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

브라운 코트와 다크 브라운 브이넥 니트 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그레이 팬츠 헤드 메이너 바이 지스트리트 494(Hed Mayner by G.Street 494).

서강준

오렌지 오버사이즈 재킷 커먼 스웨덴 바이 지스트리트 494(CMMN SWDN by G.Street 494).

서강준

니트 스웨터, 화이트 셔츠, 체크 팬츠 모두 셀린느(Celine).

마리끌레르와 2018년 12월호 이후 3년여 만의 만남이에요. 공교롭게 이번 인터뷰도 겨울에 공개돼요. (화보 촬영과 인터뷰는 서강준 배우가 입대하기 전 진행했다.) 사계절 중 가을 다음으로 겨울을 좋아해요. 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이 체질에 더 맞더라고요. 추위는 옷을 두껍게 껴입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겨울이 오면 편의점에서 호빵을 종종 사 먹는데, 무조건 팥이 든 호빵을 골라요.

입대 후 영화 <해피 뉴 이어>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두 작품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바쁘게 지냈을 것 같아요. 촬영 기간이 일부 겹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어요.(웃음)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해피 뉴 이어>와 <그리드> 둘 다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리드>는 바다가 근처에 있는 지역에서 찍는 날이 꽤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나중에 여기로 여행 오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곳은 아니지만, 촬영을 마무리하고 10월 초쯤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날씨가 꽤 온화해 열심히 수영한 기억이 있어요.

2022년 2월 공개를 앞둔 <그리드>에서 ‘김새하’ 역을 맡았죠. <그리드>는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한 존재의 진실을 파헤치는 관리국 직원 김새하와 형사 ‘정새벽’(김아중)이 이끌어가는 스릴러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비밀의 숲>으로 잘 알려진 이수연 작가님의 작풍이 <그리드>에도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대본을 읽기 시작했을 때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러 소재와 사건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차 짜 맞춰지는, 단순하지 않은 구조였거든요. 새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요.

 

서강준

네이비 코트, 니트 터틀넥, 실크 패턴 셔츠, 퍼플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블랙 베르니체 슈즈 프라다(Prada).

서강준

오렌지 오버사이즈 재킷 커먼 스웨덴 바이 지스트리트 494(CMMN SWDN by G.Street 494), 패턴 베스트와 블랙 베르니체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네이비 팬츠 로에베(Loewe).

어떤 점이 특히 막막했나요? 새하의 일상을 떠올리는 게 어려웠어요. 대본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일상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표현하려 노력하는데, <그리드>는 일상보다 극적인 상황에 초점을 둔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새하를 찾는 데 공을 들였어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하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제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지점이 분명 있겠지만, 여러 상황에서 보여주는 새하의 모습으로 유추해보면 그에게는 일상이 거의 없어요. 새하는 단 하나의 중요한 목적을 품고 그것만 바라보며 달려가요.

일상이 거의 없는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새하와 강준 씨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사람을 섣불리 마음에 들이지 않는 점이 닮았어요. 새하는 좀 더 극단적으로, 철저하게 혼자인 인물이고요.

한 인터뷰에서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여전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하나요? 맞아요. 지인과 함께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가 만나는 이들은 딱 정해져 있어요. 제 안에 들어온 사람들과 서로 진심으로 위하는 것 같아요. 좁고 깊은 관계를 맺는 거죠.

<그리드>가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김영군’ 역으로 출연한 전작 <왓쳐>가 떠올라요. 새하와 영군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비슷했나요? 비슷할 줄 알았는데 다르더라고요. <왓쳐>는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영군의 말과 행동을 살펴봤을 때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어요. 반면 <그리드>의 인물들은 감정이 많이 배제되어 있어요. 마음을 따르기보다 상황 판단에 따라 이성적으로 움직이죠.

감정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 짐작되네요. 그런 부분은 작품마다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같은 작품을 봐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고,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면 저는 보통 감독님을 물고 늘어지며 계속 대화를 나눠요. 그 장면에 충실히 임하면서 작가님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서강준

카키 니트 스웨터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서강준

<그리드>는 디즈니플러스가 선보이는 작품이죠.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OTT를 즐겨 볼 수밖에 없는 시대인 듯해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을 테고, OTT를 이용하면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창작자로서는 OTT가 보다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될 테고요. 그 덕분에 더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극장은 그 나름의 특별함이 있어요. <해피 뉴 이어>도 2021년 말에 극장과 티빙을 통해 공개하잖아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인연을 만들어가는 영화예요. 강준 씨를 비롯해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십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한 점이 화제를 모았어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라 배우들이 다 같이 만날 일은 별로 없었어요. <해피 뉴 이어>는 기적, 행복, 사랑과 우정, 희망을 이야기하고 제가 연기한 싱어송라이터 겸 DJ ‘이강’은 매니저 ‘상훈’(이광수)과 우정을 보여줘요.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인 현장에 있을 때면 어떤 생각을 해요?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살피려고 해요.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동일한 상황을 마주해도 각자 생각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게 작품 안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때도, 큰 영향이 없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무척 중요해요.

이강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전성기를 맞이한 인물이죠. 그에 반해 배우 서강준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온 듯해요. 2013년에 데뷔한 이후 매년 작품에 출연했고요. 전 그저 하고 싶은 걸 해나가는 중이에요. 연기는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거든요.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깊이 고민해요. 그 과정이 힘들지만, 지금까지 출연한 20여 편의 작품 모두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이 남더라도 후회는 없어요. 그렇게 해왔으니까 현재의 선택에도 주저하지 않고요.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점점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연기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알아가는 만큼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과 연기로 인한 힘듦이 정비례하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꽤 성장해 있더라고요.

 

서강준

패턴 니트 스웨터 나마체코 바이 지스트리트 494(NAMACHEKO by G.Street 494), 화이트 셔츠 언더커버(Undercover), 브라운 팬츠 헤드 마이너 바이 지스트리트 494(Hed Mayner by G.Street 494).

서강준

다크 브라운 셋업 송지오(SongZio), 앵클부츠 닥터마틴(Dr. Martens),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강준

블랙 니트 재킷, 니트 터틀넥, 니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배우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한 적 있나요? 몇 년 전에 클레어 맥킨토시의 스릴러 소설 <너를 놓아줄게>를 읽었어요. 인물의 눈빛과 호흡, 손짓, 걸음걸이 등이 마치 카메라로 담아내듯이 묘사되어 있고, 생각과 감정도 세밀하게 서술되어 있더라고요. 마치 배우의 연기를 글로 풀어놓은 것 같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소설을 통해 인물을 분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표현을 살펴보면서 등장인물이 지닌 깊이와 질감을 느끼는 거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인간의 내면을 지독하게 탐구하잖아요.

평소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데미안> 속 인물만큼은 아니어도 예전에는 내면을 깊이 파고들었어요. 요즘엔 그러기보다는 제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하려고 해요. 최근 산책하면서 깨달았는데, 지금까지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 보이는 풍경과 순간순간 드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더라고요.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2022년이면 30대를 맞이하죠. 30대에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자신의 기질이 있다면요? 작품 활동에 몰두하다 보면 다른 것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 와닿을 때가 있어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도 하고요. 인간관계를 비롯해 연기 이외의 다양한 것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를 앞으로도 잃지 않기를 바라요.

마무리할까요. 혹시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하고 싶은 말은… 전 오늘처럼 인터뷰한 다음에 잡지를 보면 참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한 말들이 정리된 글에서 어떤 감성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오늘 내가 한 말은 지면에 어떻게 실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럼 오늘의 대화는 어떻게 담기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가 받아들여진 대로 담기기를 바라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