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 배우 드라마
레더 셔츠형 재킷 비이커(Beaker), 화이트 티셔츠, 와이드 팬츠, 하이톱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던 대학생이 어느 날 편의점 강도를 잡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 청년은 텔레비전 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이 짧은 인터뷰 영상을 본 지금의 소속사로부터 느닷없이 배우가 되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배우의 세계에 들어왔다. 드라마틱한 데뷔 스토리를 가진 장동윤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향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드라마 <학교 2017>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을 거쳐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뷰티풀 데이즈>까지 급하지 않은 속도로 새로운 세계를 부지런히 배워가고 있다.

장동윤 배우 드라마
셔츠와 타이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Ermenegildo Zegna Coutur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동윤 배우 드라마
블랙 터틀넥 니트 스웨터, 팬츠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스니커즈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연기를 뒤늦게 시작했다. 남다른 독특한 데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아마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한 건데 두렵거나 주저되지는 않았나? 주저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좋다. 원래 지루한 걸 싫어한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회사 생활이 과연 나와 맞을지 고민했었다. 처음엔 잘 안되면 돌아가자는 생각도 있었고.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온 것들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일 아닌가? 전공을 살려 금융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배우가 된다고 해서 지금껏 살아오고 배워온 것들이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고. 비록 뒤늦게 배우가 되기는 했지만 학교생활도 마음껏 즐겼고, 시간을 충분히 누리며 살았다.

배우가 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배우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 있나? 배우가 되는 상상을 했다기보다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영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기도 했고, 글도 써보고 싶었고.

글 쓰는 걸 좋아하나? 시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시를 썼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턴가? 취미 삼아 쓴 건데 누가 시켜서 쓴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계속 썼다. 청소년 문학상을 탄 적이 있고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교육과정도 수료하고. 실은 대학에서도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어떤 내용의 시를 쓰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에 대해 쓴다. 소시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들에 관한 시를 많이 쓰게 된다. 사람에 대해. 가령 노숙인에 관한 시를 쓸 때면 그분들을 관찰할 때도 있고 직접 대화를 나눠보기도 한다.

연기는 결국 글로 쓰인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것과 글로 쓰인 것을 연기하는 일은 많이 다른가? 나도 곰곰 생각해봤다.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시를 쓸 때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는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자유롭게 드러내는 데 연기할 때는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시와 소설도 다르다. 시나리오는 어쩌면 소설에 가까운 듯하다. 시는 매우 함축적인 문학이고 소설은 펼쳐놓은 문학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글을 쓰면서 키운 감성이 꽉 찬 상태에서, 그 감성을 잘 컨트롤하며 감정을 이끌어내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연기는 왜 재미있나?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서.

시를 쓸 때도 사람에 관한 시를 쓴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 보인다. 세상에 혼자 사는 사람은 없지 않나. 당연히 사람을 대할 때 감정이 생기고 더불어 관계도 생긴다. 친구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미운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고. 사람에 관심이 많아서 연기할 때 감정을 다루는 일이 재미있다. 연기와 관련한 이론이나 기술을 배우기 전에 현장에서 먼저 경험하다 보니 현장에서 부딪히고 선배나 동료 배우와 얘기를 나누며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재미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배우는 타고나야 하고 끼가 넘쳐야 하며 노력보다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들을 지켜보니 그렇지 않았다. 인물을 분석하고 집중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더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 중반부터 등장했다. 많은 선배 배우와 함께하는 촬영장은 더 긴장될 것 같다. 이완익(김의성) 때문에 몰락한 집안의 아들로 신분을 위장한 채 무관 학교에 들어가 복수를 꿈꾸는 ‘준영’을 연기한다. 의욕은 넘치지만 그에 비해 서툴다. 방영 중반에 등장하는 인물이어서 선배들보다 늦게 합류했는데, 그 때문인지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선배들보다 열 달 정도 늦게 합류하다 보니 처음엔 촬영장이 어색했다. 그런데 선배들 덕분에 빨리 적응했다. 긴장을 많이 한 나와 달리 선배들은 여유가 있어 많이 배려해주었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다. 연기할 땐 인물에 진중하게 몰입하지만 긴장감보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선배 배우들뿐만 아니라 함께 작업한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 모두 좋은 분이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이 현장을 돌아봤을 때 어떤 느낌으로 남을 것 같은가? 엄청 좋은 기회. 앞으로 만나기 쉽지 않을 기회. 그리고 성장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된 현장으로 기억할 것이다. 언젠가 나도 <미스터 션샤인>에서 만난 선배들처럼 좋은 선배가 되었으면 한다.

곧 영화 데뷔작도 공개된다. 배우 이나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영화에서 어떤 인물을 맡았나? 지난해 10월 무렵에 크랭크업했으니 개봉을 1년 정도 기다렸다. 내가 맡은 인물은 연길에 사는 대학생 ‘젠첸’이다. 이나영 선배의 아들 역할인데,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을 버리고 한국으로 간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엄마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의 상처가 많은 어두운 인물이다. 연변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라 사투리를 열심히 연습했다. 일부러 대림동에 중국 음식을 먹으러 자주 가기도 했다. 그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투리에 대해 조언해줄 분도 한 명 소개받았다. 이제는 그분과 제법 친해져서 얼마 전에 밥도 같이 먹었다.

어릴 때 엄마가 떠났으니 감정의 결핍이 많은 인물이겠다. 그렇다고 대단히 특별한 감정은 아니다. 엄마의 부재로 원망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고 슬퍼하지만 한편으론 보고 싶어 하고. 충분히 이해되는 인물이다. 엄마와 아들이 떨어져 있던 긴 시간, 그 시간 끝에 만났을 때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만난 후 변하는 엄마에 대한 감정도. 처음에는 아버지가 도대체 왜 엄마를 찾으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감정 역시 변한다. 타인이면 포기할 수 있는데 가족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그 감정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영화와 드라마는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았나? <뷰티풀 데이즈>는 저예산 영화라 더 다를 것 같다. 각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 현장은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 객관식이고, 영화 현장은 문항은 적지만 오래 풀어야 하는 논술형 문제 같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다. 올해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드라마에 출연했고 첫 영화로 레드 카펫도 밟게 될 테니. 어느 해도 특별하지 않은 해가 없겠지만 올해는 유독 성숙할 기회가 많았다.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웠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올해 한 경험 덕분에 연기할 때 좀 더 끝까지 인물을 붙잡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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