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화보

그레이 니트 스웨터와 트렌치코트 모두 프라다(Prada), 데님 팬츠 리바이스(Levi’s), 선글라스 톰 포드 바이 브라이언 앤 데이비드(Tom Ford by Bryan & David).

휴가를 떠났던 김래원에게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그가 LA로 출국하던 날 전달한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신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주말 여행을 떠났고, 바다를 마주한 채 한가로이 앉아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고 했다. 차분한 어조와 곳곳에 등장하는 웃음 표시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호젓한 일상을 보내는 그의 여유가 전해지는 듯 했다. 그가 지난 8월 말 막을 내린 드라마 <닥터스>에서 ‘홍지홍’으로 분해 보여준 로맨스 연기는 유난히 반가웠다. 지난 수 년간, 정치계의 암투 속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검사를 연기한 드라마 <펀치>, 욕망에 사로잡힌 건달로 등장한 영화 <강남 1970> 등 여러 작품에서 선 굵고 무거운 캐릭터에 집중해온 그가 참으로 오랜만에 사랑에 빠진 달콤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박신혜가 연기한 상대역 ‘유혜정’에게 그가 건네던 말랑한 대사들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수없이 회자됐으며, 김래원 특유의 진중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어우러진 홍지홍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뚜렷한 인장을 남겼다. 그렇게 한 작품이 뜨겁게 흘러갔고,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한 해를 지낸 그가 잠시 휴식기를 맞았다. 머지않아 우리는 두 편의 영화로 그를 다시 만난다.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부활>과 신인감독 나현의 데뷔작 <더 프리즌>이다. <부활>에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되살아난 죽은 자들 사이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극적인 인물을 맡았고, <더 프리즌>에서는 교도소에 갇힌 전직 경찰을 연기한다. 두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는 김래원은 지금껏 다져온 배우의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다시 마주할 뜨거운 나날을 위해 평온한 일상으로 스스로를 채우고 있다.

 

김래원 마리끌레르

네이비 체크 셔츠와 베스트 모두 비슬로우(Beslow), 데님 팬츠 디젤(Diesel), 뿔테 안경 에르메네질도 제냐 바이 브라이언 앤 데이비드(Ermenegildo Zegna by Bryan & David).

김래원 화보

보머 재킷 리바이스(Levi’s), 터틀넥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 팬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브라운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백팩 샘쏘나이트(Samsonite).

<닥터스>를 마치고 잘 쉬었나? 올해는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달렸다. 그러고 보니 10개월 만의 휴가다.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LA 여행도 좋았고, 지금은 가족과 함께 강원도 바닷가에 와 있다.

몇 년간 거칠고 남성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홍지홍처럼 따뜻하고 로맨틱한 캐릭터는 오랜만이다. 연기하는 동안 전작에 비해 평화로웠을 것 같은데 어떤가? 어떤 캐릭터를 맡든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극에 등장하지 않는 부분까지 상상하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작품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감정선에 최대한 가까이 닿을 때까지 공을 들여 캐릭터를 구축하는 작업을 한다. 홍지홍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전작에 비해 경쾌한 감성의 작품이라 현장 분위기가 늘 밝고 좋기는 했다.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촬영한 만큼 현장에서 배우나 스태프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즐거웠다.

홍지홍은 잘 보내주었나? 사실 매번 작품을 끝내면 홀가분하지만은 않다. 늘 조금씩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고 지내는 편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작품 전후로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다. 홍지홍은 무겁지 않은 캐릭터라 마음에 남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다행이지 싶다.

 

김래원 화보

수트와 셔츠 모두 까날리(Canali), 도트 패턴 타이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블랙 선글라스 톰 포드 바이 브라이언 앤 데이비드(Tom Ford by Bryan & David).

데뷔 20년 차다. 배우로 살아오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걸어 온 길이 후회되거나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워낙 무슨 일이든 담담하게 겪어내고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찬찬히 돌이켜보니 감격할 만큼 행복했던 날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연기는 늘 새롭고 재미있다. 오래 해왔지만 하면 할수록 흥미로운 작업이다. 배우는 작품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새 작품을 만나면 설렌다.

20대를 꽉 채우고 30대 중반을 살고 있다. 그간 수많은 변화를 겪었겠지? 글쎄, 거의 똑같다. 아, 얼굴에 주름이 조금 생겼다.(웃음) 20대 때에 비해 뭘 하든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긴 하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난날을 한번씩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다.

 

김래원

베이지 재킷과 베스트, 팬츠 모두 바레나 바이 비이커(Barena by Beaker), 데님 셔츠 산드로(Sandro).

다양한 역할을 거쳐왔다. 그럼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닥터스>에서 조달환이 연기했던 역할. 이중인격의 사이코패스. 그 역할 진짜 탐났다.

드라마 이전에 작업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곽경택 감독의 <부활>과 나현 감독의 <더 프리즌>. 둘 다 기대되는 작품이다.  <부활>에서 맡은 배역은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캐릭터라 인물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데 애를 많이 썼다. 뒤이어 <더 프리즌>을 찍었다. 전작들과 결이 완전히 다른 거칠고 남성적인 역할이다. 두 감독님 모두 처음 함께 작업한 터라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다.

 

김래원 화보

재킷과 베스트, 셔츠 모두 톰 브라운(Thom Browne), 데님 팬츠 커버낫(Covernat), 손에 든 ‘언네임드’ 향수 바이레도(Byredo).

김래원 향수

점퍼 에이치앤엠(H&M), 베스트 라벤햄 바이 플랫폼 플레이스(Lavenham by Platform Place), 화이트 터틀넥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팬츠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앵클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손에 든 ‘언네임드’ 향수 바이레도(Byredo).

요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유행이다. 김래원도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일까? 믿고 보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캐릭터를 통해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카메라에 잘 담기길 바랄 뿐이다. 이후의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 당연히 있다. 이번 생은 배우로 쭉 살기로 했으니 다시 태어난다면 악기 연주자로 살아보고 싶다. 내가 가진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해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껏 맡아온 캐릭터 중 김래원의 실제 모습과 가장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 멋진 캐릭터를 만나면 그때마다 그 인물을 닮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한 작품이 끝나면 연기한 배역과 조금 닮아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최근에는 홍지홍을 연기했으니 그와 어딘가 닮아 있지 않을까?

 

김래원 안경

체크 재킷, 화이트 터틀넥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메탈 프레임 안경 에르메네질도 제냐 바이 브라이언 앤 데이비드(Ermenegildo Zegna by Bryan & David).

작품 이외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SNS도 안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도통 볼 수 없다. 김래원의 일상적인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하고. 상상의 즐거움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는 거다.(웃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작품과 상관없는 자리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작품 속 내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다. 일상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낚시와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그 두 가지 취미를 즐긴다. 연기만큼은 아니지만 꽤 오래전부터 푹 빠져 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물가를 찾아가서 낚시를 할 정도다.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한다.

김래원이 사는 공간은 어떤가?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집도 무난하게 꾸미는 편이다. 다만 침실과 욕실, 거실에는 항상 향수를 놓아둔다.

어떤 향기를 좋아하나? 얼마 전 바이레도의 라 튤립(La Tulipe)을 가져다 뒀다. 상쾌한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같은 라인의 보디크림도 함께 사용한다. 레이블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 향 자체를 선입견 없이 즐길 수 있는 언네임드(Unnamed)도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빈 레이블에 내 이니셜인 ‘R’을 새겨 나만의 향수를 완성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몇 달은 어떤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가? 세 작품을 연달아 찍고 한적한 강원도에서 자유를 즐기는 지금 이 순간처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면 세 살 난 조카 데리고 산책 나갈 거다. 요즘 재롱이 한창이다

 

김래원 화보

보머 에이치앤엠(H&M), 데님 셔츠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데님 팬츠 커버낫(Covernat), 지퍼 장식 백팩 샘쏘나이트(Samsonite), 미러 렌즈 선글라스 베디 바이 베디베로(Vedi by Vedi 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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