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체크트위드재킷,2줄주름트라우저 모두 브라운오씨(Brown. OC), 옥스퍼드 셔츠 벨보이(Bellboy), 타이와 포켓 스퀘어 모두 제이크루(J.Crew), 레이스업 슈즈 잘란 스리와야 바이 유니페어(Jalan Sriwijaya by Unipair).

차이니스칼라 롱 셔츠 코스(COS), 와이드 팬츠 대중소(Daejoongso), 슈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시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피부가 조금 그은 것 같아요. <트래블러2> 촬영차 아르헨티나에 다녀온 여파겠죠? 선크림을 아무리 발라도 소용없더라고요.

여행을 다녀온 지 이틀째라고요? 아직 여운이 짙게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사실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면 15일도 긴 시간이고 불편할 수 있는데, 벌써 그립고 생각이 많이 날 정도로 그곳에서 행복했어요.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먼 나라라는 것 외에 생각보다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있는 사실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생경하고 즐거웠어요. 어떤 나라에 갔다기 보다 몰랐던 세상을 한 페이지 연 느낌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르헨티나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30시간 넘게 걸렸어요. 대서양을 가로질러갔죠. 말 그대로 가장 먼 곳이구나 싶었어요.

이동하는데만 왕복 3일이 걸린 셈이네요.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영화도 많이 봤을 것 같은데요. 독일 항공사라서 볼 수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어요.(웃음) 한국 영화가 딱 한 편 있더라고요. <기생충>. 그거 말곤 한국에서 본 영화를 원어 버전으로 다시 봤어요. <알라딘>  <라이온 킹>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요.

함께 떠났던 멤버인 배우 강하늘, 옹성우와의 조화는 어땠나요? 여행이 어땠다고 말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함께한 사람이잖아요. 같이 떠나기 전에는 두 사람 모두 친분이 깊지는 않았어요. 하늘이는 시사회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였고, 성우는 친분이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도 같이 여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 질 수 있었어요. 셋이 놀라울 정도로 닮은 지점이 많더라고요. 유머 코드도 비슷하고요. 조금 전에도 단톡 방에서 사진 주고받으면서 여행 얘기를 나눴어요.

싱글 브레스트 코트와 핀턱 치노 팬츠 모두 헤리티지플로스(Heritagefloss), 터틀넥 스웨터 휴고 보스(Hugo Boss).

레더 재킷 6 몽클레르 1017 알릭스 9SM(6 MONCLER 1017 ALYX 9SM), 그레이 터틀넥 스웨터 휴고 보스(Hugo Boss), 팬츠 코스(COS).

화이트데님코트와블랙니트 스웨터, 화이트 데님 팬츠,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 스파졸라토 로이스 레이스업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일행 안에서 어떤 역할을 자처했나요? 주로 주도하는 쪽이었나? 저뿐 아니라 다른 두 친구도 이 여행이 각자의 삶에서 중요한 여행일텐데 누군가가 이끌고 누가 따라가는 것보다 같이 만들어가는 여정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주도자가 따로 있지 않고 뭐든 셋이 대화하면서 정했어요. 어디갈래? 뭐 할래? 뭐 먹을래? 뭐가 좋았어? 계속 이런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여행했어요.

생경한 곳에 다녀오면 어떤 것들이 남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 방대한 경험을 하며 느낀 건 ‘이런 것이 지금의 나를 당장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의 나를 들여본다는 건 쉽지 않잖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내가 그랬지’하며 회상할 뿐이죠. 그런 점에서 현재의 나를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여행을 하며 발견한 지금의 모습이 있다면요? 특정한 모습을 발견했다기보다 시야가 달라진 것 같아요. 현재의 나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신작 영화 <해치지않아>의 제작발표회를 했어요. 2년 전에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2018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촬영했어요. 그렇지만 늦어졌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오히려 가장 잘 맞는 시기에 개봉하는 것 같아 설레요.

그 설렘을 기대로 이해해도 되겠죠? 네. 그런데 기대라고 말하는 것이 어쩐지 대인배처럼 느껴질 것 같기도 하네요.

<해치지않아>에서 맡은 ‘강태수’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꽤 기묘하던데요. 대형 로펌의 생계형 변호사이자 동물 없는 동물원의 원장이라니, 상충되는 단어의 조합을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요? 태수를 이해 할 수 있는 한 마디가 있다면 ‘결핍’인 것 같아요. 상충되는 단어 사이에서 태수라는 인물이 결핍과 불안감을 느끼고 절박해지는 지점이 이영화에서 어마어마한 동력이 돼요.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계획을 돌파해 나갈 힘이 되고요.

영화에 대한 기대평을 보니 ‘귀엽다’ 혹은 ‘웃기다’는 말이 가장 많았어요. 그외에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그건 빙산의일각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만들 때 스태프들이랑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 영화는 세상에 없는 영화다.’ 모두에게 그런 자부심이 있었어요. 아마 새롭고 세련되고 신박한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는 것으로 똘똘 뭉친 영화로 남지않을까 생각해요.

조금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영화를 촬영할 때의 기억을 꺼내보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치열하게 부딪힌 기억이 많이 나요. 태수라는 인물에겐 불안한 상황에서 동물원을 정상화하는 게 미션인 것처럼, 저라는 사람에겐 <해치지않아>에 캐스팅 됐을 때부터 그 역을 해내는 미션이 주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게도 태수와 비슷한 절박함이 생겨 났고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동력이되어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다만 ‘코미디 영화니까 재미있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어요. 제가 더 절박하고 심각할수록 오히려 코미디가 생성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해치지않아> 다음으로 개봉 예정인 영화 <사냥의 시간>에 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작품을 촬영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동시에 굉장히 치열했다고요. 맞아요. 2편 모두 촬영에 임하는 내내 치열했어요.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시간이 담겨있으니,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아요. 엄청나게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죠. 그리고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어떤 영감을 드렸으면 하고요. 아르헨티나에서 한인 민박에 묵은 마지막 날 작별인사를 드릴 때 사장님이 해준 “가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 저한테 탁 꽂히더라고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든 말이 었어요. 더 잘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랑받는 결과를 만들고 싶어요.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는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란 무게감도 한몫 하나요? 그렇죠. 아닐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또 주인공으로서 촬영할 때 마음과 개봉을 앞둔 마음이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어쨌든 각각 다른 식의 무게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안재홍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이 장면은 연기가 아니고 진짜다’라는 말이요. 영화 <1999, 면회>에서 잔뜩 긴장 한채 운전을 하다가도 좋아하는 SES의 노래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 장면이나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좋아하는 여자의 사랑스러운 행동을 보다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처럼요. 그렇게 말해주면 너무 좋고 감사하죠. 말씀해주신 장면 모두 그렇게 의도한 장면인데 그 의도대로 봐준다는 건 연기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에요. 연기론이라고 말하긴 거창하지만 연기 하는 순간들이 진짜라고 믿게 하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듣기 좋을 수밖에 없는 말이에요.

그게 연기하는 방식이겠죠? 배우가 만들어낸 극도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장면을 관객이 볼 때, 극으로 훅 들어갈 수있게 만드는 힘이엄청나거든요. 그걸 제가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움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요. 자연스럽지 않은 영화를 보면서도 쾌감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앞서 연기한 <1999, 면회>나 <소공녀> 같은 작품에선 자연스럽게 보이려 했다면, <사냥의 시간> 같은 경우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작품의 톤과 맞는 연기 방법을 찾는 것도 지금 잘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예요.

필모그래피 중 사람들이 다시 봐줬으면 하는 작품이 있나요? 지금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1999, 면회>예요. 첫 장편 주연작이기도 하고, 광화문 시네마의 첫 작품이기도 해서요. 당시에 단편만 찍던 터라 장편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어마어마한 무대에서 그 작품이 상영될 줄도 몰랐고, 거기서 상을 받게될 줄도 몰랐던, 아무런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작품이에요. 사실 개봉할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개봉해서 관객에게 어떤 것을 줘야겠다는 의도도 없었던 아주 청순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그리운 영화고요.

영화가 그리운 건가요? 아니면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걸까요? 둘 다요. 영 화도 그때의 저도 그리워요. 그때 강원도 철원에서 합숙하면서 촬영했던 순간들이 소중하게 자리 잡아서 지금 저라는 연기자의 지반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럼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본 작품도 <1999,면회>인가요? 네.한서른 번은 본 것 같아요. 그때는 관객과의 대화(GV)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나는 일이어서 GV 하기 전에 항상 저희끼리 다시 보고 했거든요. 독립영화다 보니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되게 많이 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해온 역할들로 인해 덧씌워진 이미지에 대해 궁금해요. 그간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악역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좋은사람,착한사람일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으시죠? 많이 들었죠.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도받았어요. 너무 착하고 순해보이는 역할만 많이 한 것아닌가, 너무 재미있는 역할만 한 것 아닌가. 그런데 저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급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미움받은 적도 있어요. <쌈, 마이웨이>의 ‘주만’이 의도적으로 미움받아야 하는 역할이었거든요.

그러네요. 그 역할 하면서 미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었죠. 공분을 샀죠.(웃음)

악역을 해보는 데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악역으로 오디션을 본 적이 있나요? 없어요.악역…뭐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겠죠. 하게 되면 열심히 하겠지만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연기라는 일은 깨닫는 직업이다’라는 선배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한 적이 있어요. 언젠가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깨닫고 싶은 바가 있다면요? 너무 뻔한 말 같지만연기를 잘 하는 것과 어떤 인물을 깊이있게 표현 하는 것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싶어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면 깨달아 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연기에 대해 잘했다고 방점을 찍는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하나요? 모르겠어요.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가까이하는 것과 반대로 멀리하는 것은 각각 무엇인가요? 가까이하는 건 여행. 여행은 언제나 가고 싶죠. 가기 위해 노력하고 챙겨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여행을 자주 하면서 저를 찾고 싶고, 여행이 주는 힘을 잘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멀리하는 건 인정하는 것.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의 것이 안 나오는 게 연기라는 생각이 있어요. 자꾸 의심하고 잠시 확신도 해보고 또 의심했다가 이런식으로 쉬지 말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나아가는 과정이 기왕이면 어떻기를 바라나요? 기왕이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칭찬과 격려도 받고 싶고, 당연히 비판도 필요할 테죠. 그런 것을 좋은 영양분으로 삼아서 단단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마침 옆에 나무가 있네요.(웃음)

새로움에 도전적인 편인가요? 아니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하는 쪽 인가요? 그때그때 달라요. 만약 이 작품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굳이 개인적으로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작품의 빛을 가린다면 좋은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거면 새로운 접근이 가능한 작품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에요. 새로움에 대한 태도는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에 매력을 느끼나요? 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도 좋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도 좋아해요. 그만큼 제가 하고 싶은 영화도 다양하고요. 그런데 그 안에 공통점은 있어요. 저는 엔딩이 좋은 영화를 선호해요. 영화를 보고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걸 즐기거든요. 관객으로서 그런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배우로서 그런 영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커요. 제 작품에 좋은 엔딩이 많기를 바라요.

해피 엔딩이 아니더라도요? 그럼요. 해피 엔딩이 아니어서 더 좋은 것도 있잖아요.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와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브라운 팬츠, 개버딘 스니커즈 모두 프라다(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