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누메로벤투노 N°21 펜디 앵브록스

레더 톱과 스커트 모두 누메로벤투노(N°21), 원피스 펜디(Fendi), 귀고리 앵브록스(Engbrox).

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몽클레르 닥터마틴 부츠 레브드파리 헤이

블랙 원피스 몽클레르(Monclare), 앵클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귀고리 레브드파리(Reve de Paris), 이어 커프 헤이(Hei), 볼레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레하 보카바카 샤 스커트 닥터마틴 부츠 폴 브리알

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레하 보카바카 샤 스커트 닥터마틴 부츠 폴 브리알

재킷 레하(Leha), 샤 스커트 보카바카(vocavaca), 앵클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귀고리 폴 브리알(Paul Brial).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의 ‘은유’는 원작과 많이 달라진 인물이에요. 은유라는 캐릭터를 정해두고 오디션을 보지 않았어요. 지수, 은유, 유리의 대사를 하나씩 읽어봤고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죠. 웹툰 <스위트홈>에서 ‘유리’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어요. 천식을 가지고 있지만 약하지 않고 ‘길섭’을 보좌하며 싸워나가는 모습이 멋있었거든요. 그래서 유리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은유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첫 번째 오디션을 마치고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일주일 뒤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받으러 오라고 연락하셨죠. 깜짝 놀랐어요. 대본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함께 연기한 송강 씨를 만나서 한 번 더 놀랐고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죠.

발레리나를 꿈꾸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비속어를 기가 막히게 던지죠. 은유의 간결한 욕은 따라 하고 싶을 정도예요. 은유를 두고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말투가 과격하고 감정 표현도 서툰 은유를 본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극이 진행될 수록 은혁, 현수, 지수와의 관계가 조금씩 변해가는 걸 보면서 나만 열심히 노력하면 은유의 매력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은유가 일차원적 인물이 아니라 짜증 부리고 화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했어요.

<스위트홈>은 한국의 첫 크리처물이에요. 신인으로서 여러 면에서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어요. 그런 낯선 장르에서 제 몫을 해내는 데 제 역량이 부족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었고요. 눈앞에 괴물이 있는 것처럼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점도 두려웠고요.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심리, <스위트홈>만의 세계관이 대본에 잘 담겨 있어 부담감을 덜었어요. 모든 게 낯설어 무서웠고 잘해낼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지만, 이 작품을 하며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얻고 또 배웠어요.

은유가 성장해가는 것처럼 배우 고민시도 성장의 시간을 보냈나요? 처음에는 은유라는 캐릭터가 잘 납득되지 않았어요. 왜 계속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은유를 연기하는 제가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청자들에게도 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은유가 자꾸 화내고 욕설을 내뱉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의 디렉션이 굉장히 날카로운 편이어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은유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해요. 우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원래는 ‘은혁’이 입양된 아들이었는데 나중에 은유가 입양된 딸이라는 설정으로 바뀌었어요. 발레리나라는 꿈을 접고 발레복을 찢는 장면도 대본에서는 울지 않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은유는 발레를 못 하게 되었을 때 울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을 감독님이 잘 포착해주어 짧은 장면이지만 그 인물이 설득력을 갖게 됐죠. 또 은유가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캐릭터랑 함께 있을 때 대비되게 하려고 애썼어요.

<스위트홈>의 반응이 뜨거워요. 작품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실감하나요? 우현 선배님에게 했던 ‘너새뻐최’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어요.(웃음) 이 준말도 시청자들이 만들어주었어요. 해외 팬 중에는 ‘코리아 제스처’라며 인증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는 분도 있어요. 이런 반응이 신선하고 신기해요. 은혁과 은유의 사‘ 약 케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실 은혁과 붙는 장면이 많지 않고 촬영할 때도 그저 남매처럼 촬영했어요. 한 번은 감독님도 촬영장에서 “남매 같지 않다잉”이라고 말씀하셨어요.(웃음) 정작 저희는 남매 그자체였는데 말이죠. 감독님의 연출 덕분에 붕대를 감아주고 안경을 고쳐주는 장면이 유독 애틋해 보인 것 같아요.

매우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에요. 그린홈 입주민 모두 각각 뚜렷한 서사가 있고요. 또래뿐 아니라 많은 선배 배우와 함께했는데 어땠어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할 뿐 아니라 다 함께 모여 등장하는 장면도 많았어요. 무엇보다 카메라를 비추지 않을 때도 몰입하는 선배들의 리액션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카메라가 없을 때도 늘 맛깔나게 연기하시죠. 그중에서도 우현 선배님의 리액션은 타고난 감각도 감각이지만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았어요. 저도 오랜 시간 연기하며 그런 순발력을 배우고 싶었어요. (이)진욱 선배의 멜로 눈빛도 타고난 게 아니라 감정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나눠서 연기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어요. 그런 노력이 화면을 장악하는 힘을 만들더군요. 그렇게 호흡을 나누는 방식을 배우고 싶어요.

작품의 결과물이 좋으면 이후 그 작품을 만들던 당시의 시간들이 떠오를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순간이 떠올라요. 마지막 촬영 때 제가 슬레이트를 친 일도 선명히 기억나고, 첫 촬영 날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엄청 더운 여름날 첫 촬영을 하며 발레도 해야 하고 소품도 잘 다뤄야 해서 긴장을 아주 많이 했어요. 그날 혼도 많이 났어요.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하지 않으면 온전히 은유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철저하게 계산하고 현장에 가려고 노력했어요.

가끔 돌려 보는 회차도 있을 테죠? 정말 많이 돌려봐요.(웃음) 가장 많이 다시 보는 부분은 발레를 하며 등장하는 첫 장면이에요. 상‘ 욱’과 나란히 담배 피우는 장면도 자주 봐요. 요즘은 지하 주차장에서 지수, 은혁, 재헌, 상우가 육상 괴물과 싸우는 장면을 많이 봐요. 액션 장면과 음악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서 짜릿하거든요. ‘재헌’이 경비 괴물과 싸우는 장면도 무한 반복 시청 중이에요. 얼마 전에는 재헌의 잘린 손 손톱에 세로 줄이 있는 걸 보고 디테일에 새삼 놀랐어요.

훗날 은유는 어떤 인물로 기억될까요? 은유는 애정을 아주 많이 쏟은 캐릭터예요. 시즌 2도 나올 수 있기를 바라요. 제게는 축복 같은 작품이자 인물이죠. 팬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글을 모두 저장해뒀어요. <스위트홈>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10부까지 쉬지 않고 봤는데, 처음에는 큰일이다 싶었거든요. 거의 모든 대사에 욕이 포함되고 인상 찌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앞으로 연기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런 제 걱정이 무색하게도 사랑을 많이 받아 감동적이고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배우 고민시 스윗트홈 넷플릭스 은유 펜디 앵브록스 마리끌레르 화보

원피스 펜디(Fendi), 귀고리 앵브록스(Engbrox).

 

<스위트홈> 이후 배우 고민시는 달라졌나요?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하고 뼛속까지 울컥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섭기도 하고 부담감도 들어요. 제가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배우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주변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 과분한 사랑을 받는 지금이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이벤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꺼질 거품 같은. 그 거품 안에서 살아남고 싶고 이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다음 작품을 이 악물고 하려고 해요. 다음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때는 좀 즐겨보려고요. 지금은 다음을 고민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사실 언제나 제가 받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늘 감사함을 느끼며 연기하려고 해요.

이응복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에서 다시 작업하게 돼요. 이도현 배우와 <오월의 청춘>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 필모그래피를 어떻게 채우고 싶어요? 색이 왔다 갔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고‘ 민시가 하는 연기는 재미있는 것 같아’ 하는 평가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요. 예정된 두 작품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외면적인 모습은 물론 이미지도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할 거예요. 아마 <스위트홈>의 은유를 통해 저를 알게 된 분들은 저를 몰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요.

배우로 살아가며 느끼는 즐거움은 뭔가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현장에서 연기할 때면 힘들고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내 연기의 한계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절망할 때도 있고. 현장에서 다른 배우가 떨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러다가도 누군가 한 번 인정해줄 때면 벅차요. 열 번 넘어져도 그 한 번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져요. 전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보면 타인이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저와 완전히 다른 인물도 받아들일 줄 알게 됐어요. 특히 은유가 그런 인물이에요. 세상에는 착하고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뿐 아니라 은유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현장에서 자신감이 흔들릴 때 혹은 절망할 때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이 있나요? 요즘은 여러 명언이 담긴 <문장수집가>라는 책을 읽으며 힘을 얻어요. 그중에서 줄리언 무어의 말이 크게 와닿아요. ‘실수가 중요한 것처럼 결함도 중요하다. 당신은 실수를 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불완전함을 통해서만 진짜가 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질타를 무서워하지 않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그런 불완전함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언젠가 진짜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기거든요.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불완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용기도 얻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나요? 웨딩플래너로 일하다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물론 웨딩플래너일 때도 많은 분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쌓았지만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았어요. 연기를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그게 너무 싫어서 결단을 내린 거죠. 그때 절실하게 제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배우의 꿈을 이뤄보겠다고요. 스스로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연기 관련 학교 입시에서도 모두 떨어졌어요. 그런 실패를 경험했기에 그때에 비하면 지금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오히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흔들리는 순간이 있지만 늘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봐요. 다른 것들을 하면서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거죠. 이제는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저를 잘 볼 수 있는 시간을 챙기며 연기해야죠.

고민시의 남은 20대 나날은 어떻게 채워질까요? 지난날을 생각하면 찬란하게 보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떨지 기대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불안한 부분도 있죠. 저는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싶어요. 주연에만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작품이 좋으면 단역이라도 맡고 싶어요. 제가 가진 재능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요.

꿈꾸는 여성 캐릭터가 있다면? 늘 주체적인 인물에 끌려요. 그중에서도 밑바닥부터 자신의 힘으로 목표를 이뤄낸 인물이 좋고요. 자신의 생각과 중심이 확실히 잡힌 주체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오늘의 고민시는 행복한가요? 너무 행복하죠. 지금 이 순간이 참 좋아요.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오늘의 촬영을 더 잘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생각할지도 모르죠.(웃음) 어쨌든 오늘의 고민시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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