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앨범을 내고, 최후의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계속 음악 곁에서 살아갈 것 같아요.”
오래도록 변치 않을 열정으로 만개할 유겸의 세계.

재킷과 팬츠 모두 Sankuanz by Adekuver, 후드 Jiyong Kim, 이어링 HeChain,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팬츠, 슈즈 모두 CamperLAB, 슬리브리스 톱 Acne Studios, 네크리스와 링 모두 HeChain,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깃털 베스트 Tuesou, 톱 Diesel, 팬츠 Palm Angels, 브레이슬릿, 링, 이어링 모두 Chrome Heart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정규 앨범 <TRUST ME>를 선보인 지 세 달 가까이 흘렀어요.
얼마 전 이번 앨범을 오랜만에 쭉 들어봤어요. 작업할 때 수없이 들었는데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죠. 항상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제가 느끼기에 좋아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거든요. 멜로디가 반복되는, 듣기 편안한 곡이 많아 자주 찾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6월에 열리는 톤앤뮤직 페스티벌 2024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죠.
타이틀곡인 ‘1분만’으로 음악 방송 활동을 한 이후로 팬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어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앨범 수록곡을 안무와 함께 들려줄 예정이에요. 안무를 새로 짜서 최초로 선보이는 곡도 있어요. 빨리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톤앤 뮤직 페스티벌은 밴드 라이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데, 전 주로 댄서들과 춤추 며 공연하는 편이라 밴드랑 무대에 선 경험이 많지 않거든요. 예전에 몇 번 호흡을 맞춘 분들과 다시 함께하게 되어 반가워요. 또 페스티벌 무대에 서면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잖아요. “아이 세이 ‘아름다~’ 유 세이 ‘워♪’” 하면서요.(웃음) 이때 드럼 사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페스티벌은 팬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이 모인 현장이잖아요. 무대에 오르는 마음이 사뭇 다를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긴장되지만 그만큼 재미있어요. ‘관객을 미치도록 즐겁게 만들고 싶다’, ‘내 팬으로 만들고 싶다’ 하는 생각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요. 조금 과장하자면 결투에 나가는 느낌이에요.(웃음) 처음엔 어려웠는데, 이제는 경험이 조금 쌓여서 괜찮아요. 음악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인 현장 인 만큼 다들 제 무대를 즐겨주더라고요. 필살기로 댄스 브레이크를 하면 높은 확률로 반응이 터지는 것 같기는 해요.

무대에서 공연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뭐예요?
일단 힘들어요.(웃음) 거의 뛰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니 무더운 날에는 숨 쉬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전 노래와 춤을 같이 할 때 제일 즐겁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레 몸이 움직이고, 춤을 출 때도 괜히 흥얼거리게 돼요. 노래와 춤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아요. 비트에 멜로디를 얹거나 즉흥적인 랩을 더하는 게 프리스타일 댄스와 비슷 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아요. 노래할 때도, 춤출 때도 처음에는 리듬에 정박자로 맞춰보다가 조금씩 변주를 주는 식이죠.

재킷과 팬츠 모두 CamperLAB, 슬리브리스 톱 Acne Studios, 네크리스 HeChain,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허리에 두른 카디건, 팬츠, 슈즈 모두 Dior Men.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춘 지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어요. 올해로 데뷔 11년 차, 솔로 활동 4년 차예요.
와, 시간 빠르다.(웃음) 갓세븐 활동을 할 땐 개인적인 음악을 만드는 게 저를 위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다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니 곡 작업도 일로 대하 게 되었죠. 가끔 지칠 때가 있긴 해요. 그런데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에요. 하루 정도 쉬면서 작업에서 잠시 멀어지면 금세 음악 생각이 나더라고요.

음악에서 벗어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안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맞아요. 가수로 살아가며 삶의 변곡점을 맞기도 했어요. 그 시간을 거치면서 느낀 건 힘든 게 지나면 꼭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거예요. 언제나 좋을 수는 없고, 가끔 힘들기도 해야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만약 매 순간이 행복하게 여겨진다면 그 감정은 행복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건강하고 밝은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동료 뮤지션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기도 하죠?
그럼요. 최근에 승연이(우즈)한테 제 곡들을 들려준 적이 있어요. 되게 솔직한 친구인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유겸아, 너 딱 3배 늘었다. 진짜 놀랍다. 덕분에 나도 자극된다.” 제 음악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제가 성장했다는 걸 실감해요. 성장해가는 데 시작점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하는 것.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배워야 해요. 전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게 잘 아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 하고, 어딜 가도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게 제가 가진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도 잘 수용하는 편이에요. 제 앨범을 위해, 저를 위해 해주는 말이니 당연히 받아들이는 거예요. 물론 때로는 고집도 필요하죠. 하지만 고집만 부린다면 결과물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어요.

성장의 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있다면요?
팬들에 대한 예의요. 앨범을 계속 내는데 실력은 제자리걸음이고 컨셉트만 바뀌면 팬 입장에서는 재미없잖아요. 저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렇고요. 이 세상에 저보다 잘하는 뮤지션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연습을 안 하겠어요.(웃음) 그래서 무조건 매일 노래하고 춤춰요. 안 하면 핑계예요. 왜냐하면 단순한 거니까요. 예술에 정답은 없지만, 무엇이든 반복하면 자신만의 무언가가 생기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창법을 시도하면서 하나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 부르다 보면 노래하는 게 한결 편해지더라고 요. 그때 알았어요. ‘나의 음역대는, 나의 한계는 내가 정해뒀던 거구나.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는구나.’

하지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웃음), 한번 노래하기 시작하면 집중이 확 되더라고요.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한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토록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걸 직업으로 삼고,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축복받았구나 싶어요. 저와 음악의 관계가 운명 같기도 해요.

Wooyoungmi, 팬츠, 레이어드한 쇼츠, 허리에 두른 스카프, 벨트 모두 Acne Studios,
네크리스 Hechain, 링 Rocking Ag.
재킷, 팬츠, 키 링 모두 Sankuanz by Adekuver, 후드 Jiyong Kim, 슈즈 1017 ALYX 9SM, 링과 네크리스
모두 HanbyeongJu, 이어링 HeChain,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CamperLAB, 슬리브리스 톱 Acne Studios, 네크리스 HeChain.

운명이 있다고 믿어요?
네. 왜냐하면 저 자신 때문이에요. 전 지금 제가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가수를 꿈꿨지만 의구심을 품은 시절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이뤘거든요. 무언가를 진정으로 바라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원하고 원하면 저절로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불가능한 건 없지 않을까 싶어요.

유겸에게 다가온 그 운명은 보다 좋은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예요.
그렇겠죠? 노력하지 않았다면…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해요. 지금껏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민들레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유겸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 민들레인 것 같아요?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벽돌 사이 비좁은 땅에 뿌리를 내렸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꽃망울에서 노란색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피어나야 할지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아요. 제가 주도해 만든 앨범을 내고, 자주 들어보니 제 음악 스타일이 어떤 건지 느껴지는 것 같거든요. 아마 머지않은 시점에 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계속 나아가다 보면 유겸의 음악 세계가 점점 확장될 거예요. 이 과정을 통과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나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월드 스타’가 목표였어요.(웃음) 요즘은 그냥 꾸준히 하면 되겠구나 싶어요. 주변 형들을 보면 마흔 즈음에도 음악을 향한 열정을 쏟고 있더라고요. 멋지고 대단하다 생각해요. 저도 형들처럼 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어요.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형들 나이쯤 되면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오래 음악 하겠다는 굳은 다짐이 있으니까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져요. 유겸은 내내 음악 가까이에 머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완전 그럴 것 같아요. 음악이 없는 제 삶은 상상이 안 돼요. 마지막 앨범을 내고, 최후의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계속 음악 곁에서 살아갈 것 같아요. 집 한쪽에 작업실은 꼭 마련해둘 거예요. 거기서 틈틈이 작업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새 음악을 공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재킷과 스커트 모두 HanKim, 레이어드한 팬츠 Juun.J, 이어 커프, 타이 가드, 링 모두
Jangjiseon,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Seokwoon Yoon, 오버올 Acne Studios, 슈즈 CamperLAB,
링과 이어 커프 모두 HeChain.
깃털 베스트 Tuesou, 톱 Diesel, 팬츠 Palm Angels, 브레이슬릿, 링, 이어링 모두 Chrome He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