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대할 때는 기대감이 든다. 좀처럼 짐작할 만한 근거가 없을 때는 호기심마저 생긴다. 낯선 얼굴의 송강이 그렇다. tvN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의 작은 역할을 빼고는 보여준 적 없는 그의 색깔은 지금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9월에 방영하는 MBC 주말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신인 배우 송강은 ‘김우주’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엄마를 무척 사랑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유도를 배우는 착한 아들. 하지만 알고 보면 유도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메이크업이나 네일아트, 심지어 손뜨개를 좋아하는 남자다. 물론 어디까지나 김우주의 취향이다. “전 원래 운동을 좋아해요. 웨이트트레이닝을 특히 좋아하고요. 그런데 드라마 속 저는 제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요. 마스카라도 바르고요. 요리를 좋아해서 두부도 막 썰고 그래요.” 그렇게 자신과 완전히 다른 김우주를 만들어가며, 속 시원한 정답을 찾는 시간보다는 온통 질문과 고민이 가득한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지만, 현장에 가면 교실에서 배운 것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란다. 송강은 지금 모든 것이 낯선 나날의 한가운데에 있다.

송강이 연기를 하기로 결심한 건 어느 날 집에서 본 영화 한 편 때문이다. 꿈을 꾸기보다는 무기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본 영화 속 배우의 눈빛이 송강을 움직이게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있는 제 자신이 초라했어요. 그때까지는 손에 잡히는 꿈이 없었죠. 고등학교 친구들과 작은 가게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운 좋게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죠. 모든 게 다 운이었어요. 지금껏 살아오며 무언가를 이루려 크게 노력해본 적이 없어요. 이제야 제대로 노력해보려고요.” 오디션에 떨어진 적도 많다. 그래도, 그까짓 몇 번의 불합격은 이 밝은 청춘을 이기지 못했다. 아직은 칭찬받는 때보다 혼날 때가 더 많고 답을 얻는 날보다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날이 많지만 그럼에도 좋은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학교에서 연기를 배웠는데도 이상하게 현장에 가면 많이 긴장해서 그런지 그동안 배운 걸 다 잊어버려요. 저는 욕먹는 게 좋아요.(웃음) 칭찬을 받으면 제가 쉽게 풀려버릴지도 모르잖아요. 혼나면서 나사를 계속 죄는 거죠. 물론 매일이 밝은 날이라고 할 순 없죠. 가끔 어두운 날도 있지만 그런 날들을 애써 이겨내려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둬요.”

아직은 낯선, 그리고 자신을 꾸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편한 송강을 좀 더 소개하자면 이렇다. “전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낯을 많이 가리죠.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 친해지면 장난도 잘 치는데 요즘 문득 장난스러운 성격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편해서 하는 행동인데 상대는 싫을 수도 있잖아요.” 좋아하는 건 운동. 자전거를 타고 영동대교가 보이는 한강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혼자 미래를 상상해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얼마 전 그려 본 제 미래는 외딴곳에 있는, 통창이 난 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어요. 음악은 인디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스탠딩 에그도 좋고 요즘 많이 듣는 건 윤딴딴의 ‘니가 보고싶은 밤’이에요. 여행도 즐겨요. 그중에서도 혼자 가는 여행. 올해가 가기 전에 여행을 가고 싶어요. 외국은 아직 많이 가보지 못했으니 해외여행이면 좋겠네요. 보라카이에 가면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던데. 그 곳에 간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보고 태닝도 하고 싶어요.” 요즘 그는 부쩍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가보고 싶은 나라도 많고 지금껏 해보지 못한 운동에도 욕심이 생겼다. “이상해요. 배우고 싶고, 하고 싶고, 되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어요. 일단은 <밥상 차리는 남자>의 우주를 잘해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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