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미니 앨범 <Windy>가 7월 5일에 발매되었어요. (여자)아이들 소연의 솔로 활동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반긴 신보예요. <Windy>는 저의 또 다른 자아인 ‘윈디’를 소개하는 음반이에요. 저에겐 소연부터 연하, 윈디까지 여러 자아가 있어요. 윈디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죠. 그의 다양한 면을 다룬 다섯 곡을 이번 앨범에 수록했어요. 음악을 통해 윈디를 대중에게 공개하게 되어 기뻐요.
앨범 소개에 ‘전소연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브랜드 윈디버거를 설립했다’라고 적혀 있어요. 수록곡을 윈디버거에서 선보이는 메뉴에 비유했고요. 윈디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패스트푸드예요. 제가 패스트푸드, 그중에서도 버거를 즐겨 먹거든요. 싫어하는 채소는 빼고 감자튀김을 사이에 끼워 먹죠.(웃음) 이런 제 성향을 윈디한테 줬어요. ‘버거 가게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컨셉트를 입혔고요.
소연의 음악을 들으러 윈디버거를 찾은 손님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맛의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목표였어요. 입맛에 잘 맞을진 모르지만, 재미있게 들어주기를 바라요.
<Windy>의 컨셉트 기획부터 앨범 패키지 디자인까지 다방면으로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윈디버거의 CF처럼 제작한 <Windy>의 컨셉트 티저 작업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웃음) 노래를 직접 만들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 목소리로 녹음했어요.
컨셉트 티저에서 노래하는 굵직한 목소리가 인상 깊어요. 앨범 커버에 있는 윈디 캐릭터가 노래한다면 그런 목소리로 부를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로고 작업을 하며 작게 만들었는데, ‘이 캐릭터로 무언가 해보자’ 하다 보니 이만큼 커졌어요. 제 얼굴을 본떠 디자인한 친구라고 들었어요. 자세히 보면 입술 모양이 저랑 닮았어요.
<Windy>를 들어보니 전반적으로 여름이랑 참 잘 어울리는 듯해요. 평소 저 자신을 어떻게 마케팅하면 좋을지 많이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소연을 떠올리면 여름 같아요. 열정이 넘치고 시원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 솔로 앨범은 여름에 나와야 한다고 예전부터 줄곧 이야기해 왔어요.
(여자)아이들 멤버들은 <Windy>를 들은 후 어떤 반응을 보였어요? 발매를 앞두고 멤버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드디어 나왔어. 내 솔로곡이야!” 하면서 곡을 들려줬어요. 그랬더니 이모티콘이 엄청 많이 왔어요. 원래 멤버들이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데, 진짜 좋을 때만 여러 개를 연달아 보내는 것 같거든요.(웃음)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어요. 이런 거 할 줄 몰랐다며 의외라는 말도 했고요.
멤버들이 의외라고 느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여자)아이들에서 저는 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들도 제 솔로 앨범이 이와 비슷한 컨셉트로 나올지 않을까 예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전 그냥 전소연을 담으려고 했어요.
이번 음반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명확했을 것 같아요. (여자)아이들의 음악을 작업할 땐 컨셉트에 중점을 뒀다면, <Windy>에서는 제가 하는 생각들에 집중했어요. 이번 앨범을 듣고 사람들이 마음으로 느껴주면 좋겠어요.
어떤 곡을 제일 재미있게 만들었어요? ‘Quit’이요. 윈디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편지를 상상하며 가사를 썼거든요. ‘맞아 처음 설렘은 참 달콤/ 넌 꼬마처럼 늘 단것만 찾고/ 우리 사랑은 다 썩어버린걸’이라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화자의 감정이 이해되는 듯했어요. ‘윈디 같은 애랑 연애하면 이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죠.(웃음)
‘삠삠’이 타이틀곡이에요. 처음 이 곡을 들은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자극적이다.’ 그게 ‘삠삠’을 타이틀곡으로 고른 이유예요.
곡 작업을 할 때 대중성도 고려하는 편인가요? 네. 솔로 음반에서는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는 뮤지션도 멋있지만, 전 어느 정도는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삠삠’이라는 표현이 독특해요. ‘빛줄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빔(beam)’을 이어 붙였죠.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친한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사람들은 날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친구는 “넌 넘어질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라고 답했어요.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3>를 거쳐 (여자)아이들로 데뷔했고, 활동을 이어가다가 <퀸덤>으로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요. 그 말을 들으니 ‘내 태양은 밝게 떠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태양 빛을 오래 쬐고 있으면 지치잖아요. 평소 주변에서 저를 보며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다가 나중에 지친다” 하고 걱정하곤 해요. 그런데 저는 다 타서 연기가 될 때까지 지금 이 순간에 뜨겁게 태우고 싶어요. 이런 이중적인 의미를 ‘삠삠’에 담았어요.
지치겠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보여줘야지!(웃음)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팬들의 사랑이요. 제 음악을 듣고 공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저를 열심히 일하게 해요. 얼마 전 개인 SNS 계정이 생긴 만큼 팬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려고요.
마지막 트랙 ‘Is this bad b****** number?’의 작업 과정도 궁금해요. 비비와 이영지가 피처링에 참여했죠. 최근 여성 래퍼들끼리 협업한 음악이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제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다음 두 분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드렸어요. 비비와 이영지, 둘 중 한 분이라도 없었다면 이 곡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모두 Z세대 여성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맞아요. 그리고 두 분 다 ‘허슬’ 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일하는 태도도 멋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이들과 함께하며 뭘 새롭게 느꼈어요? 제가 이 곡에서 다루려고 한 주제는 ‘우리가 최고다’예요. 그런데 같은 내용인데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각자 개성도 뚜렷했고요. 이 점이 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이처럼 요즘에는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닮아가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Z세대 뮤지션이 많은 듯해요.
데뷔 후 수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지금까지 대중이 소연과 (여자)아이들 에게 한 말 중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 갈고 했구나’라는 말을 되게 좋아해요. 저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의 노력이 사람들에게도 보인다는 거잖 아요. 전 하나하나 그렇게 해왔어요. <Windy>도 마찬가지고요.
자신의 음악에 확신도 생기나요? 확신이 강한 편이에요. 저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는 곡들이잖아요. 제가 듣기에는 다 좋아요. 플레이리스트에도 제 음악을 꼭 넣어놓고요. 비 올 땐 이번 앨범에 수록한 ‘Weather’를, 더운 날엔 ‘덤디덤디’를 자주 들어요.
소연이 음악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음…, 예전에는 음악이 좋아서 했고, 지금은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어요. 그래서 참 다행이에요.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전소연다움’을 직접 정의한다면요? 자유. 전 항상 자유로울 거예요. 음악에 관해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