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에마 스톤의 환상적인 모습은 쉽게 잊기 어렵다. 에마 스톤은 커다란 리본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비주얼 이펙트’ 시상을 맡아 환상적인 연기 실력까지 보여주었다. 괴짜 의상도, 시각적인 개그 요소도 없이 멋진 연기 실력으로 수많은 관중을 압도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인상에 남은 그녀. 에마 스톤이 열네 살 때 부모님 앞에서 파워포인트로 자신의 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왜 애리조나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해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부모님을 설득한 것이다. 당신이 에마 스톤을 안다면,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영화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에마 스톤은 영화를 무척 사랑하며 영화를 보고 만드는 것 전부에 관심을 두고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배우다.
빌리 진 킹에게 테니스 레슨을 받았더군요. 빌리 진 킹을 처음 만난 건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 두세 달 전이었어요. 뉴욕의 한 테니스 코트에 함께 갔는데 그녀는 제가 테니스를 위한 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챘지요. 그때부터 저는 그녀의 인간 골든레트리버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반려견에게 공을 던져 가져오게 하는 것처럼 그녀는 공을 계속 쳤고 저는 계속 받아 쳤어요.
빌리 진 킹에게는 세상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없던 시절이 있었죠.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 탓에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고요. 그녀가 스물아홉 살 때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져요. 그런데도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죠.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앙금이 많이 남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빌리 진 킹이 스물아홉 살 때 어땠는지 당신에게 속속들이 털어놓았다 해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생각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그녀가 당시에 얼마나 끔찍한 시간을 보냈는지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어요. 20대와 30대가 끝나기를 바랄 정도로 처참했다고요. 하지만 그녀는 힘든 인생의 여정 속에서도 확실한 답을 찾기 전까지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결코 포기하거나 내려놓지 않았어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다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거예요.
성차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해요. 재능 있는 여성들이 여전히 외모를 잣대로 평가받고 동일한 일을 했는데도 남자보다 임금을 더 적게 받죠. 그녀가 전에 한 인터뷰를 보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질문이 있어요. 참 슬픈 얘기인데요. 그녀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늘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언제 테니스를 그만두고 2세 계획을 세울 거냐?’였대요.
당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나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은 없나요? 이번에 빌리 진 킹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녀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제 의견을 펼치고 주장하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에요. 자신에 대해 많이 곱씹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기도 하고요. 반면에 빌리 진은 매우 직설적이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이야기할 때 자신감에 차 있어요. 그런 성격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죠. 물론 완벽하게 편해지진 않았지만 그분의 모습을 연기로 담아내는 일은 참 멋진 과정이었어요. 저에게 큰 도전이기도 했고요.
남녀 임금 격차 문제로 돌아가 전에 어떤 멍청한 남자가 남녀 임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에게 저녁을 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에게 데이트 비용은 남녀 동일 임금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었죠.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이 어떤 남자를 만난다면 돈을 내고 대가를 얻는 지불 관계인가요, 아니면 지갑을 꺼내는 자가 먼저 돈을 쓰는 관계인가요? 전 항상 지갑을 여는 쪽이었어요. 그래서 먼저 사주는 편이에요. 하지만 상대에게 반반씩 내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신은요?
저도 같아요. 데이트할 때 남자가 무조건 돈을 내는 것이 기사도 정신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사실 전 누가 돈을 먼저 내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저도 그래요. 남자가 저녁 식사 비용을 낸다고 해서 여자가 그 돈의 교환 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돼요. 하지만 일터의 동일 노동에 대한 임금 차이는 상황이 달라요. 같은 일을 했는데 여성이 남성의 80% 이하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죠.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노동을 했는데도 불공평한 임금으로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분명한 건 당신은 이 문제에 관심이 확실히 많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남녀 불평등에 대한 질문들이 주로 여성들에게 건네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해요. 여성이란 이유로 자주 받는 질문 중에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도 있어요. 만약 임금을 남성과 평등하게 받는다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 운 좋고 행복한 소수가 된 소감이 어떤지도 물어보겠죠. 에이미 애덤스와 함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자가 우리에게 이 질문을 했답니다. 에이미 애덤스는 “이게 바로 문제예요. 당신은 우리가 둘 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군요. 정말로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라고 답하더군요.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도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어요. 그래서 부당한 것을 바꾸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하죠. 지금도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느껴요. 정치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갈 길이 머니까요. 세상은 점점 더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분배를 원하고 남과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는 질문을 되풀이해서 받는 사람이 되기는 참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저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의심 없이 가치 있다고 답할 거예요.
당신은 앞으로 어떤 운동을 지지할 생각인가요? 요즘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 혼란 속에서 정신을 온전한 상태로 보호하며 살기란 쉽지 않죠. 이 와중에도 희망과 낙관주의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불신을 경험해봤기 때문이에요.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바람도 있지만 반면에 이젠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절망이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모든 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의 체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누구도 사랑과 인류애, 평등, 함께 사는 사회가 투쟁 없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에 여러 가지 집회와 아름다운 의미가 담긴 글들,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고무적인 일이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미래에 관심을 갖고, 더욱 확실하게 일이 성사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죠. 전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보물이라 생각해요.
시계의 추는 언제나 양쪽으로 흔들리는 법이죠. 미스터 로저스(본명은 프레드 로저스로 어린이 TV 프로그램 사회자)가 남긴 명언 ‘당신에게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봐요!’란 문장이 문득 떠오르네요. 오, 미스터 로저스! 그분의 명언은 정말이지 최고예요.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거나 이미 일어났다면, 그 일이 설령 끔찍한 것이라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극복의 희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명언은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시련이 기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지요.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 그럴수록 기품과 힘이 더욱 발산되는 법이죠. 인간의 정신은 참 위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매일 투쟁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지도 몰라요. 그런 면에서 저는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투쟁할 수 있는 방법을 꼭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