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쉐어링 최우성

룸 쉐어링 최우성

데님 재킷과 셔츠는 모두 (Lee), 블랙 팬츠는 코스(Cos),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월세를 아껴야 하는 대학생 ‘지웅’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과 룸 셰어링을 시작한다. 자유로운 ‘나혼산’ 라이프에 대한 기대도 잠시, 금분이 만들어놓은 엄격한 규칙과 집 안을 가로지르는 형형색색 라인은 지웅을 당황하게 만든다. 닮은 구석 하나 없는, 오직 집을 매개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그려낸 사랑이 서려 있다.

 화보를 촬영하는 오늘을 기준으로 영화 <룸 쉐어링> 개봉이 대략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영화를 작년 이맘때 찍었어요. 더운 여름날 촬영했거든요. 찍는 동안에는 영화가 언제 상영될 수 있을지 그저 막연했는데 개봉일이 가까워지니까 확실히 긴장되네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설레요. 제가 표현한 캐릭터가 이질감 없이 잘 가닿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예고편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엄청 울 것 같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너무 울지 마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영화가 끝나면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니까요. 저도 촬영하면서 가족을 많이 떠올렸어요. 할머니랑 같이 살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별난 집주인 할머니 금분과 하우스 메이트가 된 대학생 지웅을 연기했어요. 지웅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소개는 간단명료하게 하는 게 좋겠죠?(웃음) 지웅이는 누구에게나 선한 친구예요. 거절도 잘 못 하고 자기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친구의 부탁을 다 들어주려고 하는 한없이 착한 인물이죠. 그와 동시에 MZ세대답게 자기 꿈을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요.

본인과도 닮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지웅이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방법을 찾아 나가요. 미래를 향한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실제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주거 형태인 셰어 하우스를 주요 소재로 삼았어요.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꽉 찬 아르바이트 스케줄과 학업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지웅은 요즘 대학생을 대변하고 있고요. 연기할 때 실제 자신의 대학 생활에서도 참고한 부분이 있나요? 지웅이가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요. 저도 대학생 때 집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거든요. 그때 한 경험이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주로 음식점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남은 음식을 치울 때가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예요.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웃음)

첫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나문희 배우님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출연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어요. 나문희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영화에 내가 참여하다니! 심지어 방을 셰어하면서 계속 부딪치는 역할이잖아요. 친구들도 안 믿더라고요.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신 나문희 선생님이 확실하냐고.(웃음) 처음에는 선생님의 경험과 관록이 감히 넘을 수 없는 큰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벽은 금세 허물어지더라고요. 선생님이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찍질도 해주시면서 길을 잡아주셨거든요. 영화에서 점차 금분과 지웅이 가까워지는데, 실제로도 그와 비슷한 속도로 선생님과 친밀감을 쌓아가면서 서서히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많은 것을 배울 있는 현장이었을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선생님이 연기하신 캐릭터가 까탈스럽고 무서운 할머니예요. 근데 연기를 워낙 잘하시니까 어느 순간에는 진짜 금분 할머니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촬영이 끝나면 금세 나문희 선생님으로 돌아와 상냥하게 다독이며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런 사소한 순간마다 선생님의 집중력과 표현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인드도 좋지만
저는 준비가 먼저인 사람 같아요.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행동하는 단계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해나가요.”

 

 

룸 쉐어링 최우성

카라 디테일의 핑크 니트는 코스(Cos).

 

중학생 때부터 연기에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어릴 때 엄청 조용했거든요. 낯도 많이 가리고요.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그런 성격을 바꿔보고 싶어서 선생님이 권해주신 연극 캠프에 참여했어요. 거기에서 처음으로 연기도 하고 뮤지컬 노래도 배워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부터 연기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사람들한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TV에도 나오고 싶었죠. 부모님은 일단 공부를 하라고, 대학에 가면 성격도 바뀐다고 말리셨는데.(웃음)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연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성격은 여전히 내향형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웃음)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제 MBTI가 ISFP인데요. 어제 밤에 혹시나 해서 또 한 번 검사해봤는데 똑같이 나왔어요. 3년째 변하지 않아요. 심지어 내향성의 퍼센트는 작년보다 더 늘었어요. 작년에는 외향성과 내향성의 비율이 51% 대 49% 정도로 비슷했는데, 어제 해보니 내향성이 63%더라고요. 연기 한다고 해서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웃음)

그럼 연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바뀐 건 뭐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 앞에 서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학생 때 발표하라고 하면 엄청 떠는 애였거든요. 대학생 때 조별 과제 할 때도 PPT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4학년쯤 되니까 발표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손을 덜덜 떨면서 하긴 했지만요.(웃음) 본질적인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연기 하면서 분명 변화된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변화를 즐기는 편이에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요.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타입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를 많이 건드려보는 거죠.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항상 나 자신으로만 있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연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겠어요.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을 볼 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잖아요. 답답하고, 밉고, 이해되지 않아도 그 캐릭터의 특징이겠거니 하죠. 그래서 연기를 할 때만큼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 캐릭터 자체로 존재할 수 있어요. 열렬히 사랑하고 마음껏 질투도 하고요. 실제 삶에서 어느 정도 참아야 하는 감정들도 직선적으로 표현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한다는 생각에
쉽게 머무르지 않길 바라요.
부족하다는 마음이 있는 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룸 쉐어링 최우성

재킷과 팬츠 모두 아더에러(Ader Error), 이너로 입은 카디건은 토니웍(Tony Wack), 로퍼는 폴스미스(Paul Smith).

 

지난 5월에는 주연으로 참여한 오프닝(O’PENing) 시리즈의 <XX+XY>가 방영되었죠. 또래 배우들이 많은 환경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함께하는 배우들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확실히 시너지가 있었어요. 일에 대한 고민을 편하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죠. 촬영 초반에는 진짜 조용했어요. 신기하게 저만 떠들고 있더라고요.(웃음)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겨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말을 걸고 다녔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금세 왁자지껄해지는 거예요. 저는 그때부터 말수가 점점 적어지기 시작했고요.(웃음)

연기를 제외한 최우성이라는 사람에게는 어떤 것이 남을까요. 관심 있는 분야나 취미 같은 거 있어요? 요즘에는 노래에 빠져 있어서 보컬 레슨을 받고 있어요. 친구들이랑 만나면 코인 노래방은 빠지지 않고 가요. 혼자 노래방 가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삶의 크고 작은 일을 대할 때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 임하는 편인가요? 네. 그 대신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해요.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인드도 좋지만 저는 준비가 먼저인 사람 같아요.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행동하는 단계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해나가요.

연기를 할 때 경계하는 자세가 있다면요? 내가 잘한다는 생각에 쉽게 머무르지 않길 바라요. 부족하다는 마음이 있는 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연기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 일만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2022년도 절반이 지나갔어요. 남은 한 해의 계획이 있어요? 가족들이랑 여행을 한번 꼭 다녀오고 싶어요. 작년 여름에 한창 <룸 쉐어링>을 촬영하면서 마음먹은 건데 아직도 못 지켰어요. 일은 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계획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가족 여행은 제가 부모님 시간에 맞춰서 추진할 수 있는 거니까. 실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