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릴리와 설윤의 조합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설윤 예전에 저와 릴리 언니가 라이브 방송을 할 때 팬 중 한 분이 우리한테 ‘눈꽃즈’라는 별명을 만들어줬어요. 설윤의 눈 설(雪)과 릴리의 백합(lily)을 따 지어줬죠. 릴리 너무나 예쁜 별명을 지어준 팬 덕분에 설윤이랑 무언가를 할 때면 항상 눈꽃즈라고 쓰고 있어요. 이번 화보처럼 러블리하면서도 어딘가 시크한 컨셉트가 우리한테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언젠가 우리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꽃밭에서 신나게 춤추듯 노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어요.
눈꽃즈가 함께한 활동을 살펴보니 노래하는 모습이 역시 돋보이더라고요. 둘이서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에 출연했고, 드라마 <연애대전>의 OST도 같이 불렀죠. 서로의 목소리에 대해 어떤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설윤 릴리 언니는 일단 음역대가 굉장히넓어요. 언니의 고음이 최고라 생각하고, 중·저음대에서 나오는 음색도 매력적이에요. 릴리 감사합니다! 설윤이는 음색이 얼굴만큼이나 예뻐요. 설윤이의 목소리가 노래를 더 달달하게 만들어줘요. 설윤 감사합니다.(웃음) 릴리 그리고 설윤이는고음이나 저음도 엄청 잘 내요. 어떤 음역대든 잘 부르는 장점을 지녔어요.
애정이 담뿍 담긴 칭찬이네요.(웃음) 3월 20일에 공개된 엔믹스의 첫 EP <expérgo> 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파트는 어디예요? 설윤 수록곡‘My Gosh’의 후렴 부분이요. 제 음색이 뚜렷하게 담겨 있어 마음에 들어요. 아카펠라로 부른 <expérgo>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을 통해 이 파트가 공개되었을때 반응도 좋아 기뻤어요. 릴리 전 타이틀곡 ‘Love Me Like This’의 마지막 파트를꼽고 싶어요. 제가 많이 들려주지 않았던 색다른 톤으로 불렀거든요. 하나의 곡을마무리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공들여 준비했고, 이때 제가 무대의 센터로 나서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래하고 (어깨를 활용한 안무를 살짝 보여주며) 춤췄어요.
‘Love Me Like This’가 라이브로 공연하기 어려운 곡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릴리 안무중 하체를 쓰는 동작이 많은데, 하체가 계속 움직이면 목소리도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거든요. 고음으로 이뤄진 파트는 노래하면서 멋있는 표정을 짓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이번 컴백을 앞두고 퍼포먼스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며 연습했어요. 설윤 저는 ‘Love Me Like This’의 가성 파트에 특히 신경을 썼어요. 가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 처음 불렀을 때 잘되지 않더라고요. 해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 결과 엔믹스는 라이브 실력을 다시금 입증했어요. 퍼포먼스 연습을 하며 노래까지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는 영상도 화제가 되었고요. 무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나요? 설윤 멤버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바라는 만큼 안 된다 싶으면 눈물이 먼저 나오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멤버들이 곁에서 다독여줬거든요. 릴리 노력을 다한 부분에 대해 누군가 “많이 늘었다”, “진짜 잘한다” 하고 인정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이런 칭찬의 말 덕분에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무대에 오르며 꼭 지키려 하는 원칙이 있나요? 설윤 무대에서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다른 것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릴리 맞아, 진짜예요. 설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최대한 연습하고, 그 이후부터는 머릿속을 비우려해요. ‘하던 대로 하자’ 하면서요. 릴리 무대에 선 순간 ‘내가 최고다!’ 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즐기려 해요. 그러다 보면 걱정했던 지점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그게 항상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요.(웃음)
무대를 볼 때 엔믹스 특유의 자신감과 즐거움이 느껴져 좋은걸요.(웃음) ‘커리어 하이’ 를 달성한 이번 앨범의 키워드인 지혜, 사랑, 용기에 대한 질문을 한 가지씩 해볼게요. 먼저, 최근에 얻은 삶의 ‘지혜’가 있나요? 릴리 엄마가 알려주신 한 가지 지혜가 있어요. 제가 다른 사람의 말을 지나치게 심각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엄마는 가볍게 생각하라는 조언을 자주 해주세요. 어떤 말을 듣더라도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요. 이 지혜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얻은 건 확실해요. 평소 엄마가 저 스스로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도 잘했다, 예쁘게 나왔다, 레전드 찍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사랑’의 감정이 피어오르게 하는 존재가 있다면요? 설윤 저도 최근에 엄마랑 통화를 자주 하는데, 무뚝뚝하게 하시는 말씀에도 애정이 묻어나더라고요. 그때 제 마음이 사랑으로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요. 릴리 전 호주에 있는 여동생이요. 못 본 지 반년이 넘었는데, 그래도 연락할 때마다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해줘요. 저와 아주 친한,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일상에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예요? 설윤 제가 벌레를 아주 무서워하거든요.벌레가 나타났을 때 용기가 필요해요. 릴리 나랑 정반대인데?(웃음) 엔믹스 멤버 중에서 제가 제일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우리 중 설윤이가 가장 잘하는 건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는 거예요. 다음 날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도 빼먹지 않더라고요. 진짜 대단해요. 설윤 어제는 팬 사인회에서 있었던 일을 다이어리에 적었어요. 팬들이 가져온 귀여운 소품을 쓰고 공연할 때 기분이 좋았다고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각별하죠. 그만큼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릴리 팬들은 항상 고마운 존재예요. 활동할 때마다 팬들에게 큰 응원을 받아요. 설윤 무대가 아니라 평상시 모습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더라고요. ‘우리 윤아’ 하면서요.(웃음) 좋은 말만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져 사랑스러워요. 릴리 제가 최근에 책과 영화를 주제로 한 라이브 방송 ‘북 앤 무비 클럽’을 진행 중인데, 더더욱 감동을 느껴요. 팬들이 제가 추천한 작품을 시간 내어 보고, 실시간으로 각자의 생각을 나눠줘서 저도 더 재미있게 함께하고 있어요.
곧 세계 곳곳의 팬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5~6월에 미국과 아시아의 13개 지역에서 엔믹스의 첫 해외 쇼케이스 투어가 진행돼요. 설윤 해외 무대에 올랐을 때 팬들이 한국어가 섞여 있는 응원법을 잘 따라 해줘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릴리 팬들이 그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알려주더라고요. 설윤 맞아. 그것도 감동이에요. 릴리 기억하고 싶어서 음식 리스트를 만들어뒀어요. 예를 들어 태국에 가면 칠리 크랩이랑 나시…. 설윤 나시고렝?릴리 나시고렝 말고 다른 음식이었어. 이렇게 잊을까 봐 전부 적어놓은 거예요.(웃음) 이번 투어에 해외 팬들의 기대가 크고, 저도 기대돼요. 아마 자주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릴리 씨는 <K팝스타 4>에 출연했고, 설윤 씨는 초등학생 때 밴드부 보컬을 맡았다고 들었어요. 가수의 꿈을 키우다 데뷔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고요. 오랜 기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느껴요? 설윤 음악은 감정에 좋은 영향을 줘요. 저도 즐거울 때 신나는 음악으로 흥을 돋우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치유해요. 릴리 비슷한 멜로디나 코드로 진행되더라도, 모든 곡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여러 장르와 가수의 음악을 계속 찾아 듣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제가 노래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소중하게 여겨져요. 그게 제가 가수가 된 이유일 테고요.
지금 이 순간, 엔믹스와 제일 잘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이라 생각해요? 릴리 고카트 (go-cart)요. ‘Love Me Like This’ 뮤직비디오에서 지우가 탄 작은 차예요. 보통 고카트는 트랙을 돌며 타는데, 엔믹스의 고카트는 지금 길 위에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즐겁게 달리는 중이에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도 마주하고,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면서요. 설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이 앞으로 활동할 때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요. 릴리 고마워! 밝은 에너지도 잃지 않기를 바라요. 우리를 향한 응원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