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기이한 콘셉트였죠?(웃음) 드라마 <트롤리>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화보를 촬영했습니다. 박희순 재미있었어요. 기이한 거 좋아해요. 김무열 (희순)형이 드라마 촬영하며 전개상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박희순 맞아요. (전환이) 필요했어요.
별다른 설명 없이도 두 분이 촬영 컨셉트를 정확히 이해하셨다고 느꼈어요. 김무열 형은 ‘지천명 섹시’ 타이틀을 갖게 된 이후 화보를 많이 찍어보셨기 때문에(웃음) 아주 자유로우셨어요.
두 분이 함께한 드라마 <트롤리>가 12월 19일 첫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작품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희순 대본이 잘 짜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생각인가 싶을 만큼 1부가 빨리 읽혔어요. 최근 본 작품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했고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제가 맡은 ‘남중도’라는 인물의 감정 파고가 커지더라고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죠. 그렇지만 작품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무열 저 역시 같은 지점에서 이 작품이 좋았어요.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트롤리 딜레마’(윤리학에서 가정하는 사고 실험의 하나로, 제동장치가 고장 나 정지할 수 없는 트롤리가 소수 또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을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라는 작품의 주제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고루 관통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이 작품을 통해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하며 살고 있는데 그 무수한 선택이 이런 딜레마를 가지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살아온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와 동시에 박희순 배우의 출연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했다고요. 김무열 맞아요. 8할 정도? 박희순 어느 날 무열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형님 하시면 할게요’ 하고 내 의중을 파악하더라고요.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형님 하시면 할게요’라며.(웃음)
안 할 수가 없는.(웃음) 박희순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좀 전에 말한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또 무열이가 이렇게 옆에 있어준다면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결정했죠. 8할까지는 아니어도 7할?(웃음)
‘선택’은 이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느껴요. 매 순간 우리는 의식적인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죠.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와 선택하지 않은 결과를 감내하면서요. 이 작품을 거치며 선택에 대해 변화한 혹은 단단해진 생각이 있다면요? 박희순 이 작품에서의 선택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정답이 없죠.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에 따르는 잡음이나 우려 혹은 찬사가 있게 마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에 대해 선택의 주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이기도 해요. 작품에 참여하는 동안 제 과거 선택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나, 내가 모든 선택에 책임을 졌던가 하고. 김무열 아이러니한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선택을 하기도 하잖아요. 돌아보면 이미 수많은 선택의 갈래 길을 지나쳐 온 거죠. 아마 드라마를 보시는 분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제 의식이 지닌 힘이 있는 작품 같아요.
배우는 선택의 순간이 많고, 선택의 결과를 빠르게 확인받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와닿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박희순 맞아요. 선택의 결과가 평생 남는 일이기도 하고요. 선택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직업이기도 하죠. 그래서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돼요. 와이프랄지, 무열이랄지.
두 분이 연기하는 ‘남중도’와 ‘장우재’는 각각 국회의원과 수석보좌관으로서 서로 깊이 신뢰하는 사이죠. 실제로 두 분이 2009년 영화 <작전>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새삼 서로에게 느낀 것이 있다면요? 김무열 이번 작품에서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형을 곁에서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제가 처음 상업영화를 할 때 같이한 배우가 희순 형이거든요. 그때 형은 이미 상업 영화를 통해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인정받은 상태였고, 저는 데뷔였죠. 그때도 현장에서 형이, 형의 연기가 늘 놀랍고 신기했거든요. 그때가 15년 정도 전인데, 형과 다시 작품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형처럼 열의를 가지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졌어요. 작품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늘 어린아이처럼 현장을 순수하게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고요. 박희순 저는 반대로 이번 작품에서 무열이를 보며 놀라운 게, 제가 감히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물이 올랐구나, 이 친구’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한 단계 크게 도약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 역시 많이 배웠고요. 김무열 망극합니다.(웃음)
누군가와 오랜 시간 교류하기 위해 공통분모가 필요하기도 하잖아요.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유머 코드나 취향이 같을 수도 있고요. 두 분은 왜 가까워진 것 같아요? 박희순 무열이는 성품이 참 반듯해요. 근데 또 너무 깍듯하면 다가갈 수 없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적당한 선을 오가는 리듬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열이 술을 했거든요. 술친구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하고 접점이 많았어요. 요즘은 술을 안 하지만, 부부 동반으로 만나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김무열 형님은 제가 아는 형님 또래 선배님들 중에서 가장 꼰대 기질이 없는 분이에요. 가장 선비 같은 분이기도 하고요. 화내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저처럼 어린 후배들과도 허물없이 잘 어울리시고요. 어떤 때에는 ‘아, 좀 너무 철이 없으신 건 아닌가?’(좌중 폭소) ‘형, 너무 신나신 것 같은데?’ 걱정될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시고요. 그런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후배들이 봤을 때 참 좋은 선배고, 다가가고 싶은 분이죠. 형과 알고 지내온 시간이 오래됐는데 형에게 인간적으로 감사한 기억이 몇 가지 크게, 깊이 박혀 있어요.
그렇게 긴 시간을 나누는 사이 ‘지천명 아이돌’이 되셨잖아요.(웃음) 김무열 그러니까요. 제가 실제로 그랬거든요. 와이프랑 같이 <마이 네임>을 보면서 ‘형은 지금 섹시하다’, ‘지천명 섹시라고 닉네임을 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어요. 근데 정말 지천명 섹시의 아이콘이 되셔가지고.(웃음) 동생으로서 축하드리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계신데…. 박희순 전성기가 없었어. 제1의 전성기가.
두 분이 취향은 잘 맞나요? 박희순 둘 다 연극을 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외적인 취향도 나름 비슷한 것 같아요. 오늘 촬영장에 오면서 코트 하나 걸쳤을 뿐인데, 무열이가 보자마자 오늘 왜 이렇게 멋을 내고 왔느냐고. 매일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거든요. 김무열 진짜예요. 오늘 왜 이렇게 멋있게 하고 오셨어요? 했어요. 박희순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하면 욕먹어. 지금 패션 화보를 찍고 있는데. 김무열 외적인 부분도 우리가 자아 성찰을 통해 알게 된 게 아니라 주변에서 제3자들이 가르쳐준 거예요. 둘이 똑같다고. 늘 입는 옷만 입는 것도 똑같다고. 왜 맨날 그렇게 입고 다니느냐고. 박희순 옷장 정리하라 그러고.
마무리는 드라마 이야기로 할까요.(웃음) <트롤리>가 대중과 어떻게 만나길 기대하나요? 박희순 각자의 관점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본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시청자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이입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가상의 세계가 아닌 본인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본다면 단순한 재미나 오락거리를 넘어 많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김무열 이하 동문입니다. 연말에 보기에는 쉽지 않은 내용과 소재의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감독님의 첫 작품이거든요. 이 자리를 빌려 연말에 맞춰 본인의 첫 작품이자 우리 작품을 공개하는 감독님의 호기에 응원과 찬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박희순 지금 본인은 편집하느라 너무 힘들 거야. 밝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한 사람인데, 이렇게 딥한 작품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고
….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거지.(웃음)
역시 오늘의 마무리는 ‘선택’과 ‘책임’으로. 박희순 김무열 <트롤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