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김고은
정해인 니트 스웨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고은 니트 스웨터 샤넬(Chanel), 데님 팬츠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J12 워치 샤넬 워치(Chanel Watches),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해인 김고은
카디건형 원피스 샤넬(Chanel), 이어링 샤넬 화인주얼리(Chanel Fine Jewelry).
정해인 김고은
재킷 멀버리(Mulberry),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해인 김고은
정해인 니트 스웨터 누메로벤투노(N˚21), 안에 입은 티셔츠 프레드 페리(Fred Perry), 팬츠 와이 프로젝트(Y/Project), 슈즈 에르메스(Hermes). 김고은 롱 카디건과 울 코트 모두 르메르(Lemaire), 와이드 팬츠 제인 송(JainSong),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해인 김고은
니트 스웨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데님 팬츠 프레임 바이 무이(Frame by MUE), 골드 체인 네크리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ta), 슈즈 르메르(Lemaire),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두 남녀의 이야기가 1994년부터 시작해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요.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두 사람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해인 하고 싶은 일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 피할 수 없는 일이 ‘현우’에게 다가와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가 있어 초반에는 조금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어두운 면도 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면서 좀 더 밝고 긍정적으로 변하죠. 고은 ‘미수’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아요.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급여가 꾸준히 들어오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죠. 어떤 면에서는 자존감이 좀 떨어지기도 해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간을 겪기도 했고. 그런데 현우를 만나며 변해요. 그렇다고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로 완전히 변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능동적으로 변하죠. 현우는 미수의 성향대로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상대예요. 불안정하니까요. 그런데 미수는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변화를 겪죠.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 든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요? 해인 시나리오가 더 재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미수 역할을 (김)고은이가 하게 될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잘됐어요. 그리고 시나리오의 전체적이 느낌이 따듯했죠. 위로받기도 하고. 아픈 사람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가장 좋았어요. 고은 시나리오로 처음 만난 미수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또 현우와 미수의 사랑이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한번쯤 꿈꿔볼 법한 지점이 있어요. 지나치게 판타지 같지 않아서 좋았고.

현우와 미수의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해인 처음에는 갇혀 있는 듯한 현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나면서 마음이 열리는 순간순간을 잘 드러내려 했어요. 고은 비단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과 상황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미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로맨스와 멜로라는 장르 속 배우 정해인과 김고은은 익숙한 면이 있어요. 같은 장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고은 미수와 현우가 동갑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이 둘이 사랑하는 모습이 아주 현실적이에요. 자취방에서 만나고 함께 퇴근하고 장 보고. 굉장히 현실적인 공간이 배경인데 그래서 더 공감하게 돼요. 해인 맞아요. 촬영할 때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손잡고 길을 걸어가는데 이 커플 너무 부럽다고. 고은 소소한 것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정지우 감독의 말랑한 멜로영화예요.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나 <사랑니>처럼 마음이 가는 로맨스영화를 기대하게 해요. 해인 처음 함께 작업했는데 말 그대로 장인정신으로 영화를 만드시는 분이에요. 한 땀 한 땀. 굉장히 디테일한데 그렇다고 배우에게 디렉션을 엄청 디테일하게 주진 않으세요. 추상적으로 뭔가에 빗대어 얘기하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감독님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런데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까 감독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금세 깨닫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과 대화하려고 엄청 뛰어다녔어요. 모니터링 카메라와 촬영 현장 사이에는 거리가 있잖아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계속 제가 있는 곳으로 뛰어오시는데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뛰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났어요.(웃음) 고은 감독님은 어떤 장면을 고민하며 배우들에게 얘기하실 때 추상적으로 디렉션을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배우에게 어떤 제한을 두고 싶어 하지 않으시거든요. 명백하게 설명해 자신의 의견이 정답처럼 느껴지는 걸 꺼리시죠. 그래서 오랜 시간 대화하게 되는데, 이제 영화 촬영장이 근무시간에 제한이 있잖아요. 그래서 감독님 말씀을 더 빨리 이해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웃음) 잘됐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전 감독님과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하니까 도움 되는 사람이 되려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봤습니다.(웃음)

정해인 김고은
셔츠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카디건 마르니 바이 무이(Marni by MUE), 팬츠 코스(COS), 슈즈 알든 바이 유니페어(Alden by Unipair).
정해인 김고은
니트 스웨터 마르니 바이 무이(Marni by MUE), 팬츠 코스(COS).
정해인 김고은
정해인 티셔츠 프레드 페리(Fred Perry), 팬츠 와이 프로젝트(Y/Project), 슈즈 에르메스(Hermes). 김고은 롱 카디건과 울 코트 모두 르메르(Lemaire), 와이드 팬츠 제인 송(Jain Song),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아요. 꼭 계절의 영향이 아니어도 오늘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호흡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함께 출연했다고 모두 친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고은 아, 그럼 너무 힘들 것 같아요. 해인 맞아요.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참 괴로울 것 같아요.

서로에게서 찾은 반전 같은 면모도 궁금해요. 해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요. 연기할 때와 하지 않을 때가 다르지 않고 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고요. 격의 없이 대해주는 면도 고마웠어요. 현장에서 고은이를 보고 있으면 저만 실수하지 않으면 별일 없겠다 싶었어요. 물론 반전도 있죠. 평소에도 밝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있는데 얼굴이 붓는 날이면 애교가 더 많아져요.(웃음). 고은 아니, 붓는 게 저는 특히 복불복이에요. 전날 많이 먹었다고 붓는 것도 아니고 굶는다고 붓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사석에서는 상관없는데 카메라에 잡히면 좀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그런가봐요.(웃음) 드라마 <도깨비>가 끝나고 (정)해인 오빠는 이상하게 우연히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만나서 무척 반가웠죠. 제가 격의 없이 대했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다 상대가 잘 받아주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예요. 그게 합이 잘 맞는 거죠. 웃긴 얘기 하면 잘 웃어주고, 그래서 현장 분위기도 잘 아우를 수 있고. 반전은! 술을 잘 마셔요. 못 마시게 생겼는데 술을 마셔도 흔들림이 없어요.(웃음)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도 닮은 것 같아요. 2019년에 <유열의 음악앨범>을 얘기하는 데 이질감이 전혀 없다고 할까요. 고은 둘 다 변화에 민감하거나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 시대의 아날로그가 주는 매력은 뭘까요? 해인 편안함. 시간이 더 머무는 느낌이에요. 노래와 공간, 사진 모두요. 아날로그의 시간은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고은 아날로그가 좋은 점은 아주 많죠. 세상이 점점 간편해지고 빨라지고 있잖아요.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뭔가 하나에 집중해서 하다 보면 하나를 놓치기 마련이에요. 그렇게 놓친 지점들이 아날로그에는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시대가 언젠가는 아날로그가 될 수도 있겠죠. 그때는 또 지금을 추억할 수도 있고.

아날로그 아이템 중 사라지지 않고 영원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고은 필카! 필름 카메라는 필름 한 통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 장 한 장 마음을 담아 찍게 돼요. 디지털카메라는 고속 연사로도 찍을 수 있으니까 촬영하는 마음이 다를 것 같아요. 해인 저도 필카요. 영화에도 제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고은이가 보는 장면이 나와요. 소중한 순간의 기억을 찍어서 방에 걸어둔 거죠. 디지털카메라도 인화를 맡길 수 있지만 아날로그처럼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이 덜하죠.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해인 촬영하면서 느꼈어요. 미수네 집으로 가는 언덕을 지나는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어릴 때 생각이 났어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골목길과 아주 비슷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떠올랐죠. 고은 저도 그래요. 어릴 때 친구들이랑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엄청 즐겁게 놀았거든요. 해 지는 게 싫었어요. 그때는 휴대전화도 없으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엄마가 창문 밖으로 큰 소리로 저를 불렀죠. 해 지고 밥 냄새가 나면 집에 들어갈 시간이었죠. 그래서 밥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싫었어요.(웃음)

모든 작품마다 배우는 점이 다를 것 같아요.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을 마친 후에도 그런 점이 있겠죠? 해인 저는 있어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끝내고 이 작품을 시작했는데 표현할 때 절제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현우가 워낙 갇혀 있고 어두운 캐릭터이다 보니 말 한마디라도 캐릭터의 결과 다르게 하면 너무 튀었죠. 절제하며 표현하는 것에 대해 감독님과 고은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며 배웠어요. 고은 작품마다 성장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요. 한 작품을 끝내면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지곤 해요. 그러다 보면 ‘그때 왜 그랬니?’ 이러면서 머리 박고 그래요. 이상하게 잘한 순간보다 그러지 못한 순간이 많이 떠오르거든요. 그게 꼭 연기에 국한된 건 아니고, 저 자신에게 아쉬운 지점들이죠.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이 끝나고 한참 지나 해인 오빠에게 문자도 보냈어요. ‘더 나은 파트너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고. 해인 맞아요. 고은이가 LA에 있을 때였어요. 고은 그날 진심으로 떠오른 생각이었어요. 남들이 알아채는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저만 아는 실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생각났어요. 그런 실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죠.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고 계속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아갈 것 같아요.

인간은 왜 자꾸 반성하는지 모르겠어요. 반성의 시간만 없어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고은 그 시간을 짧게 가지면 되죠. 짧게.(웃음) 해인 그런데 그 문자 보고 깜짝 놀랐어요. 고은 현장에선 내가 늘 너무 완벽했어?(웃음) 해인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는 것과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느낌이 다르잖아요. 진심이 담긴 문자가 너무 진지하게 오니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 고민했어요. 어떤 표정과 마음으로 그 문자를 썼을지 그려졌거든요. 여행을 갔다는 건 뭔가 떨치고 비워내려 간 건데 연기 생각만 계속 하고 있는 게 느껴졌나 봐요. 고은 내가 너무 완벽했다면 그것만 기억해.(웃음)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여행을 갔어요. 혼자 동떨어져 있다 보니까 전작이 자연스레 생각나더라고요. 연기는 이미 해버린 거니까 어쩔 수 없는데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걸 제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해인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말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 끝까지 몰랐을 거예요.(웃음)

한 편의 영화를 촬영하고 개봉 전에 홍보하고 개봉하기까지, 가장 즐거운 순간과 힘든 순간이 있다면? 해인 가장 즐거울 때는 촬영할 때, 가장 힘들 때도 촬영할 때. 홍보 일정은 바쁘긴 해도 하면 되는데 촬영할 때는 고민도 많고 머릿속도 복잡하고 걱정도 되고 그래요. 고은 극 중 인물로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잘하든 못하든 현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요. 그런데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연기할 때는 괜찮아요. 어차피 카메라 앞의 김고은은 저 자신이 아닌 극 중 인물이니까. 그런데 오늘 <비긴어게인> 촬영하러 가거든요. 너무 걱정돼요. 그때는 연기가 아니라 저 자신을 보여주는 거니까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마지막 질문이에요. 영화 제목이 음악 앨범이니까. 조금 오글거리는 질문이기는 한데, 오늘의 앨범에 담고 싶은 음악은? 해인 루시드 폴의 ‘보이나요’. 고은 전 이소라의 ‘그대와 춤을’. 사랑하는 그대와 춤을 춘다는 내용인데,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에서 틀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정해인 김고은
정해인 셔츠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카디건 마르니 바이 무이(Marni by MUE). 김고은 니트 스웨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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