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화이트 재킷 디그낙(D.GNAK), 시스루 톱 자라(ZARA), 팬츠 에포님(Eponym), 로퍼 레드미티어(RedMeteor).

로브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핑크 티셔츠 오피신 제네랄(Officine Generale), 브라운 팬츠 이즈(Eeasee), 앵클부츠 알든 40288H 바이 유니페어(Alden 40288H by Unipair).

오버사이즈 수트 폴 스미스(Paul Smith), 스니커즈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소매 니트 스웨터 더 캐시미어(the CASHMERE), 셔츠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쇼츠 베르위치 바이 I.M.Z 프리미엄(Berwich by I.M.Z Premium), 구두 후망(Humant).

대본으로 만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에게 느낀 첫인상이 궁금하다. 맑다, 이 친구 만나고 싶다, 상태를 연기하게 된다면 고민이 많아 지겠다, 힘들겠다, 쉽지 않겠다. 그리고 하게 됐을 때는 처음엔 기쁘다, 이후엔 두렵다, 어떡하지. 이렇게 조금씩 상태를 만나갔다.

극 중 상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 이미 몇몇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참고한 인물이 있나? 다른 드라마나 영화 속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를 찾아볼까 하다가 오히려 독이 될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린 상태를 믿고 가기로 했다. 과거에 있었던 캐릭터를 보고 계산하다 보면 상태를 제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느끼고 고민해 그린 상태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다 보면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하고 해석해 표현하면 자폐 스펙트럼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가령 평소 얘기할 때도 병이 아니기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다’ 하는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상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끝나면 상태라는 인물을 만났을때 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 이 작품을 만났을 때부터 이런 정서가 가장 위에 있었다.측은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라 무언가 같이 하고 먹고, 보고 싶다는 정서를 중심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배우는 글로 적힌 인물에 여러 층을 더해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간다. 어떤 식으로 인물을 입체화했나? 추측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분들을 만나거나 그분들의 부모님을 만나 조언을 얻었다. 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표현되는 것이 0부터 10까지 매우 다양하다. 티가 잘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많이 드러나는 사람도 있다. 문상태라는 인물을 드라마에 녹였을 때 어느 정도 선이 가장 적절할지 많이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과 겪을 사건들이 가볍지 않고 특별하며 매우 소중하고 무게감 있게 남을 것 같다. 사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 수가 아주 많다. 포털사이트의 필모그래피에 따르면 영화가 72편, 드라마가 25편이다. 이 중 지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있나? 모든 작품이 조금씩 다르게 의미 있다. 우선 <아버지>라는 영화에서는 단 한 마디였지만 배우로서 처음 입을 연 ‘행인2’ 역할을 연기했다. 비록 대사는 한 마디뿐이었지만 내게는 매우 소중하다. 독립영화 <8월의 일요일 들>을 통해 만난 ‘소국’이라는 인물도 의미 있는 친구다. 이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무미건조한 느낌의 인물인데, 보통 상업 영화에서 한 인물을 연기할 때면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이 인물이 슬퍼 보이고 더불어 관객이 함께 슬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 영화를 작업할 때는 그냥 내가 슬프면 굳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슬프면 오케이였다. 이렇게 한 신 한 신 만들어갔 다. 장면은 밋밋할 수 있지만 이런 장면이 쌓여가다 보니 한 인물의 정서가 충분히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또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작품은 상업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작업했는데 귀여운 영화가 돼주어 소중하다. 최근 작품으로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 도 생각난다.

며칠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으로 “지금까지 1백 편 넘는 작품을 작업하며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저마다 다른 모든 작품을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크고 작은 부침에서 자유로운 편인가? 작은 역할이어서 위축되거나 비중이 큰 역할을 해서 좋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니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비중의 크고 작음이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냥 배우로서 가고 있는 길에서 만난 작품의 하나일 뿐이다. 그때문인지 어떤 작품이든지 크게 들뜨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70, 80세까지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하나 하나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가 가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야 건강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 다>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삶이 고단한 인물을 연기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단히 큰 걸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만큼은 보상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속 외침 같은 걸 가진 인물이다.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성실한 태도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친구다. 하지만 언젠가 그 건강한 성실함이 분명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그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열심히 살다 보면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상받을수 있을 거야. 이 사회가 아직 이렇지만 쉽게 지치지 마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누군가는 내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 출연하면 도움을 주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그 작품과 인물이 좋아서, 혹은 내가 부족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실험적인 연기도 가능하고. 어떤 작품이든 똑같이 배우의 연장선이자 교육의 장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하며 포기하지 않은 기준이 있나? 항상 로그라인이 정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그라인이 여러 가지이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한 작품은 피하게 된다. 만드는 사람이 작품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색칠해가야 할지 답을 찾기 힘들다.

70, 80세가 되어 필모그래피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어졌을 때 자신의 필모그래피가 어떻게 다가왔으면 좋겠나? 어땠으면 좋겠다 하는 기준 같은 건없다. 그냥 잘못 걸어왔어도, 잘 걸어왔어도 뿌듯할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가면 뿌듯하지 않을까?

수십 년을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는 건 이 일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일 텐데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뭔가? 예전에 이 일의 매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금 하는 일이 좋은데 내가 왜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내가 허리가 좀 아파서 주변에 허리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마사지를 해준다. 어느 근육을 어떻게 풀면 나아지는지 대충 아니까 내가 마사지를 해주면 사람들이 시원해하고 기뻐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 다. 배우도 이런 거 아닐까? 내 연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거.

배우로 살며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슬럼프였던 순간도 있었나? 없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있었지만 슬럼프와는 다른 것이었다. 작품을 많이 할 수 없어 힘들 때는 그 정서를 내 안에 담아두려고 했다. 그리고 대중에게 인지도가 없어 창피하게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필요한 감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좋지 않은 상황도 배우로서 긍정적으로 담아두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