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베스트 누아클레(NUAKLE), 브레이슬릿과 이어 커프 모두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데님 베스트 피플오브더월드(people of the world), 슬리브리스 셔츠 유저(Youser), 팬츠 오프화이트(OffWhite™), 슈즈 캠퍼(Camper), 링과 브레이슬릿, 이어 커프 모두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레이스 톱 발렌티노 (Valentino), 브레이슬릿 크롬하츠 (Chrome Hearts).

 

(인터뷰 일 기준) 약 열흘 뒤면 신곡 ‘WE GO HIGH’가 공개돼요. 미리 들어보니 여름과 잘 어울리는 청량한 곡이더군요. 이렇게 빠른 템포의 밝은 노래를 낸 적이 드물어요. 그래서 요즘 굉장히 신이 난 상태예요. 그간의 진지한 분위기를 덜어내고, 한층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평소의 제 모습과 더 가깝기도 하고요. 스스로 즐기면서 바쁘게 컴백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번 음악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간절히 기다려온 순간에 다다랐을 때의 기분을 담았어요. 내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던 이들에게 ‘우리가 이토록 높은 자리에 같이 있어’라며 지금껏 옆에 있어줘 고맙다고 전하는 내용의 노래죠. 그 꿈은 듣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거예요. 대학 입시, 인간관계, 커리어 등이 있겠죠. ‘WE GO HIGH’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는 곡이었으면 해요. 꿈을 이루기 전인 이들은 더 열심히 나아갈 힘을 얻고, 이미 무언가를 성취했다면 현재를 만끽하는 동시에 지나친 자만은 경계하는 식으로요.

이 곡을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지난해 10월에 낸 네 번째 정규 앨범 <그리고>를 통해 그때 하고 싶던 이야기를 거의 다 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제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다른 뮤지션들이 부르는 걸 생각하며 작업한 곡들이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지난 카타르 월드컵 주제가 ‘Dreamers’를 듣고 만든 ‘WE GO HIGH’인데, 주변 사람들이 이 노래는 제가 부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불러보니 꽤 괜찮았고, 공연할 때 다 같이 떼창을 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페스티벌 무대 등에서 이번 신곡의 일부를 미리 공개하며 제목을 공모했죠. 어떤 후보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다양했어요. 제가 축제 무대에 오른 대학교 이름이랑 ‘해병대’도 있었고요.(웃음) 예쁜 단어가 참 많았어요. 제일 자주 등장한 후보가 ‘WE GO HIGH’였고요. 제가 원래 가사를 쓸 때 되도록 한글을 사용하는 편이라 제목을 영어로 지은 곡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이런 제 작업 성향을 잘 아는 팬들이 후렴에 반복되는 가사인 ‘WE GO HIGH’를 제목으로 추천하더라고요. 함께 따라 불러주기를 바라는 곡인 만큼, 제목을 접했을 때 이 노래를 바로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존에 알던 로이킴의 음악과 여러모로 다른 곡인 것 같아요. ‘WE GO HIGH’를 작업할 때 사운드 면에서 특별히 공들인 지점이 있나요?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음악에 EDM이나 K-팝의 드럼 또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잘 합칠 수 있을지 몇 년 전부터 고민해왔어요. 이런 편곡이 제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WE GO HIGH’는 처음 편곡을 마친 버전을 듣자마자 ‘와, 너무 좋다!’ 싶었어요. 제가 해온 음악의 결을 잃지 않은, ‘로이킴 냄새’가 묻어나는 편곡이었거든요. 이후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좀 더 거칠게 잡는 등 세밀한 수정을 거쳐 이 노래를 완성했어요. 제가 원하던 느낌의 음악이 비로소 나온 듯해요.

‘WE GO HIGH’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댄스 챌린지’에 참여하면 돼요.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죠. 챌린지 관련 영상이 공개되면 ‘이래서 로이킴이 여태 춤을 안 췄구나’ 할 수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고, 무엇보다 저 자신이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유튜브와 틱톡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도 마음을 열었어요.

젊은 층 사이의 트렌드를 열심히 연구하는 중인 것 같아요. 젊은 층이 무엇을 보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다시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고 느껴요. 음원 차트만 살피기보다는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론 그들이 향유하는 음악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도 하고요. 이런 생각을 하며 요즘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에요.

이전에 비해 음악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건 결국 어떤 음악일까요? 물론 멜로디와 음색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가사를 지닌 음악이 사람들한테 가장 오래 머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수천만 명이라면 히트곡이 되는 거고, 한 명뿐이더라도 그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 곡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저에게도 마음에 각인된 노래들이 있어요. 이문세, 김광석, 이소라 선배님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져요.

어떤 가사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혼자 품고 있을 만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크게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한 가사요. 이를테면 도원경 선배님의 ‘다시 사랑한다면’ 가사가 그래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같은 구절이 인상 깊어요. 제가 요즘 유튜브에 다른 뮤지션의 곡을 커버하는 영상을 올리는데, 이 노래도 나중에 한번 불러볼까 해요.

커버할 곡을 정할 때 가사가 기준이 되기도 하겠네요. 맞아요. 제가 노래방에 가면 부를 법한 발라드 위주로 고르죠. 다른 장르의 노래가 부르고 싶어지면 바뀔 수도 있어요. 커버 영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노래하는 걸 마냥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이 직업을 갖게 된 이래 음악을 너무 진중하게만 다뤄온 건 아닌가 생각했고, 그래서 고등학생 때 그랬듯이 혼자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올리고 있어요. 구도나 화질도 당시와 비슷해요.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왜 마음뿐 아니라 화질마저 10여 년 전으로 돌아갔냐’ 하는 댓글들이 있어서(웃음) 앞으로의 촬영 방식은 생각해보려고요.

이제 데뷔 11년 차가 되었고, 그동안 다수의 곡을 선보였어요. 최근 라이브 영상을 살펴보니 로이킴의 예전 음악을 여전히 꺼내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며칠 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 본인이 20대 초반의 청춘이었을 때 ‘봄봄봄’이 나온 덕분에 당시를 이 노래로 회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 같다고요. 이처럼 누군가의 역사에서 한 시점을 맡고 있을지도 모르는 제 음악을 스스로 더 사랑해줘야겠다는 다짐이 갈수록 단단해져요. 정성을 다해 부르고, 위로 한 방울이 담긴 가사를 쓰고, 좋은 음악을 내는 게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타인을 위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로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타인을 위로하겠다는 마음을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스스로를 소모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때 저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쏟는 노력이 더 크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나를 보듬지 못하면서 남은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건강한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제가 위로하는 행위를 이어가는 이유는 저로 인해 누군가 위안을 얻었을 때 저한테 돌아오는 위로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에요.

위로의 음악을 만들고 들려주는 작업이 본인을 위한 일이기도 한 셈이네요. 리스너의 존재만으로도 한없이 큰 위로를 받죠. 관객의 표정을 바라보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제 음악을 들으며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이럴 때 제가 하는 작업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해요. 제 음악이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삶을 바꿔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일로 여겨져요.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곁에 둔 채 나아가고 싶어요. 음악이 저를 떠나지 않는 한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먼저 음악을 보내주진 않을 테니까요.

본인의 인생에 음악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죠. 음악은 제 내면을 표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는 친구예요. 돌이켜보면 전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기타를 만지고 있었어요. 제가 마음속 이야기를 밖으로 털어놓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진지한 말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위로를 건네는 게 육성으로는 어려워요. 하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할 수 있더라고요.

창작물에는 창작자가 담기기 마련이죠. 그 마음이 사람들한테도 전해질 거예요. 그러면 좋겠어요.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듣는 이들은 알아줄 거라 믿어요.

이 인터뷰가 공개될 무렵에는 많은 사람이 ‘WE GO HIGH’를 듣고 있을 거예요. 신곡과 함께하는 이번 여름이 어떤 시간이기를 기대하나요? 올여름은 열심히 재미있게 보낼 예정이요. 그 어느 때보다 제 일을 즐기고, 여러 무대에 서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요. 그렇게 더 많은 이들을 웃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요. 이번 활동이 마무리되면 금세 다시 발라드를 부르고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그러니까 저와 함께 이 계절을 흠뻑 즐겨준다면 좋겠어요.

 

재킷 코스(COS), 셔츠 매드마르스(MADMARS), 팬츠 이자벨 마랑 옴므(Isabel Marant Homme), 더비 슈즈 페라가모(Ferragamo), 모자 수프림(Supreme), 이어 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아우터 꼼데가르송 옴므(Comme Des Garcons Homme), 니트 에스티유(STU), 쇼츠 트렁크 프로젝트(TRUNK PROJECT),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