서 대상도 받았어요. 요즘은 기타 대신 집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해요.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으면 코드를 따서 연주하곤 하죠. 쉬는 날 더 바쁜 것 같아요. 우쿨렐레도 치고 인형 만드는 펠트 공예도 하고, 뜨개질이나 꽃꽂이도 좋아해요. 등산, 달리기, 수영도 하고. 원래 ‘가내수공업’이나 움직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닌가봐요. 배우라는 직업은 3순위쯤 됐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나 간호사, 여군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건 다음 생애에 도전해야겠어요.(웃음) 그래도 연기를 하다 보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으니 그렇게라도 꿈을 이룰 수 있겠죠. 처음부터 작정하고 배우가 된 건 아니었어요. 모델 일을 하다가 드라마 오디션을 우연히 봤어요. 오디션 응시자가 꼭 10명이 되어야 해서 머릿수 채우려고 갔다가 덜컥 합격해버렸죠. 처음엔 엄청 많이 혼났어요. 발성이 왜 이렇게 안 좋으냐, 발연기다, 목소리는 왜 그러냐. 그때 그렇게 깨지고 나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연기하는 순간이 분명 좋았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왜 그렇게 떨리는지 한번 극복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오늘 촬영장에서는 막내였어요. 두 선배 배우들과 같은 작품을 한 적은 없지요? (이)청아 언니는 전에 <호박꽃순정>이라는 드라마를 같이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초반부에만 나와서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그때 참 잘 챙겨주셨어요. (윤)지혜 선배님은 사는 동네가 가까워서 자주 찾아 봬요. 예쁜 고양이랑 함께 사시는데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게 있거나 그냥 얘기 나누고 싶을 때 만나러 가요.

선배들처럼 잘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나요? 일단 30대의 시작은 잘한 것 같아요. 행복하니까요. 20대 초반쯤 됐을 때 친한 언니들한테 서른과 마흔이 되면 어떤 기분인지 물어봤어요. ‘인생 끝난 것 같으냐’고 철없이 묻기도 했죠.(웃음) 그때 친한 작가님이 ‘세미야, 얼른 와. 30대도 즐거워. 재미있는 일이 가득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대답을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요. 그 느낌을 기억하며 30대를 즐겁게 보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후회 없이 지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