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 엄지원 보도자료

 

2108 엄지원 보도자료

킨더살몬(Kindersalmon), 팬츠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부츠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반지 페르테(x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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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스커트 모스키노(Moschino), 로퍼 레이첼 콕스(Rachel Cox), 네크리스 모두 페페쥬(PePe Zoo).

2108 엄지원 보도자료

베스트 엔오르(EN OR), 팬츠 르메르(Lemaire), 슈즈 아식스(asics), 이어링 메트로시티(Metro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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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원피스, 부츠, 네크리스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2108 엄지원 보도자료

2108 엄지원 보도자료

재킷과 스커트 준지(Juun.J), 튜브톱 8 by 육스(8 by YOOX ).

 

드라마 <방법>이 영화 <방법: 재차의>의 시작인 셈이다. 둘의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영화가 드라마에서 펼쳐진 이야기의 2편이라기보다는 한국적인 샤머니즘 세계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미스터리 중 하나인 셈이다. 이를 두고 우리가 ‘유니버스’라고 이름 지었다. 샤머니즘이라는 코드로 통하는 기이한 에피소드를 시리즈처럼 가져가고자 했다. <방법: 재차의>에서는 ‘임진희’(엄지원)가 어떤 책을 쓴다. 그 책의 내용이 영화에서 풀리지 않지만 ‘방법 세계관’의 연장선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다. ‘방법 유니버스’는 이런 식으로 계속 스토리를 확장해갈 계획이다. <방법>은 임진희가 특이한 능력을 가진 ‘소진’(정지소)이라는 아이를 만나 겪는 기이한 사건들이 뿌리였다면, <방법: 재차의>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일어나는 또 다른 사건들을 토대로 세계관을 이어간다. 드라마는 무속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면 영화는 시체를 조종하는 배후가 누구인지 파헤치며 액션과 볼거리 등 오락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샤머니즘은 초인적이다. 배우로서 비현실적인 사건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어렵다. 감정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CG 작업도 많아 어떻게 연기할지 막막했다. 임진희라는 인물이 그보다는 차분하고 머리로 사건을 쫓는 인물이어서 심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사실 등장인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냥 사람’인 셈이다. 다른 인물들은 퇴마나 시체를 다루는 초능력이 있으니까. 맞다. 그래서 나에게도 능력을 달라고 했다.(웃음) 영화에서도 여전히 초능력은 없지만 카 체이싱 장면을 연기했다. 오래 준비한 장면이기도 해서 굉장한 볼거리로 완성되었기를 기대한다. 임진희는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인물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리액션을 통해 심리를 표현해야 한다. 관객이 임진희의 심리를 좇아야 하기 때문에 극 중 유일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진희에게 매력이 없으면 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평범하고 평면적인 인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의 임진희와 영화의 임진희를 준비할 때 달라진 점이 있었나? 좀 더 능동적인 인물로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을 완전히 다르게 바꿀 수는 없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준 차갑고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을 배제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직관적이며 쿨한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쿨하다’는 게 되게 힘든 부분이었다. 연기하는 데 쿨하다는 것이 대단히 추상적이지 않나. 임진희라는 인물을 단단한 밀도를 가진 인물로 만들고자 했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드라마와 영화라는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하는 건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방법>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배우에게는 꽤 어려운 작품이었다. 일단 한다고 했으니 모두 내 숙제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어쨌든 이 작품이 내게 와서 무척 감사하다. 시나리오를 쓴 연상호 감독이 책상에 내 사진을 붙여놓고 작품을 쓰셨다고 했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스틸 컷인가? 대본을 쓰는 작업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나라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주셨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감사하고 기뻤다. 드라마 <방법>을 촬영하면서도 이 작품이 잘되어 유니버스를 이어가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다음 시리즈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마라톤 같은 개념으로 하고 싶었다. 시리즈가 이어지는 장르물에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사실도 좋았다. 사람들이 항상 물어본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은 누구야? 남자는 없어? 이런 질문들. 이상하게 어떤 작품을 하든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 질문에 “그냥 주인공이 나야”라고 답하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웃음) 탄탄하게 잘해내서 엄지원만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신뢰감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개봉을 앞둔 지금, 결과물에 대한 관객의 평가만이 남았다. 끊임없이 평가받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나? 흥행 여부나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배우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없다. 평가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내 마음이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으면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반응이 좋을 때 들뜨는 마음도 잘 다스리려고 하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왔다. 지금까지 배우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건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웃음) ‘아, 이 정도면 됐다!’ 하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다음엔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나를 지금까지 열심히 달리게 한 동력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일이 재미있다.

배우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고 캐시미어 브랜드도 운영한다. 배우 외에 하는 다양한 일이 배우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나? 일종의 부캐(부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하는 일들이다. 배우가 아닌 엄지원이 잘할 수 있는 일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배우 엄지원으로만 살아가면 다른 것들을 모르고 살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그냥 자연인 엄지원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거다. 언젠가는 이 다양한 것들이 어우러져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거나 연기하는 데 도움 되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자신을 풍성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무엇이 자신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하나? 나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들이 있다. 맑은 공기, 고운 하늘, 시원한 바람, 깨끗한 무언가. 이런 것들이 있는 장소에 있을 때 내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 내가 노력해서 행복감을 느끼려면 무언가를 많이 해야 하고, 부족한 데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가령 마음에 드는 옷을 샀다고 해도 마냥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비싼가?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과물이 잘 나오면 고맙고 기쁘지만 더 잘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살면서 온전히 감사하고 행복할 때는 내가 노력하지 않았는 데도 그냥 주어지는 것들에 만족할 때다. 그러다 보니 환경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진다. 집에 작은 정원을 만들기도 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로 채워놓는 거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들. 한편으론 이런 것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다.

사실 나를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데 시간을 쓰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것들을 줄여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알게 된다. 나를 들여다보고, 지금 나의 상태를 살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세월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 같은가? 당연히 다르다. 20대에는 오롯이 꿈을 향해 달렸다. 목표를 향해 달리며 연습하고 또 달렸다. 그때는 스스로를 배우라 소개하기 어색했다. 그저 잘하고 싶었고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은 있었지만 작품 전체에 대한 책임감은 없었다. 지금은 내 배역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는 언젠가 엄지원을 회상했을 때 좋은 배우로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