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러 오는 길에 기사가 올라오더라고요. ‘샤이니 민호, 12월 첫 솔로 앨범 발표’. (웃음) 요즘 한창 새 앨범을 준비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한 달 여의 시간이 남았으니 더 가열차게 마무리해볼 작정입니다.
데뷔 14년 만의 솔로 앨범이자 샤이니 멤버 중 마지막 주자라는 점에서 ‘드디어’라는 반응이 많던데요. 생각해보면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 시점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저는 개인 활동을 영화나 드라마 위주로 하면서 연기에서 길을 찾아왔어요. 우선은 이를 좀 단단히 다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사실 몇 년 전부터 솔로 앨범을 내고 싶은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멤버들에 이어 제가 마지막 퍼즐을 꼭 채우고 싶었거든요. 계속 타이밍을 보다가 시기적으로 내년 즈음 샤이니 앨범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지금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쌓아둔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꺼내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앨범 제목이 <CHASE>인거죠? 태민의 <ACE>, 종현의 <BASE>, 키의 <FACE>, 온유의 <VOICE>에 이어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는 의미에서요. 맞아요. 멤버들의 앨범명과 라임을 맞추면서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잘 맞는 말을 찾으려고 했어요.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은 것 같아요. 멈춰 있기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격하고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뛰는 걸 좋아하다 보니.(웃음) 다만 추격하는 존재를 타인이 아니라 저 자신으로 생각해 지은 제목이에요. 제 안의 목표나 방향성, 무언가를 좋아하고 갈망하고 바라는 마음을 스스로 잘 추구해보겠다는 뜻에 가까워요.
그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추구하는 바를 찾는 시간도 있었나요?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찾는 시간은 지난 14년간 활동하면서 이미 충분히 보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업은 그다음 단계로, 저의 어떤 면이나 제가 가진 생각을 명확히 구현하는 데 집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부족한 점도, 잘할 수 있는 점도 이미 알기 때문에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하나의 앨범으로 완성 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어요. 하나씩 배운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 같아요.
함께가 아니라 홀로 만드는 데 대한 어려움도 있었겠죠? 샤이니 앨범을 만 들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앨범 만드는 단계에서 반 이상은 그간 하지 않던 패턴을 시도하는 중이에요. 저부터 틀을 벗어나기 위해 애썼고, 그러면서 스태프들을 이해시키려고 계속 노력했어요. 계속 회유하 고 설득하기를 반복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다고 온전히 제 생각으로만 이 프로젝트를 가져가지는 않았어요. 시작할 때 내 의견을 주도적으로 가져갈 테지만 아니라고 여겨지면 솔직하게 얘기해달라, 제가 설득을 당해도 좋다는 말을 했거든요. 앨범 하나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일인지 잘 아니까, 이번에는 모두에게 최대한 즐거운 작업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바람처럼 온전히 즐거운 작업이 되었나요?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도, 스트레스 없이 앨범을 만들 순 없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받긴 했죠. 그럼에도 즐거웠고요.
선발 주자였던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그러잖아도 멤버들이 궁금하다고 재촉하는데, 아직 안 들려줬어요. 완성본으로 짠 하고 보여주고 싶거든요. 아, 태민이만 데모 곡으로 듣긴 했어요. ‘형, 나 그거 들었어. 좋던데’ 하고 별말 없던데요.(웃음) 사실 저희끼리는 어떤 반응을 바라진 않아요. 서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의도로 만드는지 아니까 여지없이 좋다고 해주거든요.
앨범이 마무리되어가는 지금의 마음은 어떤가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도 들고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지만 제가 흔들리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영향을 받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굳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어쩌면 가장 괴로운 시간일 것 같아요. 오히려 시간이 빨리 지나서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기도 할 테고요. 맞아요. 인내의 시간이에요.
공개를 기다리는 작품이 하나 더 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패뷸러스>요. 끼이고 치이고 흔들려도 직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라고요. 패션이라는 화려한 외관이 먼저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는 이야기예요. 제가 연기한 ‘지우민’이라는 인물을 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일을 찾았지만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이 일을 지속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놓지 못하고 있어요.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일과 관계에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요.
지우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 중 ‘열정은 없지만’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어요. 아마 민호 씨와 가장 간극이 큰 인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부분이 저와 가장 다른 점인데, 그래서 오히려 어렵지 않게 접근했어요. 간극을 채우려고 하기보다 평소의 저와 반대로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힘을 빼고, 저 자신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가보기로 한 거죠.
먼저 작품을 감상한 사람으로서 가장 빠른 감상평을 남긴다면요?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면이 보였나요? ‘많이 흔들렸지만 잘 버텨내고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4명의 인물들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길 바랐는데, 그런 장면이 보여서 좋았고요.
음악 활동을 비롯해 연기, 예능, 스포츠까지. 매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시도하는 데 주저하는 법이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두려움은 있죠. 스스로 시작하자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많이 고민하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을 때는 여지없이 직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일은 대부분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즐거웠어요. 해봤는데 괜찮다, 즐겁다는 기억이 쌓이면서 그 힘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여유로 생각하지 않고,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잖아요. 예전에는 3~4일만 일을 안 해도 못 견딜 정도로 불안했어요. ‘빨리 일해야 하는데? 뭐 작은 촬영이라도 하나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면서 조급했죠. 이유는 모르겠어요. 매일같이 스케줄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군대에 갔고, 그곳에서 멈추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홀로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후로 지금은 비교적 여유를 갖고 선택과 집중의 기술을 발휘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저를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보는 분들이 있겠지만요.
제가 그중 한 사람입니다.(웃음)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범주가 꽤 넓어 보이거든요. 오늘도 이 촬영과 인터뷰 전후로 일정이 빼곡하다고 들었어요. 그 와중에 골프, 축구, 농구 등 대여섯 가지의 운동도 병행하면서요. 제가 좀 넓긴 하죠.(웃음) 그래도 체력이 나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축적된 경험은 크고 작은 형태로 지금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겠죠? 그럼요. 샤이니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연기하면서 배운 것,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들의 집합이 지금의 저인 것 같아요. 반대로 얘기하면 그간의 활동에는 다 저의 어떤 면이 담겨 있을 거고요. 그래서 지금 어떤 사람이 됐느냐고 묻는다면, 잘 인내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시간을 잘 감내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아요.
나를 돌아보게 만든, 전환점이 되어준 시기도 있나요?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주연으로 첫 드라마를 마친 후였어요. 끝나고 보니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저를 드러내고 보여줘야 할 순간에도 스스로 감추려고만 하는 게 보였거든요. 당시의 저로서는 최선의 행동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른 방식을 택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후로 저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어요. 물론 지금도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제는 제 얘기를 잘 꺼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압박을 주기보다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요.
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변화가 내적으로 크게 일어나고 있었네요. 저는 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웃음) 어떤 식으로든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 들어요. 더 가볍고 편안해졌어요.
지금이 더 좋은 쪽이겠죠? 지금이 좋아요. 그 시절을 다시 가라고 하면 힘들죠.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이렇게 인터뷰 할 때에도 ‘무슨 말을 해야하지? 지금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하면서 계속 스스로 경계했거든요.
지금 더하거나 채우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니면 반대로 덜어내고 싶은 쪽일까요? 그래도 더하는 쪽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한다는 게 새로운 무언가를 익힌다기보다는 제가 가진 모습 중에 더 드러낼 수 있는 것을 찾고 표현하고 싶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제가 가진 무언가를 잘 갈고 닦아서 보여주고 싶은 거죠. 이번 앨범이 그중 하나고요. 어쨌든 많이 내려놓고 여유가 생겼다고 해도, 버리거나 더하거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여전히 더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욕심과 욕망은 아직 놓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럼요. 민호라는 인물을 얘기할 때 여전히 열정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잖아요. 그건 당연히 가득하죠. 온몸에 가득 차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