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혜리, 이준영과 함께한 마리끌레르 11월호 화보

이혜리 니트 톱 토즈(Tod’s), 블랙 레깅스 지방시(Givenchy), 이어링 모스키노(Moschino). 이준영 니트 스웨터 렉토(Recto).

배우 이혜리, 이준영과 함께한 마리끌레르 11월호 화보

드라마 <일당백집사>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현장을 벗어나 화보 작업을 할 때면 서로가 달리 보이기도 하죠? 이준영(이하 준영) 아까 혜리 누나가 새삼 연예인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혜리(이하 혜리) 저도 준영이가 낯설게 느껴졌어요. 첫 번째 커플 컷을 찍을 때 조금 어색해 보였을 거예요.

오늘 이준영 배우의 반려견 ‘레오’가 함께 왔죠. 이혜리 배우가 레오를 익숙하게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레오가 <일당백집사> 촬영장에도 자주 가는구나’ 하고 짐작했어요. 준영 부득이하게 며칠 동안 지방 촬영을 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레오랑 같이 다녀요. 혜리 제가 레오한테 “누나 집에 가자” 하면, 시야에서 사라진 준영이를 찾으려고 앙앙 짖더라고요. 아주 똑똑한 친구예요. 준영 제가 나타나서 “어디 안 가”라고 해야 짖기를 멈추죠.

이혜리 배우도 강아지 ‘호두’를 가족으로 맞이했죠. 영상 콘텐츠를 촬영할 때 반려견에 대해 즐겁게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두 분이 무척 친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준영 <일당백집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각자 가수 활동을 할 때 음악 방송 등에서 마주친 적이 많아요. 혜리 오가는 길에 인사를 나누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아왔죠. 이후 영화 <걸캅스>시사회 뒤풀이에서 준영이를 우연히 만나 처음 대화를 제대로 나눴고요.

드라마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니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나요? 준영 누나가 열정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혜리 그리고 또? 준영 예쁘고 사랑스럽다.(웃음) 혜리 장난이고요.(웃음) 제가 느낀 이준영 배우는 소탈하고 솔직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죠.

<일당백집사>는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 ‘백동주’(이혜리)와 생활 서비스 업체 ‘일당백’의 직원 ‘김집사’(이준영)가 고인의 의뢰로 엮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예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요? 준영 동주와 집사가 저마다 다른 서사를 지닌 고인들이 품은 마지막 소원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들의 청을 들어준다는 점이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이 각 인물의 삶에 녹아 있었어요. 혜리 판타지 요소가 있는 작품이지만, 한편으론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비현실과 현실이 맞닿아 이루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웠어요.

동주와 집사를 어떤 사람으로 이해했나요? 혜리 동주는 고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자의로 얻지 않았는데, 의도치 않은 일들을 경험하며 더 넓은 내면을 갖게 돼요. 이성적이고 직설적이지만, 차갑지만은 않은 점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준영 집사는 책임감이 강해 의뢰받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 해요. 겉으론 마냥 밝아 보이는데도 상황에 따라 진지한 면을 드러내고요. 혜리 동주와 집사는 첫 만남으로 생긴 오해를 풀고 각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관계를 맺어나가기 시작해요. 동주는 집사를, 집사는 동주를 필요로 하기에 서로 더 끌릴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각자 맡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연습한 것이 있다면요? 준영 집사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분리수거를 하는 1화의 장면을 준비하다가 집 근처에서 직접 연습해봤어요. 500mL짜리 플라스틱 물병을 던져야 제일 멋지게 회전하며 수거함에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이런 식으로 집사라는 인물에 대해 보여주는 장면을 잘 연기하는 데 신경 썼어요. 혜리 동주는 장례지도사가 되기 이전에 탁구 선수였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탁구를 배웠어요. 집사의 분리수거와 달리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웃음)

동주가 죽음에 연관된 일을 하는 인물이기에 노력을 기울인 점도 있었나요? 혜리 주변 사람들한테 본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이루고 싶은 마지막 소원이 뭔지 물어봤어요. 각자의 죽음을 상상하며 나온 대답을 들어보고 동주를 섬세하게 표현하려 했죠. 준영 누나가 저에게도 그 질문을 했는데, 전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혜리 객관식 질문이 아니었는데도 대답이 크게 두 가지로 갈렸어요. 준영이처럼 소중한 존재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거나, 남겨둔 재산의 위치를 알려주고 싶다는 게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둘 다 세상에 남겨진 이들을 먼저 떠올리며 한 답변이더라고요. 이런 깨달음이 동주를 연기할 때 도움이 되었어요.

배우 이혜리, 이준영과 함께한 마리끌레르 11월호 화보

트렌치코트, 버건디 스윔수트, 헤링본 스커트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부츠 루이 비통(Louis Vuitton).

배우 이혜리, 이준영과 함께한 마리끌레르 11월호 화보

재킷 렉토(Recto), 신발 폴 스미스(Paul Smith), 니트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어요? 준영 집사가 동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털어놓는 장면을 촬영할 때요. 마음에 무언가 강하게 와닿았어요. 혜리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는데, 준영이가 잘해내줘서 고마웠어요. 전 동주가 어딘가로 같이 가자는 집사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을 꼽고 싶어요. 따라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 그때가 지금까지 <일당백집사>에서 연기하며 가장 진짜 같다고 생각한 순간이에요. 드라마 전개상 무심코 흘러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런 데서 의도하지 않은 ‘진짜’를 느꼈을 때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껴요.

동주와 집사의 교집합에는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당백집사>에 함께하며 ‘도움’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나요? 준영 도움은 진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도, 도와달라는 요청에 응하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일당백집사>에 함께하며 일상의 작은 행동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혜리 이를테면 제가 새벽 2시에 준영이한테 따뜻한 차를 내어주는 행동이요. 어때? 준영 좋지.(웃음) 스태프의 짐을 나눠 들거나 뒷정리를 돕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최근에 자주 들었어요. 혜리 도움은 배려와 애정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타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는 것도 중요할 테고요.

<일당백집사>는 결국 사랑에 관한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혜리 그렇죠. 죽음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 슬프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랑의 일부일 거예요. <일당백집사>가 슬픔, 후회, 그리움 등 사랑의 면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준영 저도 동의해요. 연기하면서 혼자 울컥한 순간이 참 많았어요. 집사가 공감만 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그만큼 여운이 강하게 남았죠.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집사를 연기하면서 저도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더 공감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그랬구나’ 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지금은 좀 어때?” 하고 묻죠. 그러다 보니 제가 이전보다 한층 성장해 있더라고요.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 모두의 인생과 관련 있는 이야기라 시청자도 깊이 공감할 것 같아요. 혜리 소재 자체는 무겁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운 순간부터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까지, 인생의 다양한 사연이 <일당백집사>에 등장해요. 고인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동주와 시청자의 시선이 비슷하다고 느껴요. 동주가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다면 시청자가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일당백집사>의 동주와 집사까지, 꾸준히 여러 작품 속 인물을 만나왔어요. 연기를 통해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마음이 어떤가요? 준영 항상 설레요. 함께하는 배우들의 해석과 표현이 제 예상과 들어맞은 적이 거의 없거든요. 참여한 작품이 늘어갈수록 현장에서 얻는 것이 많아져요. 슛 들어가는 시간이 제게는 마치 학교 수업 같아요. 열정이 큰 만큼 계속 연기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고, 그만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기대돼요. 혜리 원래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 짓지 않으려 했어요. 그저 제게 주어진 역할만 잘해내면 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최근 들어 ‘맡아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을 갖게 하는 역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물론 모든 도전 과정에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어요. 준영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연기는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

 

배우 이혜리와 이준영의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마리끌레르> 11월호와 마리끌레르 웹사이트 (www.marieclairekorea.com)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