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화이트 셔츠 와이씨에이치(YCH), 니트 베스트와 와이드 팬츠 모두 로샤스 바이 무이(Rochas by MUE). 신예은 크롭트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니트 슬리브리스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팬츠 로우클래식(Low Classic).

우리 집 고양이 혹은 강아지가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들. 드라마 <어서와>는 사람이 된 고양이 홍조(김명수)와 강아지 같은 여자 솔아(신예은)의 만남을 통해 이런 상상을 현실로 이뤄준다.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 이야기는 괜찮다고 여기며 앞만 보던 삶을 위로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판타지인 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이런 순간을 꿈꿔왔을지도 모른다.

 

머스터드 컬러 니트 스웨터 폴 스미스(Paul Smith), 스트라이프 셔츠 리스(Reiss), 블랙 팬츠 메종키츠네 바이 비이커(Maison Kitsune by BEAKER).

 

데님 셔츠 아미리 바이 무이(Amiri by MUE), 팬츠 메종키츠네 바이 무이(Maison Kitsune by MUE),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김명수

드라마 <어서와>의 인물 중 원작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는 반응이 많아요.
주변 사람이나 팬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한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은 점이 없는 역할인 것 같아요. 고양이가 인간 남자로 변신한 ‘묘인’ 캐릭터인데, 일단 제가 고양이가 아니니까요.(웃음) 그런 일차원적인 점에서도 닮은 점이 없지만, 성격이나 성향도 꽤 다른 편이에요. 오히려 달라서 궁금하고,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고 캐릭터와 친해지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대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았어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몽글몽글한 분위기거든요. 제 캐릭터로 봤을 때는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변한다는 지점이 흥미로웠어요. 고양이와 사람의 감정을 모두 헤아려야 해서 어렵기는 한데, 그래서 대사가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어서와>의 따뜻한 분위기를 단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대사가 있을까요?
극 중 고양이의 시점이 내레이션 형태로 많이 나와요. 그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람이라면 안아줄 수 있다.”

고양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것이 있나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어요. 이름은 별, 제 성을 붙여서 김별인데요. 별이를 보면서 연구해볼까 싶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워낙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스타일이거든요. 그냥 하품하거나 기지개를 켜거나 놀라는 모습 같은 걸 보고 따라 하긴 했어요. 고양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그래서 그보다는 ‘홍조’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향을 잘 파악하려고 해요. 고양이에서 사람이 된 캐릭터라 초반에는 사람의 말 너머에 담긴 속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시‘ 계 좀 봐’라는 말에는 상대가 늦었을 경우 불쾌감을 드러내는 속뜻이 담겨 있는데 홍조는 그 말을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서 시계를 바라봐요. 그렇게 순수하고 아기 같은 면을 잘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전작에서는 천사였잖아요. 사람이 된 고양이와 천사 중 어떤 연기가 더 어려운가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이 가장 어려워요. 천사뿐 아니라 왕도 했고, 천민도 했고, 판사도 했는데 그것들은 어찌 됐든 끝난 거고, 이미 살았던 삶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현재 진행형이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려워요.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으로 신인상을 받았어요. 배우로서 처음 받은 상이라 의미가 컸을 것 같아요. 그날 어떤 생각이들었나요?
좀 얼떨떨했어요.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드러난 표정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기도 했고요.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는데요.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습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일관성 있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요. 그게 곧 성실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 대해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걸 해내고 싶어서 지금까지 노력하며 살아왔거든요.

그간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해낸 일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심지어 주관적으로 좋지 않게 평가할 때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좋게 보면 나태해질 것 같아서요.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편이에요. 여유를 가지고 템포 조절을 하는 것도 필요한데, 언제나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항상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저의 기조거든요.

몸도 마음도 바쁜 삶이겠네요.
네 굉장히. 심적으로 늘 더 나은 목표를 갈망하고 갈증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스케줄표를 가득 채우며 살아요. 매년 1년치 계획을 짜두고 한 해를 시작하죠.

그럼 올해도 12월까지 계획이 이미 짜여 있나요?
그럼요. 그러다 어쩔 수 없이 틀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계획을 수정해요.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계속 하는 거죠. 간혹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흔들리긴 해요. 그럴 때 조금 쉬고요.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죠?(웃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가 한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조금씩 나이 들고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설마 이것도 배우로서 계획한 일 중 하나인가요?
완벽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염두에 둔 부분이기는 해요. 저는 그때 나이에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캐릭터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출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언제나 지금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만 하진 않아요. 가끔은 도전 의식이 발동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큰 오차를 내지 않는 선에서요.

배우로서 자신을 얼마큼 인정하나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저를 믿어요. 그 와중에도 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지만 선택과 노력을 믿고 가는 거죠. 그런데 끝나면 ‘현타’가 오긴 해요. 집에 가서 혼자 ‘이렇게 했어야 하나?’ 싶어 괴로워하기도 하고요. 늘 그런 시간을 반복하고 있어요.

데뷔한 지 벌써 11년이 지났어요.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나요?
많이 변했죠. 얼굴도 많이 변했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에요. 어릴 때는 누가 꾸며주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그들이 만들어준 상황에 들어가야 했고요. 지금은 제가 해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그런 부분이 가장 많이 변한 점이기도 해요.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요?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 언제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고 성취감은 얼마 안 가거든요. 상을 받았다고 해도 하루만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콘서트에서 아무리 많은 환호를 받아도 집에 가면 그냥 나잖아요. 언제나 본질적인 나를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제 본질은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열심히 사는 게 적성에 맞아요?
매사에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모든 일에 있어서 배우고 성취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끼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전 여전히 이 일이 재미있고, 의욕도 넘치거든요. 지금은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라워 패턴과 물방울무늬가 어우러진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포츠 1961(Ports 1961), 브라운 레더 뷔스티에 렉토(Recto), 화이트 앵클부츠 지미추(Jimmy Choo).

 

아이보리 재킷 듀이듀이(Dew E Dew E), 화이트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예은

드라마 <어서와>가 사전 제작 형태라 벌써 촬영 중반부를 넘어섰다고 들었어요. 이제 ‘솔아’라는 캐릭터와 꽤 가까워졌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솔아라는 캐릭터 만들어갈 때 새로운 인물을 데려오기보다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걸 많이 써서 그런지 처음부터 익숙했어요. 저랑 솔아랑 닮은 점이 많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드라마 소개에도 나오는데, 솔아는 강아지 같은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간혹 혼자일 때는 울기도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쾌활한 모습만 보이려고 해요. 그런 솔아 특유의 밝은 면이 저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동경과 질투를 샀던 <에이틴>의 ‘도하나’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의 윤‘ 재인’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캐릭터일 것 같아요. 이렇게 따뜻하고 밝은 캐릭터를 만난 건 처음인가요?
네. 신기하게 학교 다닐 때도 어둡거나 무섭고 날카로운 인물만 맡았어요. 마냥 해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름 새로운 도전이기도 해요. 겁도 나고 한편으론 기대가 돼요.

연기하는 방식도 이전과 다른 방법이 필요했을 텐데, 솔아를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엄청 많은 걸 준비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솔아는 어떤 캐릭터니까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겠다’라고 의도하기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냥 제 안에서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솔아랑 더 편하게 닮아갈 수 있었어요.

예고편만 봤을 때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울 것 같은데, 이게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연기를 하는 저로서는 연기를 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드라마에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사람의 관계도 그려지는데요. 뭐랄까, 사람도 동물도 영원할 수 없잖아요. 정해진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았을 때 남는 것이 무엇일지를 얘기하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저도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강아지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연기를 하기 전 비올라를 연주했다고 들었어요. 음악을 한 경험이 연기하는 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살면서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음악 들을 때 감정의 변화가 크기도 하고, 또 어딜 가든 음악이 잘 들려요. 그래서 연결선이 없이 갑자기 감정을 터뜨려야 할 때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돼요. 그게 비올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감 중 청각이 확실히 예민한 편이에요.

배우로서 가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나요?
저를 잘 모르거나 얼굴만 아는 분들은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생각하고, 제 팬들은 긍정적이고 활발하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팬들 앞에서 유독 밝은 모습을 많이 보이나 봐요. 그게 카메라가 있으니까, 팬들 앞이니까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중에 나오는 본능인 것 같아요.

실제 본인은 그 둘의 중간쯤에 있겠죠?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아요.아직 저도 모르는 어딘가.

연기를 하면서 그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가고 있나요?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너무 행복하고 신나다가도, 어느 날은 조용히 있고 싶어요. 침착하게 있다가 갑자기 들뜨기도 하고요. 정체성이 없어요.

정체성을 찾고 싶어요?
아니요. 그냥 모르면서 살려고요. 어쩌면 연기하는 데 그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혼란한 느낌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도록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요.

삶에서는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돼요?
전에는 엄청 컸어요. 데뷔하기 전에는 배우라는 꿈을 위해 사느라 일상을 연기하는 데 다 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꿈을 이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붙잡고 있으면 제가 많이 힘들 것 같아서요. 그냥 제 삶에서는 제가 가장 중요하고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는 제 한 부분으로 두려고 해요. 다만 크기가 큰 한 부분으로요.

이제 시작 단계이니 배우로서 체득한 것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너무 많죠.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내공이 부족해요. 촬영만 해도 정해진 순서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여러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며
늘 유동적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안에서 혼자 마음이 바빠요. 더 경험을 쌓아서 침착하게 제 몫을 해내고 싶어요.

연기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무언가가 있다면요?
제 작품들이요. 작품마다 목표가 있었고, 끝난 이후에는 새로운 것을 꼭 하나씩 얻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아주 특별한 것을 얻었어요. 지금까지는 연기가 재미있고 연기했을 때 내 모습이 뿌듯해서 한다기보다는, 그때마다 세워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데 몰두하는 편이었어요. 이전 작품들이 노력에 대한 성과를 얻게 해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연기의 재미를 깨닫게 해줬어요. 저는 항상 미래만 보며 달려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순간의 삶을 소중하게 느끼는 법을 연기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구나’, ‘배우라는 직업이 이런 걸 얻을 수도 있구나’ 하는 뿌듯하고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작품 할 때마다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제 목표는 굉장히 소소해요. 다음에도 주인공을 하고 싶다거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모두에게 연기력을 인정받는 목표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우리 집 앞 편의점 아저씨가 제가 하는 드라마를 보고 계시는 것, 자주 가는 음식점 아주머니가 재미있게 봤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거예요.

이미 그 목표를 넘어선 결과를 얻었죠?
그렇죠. 하하. 감사하게도.

‘주목하는 신예’, ‘기대주’란 말을 많이 들었죠? 분명히 듣기 좋은 말이지만, 반대로 굉장한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해요.
조금 의문이기도 했어요. 저 말고도 연기 잘하고 멋있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되나 싶은 거예요. 아직 한 게 없는데 기대주라고 하니까 뭘 보여줘야 하나 싶고요. 촬영할 때는 연기라는 임무가 있으니까 집중하다가 누가 “너 이번에 주인공이야”, “이번 작품도 기대하고 있어”라고 하면 문득 놀라요. ‘내가 어떻게 주인공이 된 거지?’, ‘어쩌다 이렇게 주목받고 있지?’ 싶은 거죠. 물론 기대만큼 해낼 거고 주목해주시는 만큼 보답할 거지만 현재로서는 뭔가 죄송해서 감사한, 감사해서 죄송한 느낌이에요. 아직은 그런 말에 적응하는 중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 말고, 스스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기대한다기보다 바라는 건 있어요. 덜 흔들리고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 배우는 제 상태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한결같고 싶지만 쉽지 않을 거고요. 제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도 많을 테죠. 그래서 저만의 신념을 잘 잡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어디로 갈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