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비범베트멍(Vetements), 톱 트렁크프로젝트(Trunk project).
유권 스트라이프 셔츠 언아웃핏(Anoutfit).
태일 스웨트셔츠 오와이(OY).
재효푸시버튼(PushBUTTON).

일찍이 ‘Jackpot’ 뮤직비디오에 ‘저 오빠들 이상해’라는 멘트를 넣으며 ‘이상한 아이돌’이길 자처했던 블락비. 그래서일까, 블락비는 ‘베리 굿’ ‘Her’ ‘TOY’ 그리고 최근 발표한 스페셜 싱글 ‘YESTERDAY’까지 음원 차트와 음악방송 1위에 오르며 주류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어딘가 비주류의 마음을 건드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과거에 팬들은 블락비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으로 ‘칼군무’를 꼽기도 했는데, 칼군무는 커녕 ‘군무’라도 해주길 바라는 아이돌 그룹이라니. 멤버 저마다의 장기와 에너지, 성격이 극명하게 다른 덕분에 블락비는 (과거 칼군무는 불가능했을지 모르나) 독자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순종적이고 유순한 아이돌 세계에서 어딘가 조금 비뚤어진,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거리낌 없는, 솔직하기를 겁내지 않는 아이돌. 이제 7년 차 중견 아이돌이 된 블락비. 솔로 곡과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보컬리스트로 역량을 쌓고 있는 태일, 유닛 미니 앨범 <웰컴 2 바스타즈>에서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자기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는 비범, <런투유> <올슉업>에 이어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 출연한 유권과 <인 더 하이츠> 무대에 함께 오르고, 웹드라마 <도대체 무슨일이야>의 주연, 아이돌 최초 <월간 낚시 21> 표지 모델을 맡았던 재효를 만났다. 지난 3월 10일 유럽 투어를 다녀온 직후의 촬영이라 피곤했을 법도 한데 그들은 컷과 컷 사이에 덩실덩실 춤을 췄다. 정체 모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춤을.

 

블락비

유권 스웨트셔츠크레스에딤(CRES. E DIM.).
비범 니트 톱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굉장히 역사적인 날(3월 10일)에 만났다. 아이돌 인터뷰에서 정치 이야기를 해도 될까? 비범 이제 뭐 다 끝났으니까. 재효 정치에 관심이 있다. 이번 일을 통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깊이 공부하지 못한 채 의견을 밝히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어린 팬들이 우리 말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고, 선동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는 거다.

2년 만에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재효 팬들의 에너지가 대단했다. 근 2년만에 경험한 최고의 무대였다. 유권 헬싱키, 암스테르담, 부다페스트, 리스본, 런던까지 총 5개 도시를 다녀왔다.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다. 암스테르담 공연은 한국 가수의 공연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인 공연이었다고 하더라. 무대 위에서 함성 소리에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유튜브에서 ‘떼창’ 영상도 봤다. 영상인데도 약간 소름 돋았다. 유권 해외 아티스트들이 종종 우리나라에서 공연하고 감동받지 않나. 그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받는구나 싶었다. 이제는 우리가 해외에 가서 열정적인 반응을 받으니까 신기했다.

에너지가 남다른 그룹으로도 유명한데 다들 어디서 그 힘이 나오나? 홍삼? 유권 단전에서 나온다.(웃음) 태일 소주에서 나오지 않을까? 재효 쉴 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그 힘으로 무대도 열심히 한다.

이제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충전법을 찾았겠다. 비범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친구들 만나고 맛집도 찾아다닌다. 전에는 식욕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는데 이제 멤버들 모두가 지나치게 잘 먹는다.

마음껏 돌아다니기 어렵지 않나? 재효 전혀 그렇지 않다. 자다 일어난 채로 다니기도 하고, 편하게 움직인다. 우리가 7년 차 아이돌 그룹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멤버 개개인을 다 알지는 못하니까.

오, 좋은 점일 수도 있다. 유권 어떻게 보면 좋은 건데 씁쓸하기도 한?(웃음) 재효 내 경우에는 인기에 비해 알아보는 분들이 꽤 많다. 스스로 체감하기에 아‘ , 나는 누가 알아보고 그럴 정도는 아닌데’ 싶은데 의외로 알아보시니까(웃음). 차라리 아예 톱스타면 알아서 조심하며 살 텐데, 정확히 내가 누군지는 모르고 ‘어? 많이 본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라. 비범 재효는 잘생겨서 그냥 본 걸 수도 있다.

맞다. 잘생겨서. 재효 그건 인정한다.

 

블락비

태일 카디건 미미카위(MMCW), 슈즈 아미(Ami),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효 재킷 푸시버튼(PushBUTTON), 스카프 하이더 아크만(Haider Ackermann),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타고나길 흥이 많기도 하고, 촬영 중간중간 알아서 잘 놀더라. 인생에서 잘 노는 건 얼마만큼 중요할까? 유권 굉장히 중요하다. 논다는 표현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놀이로 삼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단순히 방탕하게 ‘논다’로 읽힐 수도 있는데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그걸 가지고 많이 놀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나 친구들과 놀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자신을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 못 놀아본 사람들은 바로 티가 난다. 무대에 오르건, 연기를 하건 안 해본 게 딱 티나지 않나. 태일 죽기 직전까지 놀다가 죽고 싶다. 그 정도로 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인생에서 노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싶다. 놀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고, 그게 우리가 하는 것들에 묻어 나온다. 얼마 전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학창 시절을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거냐는 질문에 대책 없이 놀고 싶다고 했다.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

노는 게 결국 다 추억이니까. 유권 놀면서 사진 한번 찍으면 결국 그게 남는 거 아닌가.

7년 차 아이돌 그룹이다. 회사원으로 치면 이제 과장급이다. 신인 때에 비해 새롭고 신나는 게 줄지는 않았나? 유권 항상 새롭다. 같은 영화를 두세번씩 반복해서 봐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처럼, 똑같은 걸 해도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친구들과 놀아도 그날그날 느낌과 감정은 다르지 않나. 직업 특성상 매일을 규칙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블락비 안에서 멤버 각자가 변화하고 있는 느낌도 받을 것 같다. 유권 전에는 돈 다 필요 없고,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끝까지 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돌로 갖춰야 할 품위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처음과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비범 고집이 더 생겼다. 데뷔 초에는 스스로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예쁘다, 이걸 해봐라 하는 식의 주변 조언에 많이 치우치기도 했다. 이제 7년 정도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져 주관을 갖고 행동하게 됐다. 멤버들 각자 자기 중심이 생긴 거다.

 

경쟁이 치열한 이 세계에서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유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군대도 가야 한다. 이 직업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물론 한다. 잘하는 친구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들이 주목받는 시기도 분명히 올 거다. 우리가 밀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이런 생각들 때문에 연습도 더 하고, 다른 장르도 계속 시도하는 것 같다.

음, 당연한 생각이긴 한데….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재효 우리가 가식이 없다. 적어도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웃음) 태일 재효 빼고 블락비가 가식이 없긴 하다. 유권 곤란한 질문에는 대답 안 하고, 요령껏 잘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재미없지 않나. 인터뷰 읽는 사람도 ‘얘네는 맨날 똑같은 이야기만 하네’라고 할 것 같다. 재미없게 사는 거 별로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효 형을 많이 놀린다.(웃음) 태일 나중에 마흔 살 넘어서 다 같이 토크쇼 나가면 정말 웃길 거다. 지금도 솔직한 편이지만 여전히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많다. 비범 인터뷰를 하면서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도 매체에서 알아서 거르기도 하고. 태일 우리는 ‘모 아니면 도’다. 진짜 재미있거나 완전히 재미없거나. 재효 그런데 문제는 도가 많다. 도 중에서도 ‘빽도’.

 

블락비

재효 카디건 미미카위(MMCW),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권 아우터 덕다이브(Duckdive), 팬츠 참스(Charm’s), 슈즈 후망(HUMANT).
태일 아우터 덕다이브(Duck dive), 슈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범 스웨트 셔츠 덕다이브(Duckdive), 팬츠 구찌(Gucci), 슈즈 닥터마틴(Dr.Martens).

 

블락비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이 인터뷰를 읽을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태일 촬영 오기 전 스케줄을 보고 마리끌레르 해시태그를 검색해봤다. 많은 여성들이 이 잡지를 보더라. 인스타그램에서 ‘태일’(@taeil22)을 찾아보고 팔로 많이 해주시길. 제 솔로 노래도, 블락비 노래도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 유권 우리 인터뷰는 그냥 재미로 봤으면 좋겠다. 잡지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옳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의 말 한 마디 한마디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작정 다른 사람 말 따라가지 말고, 자기 인생에 재미있고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 충실히 해나가시길!

멋진 말이다. 나부터 새겨듣겠다. 태일 아, 나 좀 다시···. (일동 폭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 찾으시고 잡지를 통해 하지 마시고…. 재효 오늘 촬영은 진지하게 했지만 평소에는 굉장히 즐거운 친구들이다. 일상이 무료한 분들 인스타그램(@bbjhyo)에 방문하시라. 세상에 이런 아이돌이, 이렇게 취미와 취향이 독특한 아이가 있구나 싶을 거다. 유권 아이돌 최초로 <월간 낚시21> 표지 모델을 했으니 말 다 했다. 비범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지금 비범 씨가 ‘여러분’ 세 번 했다. 같이 들어주자. 비범 (웃음) 여러분, 저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려면 이태원으로 오세요! 유권 우리 인터뷰를 비범 형의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으로 끝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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