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다 했어요. 떨려서···.” 충혈된 눈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배우 홍경이 해사하게 웃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연기할 때는 좀 덜해요. 한 가지에 완전히 집중했을 때 긴장이 툭 풀어지고 순간적으로 빨려드는 느낌이 있거든요. 오늘도 그래야 할 텐데.(웃음)” 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남치원(최다니엘)을 깍듯하게 모시는 군대 후임이자 좌윤이(백진희)의 동생으로 극의 ‘쾌활’을 맡았던 배우 홍경. 작년 <학교 2017>로 얼굴을 알린 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탈영병,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최성재’를 지나며 자신만의 서사를 쌓는 중이다.
매일 새로운 재능과 끼로 무장한 인재가 수혈되는 배우의 세계에서 홍경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 서두르기보다 외려 고요하고 차분하게 기본기를 다지려는 배우다.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보니 주변에 끼 넘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사이에서 저는 좀 애늙은이고요.” 참고로 그는 주로 쉬는 날이면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는데 한번 자리 잡고 앉으면 서너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요즘 가장 자주 가는 곳은 교보문고 합정점이다. “처음에는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나대로 해보자 하고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학교 2017>이나 <저글러스>에서는 맡은 캐릭터가 워낙 밝고 쾌활해서 주변 친구들의 말하는 습관이나 행동, 생각하는 방식 등을 관찰하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고요.”
반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탈영병 역할처럼, 쾌활한 역과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제안받는 건 특유의 맑은 이미지 영향이 크다. “악한 면과 선한 면 모두를 봐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는 사회적으로 결핍이 있거나 깊은 트라우마를 지닌 역할에도 매력을 느껴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인물의 가정환경부터 짚어나가거든요. 부모님에게 어떤 사랑을 받고 자랐는가가 한 사람의 인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 에즈라 밀러가 연기한 ‘케빈’ 역할이 매력 있어요. 순수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겉과 속이 같은 사람. 기술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는 대로···. 아, 그러면 안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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