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크리스탈 영화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정수정 핀스트라이프 뷔스티에와 재킷, 화이트 팬츠와 슈즈 모두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 장혜진 레더 트렌치코트 준지(Juun.J), 스트랩 샌들 힐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이어링 이에르로르(Hyeres Lor), 링 모두 페르테(Xte). 강말금 재킷, 스커트, 벨트 모두 제이백 쿠튀르(Jaybaek Couture), 이어링 헤이(Hei).
애비규환 크리스탈 영화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블랙 수트 셋업 렉토(Recto), 이어 커프 모두 페르테(Xte).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트워크예요.
글에 연기와 음악, 미술이 더해져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다양한 삶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분명 매력적인 일이에요.

– 배우 정수정

 

애비규환 크리스탈 영화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레더 트렌치코트 준지(Juun.J), 스트랩 샌들 힐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이어링 이에르로르(Hyeres Lor), 링 모두 페르테(Xte).

 

독립영화는 자본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보니
캐릭터의 다양성에 좀 더 열려 있어요.
그 생동감이 독립영화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시류를 빠르게 반영하죠.
현시대를 더 투명하게 바라봐요.
동시대와 함께 가는 느낌이에요.

– 배우 장혜진

 

애비규환 크리스탈 영화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금장 단추 포인트 블랙 셋업 유돈 초이(Eudon Choi), 터틀넥, 골드 체인 네크리스 헤이(Hei).
애비규환 크리스탈 영화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장혜진 핀스트라이프 수트 셋업, 셔츠 모두 포츠 1961(Ports 1961), 이어링과 링 모두 페르테(Xte), 스틸레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수정 블랙 수트 셋업 렉토(Recto), 블랙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말금 금장 단추 포인트 블랙 셋업 유돈 초이(Eudon Choi), 터틀넥, 골드 체인 네크리스 헤이(Hei), 스틸레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를 임신한 스물두 살의 대학생 김토일(정수정). 고등학생인 아이 아빠를 잘 리드하며 인생을 계획한다. 토일이의 엄마(장혜진)는 딸과 고등학생 사위가 못 미덥고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시어머니(강말금)는 똑 부러지는 며느리가 반갑고 고맙다. 일찌감치 아이를 낳는 편이 미래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는 토일이는 ‘도대체 누굴 닮아 이 모양이냐’는 부모의 잔소리에 새삼 자신이 누굴 닮았는지 궁금한 나머지 오래전 엄마와 이혼한 친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뭔가 어색한 현재의 아빠, 내심 기대했던 과거의 아빠, 그리고 철딱서니 없는 예비 아빠. 영화 <애비규환>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선택하고 살아가는 토일이와 그런 토일이를 걱정하거나 응원하는 엄마들, 그리고 이상한 아빠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때가 기억나나요? 장혜진 아주 금방 읽었어요. 후딱. 시나리오를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거나 그런 일 없이 단숨에 훅 읽었어요. 정수정 임신부 역할이라는 소식에 처음엔 좀 놀랐어요.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단번에 다 읽히더라고요. 대본을 그렇게 빨리 읽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토일이는 공감이 많이 가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연기할수록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을 가졌더라고요. 장혜진 사실 저는 강말금 배우가 연기한 호훈이(신재휘) 엄마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미 다른 배우로 정해졌다고 하더군요.(웃음) 제가 연기한 토일이 엄마, 선명은 토일이를 다 그치잖아요. 제 본래 성향과는 뭔가 맞지 않았어요. 제가 만약 토일이의 엄마라면 아마도 딸아이를 응원했을 거예요. “잘했어, 그래도 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렇게요. 하지만 토일이 엄마는 응원하는 대신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만날 그러니?” 하고 잔소리하죠.

캐릭터와 실제 자기 성향 사이의 간극을 메워나가야 했겠어요. 장혜진 함께한 (최)덕문 선배와 (정)수정이 덕분이었죠. 현장에서 최하나 감독과 나눈 대화도 도움이 됐고요. 감독님이 항상 질문했어요. “과연 선명이라면 그랬을까요?” 정수정 맞아요. 제게도 늘 말씀하셨어요. “토일이라면 어땠을 것 같아요?” 장혜진 현장에서 가장 많이 오고 간 주제였죠.

이 영화에는 일반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요. 임신과 출산은 사실 결정하기 힘든 문제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가족들 각각의 캐릭터도 일반적이진 않아요. 그간 여느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임신부나 그 가족
과는 많이 달라요. 장혜진 일단 감독님이 살짝 똘끼가 있어요.(웃음) 오히려 우리가 감독님의 똘끼에 맞추지 못했죠. 더 돌았어야 하는데.(웃음)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이상하게 보이고,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은 점도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지점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동안 우리는 편견에 익숙했던 거죠. 보다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토일이처럼 내 남자를 내가 선택하고, 내 아빠를 내가 찾으러 가고 그런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좋았어요. 그 인물을 수정이가 연기해서 더 좋았고. 사실 여성 캐릭터가 재미있게 그려지는 일이 흔하진 않죠. 여전히 남성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가 많고. 정수정 토일이는 저와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20대 초반에 임신하고 혼자 결정해서 아빠를 찾으러 가고, 엄마, 아빠의 잔소리는 안중에도 없죠. 그런데 전 가족의 말을 아주 잘 따르거든요. 조언도 많이 구하고. 토일이는 완전히 반대여서 촬영하다 감독님에게 “아니,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하고 말할 때도 있었어요. 저와 다른 점이 많아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감독님과 대화하며 풀어갔어요. 강말금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도 일반적이지 않아서 재미있어요. 빨래 개고 음식 만들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특이하기로는 호훈이 엄마만 한 인물도 없죠.(웃음) 강말금 저는 왜 이런 역할을 제게 제안하셨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웃음) <애비규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출연 중인 작품이 없어서 호훈이 엄마에 대해 한 달은 고민했어요. 캐릭터의 색깔
이 굉장히 강한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센 사람 같지는 않았죠. 그래서 밝고 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옷과 헤어스타일은 모두 감독님의 제안이었어요. 하와이안풍 옷에 나이아가라 파마 같은.(웃음)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코미디 연기가 편해졌어요. 그 길이 더 열리는 과정이었죠.

독립영화에는 색다른 여성 캐릭터가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편이에요. 장혜진 맞아요. 자본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캐릭터의 다양성에 좀 더 열려 있어요. 그 생동감이 독립영화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시류를 빠르게 반영하죠. 현시대를 더 투명하게
바라봐요. 동시대와 함께 가는 느낌이에요. 제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요즘 자기 또래 친구들이 <애비규환> 예고편을 보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더군요. 토일이 캐릭터가 참 멋있다면서요. 강말금 고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희망차네요. 사실 제 20대를 돌이켜보면 임신은 두렵고 막막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토일이는 그 나이에 인생 계획을 다 세우고 자신에게 어떤 남자가 잘 맞는지 명쾌하게 알고 있어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토일이를 어린 학생들이 멋지게 본다는 건 좋은 일이죠.

배우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접하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나 세계와의 만남이 개인적인 변화로 이어지나요? 장혜진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씩 넓어져요.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좀 더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열리죠. 전 연기를 하면서 전보다 조금 착해졌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착해지는 중이에요.(웃음)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싸우려는 마음이 들다가도 가라앉아요. 다양한 인물과 그 인물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뾰족하고 모난 부분이 깎여요. 아마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못되게 구는 사람으로 살았을지도 몰라요.(웃음) 배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못된 마음으로 살면 안 되잖아요. 더 착해져야겠어.(웃음) 정수정 아직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작품이 저를 변화시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게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트워크예요. 글에 연기와 음악, 미술이 더해져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분명 매력적인 일이에요. 강말금 전 사실 촬영이 끝나면 좋아요. 이것도 일이어서 촬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죠.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떤 역할을 제안받을 때 너무 좋아요. 역할에 몰입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다만 작품 속 제가 맡은 인물을 통해 안 하던 걸 해보면 그게 마치 제가 평상시에 하던 일처럼 생각돼요. 어떤 역할에 접근하기 위한 행동이 진짜 제 삶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장혜 배우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달라요. 요즘은 자신의 역할을 좀 더 멀리서 바라보는 브레히트적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스타니슬랍스키가 추구한 메소드 연기가 때론 배우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니까 자연스레 이런 변화를 겪는 게 아닌가 싶어요. 조금 떨어져서 배우라는 일을 바라봐야 나 자신을 지키는 힘이 강해져요.

정수정 배우에게는 많은 것이 낯선 현장이었을 것 같아요. 첫 영화이자 독립영화 현장이고, 많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했으니까요. 정수정 촬영장에서 선배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극 중 인물의 부모로 나와 그런지 현장 분위기가 유독 진짜 가족 같았어요. 그래서 더 좋았고요.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고, 함께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가며 촬영이 없을 때는 수다도 많이 떨고 함께 식사하고 마시고. 독립영화 현장이어서 더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현장 인원만 좀 적을 뿐 기존에 경험한 드라마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제가 원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현장이 더 즐거웠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위안이 되었어요.

배우로서 느끼는 독립영화의 재미는 무언가요? 정수정 현실을 담아내는 스토리와 자연스러움. 연기뿐 아니라 모든 게 자연스러워요.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고요. 장혜진 맞아요. 배우들끼리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감독님과 상의도 충분히 하고. 정수정 매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그랬어요. 저는 첫 영화여서 그런 경험이 더 새로웠죠. 어느 장면이 잘 안 나온 것 같으면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과정을 거쳐요.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요. 장혜진 큰일났다. 얘 이제 독립영화의 늪에 빠졌어.(웃음) 어떤 현장은 내가 아닌 다른 배우를 데려다 놔도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나보다 더 잘하는 배우에게 양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독립영화 현장에서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꼭 나여야만 할 것같죠.

오늘 문득 떠오르는 현장의 한 장면이 있다면요? 장혜진 두 아이가 무릎 꿇고 있는 장면, 그리고 우리 모두 배드민턴장에 모여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 그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정수정 토일이네 집에서 촬영할 때 밤 신이라 집 앞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다 같이 앉아 쉬던 때가 생각나요. 장혜진 아, 맞아. 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바닥은 따듯하고 바람은 시원한 게 딱 한여름 밤의 느낌이었어요. 강말금 전 촬영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총 4회 차였는데 그 중 세 신을 하루 만에 찍었고 배드민턴장 장면을 이틀 동안 촬영했죠. 햇빛 때문에 장면을 순차적으로 촬영하지 못하고 거꾸로 했어요. 처음 겪는 일이어서 감정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이 어떤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면 좋을 거 같아요? 장혜진 한바탕 웃고 나서 남는 상쾌함. 이 느낌을 안고 극장을 나서며 기운찬 에너지가 함께했으면 해요. 코로나19 시대의 스트레스도 날리고. 아직 편집본을 보진 못했지만 시나리 오는 무척 재미있어요. 티저 예고도 재미있으니까 편집본도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감독님의 똘끼와 수정이의 쿨한 성향이 근사하게 조화를 이뤘을 거라고 믿어요. 정수정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영화로 남았으면 해요. 분명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일 거예요. 무엇보다 가족의 이야기니까요. 강말금 인생을 살다 보면 늘 문제는 일어나고, 그 문제를 그저 단순하게 바라보면 한없이 단순해지잖아요. 사람 마음을 단순하게 만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해요. 토일이가 자신의 인생을 딱 쥐고 가는 것처럼 각자 자신의 문제를 딱 잡고 심플하게 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