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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울 블레이저와 팬츠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아워레가시(Emporio Armani × Our Legacy), 브라운 실크 셔츠 자크뮈스(Jacqemus), 로퍼 노아(Noah), 레이어드한 슬리브리스 톱과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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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기로 어떻게 잘돼야겠다는 생각이 딱히 없어요.
그냥 연기에 상처받지 않고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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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분의 일초>를 본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주종혁 배우의 눈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 큰 스크린에 한동안 ‘재우’(주종혁)의 눈만 보이는 몇몇 장면이 있잖아요. 말보다 눈으로 연기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처음 볼 땐 집중이 안 됐어요. 화면 가득 제 눈만 나오니 말할 수 없이 부끄럽더라고요. 소속사 대표님이 상영관을 빌려주셔서 제 지인들로만 채워 시사회를 한 적이 있는데, “네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맙다”라는 칭찬 반 놀림 반의 연락만 수십 통받기도 했고요.(웃음) 한편으론 걱정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저는 순간순간 재우가 아닌 제 눈이 보이는데 관객도 그러면 어쩌나, 온전히 재우의 감정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이후에 관객 평이나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관객들의 말을 들으며 생각보다 재우를 잘 이해하고 받아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신기하고 다행스럽고 감사해요.

그런데 클로즈업 장면은 실제로 얼마나 가까이에서 찍은 거예요? 렌즈가 거의 밀착해 있었어요. 가깝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요.(웃음)

그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가 가능한 거죠?(웃음) 그래서 분노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두렵고 불안한 재우의 정서를 잘 표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선 부담스러웠는데, 돌이켜보면 마치 조여오듯 밀착해 찍는 방식에 오히려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김성환 감독은 주종혁 배우의 눈에 대해 가만히 있어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나요? 좋아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태수’를 연기한 (문)진승이 형 같은 쌍꺼풀 없는 눈을 더 좋아했거든요. 감정을 헤아릴 수 없는 미묘한 에너지가 있는 눈이잖아요. 그에 반해 제 눈은 감정을 잘 들킨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나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눈이구나 싶더라고요. <만분의 일초>를 통해 얻은 게 되게 많아요.

또 무얼 얻었어요? 대사가 많지 않은, 어떻게 보면 비언어적인 것으로 이뤄진 영화잖아요. 사실 재우로 사는 동안 좀 답답한 순간이 있었어요. 모든 마음을 호면(검도에서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기구) 안으로 감춰버리는 사람이라 숨 쉬는 것조차 하나의 표현이라 여겨져 조심스럽고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을 다 지나고 나니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오히려 말하지 않아서 더 잘 전달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연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들은 것도 큰 힘이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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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잘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제가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스스로를 채워나가는 데 대한 갈증이 컸어요. 늘 칭찬보다는 쓴소리가 저를 더 빨리 발전시켜 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오디션에 붙든 떨어지든 감독님께 냉정하게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모든 칭찬을 배척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일 거야.’ 이런 생각만 든 이후로는 제 작품을 봐도 행복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인가 내가 이러려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어요. 그러곤 나의 최선을 인정해주자, 내 연기에 대한 칭찬도 건강하게 받아들이자 하며 조금은 긴장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이제 쓴소리는 따로 청하지 않아도 꾸준히 해주는 사람이 몇 있기도 하고요.(웃음)

칭찬과 응원만큼이나 들뜰 때마다 냉수마찰을 시켜주는 사람도 필요하죠.(웃음) 맞아요. 아직 안주할 때가 아니다, 더 배워라, 너를 대체할 배우는 많다. 늘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해주니까 관객들에게 듣는 칭찬이 더 귀하게 느껴져요.(웃음)

필모그래피를 꽤 다양하게 쌓아가는 중이고, 비판과 칭찬에 대한 균형도 잘 찾아가는 지금도 배움에 대한 갈증은 여전한가요? 그럼요. 꼭 연극영화과를 나오지 않아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고들 하지만 제가 20대 초반에 다른 일을 하면서 보낸 시간 동안 연기를 공부한 이들이 쌓아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죠. 연기를 늦게 시작한 만큼 비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잘 메워가고 싶어요. 그리고 뒤늦게나마 공부하는 게 꽤 재미있어요. 요즘 친한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짜서 연구하는데, 다들 학교에서 배운 걸 연기 경험을 쌓은 후에 다시 배우니 달리 보이는 게 있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이라 그런지 마냥 새롭고 신기하더라고요.

요즘은 어떤 걸 배우는 중인가요? 다음 주부터 마이스너 테크닉(상대 배우와의 교류를 통한 반복 훈련)이라는 걸 배워보기로 했는데, 정보가 전혀 없는 훈련법이라 되게 기대하고 있어요. 뷰포인트(움직임과 공간, 시간에 대한 예술적 지각을 극대화하는 훈련)라는 훈련도 있던데 그것도 해보고 싶고요. 자세한 건 배워봐야 알겠지만, 계속해서 모든 감각과 감정을 최대한 살려두기 위한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되게 여러 방식이 있던데 가능하면 저의 방식을 정체화하지 않고 다 시도해보려고 해요.

연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느껴져요. 아마 지금의 훈련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해보고 안 하는 것과 모른 채로 남겨두는 건 다르잖아요. 정답이 없으니까 되도록 많은 길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저의 최선을 찾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고, 오래 하고 싶거든요.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한 거예요? 시작할 때부터요. 제가 20대 초·중반에 믹솔로지스트 일도 배우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그때는 이걸로 돈을 얼마큼 벌어서 언제 가정을 일궈야겠다 하는 생각만 했지, 직업에 대한 확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는 시작부터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먼 길을 돌아서 뒤늦게 시작했지만, 그래서 더 한눈팔지 않고 연기 하나만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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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은 어떤 목표를 바라보는 중인가요? 목표라는 게 좀 모호하고 막연하게 느껴져요. 예전의 저라면 몇 살에 몇 작품을 하고, 이런 이런 작품들을 만나야 하고, 이런 식의 목표를 세웠겠지만 지금은 연기로 어떻게 잘돼야겠다는 생각이 딱히 없어요. 그냥 연기에 상처받지 않고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어요.

연기에 상처받는다는 게 어떤 건가요?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더 괴로울 때가 있잖아요. 가볍게 넘어갈 것도 마음이 쓰이고요. 그래서 연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그 어려움을 결국은 잘 헤쳐가면서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요. 더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상처받지 않고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면요? 이미 더할 것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아 반대로 버려야 할 것에 대해 묻고 싶었어요. 제가 눈치를 많이 보거든요.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때가 많은데, 그 마음은 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좀 더 저를 믿어주는 것도 해보려고요. 답변이… 괜찮았나요?

하하, 벌써 흔들리면 어쩌나요. 더 믿고 나아가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래 하려면요. 맞아요. 어쩔 수 없는 저의 성향인 것 같긴 한데, 조금씩이라도 오롯이 저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것도 하나의 연기 훈련으로 삼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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