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미 수없이 많이 보아왔듯이 해마다 수십 팀의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금방이라도 세상의 중심에 다가갈 것처럼 달려 들지만, 단시간에 대중의 관심과 수익을 끌어내지 못하면 팀의 내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가혹하리만치 매 순간이 치열한 아이돌의 세계. 그 가운데 어느새 데뷔 6년 차를 맞은 아이돌 비투비(BTOB)가 있다. 2012년 발표한 데뷔 앨범 로 첫발을 내딛고, 올해 3월에 열 번째 미니 앨범 <Feel’eM>을 선보이기까지 부단히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온 비투비. 그들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누가 뭐래도 일곱 멤버 스스로 결정한 길을 걷는 것이다. 6년 동안 다져온 균형을 바탕으로 뮤지컬과 작곡, 랩, 연기 등 서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7명의 아티스트.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정일훈, 육성재를 만났다. 아이돌계의 흥부자들답게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던 비투비와 함께한 시간. 카메라 앞에 서서 잠깐 심각 해지는가 싶더니 서로 눈을 마주치자 금세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이들과 마주 앉아 가볍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앨범 <Feel’eM>을 발표한 뒤 그간 개인 활동을 주로 해왔다. 각자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은광 뮤지컬 <햄릿> 공연을 한참 열심히 했다. 요즘은 공연 막바지라 조금 여유로운 편이다. 일훈 사실 은광이 형은 최근 쇼핑에 눈을 떴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패션에 관심 좀 가지라고 놀릴 정도였거든. 근데 요즘은 별명이 ‘광렌시아가’다, 푸하하. 창섭 곧 뮤지컬 <나폴레옹>공연을 시작한다. 7월 18일이 첫 무대다.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힘들어도 같이 다니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여름휴가는 안 가나? 일훈 최근에 현식이 형이랑 둘이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현식 단지 놀러 간 건 아니고, 음악적 영감을 받고 곡 작업도 하러 간 거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해보고 싶어서. 술도 꽤 마셨고, 기타랑 피아노 치면서 음악도 만들었다. 성재 영감? 창섭 왜 불러? 거기서 무슨 술 마셨어? 일훈 코냑.
직접 만나니 듣던 대로 멤버 모두 흥부자라는 게 실감난다. 비투비를 검색하니 무대나 앨범 활동 자료뿐 아니라, 아무말대잔치나 개그짤 같은 웃기는 자료가 유난히 많더라. 아이돌이 이렇게 코믹해도 되나? 현식 앞으로도 웃긴 자료는 계속 나올 것 같다. 우리 원래 이렇다. 무대 위의 진지한 모습과 평소 모습의 차이가 큰 점이 팬들이 우리를 좋아해주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혁 일부러 웃기려고 꾸며내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 성격이 워낙 밝고 재미있다. 성재 근데 창섭이 형은 일부러 웃기려고 하잖아. 형이 요즘 개그감 떨어졌다고 속상해하던데. 아무도 뭐라 한 적 없는데 혼자 자기반성을 한다.
이런 밝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 같나? 은광 멤버끼리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일훈 초창기에는 은광이 형이 워낙 착해서 리더가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지내다 보니 멤버 모두 이렇게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는 건 모두 은광이 형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재 은광이 형 덕분인 걸 이제 와서 깨달았어? 난 원래 알았어, 흐흐.
비투비에서 가장 흥이 많은 멤버는? 은광 성재가 아무래도… 성재 나는 조울의 격차가 큰 편이다. 피곤할 때나 졸릴 때는 우울하다. 현식 그래도 요즘은 ‘조’일 때가 훨씬 많잖아.
리더이자 맏형인 은광이 보기에 가장 컨트롤이 되지 않는 멤버는 누구인가? 일훈 리더 스스로 컨트롤이 잘 안 될걸, 하하. 은광 굳이 컨트롤하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믿어주고 싶다. 그럼 믿는 만큼… 창섭 풉, 오글오글. 민혁 왜? 멋있잖아. 계속해. 은광 끊임없이 믿고 응원하면 각자 알아서 잘한다.
가족처럼 지내니까 일상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를 것 같다. 이를테면 엄마같이 포근한 존재라든지, 막냇동생처럼 챙겨줘야 하는 멤버라든지. 민혁 숙소가 다 달라져서 모르겠다. 나랑 일훈이 같이 살고, 프니엘은 혼자 살고, 나머지 4명이 함께 산다. 성재 그쪽 집은 누가 엄마야? 우리 숙소에서는 창섭이 형이 제일 지저분하다. 자기 방은 깨끗이 관리하면서 거실에 쓰레기를 다 갖다 버린다. 민혁 창섭이 여전하구나! 창섭 예전부터 쓰레기를 어딘가에 숨겨 두는 버릇이 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과자 봉지 같은 게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구 틈 같은 데 숨기게 된다. 프니엘 최근에 빈 물통 몇 개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 창섭 어디서? 언제? 내 침대에서? 모르겠는데…
비투비는 히트곡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면서 차근차근 자리 잡은 팀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꽤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일훈 돌계단을 한 칸씩 오르고 있다고 느낀다.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성재 어디 가서 데뷔 6년 차라고 하면 많이들 놀란다. 아직 신인인 줄 아는 사람도 많고. 근데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훨씬 더 많으니까.
그룹의 호흡도 좋지만 각 멤버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활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뮤지컬이나 연기 활동, 그리고 매달 멤버별로 솔로곡을 발표하는 <월간 비투비(Piece of BTOB)> 프로젝트 앨범도 흥미롭고. 그래서 비투비의 미래뿐 아니라 멤버 각자의 내일 또한 기대된다. 창섭 각자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비투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은 7명 모두 같다.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나폴레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현식 내가 쓴 곡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타이틀곡은 비투비가 위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니까. 곡 작업을 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을 생각이다. 창섭 현식이나 일훈이가 쓴 곡에는 두 사람이 멤버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멤버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아니까 음악에도 고루 녹여낼 수 있는 거지. 그 마음을 느낄 때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양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각자 활동량이 다른 만큼 그때마다 주목받는 정도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멤버별 주목도의 차이가 느껴질 때 종종 불안하기도 할 것 같은데. 창섭 시기별로 주목받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비투비라는 팀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훨씬 많다고 느낀다. 민혁 서로 응원하고 축하해준다. 불안해하기보다는 각자 개인적인 부분을 더 고민하게 되지.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잘해봐야겠다 다짐하면서.
각자에게 비투비는 어떤 의미인가? 일훈 햇빛. 사람들에게 언제나 밝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 싶어 하는 팀이니까. 프니엘 일훈이가 말한 햇빛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다. 민혁 친정 같은 느낌? 언제 찾아가도 좋은 곳. 성재 친정 이라… 숙소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가족이 있는 본집에 가도 여기가 내 집 맞나 싶고, 반대로 숙소에 있을 때도 여기가 내 집인가 싶다. 그래서 최근 든 생각인데 어디든 멤버들과 같이 있는 곳이 내 공간인 것 같다.
7명이 모이면 비투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겠지? 은광 우리가 가장 우리답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어떤 음악일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주로 이런 주제로 대화한다. 현식 예전부터 멤버들끼리 비투비만의 길을 만들어서 가자고 다짐했었다. 여느 아이돌 팀을 보면 선배들이 닦아놓은 루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우리만의 것을 하자고 약속했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지금까지는 나름 잘해오지 않았나 싶다.
활동하는 6년 동안 변한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특히 성재와 일훈은 활동 중에 성인이 됐다. 은광 원래 좀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창섭 나는 외려 성격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은데. 맞지? 현식 창섭이 형은 6년 동안 서서히 안 웃겨지고 있다. 성재 내가 아직 어리구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 요즘 데뷔하는 신인 팀 보면 중·고등학생 멤버도 있더라. 그럴 때면 또 이쪽 세계에선 나이가 든 편인가 싶기도 하고. 무조건 열심히 달려야 할 때라는 건 분명하다. 아, 이제는 멤버 모두 성인이니까 술을 마실 수 있지.
멤버들끼리 모여서 술을 자주 마시나? 서로 술버릇도 잘 알고 있겠다. 민혁 창섭이는 오늘 아침까지 마셨을걸? 창섭 아니거든! 민혁 난 술버릇이 없다. 그냥 필름이 가끔 끊기는 거지. 일훈 아, 현식이 형 에피소드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네. 중국에서 스케줄 끝내고 현식이 형이랑 둘이 술을 엄청 많이 마신 적이 있다. 그날은 호텔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취했었다. 자다가 아침 일찍 한국으로 돌아와야 해서 깼는데 현식이 형이 침대에 누워 허공에 대고 중국말로 ‘기사님, 여기 세워주세요!’ 하면서 계속 택시 기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너무 웃겼다.
하하, 그럼 프니엘을 제외하고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편인가? 은광 해소 안 해도 된다. 지금 이대로 좋으니까. 민혁 자, 마음이 지칠 땐 비투비의 ‘괜찮아요’를 들읍시다. 성재 요즘 힘든 일을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기’를 실천 중이다. 일훈 여행을 좋아한다. 바쁠 때는 자린고비가 굴비를 엮어놓고 쳐다보는 것처럼 여행 사진을 꺼내 보면서 위로받는다. 은광 아, 요즘 현식, 성재랑 ‘방탈출’ 카페에 자주 간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보니 같은 팀인데도 취향과 성격이 제각각 다르더라. 특히 민혁이 인스타그램에 가끔 올리는 영화 감상평을 재미있게 읽었다. 일훈 프니엘 형은 파워 블로거가 꿈이고, 민혁이 형은 영화 칼럼니스트가 꿈이다. 민혁 최근에 본 영화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드라이버>. 두 편 다 잔인한 작품이다. 충격적인 장면도 많고. 옛날 영화 찾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엔 좀 평화로운 작품으로 골라볼 참이다. 은광 윽, 잔인한 거 싫어.
창섭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역시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사랑해)’가 가장 눈에 띈다. 이렇게 로맨틱한 신조어를 만들었으니 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창섭 작년에는 어디선가 올해의 신조어 3위로 뽑혔다.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았다. 성재 창섭이 형은 자기가 만든 말이면서 풀어서 설명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또 쑥스러워한다.
가수가 되지 않았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워낙 재미있는 사람들이니까. 은광 프로 게이머. 창섭 어떤 식으로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성재 낚시터 사장. 낚시가 너무 좋다. 그러다 <VJ특공대>에도 출연하고. 프니엘 포토그래퍼. 창섭 얼마 전에 일본에서 발표한 내 솔로 앨범 재킷 사진도 프니엘이 찍어줬다.
20대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게 있나? 일훈 돈과 상관없이 꼭 하고 싶은 일에 용감하게 달려드는 것. 현식 4개 국어 마스터하기. 앞으로 4년 남았으니까 서둘러야 한다. 창섭 록 스타가 되고 싶다. 혼자 록 콘서트를 해보는 게 꿈이다. 성재 20대에는 30대를 준비하고, 30대가 되면 40대를 대비할 거고. 일훈 뭐야, 그럼 언제 하고 싶은 걸 해. 맨날 준비만 해? 성재 아, 그런가? 다시, 다시! 은광 자, 그럼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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