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스카이캐슬김서형 김서형화보 김서형마리끌레르 김서형인터뷰

패턴 셔츠와 스커트 모두 닥스(Daks), 이어링 해수엘(Hae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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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 톱과 화이트 팬츠, 체크 코트 모두 닥스(Daks), 볼드한 스니커즈 아쉬(Ash),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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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장식 트렌치코트 맥앤로건(Mag & Logan), 이어링 젤라시(Jealousy).

브라운 톤의 아이섀도를 펴바르고 아이라이너로 점막을 채워주어 깊이 있는 눈매를 연출했다. 헤라 센슈얼 인텐스 벨벳 #339호 레드시에나를 입술에 깔끔하게 채워 발라 포인트를 주었다. 제품은 모두 헤라(H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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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원피스, 와이드 팬츠 모두 닥스(Daks), 이어링 에스바이실(S_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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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재킷과 언밸런스한 체크 플리츠스커트 모두 닥스(Daks), 앵클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이어링 넘버(Numbering).

 

일본 이시가키에서의 화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김서형을 서울의 한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다. 요즘의 요동을 증명하듯 TV 연예 프로그램 카메라와 리포터가 그의 광고 촬영 현장을 중계했고, 수십 명의 스태프가 그를 켜켜이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짬을 내 그와 분장실에서 마주 앉았다. 김서형은 바깥의 소음을 털어내듯 몇 차례 움직이더니 차분하고 또렷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요즘 그에게 인터뷰란 진력난 숙제 같은 것은 아닐까 염려했지만 외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질문을 받은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과 해야 할 말을 선명하게 풀어냈다. 인터뷰 내내 지금의 성취는 이전 작품들과 그 시간을 돌파해온 노력의 총합이라고 강조했고, ‘김주영’을 만나기까지 보내온 지난 10년에 고마움을 전하듯 이전 작품과 캐릭터를 하나씩 소환해 호명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계속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자신이 있었거든’ ‘지난 10년의 시간을 잘 보내왔으니까’ ‘눈치는 안 봐요’ 등의 말에서 짐작건대 김서형은 탁월한 배우가 되는 것이 인생의 소명인 듯, 이 순간 끌어안고 있는 작품이 유일한 목표인 듯 엄격하게 몰입해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소명은 지금의, 앞으로의 김서형에게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말한다.

TV 드라마 한 편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콘텐츠가 지닌 힘을 느끼고 있어요.

유튜브, 웹 드라마 등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특정 콘텐츠에 대중이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도요. 채널이 많고 다양해진 만큼 관심의 간극이 커진 걸 느껴요. 하나가 아주 크게 터지는 대신에 나머지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기도 하고요. <SKY캐슬>이 하나의 사례를 만든 것 같아요. 흔히 사박자라고 하잖아요. 작가와 연출가, 스태프, 배우까지 어느 한 요소에 기대지 않고, 힘이 고르게 모여 잘 맞아떨어졌어요.

내 몫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배우 역시 불확실함의 굴곡을 품고 가야 하는 직업입니다. 배우만이 아니라 매사가 그런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사박자 중 두 박자만 맞아도 그 안에서 또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있어요. 때로는 두 박자가 맞는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도 하고, 설령 그 박자가 완전히 어긋나더라도 좌절하고 방황할 필요는 없어요. 시청률로 결과를 판단하고 평가받는 일이니만큼 수치에 초연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하나로 배우 일을 끝내는 건 아니니까요. 항상 다음, 그다음, 앞을 보고 가야죠.

최근 연예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과거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데도 이후 한동안 작품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어요. <아내의 유혹>은 당시 시청률이 40퍼센트 가까이 나왔는데 그다음 작품을 만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어요. 공백기가 생긴 이유가 작품 제안이 전무해서는 아니에요. 주변 분들로부터 너무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시간을 두고 다음 역할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고, 실제로 제안받은 역할이 ‘신애리’에서 파생된 캐릭터가 많았어요. 배우로서 갇힌 기분이 들었죠. 그 이상으로 잘해낼 자신이 없고, 재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전 작품과 새 작품 모두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이라고 판단해 출연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 갈증이 생긴 거예요. 그 목마름을 가지고 안 해본 것을 찾으며 10년을 보내면서 나 나름의 매력과 카리 스마를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연기해왔다고 자부해요. 당시 인터뷰 중에 지금이 전성기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작품은 뭐냐고 묻는데 갑자기 다시 까마득해지더라고요. 새삼 ‘다음은 뭘까?’라는 물음표가 생기고, 그래서 갑자기 울어버린 거예요, 아유.

지금 받는 대중의 관심과 인기에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겠다는 듯 보이기도 했고요. 10년 전에는 내가 이슈가 된다는 사실이 설레고 반가웠죠. 만약 그 상황을 겪지 못했다면 지금 여기서 방방 뛰고 있을 거예요. 배우들은 그래요. 마냥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대중에게 잊히기 싫고, 연기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굳어버리니까 꾸준히 카메라 앞에 서야 해요. 계속 일을 해야 하죠. 그런 이유로 지난 10년간 영화 <봄> <악녀>도 그렇고, 작은 영화든 뭐든 내가 드라마에서 찾지 못한 연기적 지점을 영화로 가서 찾아보기도 하면서 많이 굴러다녔어요. 당시 인터뷰 중에 지난 과정을 생각하면서 나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이 작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하다 말고 갑자기 울었나? 지금 상황을 즐기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난 10년을 생각하니 그 시간을 견디며 힘들었던 과정의 여파처럼 감정이 올라왔어요.

특정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면 당시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질 때가 있죠. 적어도 인터뷰를 하는 시간에는 나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요. 가식으로 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인터뷰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심취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지킬 건 지키고, 보는 분들도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저는 그런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심취하면 상황이 잘 보이지 않나 봐요.(웃음)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이제 안 그러려고요. 연예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 혼자 너무 진지했나 싶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전에 어쩌다 한 번 나가서 운 적이 있거든요. 그게 좀 꼴불견이어서.

그래서 이번에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교복 바지 입고 춤을 아주 확실히 추셨군요. 모든 게스트가 일단 춤은 한 번씩 다 추잖아요. 안 하려고 해도 하라고 하고. 판 깔아주면 또 하죠, 뭐.

드라마 <SKY캐슬> 출연을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들었어요. <SKY캐슬>을 포함해 1년 동안 네 작품을 했어요.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잠깐이지만 감정과 체력을 크게 썼던 터라 힘을 끌어올려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겁부터 먹은 거죠. 놓치면 아까울 걸 알면서도 그 시점에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으니까. 경력이 비슷한 배우들로 이미 잘 꾸려져 있는데 나 혼자 처지면 어떡하나 싶어 염려하는 맘이 컸어요.

연기를 오래 해도 내성이나 맷집은 생기지 않나 봅니다. 맷집을 믿고 시작했는데 초반 한 달 넘게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링거를 계속 맞고 항생제 맞으면서 연기했어요. 약을 많이 먹어서 탈이 날 정도로요. 7, 8회까지 제가 계속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고 하는데도 내가 보면 티가 나요. 그렇게 한 달 내내 약을 먹으니까 몸 상태가 더 좋지 않았죠.

힘을 완전히 다 쓰고 몰입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로 들립니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는 않겠죠. 힘을 쓰는 건 다 비슷할 수도 있어요. 나중에 어떻게 말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나는 인터뷰를 하면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고. 다른 분들은 ‘아, 그냥 힘들었죠’라고 하거나 ‘내성이 생겨서’라고 답할 수 있겠죠. 모르겠어요. 인터뷰를 할 때 내 감정을 숨기기보다 나는 어땠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내성이 생겼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니까. 힘들었지만 어쨌든 끝냈고, 다음 작품 끝내고 인터뷰할 때도 또 ‘힘들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한 집념도 크게 작용하나요? 극 초반에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2백 퍼센트 나왔다고 하는데도 내가 확인을 못했으니까 좀 더 밀어붙이기도 했어요. 첫 방송 이후에 모니터하고 안심했죠. 그런 믿음이 생기니까 더 완벽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뭐가 좀 더 있을까, 뭘 더 잘해볼 수 있을까 나 자신과 캐릭터에게 더 묻게 됐죠. 그리고 거기에 다른 배우가 아닌 김서형에게 김주영 역할을 맡긴 데 대한 책임감 등등 혼자 뭐 이상한 걸  다 가져다 씌우는 거죠. 그럴 때는 힘들고 스트레스가 되는 동시에 이상한 즐거움을 느껴요. 그 스트레스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니까요. ‘힘들어도 배우가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좀 가학적인 즐거움인데요. 잠 못 자고, 살은 더 빠지는데도 희열을 느끼고 얼굴은 더 좋아져요. 그 과정에서 나를 만드는 거니까. 힘들어도 그게 좋아요. 그래 놓고는 또 어디 가서 힘들다고 울고.

욕망에 충실한 기자(<이리와 안아줘>)와 수완이 탁월한 사업가(<위대한 유혹자>), 로펌 대표(<굿와이프>), 당 대변인이자 비례대표 초선의원(<어셈블리>), 정치력이 뛰어난 황태후(<기황후>) 등 주로 강인한 인물을 맡아왔습니다. 공통점이라면 극의 긴장을 만드는 특유의 장기가 발휘되는 역할들이죠. 수트가 잘 어울리는 외모나 목소리도 한몫한 것 같고요. 카리스마가 있든 기품이 있든 기본적으로 대본에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특히 <자이언트>의 ‘유경옥’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지닌 인물로 그 인생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대본을 따라 표출해내면서 힘을 실은 거죠. 중요한 건 이전 작품의 캐릭터 역시 김주영만큼 노력했다는 거예요. 그 전작들의 힘이 쌓여 김주영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봐요. 김주영을 보고 있으면 지난 10년간 내가 연기해온 인물들이 다 떠오르더라고요. 김주영을 준비할 때 끌어다 쓸 요소가 많아요. 제스처와 행동, 태도 등 복합적으로 지난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지난 캐릭터들이 좋은 재료가 된 셈이네요. 김주영을 만날지 모르고 만들었던 재료들이죠. 배우로서 계속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열심히 했죠. 지난 10년의 시간을 잘 보내왔으니까요. 지금이 전성기냐는 질문에 굳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드라마 자체, 출연한 모든 배우가 함께 빛을 보고 있으니까요.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을 듣는 건 좋지만 연기하는 동안은 늘 열심히 했으니 늘 전성기였다고 생각해요. 특별 출연이었던 <이리와 안아줘>에서도 연기하는 동안에는 불면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요. 모든 작품에서 전 똑같았어요.

한정적인 여성 배우의 역할에서 비교적 다양한 연기를 해왔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습니까? 역할의 한계는 있죠. 그래도 전 남성적인 지점을 갖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젊은 나이인데도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신애리도 그 정도면 장난 아니고, 신애리 이후 서른여섯 살 때인가 이덕화 선생님의 첫사랑 역할을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처가 되는 역할이었죠. 내가 서른여섯이면 이덕화 선생님은 그때 몇살이셨겠어요. 그 과정에서 내가 안아야 할 지점이 컸던 거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신애리 이후에 연기 폭이 넓어졌어요. 물론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도 적어요. 근데 왜 여자 배우 몫은 이렇게 적어요 하고 우리만 항상 인터뷰 하면서 그런 얘기를 묻고 답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모르겠어요.

본인을 두고 ‘예쁜 배우는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여성 배우에게 ‘예쁘다’라는 수식은 늘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예쁘다, 예쁘지 않다로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난 예쁘지 않은 쪽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매력 있다 그러지. 나는 매력이 있어요. 근데 예쁜지 예쁘지 않은지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오래 할 건데. 연기를 못하냐 잘하냐 하는 프레임 안에 나를 가둔 적은 있어요. 근데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예쁘지 않아도 예뻐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건 왜겠어요? 자기 할당량을 잘해냈을 때라고 생각해요. 나는 미스코리아로 시작했고, 떨어졌지만(웃음) 미스 강원에 나간 건 스스로 예쁘다고 여겨서 그런 건 아니에요. 자신이 있었을 뿐이야. 근데 떨어졌어요. 우리 집에 돈도 없고 안 되나 보다 하고 빨리 포기했어요. 내가 못 해낼 일에서는 포기가 빨라요. 근데 반대로 내가 이걸 잘할 자신이 있고, 선택했고 선택당했잖아요? 그럼 난 책임감 있게 맡은 걸 해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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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 화이트 팬츠 모두 닥스(Daks), 이어링은 뚜아후아(Troisr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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