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팬츠 수트 니나 리치(Nina Ricci), 안에 입은 입은 다크 그레이 스윔수트 프론트로우×렉토(Front
Row×Recto), 아이보리 뮬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재경

블랙 원숄더 톱 준지(Juun.J), 그레이 체크 팬츠 폴앤앨리스(Paul & Alice),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재경

스웨이드 소재의 베이지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그레이 체크 원피스 에이치앤엠(H&M), 블랙 레더 롱부츠 코치 1941(Coach 1941),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자로 부쩍 바빠졌어요. 얼마 전 <라이프 온 마스>를 끝냈고, <배드파파>에 합류하게 됐어요. 오디션에 붙어서 작품에 잘 어울리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연구하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어요.

캐스팅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려면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필요할 것 같아요. 예전에 웹드라마를 함께 했던 감독님이 외국에서는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도 오디션에 참가해 캐스팅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 배역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 말을 듣고 오디션을 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혹여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시작부터 잘못된 거죠.

그동안 오디션에서 실패한 적도 있었겠죠? 많은 실패를 겪었죠. 실패할 때마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를 돌아보며 채워가려고 했어요. 레인보우 활동이 끝나고 인생의 새로운 단락이 시작되었는데 그 시작이 <라이프 온 마스>였어요. <라이프 온 마스> 오디션에 붙기 전까지 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그때는 내가 가는 길이 과연 맞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죠. 그러다 오디션에 붙었고 감독님이 ‘너 잘되겠다’라고 한마디해주시는데 그제야 고민에 대한 답을 얻었어요.

실패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길의 방향을 바꾸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살면서 늘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떨어지면 내 것이 아닌가 보다 하고 훌훌 털어버리죠.

아이돌의 세계와 배우의 세계는 결이 좀 다르지 않아요? 크게 다르진 않아요. 오디션에 붙어야 하고 배역을 따내야 한다는 면에서 오히려 닮았죠. 다만 레인보우 때는 힘들면 기댈 6명의 어깨가 있었고 지금은 혼자 이겨내야 해요. 아, 오늘 레인보우 멤버들 만날 거예요. 며칠 후면 (조)현영이 생일이거든요.(웃음)

<배드파파>에서 연기할 ‘차지우’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나요? <배드파파> 오디션을 보는데 대기실에서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들어오셨는데, 감독님을 만난 적 없는 터라 다른 배우의 매니저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별생각 없이 제 스태프들과 평소처럼 털털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오디션을 보러 들어갔더니 대기실에서 만났던 분이 감독님이더라고요. 감독님은 자신이 생각한 차지우의 모습과 평소의 김재경이 닮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차지우는 광역수사대의 에이스예요. 일을 잘해서 젊은 나이에 빨리 승진했고 워커홀릭이죠. 일을 사랑하지만 그만큼 가족도 사랑해요. 일을 사랑하고 본인이 매료된 것에 몰두하는 모습이 20대 초반의 저와 많이 닮았어요. 그때의 저는 앞만 바라보느라 바빴어요. 차지우는 새로운 파트너가 생기면 상대가 얼마나 버틸까 하는 생각에 정을 주지 않고, 타인에게 마음도 늦게 열죠.

20대 초반의 김재경과 지금의 김재경은 많이 다른가 봐요. 전에는 미래 를 바라보며 살았어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미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죠. 현재의 나를 돌보거나 과거를 돌아보기보다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위해 어떻게 달려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현재를 보며 살아요.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대자연의 힘을 느끼고 갑작스레 생긴 변화예요. 방송 촬영 때문에 파푸아뉴기니에 갔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수도 시설도 없는 열악한 곳이었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등바등 살았나 싶더라고요. 그저 현재에 집중하며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졌어요.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그 하루가 모이면 분명 미래도 멋질 테니까요. 깨달음을 얻은 그 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중요한 경험이 되었어요.

긴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단발머리를 해보는 것이 제 버킷 리스트의 하나이기도 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에게 제가 생각하는 차지우의 모습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머리도 짧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허락하면 자르고 오겠다고요. 오디션 때 온갖 준비를 다 해가는 편이거든요. 차지우에게 어울릴 헤어스타일, 옷, 행동을 이미지로 찾아 폴더별로 정리해두죠. 그런 준비 과정이 즐거워요. 찰흙으로 빚듯이 인물을 점점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배드파파>를 앞두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겠죠? 차지우가 아닌 김재경이 보일까 봐, 그 점이 가장 걱정스러워요. 그래서 차지우로 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데 제가 거슬리면 안 되니까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제가 잘 타고 흘러가길 바라요. 연기자는 자신을 악기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몸이 좋은 악기가 아니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을 테니, 항상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봐야 하죠. 그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상대 배우들과 어울려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미있어요. 그 호흡이 기대되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죠.

일련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져요. 전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에요. 화가 잘 나지 않아요.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아요. 저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이 그렇다면 인정하죠. 아마도 저를 사랑해서 타인에게 관심을 두기보다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 없이 살려고 노력해요. 옳은 방향성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물론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죠. 그런데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생각에 몰두하면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제 직관을 믿어요.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죠. 그러다 보니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시간이 짧아요.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빨리 인정하죠. 사실 우리는 고민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만 인정하기 싫을 뿐. 답을 알고 있으면서 뱅글뱅글 돌면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최근에 가장 직관적으로 선택한 것이 있다면요? 설탕을 끊었어요.(웃음) 건강을 위해. 한 달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왜 망설였나 싶어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재밌고 운동을 좋아해서 다이빙도 즐기고 필라테스도 좋아해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해보는 데 주저하지 않았어요. 해보고 후회하고, 깨닫는 타입이죠.

쉬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나 봐요. 언젠가 SNS에서 직접 만든 소파를 본 적 있어요. 오래전부터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집이 좁아 둘 자리가 딱히 없어 못 만들었는데 이사하면서 거실 공간이 생겨 만들었죠. 일에서만 성취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아요. 죽을 만큼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고요. 성취감이 없으면 인생이 피폐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양한 취미를 가지게 됐어요. 가끔 후배들이 저한테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 놓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같이 운동을 하자고 하던가 공방에 함께 가자고 해요. 그런 데서 성취감을 느끼면 자존감이 회복되거든요.

자신을 채우기 위해 활동하지 않는 시간을 바쁘게 보내는 건 아닐까요? 전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뭔가를 배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재미가 우선이에요. 요즘 승마를 배우고 있는데 해보고 싶은 단순한 마음이 먼저였어요. 해보고 나니 근육도 발달하고 언젠가 말을 타는 연기를 하게 된다면 도움이 될 테고 마인드 컨트롤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죠.

올해는 많은 활동으로 채워진 한 해가 되겠어요. 뷰티 예능 프로그램의 MC도 맡았으니. 감사한 일이 많은 한 해 그리고 마음까지 신나게 보낸 한 해가 될 거예요. 배우 입장에서는 오디션에 붙은 거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린 세계 안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누군가를 만들기 위해 고심 끝에 결정한 거잖아요. 그 결정에 저를 염두에 두고 믿어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이번 드라마는 어떤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의 중심에 가족이 있어요.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예요? 친구. 심심하거나 배고플 때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해서 식사했는지 묻고,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동생에게 보러 가자고 하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김재경

실키한 피치 컬러 롱 드레스 자라(Zara), 그레이 앵클부츠 쥬세페 자노티 (Giuseppe Zanotti),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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