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를 촬영하고 있죠? 12월 3일에는 시즌1에 이어 시트콤 <마음의 소리 리부트 2>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캐릭터 톤이 한결 가볍고 밝아졌어요. 사전 제작한 <마음의 소리 리부트> 시즌1과 시즌2가 연달아 공개됐어요. 전부터 코미디 장르를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욕심도 있었어요.
소녀시대의 유리가 ‘애봉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어요.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사전 제작 작품이라 드라마가 공개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했어요. ‘왜 갑자기?’ 하는 분위기였죠.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듯 저 역시 애봉이라는 캐릭터에 최대한 밀접하게 가까워지길 바랐어요. 옷차림이나 메이크업, 헤어는 물론이고요. 옆집에 있는 친구 같았으면 해서 친근해 보이는 스타일로 커트를 하고, 체중도 7킬로 정도 늘렸어요. 주변에서는 괜찮겠느냐며 묻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재미있고, 즐기며 작품에 임했어요.
배우에게 체중 증량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심지어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에서는 미식의 세계를 알아가는 인물 ‘복승아’를 연기하고 있어요. 오늘 밤(인터뷰 당일) 첫 회를 방영하는 예능 프로 <지붕 위의 막걸리>에서는 요리도 해요. 시기적으로는 솔로 앨범도 준비해야 했고요. 뮤직비디오 찍고 크롭트 티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런 활동이 평소 제 모습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스트레스로 느꼈다면 못 견뎠을 텐데 스스로 좋아하고, 찾아보는 관심사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예능 프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끼죠? 영향을 주는 분들은 늘 비슷하지만,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영역은 퍽 다양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예능 프로를 많이 하려고 하는 이유도 권유리라는 사람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을 접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 속에서 인연을 맺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다양한 형태로 연결된 인연들과 오래 함께하다 보면 저 역시 배우는 게 많고, 더 넓어지고요. 배우 중에서는 지성 오빠, (이)보영 언니와 친해져 지금도 연락 자주 하고, 언니랑 오빠가 조언도 해주세요. 얼마 전에는 연습실에서 보아 언니를 마주친 거예요. 제게 언니는 아이돌이거든요. 언니랑 같은 연습실을 쓰고, 언니가 내 무대를 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람인데 같이 수다 떨고, 이야기를 나누니 더 좋죠. 특정한 활동을 하기 전 후의 변화라기보다 나이 들어가고,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더 열리게 돼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 폐쇄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반대네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건 쉬운 길 같아요. 쉽게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오픈 마인드를 타고났다기보다는 폐쇄적으로 변하는 걸 최대한 경계하는 편이에요. 일할 때 빼고는 제 원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내 원래 모습’이 어떤 건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계속 찾으려고 하는 거죠.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시대의 유리라면 큰 영광에 갇혀 지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쉽지 않은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영광에 갇혀 살기에 세상은 넓고 다양하잖아요. 그에 비하면 나는 티끌처럼 작은 존재고. 재미있는 것이 여전히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요. 그래야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것 같아요. 그걸 놓지 않으려고 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분야에 오래 몸담다 보면 자신만의 매뉴얼을 고수한다거나 관성이 생기기 쉽잖아요. 맞아요. 어떻게든 그런 것을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그런 점이 가끔 저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관성에 젖지 않으려는 태도를 몸에 배게 하려고 해요. 지름길로 편하게 가려는 나를 누르고,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가자고 스스로 다독이고요. 그런 제 방식이 또 아집이 되면 안 되니까 소신 있게 살되, 스스로에게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매 순간 각성하려면, 매 순간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자주, 잘 놀아요. 논다는 의미가 일할 때도 노는 편이에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도 약간은 ‘내 알 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컷 한 컷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면 피곤해져요. 한 장 남기기 위해 1백 장을 찍는데 그 컷을 다 신경 쓰면 피곤해서 못 살아요. 그렇게 모든 컷에 관여하면 매번 똑같은 표정만 나오니까 재미도 없고요. 본인이 규정한 특정 모습만 바라고, 다른 시도를 두려워하면 들어오는 인풋도 딱 그만큼 걸러서 받는 것 같아요. 그럼 연쇄 작용처럼 또 똑같은 아웃풋만 나오고. 내게 새로운 영향과 영감을 주는 일과 사람이라면 나도 신나서 같이 하고, 그사이 조금씩 반 바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좋죠. 잘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 마음 하나는 자부할 수 있어요. 어떤 색을 입혀놔도 잘 흡수하고 섞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품에서도요.
이 대답에 도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이 있었겠다 싶어요. 있어요. 수도 없이.(웃음) 물론 시행착오는 여전히 겪고 있어요. 아직도 멤버들과 ‘아, 언제쯤이면’이라는 말을 종종 해요. ‘이쯤 되면 우리도 쉽게 쉽게 할 때도 되지 않았냐’ 하면서요.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본 적이 없잖아요. 비슷한 경험은 해봤겠지만, 서른 살의 유리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잖아요. 오늘 같은 기회도 감사하죠. 생각과 가치관이 표현하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각을 조심하려고 해요. 결국 그 생각이 은연중에 표정으로, 눈빛으로 나오니까요. 못되고 나쁜 생각을 하면 그게 묻어난다는 생각에 조심하려고 하죠.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대체 불가한 아이돌로 살고, 배우로 계속 대중과 만나온 데는 자신의 어떤 면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나요? 음··· 유쾌함 아닐까요? 흔들리기 참 쉽죠. 대신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 멤버들과 1년 중 대중과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날 수를 세본 적이 있어요. 어떤 사진이나 기록으로도 남겨지지 않은 날이 17일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 많은 날 중 이런 옷을 입은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조금 귀찮았고, 또 어떤 날은 실수도 했는데 그걸 일일이 신경 쓰면 못 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무언가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과하게 즐거워하거나 크게 좌절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소소한 일들에 행복해지더라고요. 점점 매일같이 공개되는 일상이나 유명세 또한 감사하게 여기게 됐고, 감사하니 즐기게 되고 더 솔직해지더라고요. 자꾸 어떻게 보이려고 노력하니까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늘 예쁘고 완벽해 보이려 하기보다 그냥 나는 이렇구나, 인정하는 성향. 그런 유쾌함이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오늘의 유리는 ‘작게’ 행복한가요? 오늘의 유리··· 행복했어요. 이미 많은 작업을 했음에도 권유리라는 사람의 결을 캐듯이, 파헤치듯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주려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고요.
오늘을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가요? 4시간 남았네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깔끔하게 딱 한 잔 하고 자는 게 요즘의 행복이라. 오늘은 달걀을 반숙한 다음 노른자 위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섞어 톡 하고 올릴 거예요. 막걸리 아니면 아주 작은 미니 캔 맥주를 한 모금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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