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거나 대충 넘기지 않고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내야
비로소 움직이는 사람.
발리에서 찾아낸 배우 홍경의 면면.

마리끌레르 코리아 홍경 화보 & 인터뷰
홍경 화보 & 인터뷰
레드 재킷과 팬츠 모두 구찌(Gucci).
홍경 화보 & 인터뷰
데님 재킷, 울 쇼츠, 슈즈, 양말 모두 프라다(Prada).
홍경 화보 & 인터뷰
옐로 골드 하드웨어 라지 링크 브레이슬릿 티파니(Tiffany & Co.). 셔츠 페라가모(Ferragamo)

긴장을 툭 놓아버리기 좋은 따뜻한 곳에 와서 그런지, 3일간 꽤 많은 대화를 나눈 때문인지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작품이나 한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알던 홍경이라는 배우에게서 새로운 면면을 발견하는 과정이 꽤 즐거웠습니다.
부디 좋은 쪽이어야 할 텐데요.(웃음) 어떤 면이 보였어요?

질문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요. 박태일 스타일리스트가 그랬잖아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본인 아들보다 궁금한 게 많다고요.(웃음)그 모습이 식사 자리의 어색함을 덜기 위해 애써주는건지, 타고난 성정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예전에는 말 없이 지켜보는 쪽에 가까웠는데, 언젠가부터 질문을 많이하게 됐어요. 쓸데없는 질문이라도 속에 담아두고 지나치면 결국 알지 못한 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 더라고요. 상대가 무례하게 느끼지만 않는다면 일단 질문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 늘어났어요.

내심 이건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한 질문도 있었나요?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이요. 예전에 같이 작업한 피디님에게 받았던 질문인데, 영화를 세 편 정도 말하다 보면그 사람의 성향이 보이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그 사람이 가진 여러 면 중 하나에 불과하겠지만요. 또 좋아하는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지 듣는 재미도 있어요.

대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꽤 유용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덕분에 김신애 사진가의 눈물도 보게 되었잖아요.
발리에서 대화를 나눈 시간 중에서 가장 좋 은 순간이었어요. 좋아하는 영화를 이야기하다 울컥하는 마음이 앞서는 게, 낯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마음을 확 내보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 눈물로 실장님이 얼마나 <애프터썬>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우리 모두 단번에 알 수 있었잖아요. 그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 할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느라 정작 홍경 배우는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이제 제가 질문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물어볼게요. 지금 이 순간, 좋았던 영화를 떠올려 본다면요?
며칠간 질문하는 사람으로 지내다 대답하는 위치가 되니 어렵네요. 갑자기 진땀이 나고요, 하하.음…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최근에 본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지옥>이에요. 되게 불편한 영화예요.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질투와 의심이라는 감정을 극대화해 잘 담아낸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보는 내내 답답했는데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아서 보고 나서 여운이 꽤 길더라고요. 더 얘기해도 된다면, 아리 애스터 감독 영화도 좋아해요. <머니볼>과 <폭스캐처>를 만든 베넷 밀러 감독의 영화도 꼭 챙겨 보는 편이고요.

영화 취향이 광범위하네요.
그러려고 노력해요. 얼마 전에 든 생각인데, 유년기에 보고 먹고 들은 것이 20대 때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취한 것 중에서 나로발현되는 것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20대가 되고 취향이 점점 분명해지면서 좋아하는 것만 취하려 하는 거예요. 그런 태도도 나쁜 건아니지만, 내 것이 아니다 싶은 것도 참고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단은 받아 들여보고 그때 드는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잘 쌓아 두려고요. 이렇게 축적한 것들이 30대에 어떤 식으로 발현될 지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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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워 장식 포플린 셔츠와 쇼츠, 슈즈, 양말 모두 프라다(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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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장식 포플린 셔츠 프라다(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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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벨트 모두 발리(Bally), 스카프 르메르(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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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T1 링, 미디엄 사이즈 T1 와이드 다이아몬드 힌지드 뱅글 모두 티파니(Tiffany &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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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에 머물 때도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죠? 작업하는 과정이나 그 전부터요.
네,나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분해야 할 인물을 만나도 계속 ‘왜?’라는질문을달고살아요. 납득이 안 되면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해요. 그래서 출연 작품을 결정하 기까지 무척 오래 걸려요. <D.P.>의 한준희 감독님과 <약한영웅 Class 1>의 유수민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게 단번에 “네!”라고 해도 모자랄 상황에서도 제가 고민하는 동안 기다려주셨어요. 두 작품 모두 너무 궁금해서 오히려 두렵고 불안했던 거예요. 그럼에도 용기를 내고 싶었는데, 두 분 모두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셨고, 그래서 더 애틋한 작품으로 남았어요. 저는 그렇게 뭔가 정리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어요.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항상 해요. 그 시간이 몹시 힘드니까요. “그냥 일단 해보는 거지” 하면서 속 시원하게 나가는 사람 들도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러워요. 그냥 내질렀을 때 배우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그와 반대로 ‘그냥’이 안되는 사람이 지독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해낸 것이 지니는 의미가 따로 있으니까요.
뻔한 말일수 있지만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이 직업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고, 사랑받는 것도 분명 귀하고 필요해요. 하지만 저는 그것만으로 동요되지 않는, 타협할 수는 없는 타입의 사람 인 것 같아요. <D.P.>는 그간 깊이 다루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를 상기시킨다는 점 에서 그만의 가치가 있고, <약한영웅 Class 1>은 명성에 기대지 않고 이야기의 완성도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작품이었어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청설>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에게 다가가려고 온 마음을 다하는 인물이 지닌 순수가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생각으로 하게 됐고요. 매번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될 것이 보이는 작품을 해왔고, 어렵지만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하지않게 지키려 해요.

돌이켜보니 홍경 배우는 첫 영화 <결백> 때부터 ‘왜?’라는 질문을 품어왔네요.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야만 하는 배우이고요.
필모그래피상 첫 영화 가<결백>이긴 한데, 연기를 시작한 시점은 그보다 조금 앞서요. 막 시작한 때를 떠올리면 물론 대다수의 시작이 그럴 수 있지만, 마음 고생을 많이 했어요. ‘내가 꿈꾼 건 이게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만 거듭한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지금처럼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작은 빛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꿈꿨거든요. 그 어둠을 지나 맞이한 작품이 <결백>이었어요. 그 작품을 통해 확신했어요. 계속 의미를 찾아도 되겠다고요.

이야기를 죽 듣다 보니 어제의 촬영과 오늘의 인터뷰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살피게 되네요.(웃음)
영화나 드라마 작업도 그렇지만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할 때도 현장의 흐름이 보일 때 참 좋더라고요.이 작업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각자가 가진 것을 툭툭 얹어서 착하고 나아가는 순간들, 그리고 이 방향을 갔다가 아니면 저 길로도 가보고 하면서 자연스레 열기가 생기는 순간들이요. 그런 순간을 이번에 몇 번이나 봤어요. 제겐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죠.

오늘 밤 서울로 돌아가요. 일상으로 돌아가선 무엇을 하면서 지낼 예정이에요? 요즘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요. 선배 배우들 보면서 감탄한 게 저보다 호기심의 영역이 훨씬 다양하고, 이미 많은 것을 채운 것처럼 보이는데도 끊임없이 뭔가를 흡수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뭔가 배우고 싶어서 어릴 때 배운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어요. 한번 치기 시작하면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날 정도로 재미있어요.

어떤 곡을 연습 중이에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a.. umerei)’라는 곡을 좋아해서 배우고 있어요. 신기한 게 어릴 때 잠깐 배운 게 전부인데, 연습하다 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역시 뭐든 축적해두면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의 가장 즐거운 발견이에요.

그리고 홍경 배우에게서 질문이 많은 것 말고 또 하나 발견한 면이 있어요. 의외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점이에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엔 같이할 때 더 즐거웠어요. 아까 낮에 다들 나가고 혼자 점심을 먹는데 생각보다 혼자 있는 게 그리 좋지 않더라고요. 같이 작업하고 대화한 시간이 제게 꽤 소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날 느닷없이 “사랑해요”라며 모두에게 고백을 던진 건가요?(웃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 고백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웃음)

배우 홍경 화보 & 인터뷰
옐로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라지 사이즈 락 펜던트 네크리스 가격 미정, 로즈 골드T 트루 8mm링,로즈 골드와 화이트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락뱅글, 옐로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락 뱅글 모두 티파니(Tiffany & Co.). 재킷과 안에 입은 톱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홍경 화보 & 인터뷰
신치드 재킷, 배기 핏 테일러드 팬츠, 슬릿 맥시 테일러드 스커트, 티셔츠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홍경 화보 & 인터뷰
포플릿 재킷, 포플린 팬츠, 슈즈, 양말 모두 프라다(Prada).
홍경 화보 & 인터뷰
데님 재킷 프라다(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