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 렌

뉴이스트 렌

체크 코트와 재킷, 팬츠, 터틀넥 모두 우영미(WooYoungMi), 블랙 어글리 슈즈 아식스(Asics).

뉴이스트 렌

안에 입은 화이트 터틀넥 에이치앤엠(H&M), 화이트 코듀로이 팬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화이트 어글리 슈즈 아식스(Asics), 빈티지 스웨트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여운 막내, 갭모에(평소에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나 행동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렌을 설명하는 몇 가지 수식어다. 그렇지만 해맑은 얼굴로 스튜디오에 등장한 그가 자신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파격’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평범한 방식 대신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마냥 좋게 봐주지만은 않더라도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갈 생각이라는 말과 함께. 8년의 시간을 겪으면서 그가 생각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 미니 음반의 발매일이 딱 열흘 남았어요. 녹음이랑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다 끝내고, 지금은 군무 연습 중이에요.

이런 시기가 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나요? 기대감도 있지만 부담감도 많아요. 어떻게 이 곡을 해석해서 보여줘야 할지, 이 퍼포먼스를 했을 때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담이요. 그래서 이때가 되면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해요. 어떻든 간에 사람들의 반응을 빨리 느끼고 싶거든요.

티저 이미지를 봤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판타지적인 모습과는 전혀 달라보였어요. 이전까지 뉴이스트의 무대와 음악에는 가상의 스토리가 있는, 판타지적인 면이 많았어요. 이번 음반에는 반대로 현실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를 담아냈어요. 그래서 기존에 뉴이스트의 팬이 아니더라도 거리감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뉴이스트의 판타지적 이미지를 대표하던 멤버라 이번 음반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줄 것 같네요. 맞아요. 만화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던 예전과 달리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새 무대를 준비할 때마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했어요. 그래서 메이크업이든 헤어스타일이든 색다른 시도를 꽤 했는데.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대중성이에요.

뉴이스트 렌

벨티드 하프 코트, 안에 입은 터틀넥 모두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데님 팬츠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블랙 첼시 부츠 로크(Loake).

뉴이스트 렌

트렌치코트와 베이지 셔츠 모두 오라리 바이 비이커(Auralee by Beaker), 베이지 팬츠 코스(COS), 화이트 어글리 슈즈 아식스(Asics).

방향은 다르지만 어쨌든 이번 음반도 새로운 무대를 선사할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에 관해 주저함이 없는 편인가요? 전혀 없어요. 저는 언제나 과감한 쪽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조금 후회는 있지만요.(웃음) 예를들어 가발을 썼던 모습이나 머리를 길게 붙였던 모습이 당시에는 ‘이 정도는되야 아이돌이지’라는 생각에 꽤 만족했는데, 지금 보니까 조금 과했나 싶은 거죠. 부끄러운 건 아닌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반대로 늘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멤버도 있을 것 같아요. 민현이요. 음색도, 개인적인 성향도, 비춰지는 이미지도 항상 안정적이에요. 덕분에 어떤 컨셉트든 길을 잃지 않고 정도를 맞출 수 있어요.

본인의 성향과 다른 멤버들이 가진 성향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나가는 편인가요? 저는 생각하는 정도에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나고, 민현이는 몇 발짝 앞으로 나가면서 정도를 맞춰요. 예를 들어 컨셉트 회의를 할 때도 제가 ‘남자인어’ 같은 과감한 아이디어를 말하면, 회의를 거쳐서 이를 상상하며 스타일링하는 정도로 맞춰가는 거죠.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서로 잘 안다고 대충 넘어가지 않고, 생각을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보는 거죠. 또 시간도 한몫했어요.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접점이 생기고 팀워크도 안정적으로 맞춰진 것 같아요.

하나의 완벽한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반대로 자신의 성향과 매력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뉴이스트로서 보여지는 것도 있지만, 개인 활동을 통해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어요.

개인 활동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저는 늘 파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범한 무대나 컨셉트 말고 항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파격에 초점을 맞추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연습생 때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 무대를 보고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음악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나중에 이런 무대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생각이 발현된 무대 중 하나가 작년 두 번의 콘서트에서 보여준 솔로 무대였던 것 같아요. 빨간 천으로 눈을 가리고 피아노를 치면서 등장한 ‘Paradise’도, 불에 탄 듯한 셔츠를 입고 등장한 ‘나, 너에게’도 꽤 파격적이었거든요. 모두 제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무대예요. ‘Paradise’는 제목처럼 꿈같은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어요. ‘나, 너에게’는 가사 속 아픔과 상처를 무대나 스타일링으로 드러내려고 했고요.

콘서트 무대 외에도 나이, 성별, 인종을 가늠할 수 없는 컨셉트를 여러 번 선보였어요. 그게 제 취향이기도 해요. 명확하게 ‘이건 이렇다’고 정하고 보여주기보다 제가 뭔가를 했을 때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느끼고 해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안정적으로 가는 건 싫어요. 재미가 없어요.

사실 그런 컨셉트는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에도 안정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쨌든 모두가 저를 좋아할 수 없고, 또 모두가 저만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추구하는 것을 보여줬을 때 박수를 쳐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안정적인 무대를 할 때와 과감한 무대를 선보일 때 기분이나 마음가짐이 다른가요? 확실히 달라요. 안정적인 무대를 할 때는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으로 오른다면, 컨셉추얼한 무대에서는 그냥 즐기러 가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까지 무대 중 가장 나답다고 느낀 무대가 있다면? 예전에 레이디 가가 분장을 하고 춤을 춘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진짜 팝스타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해봐서 좋았던 것 같아요.

언젠간 해보고 싶은 궁극의 무대가 있을까요? 무대를 불질러버리고 싶어요.(웃음) 퀸의 마지막 공연처럼 불살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사람들을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강렬한 무대를 해보는 게 꿈이에요.

스스로 어떻게 비춰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파격적이지만 소극적인 면도 있고, 귀엽지만 그 안에 남자다움도 있고, 화려하지만 내추럴함도 있는 사람으로요.

소극적일 때는 언제인가요? 다들 저한테 예능감이 많다고 하지만 막상 예능 프로그램을 나가기 전날에는 항상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내 모습과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별로 웃기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조금 소극적이에요.

의외네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 거라 예상했거든요.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요. 항상 대범하긴 했지만 뒤에서는 되도록 저를 객관적으로 지켜보려고 하고, 9명이 좋다고 해주는데 1명이 싫다고 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그 1명이 나를 좋아해줄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어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자책만 하고 사람들의 기준에 저를 맞추게 되더라고요. 거기서 오는 자괴감이 있었어요. 이렇게 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안 그래요. 신경 안 쓰고 과감하게 하는 편이에요.

멤버 중 유일한 트위터리안이에요. 트위터에서 팬들과 굉장히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이고요.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소통하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도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왜 이런 무대를 준비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는 것도 좋고요.

적극적인 소통을 해서 얻은 게 있다면? ‘민기(렌)는 진짜 착한 사람이구나’라는 반응. 하하! 그러니까 보이는 모습만 보고 착하다고 추측하는 거랑 직접 얘기해보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랑 다르지 않나 싶어요. 트위터를 하면 사람들이 제 진심을 알아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떤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시행착오도 겪고, 상처도 많이 받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면서 저만의 내공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이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리고 렌이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이에요. 응원해주고 들어주는 사람 말이에요. 아이돌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계속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 자신을 잘 돌봐야 해요. 연예계라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해야 하고요. 오래 하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잘 돌보고 있나요? 지금까지 잘 돌보고 있어요. 저를 돌보는 방식을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