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솔직하게, 끝내 나답게. 내면을 파고드는 밤의 시간을 건너온 아이엠의 음악.



이번 화보는 깊고 진한 밤을 떠올리며 준비해보았어요. 아이엠에게 밤은 어떤 시간인가요?
집중의 시간이에요.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 그런데 작업실에 있을 땐 이런 개념이 사라지더라고요. 일단 주변이 조용해야 해요. 혼자여야 하고요.(웃음)
첫 솔로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어요. 5월 말 서울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지의 무대에 오른다고요.
이번 서울 공연 장소가 6년 전 몬스타엑스 월드 투어의 출발점이었던 곳이더라고요. 그 무대에서 솔로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더 신나고, 제가 혼자 공연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을 해외 관객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요. 감회가 어떨지는 무대에 직접 서봐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모든 곡을 리얼 사운드로 들려줄 예정이라 현장감이 터질 거라 기대해요. 관객과 행복을 주고받는 자리가 된다면 좋겠어요.
무대가 관객과 소통하는 정점이라고 말했죠. 이를 위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나요?
네. 자신은 항상 있어요. 팬들 덕분에 늘 힘을 얻고, 한편으론 제가 더 잘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책임감을 느끼는 거죠. 하지만 타인보다는 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우선이에요. 남들이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스스로 성에 안 차면 하루를 망칠 정도로 화가 나더라고요. 그만큼 저한테는 무대가 소중해요. 제가 만족할 만한 좋은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을 만족시키고 싶어요. 공연을 보러 오는 게 단순히 뮤지션을 아끼는 마음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맞아요. 한 뮤지션의 음악을 일상에서 즐기는 걸 넘어 그의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는 다른 층위의 마음이 발현되는 것 같아요.
저를 아주 좋아해서 몸을 움직인 사람도, 다른 뮤지션을 보러 페스티벌 현장에 왔다가 우연히 제 무대를 마주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객석을 채운 이들의 마음은 저마다 다를 테지만, 그 교집합에는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 행동으로 옮겨준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죠.
아이엠의 무대를 찾아오는 관객은 지난 4월에 선보인 세 번째 EP <Off The Beat>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겠네요. 타이틀곡 ‘LURE’를 비롯한 6곡을 수록한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에 최근의 제가 녹아 있어요. 원래 앨범을 작업할 때 굳이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려 하진 않는 편이거든요. 그저 스스로에게 솔직한 시간을 충실히 보내면서 각 곡을 만들어갔어요. 어떠한 형식 없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창작할 때의 제가 가장 자유롭지 않나 싶어요.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비정형적임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라는 앨범 소개 글의 문장이 떠오르네요. 비정형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정형적이거나 반복적인 패턴을 띠면 추측할 수 있잖아요. 비정형적이어야 예상치 못한 걸 발견하고,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완벽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죠.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이 지닌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여러 음악적 시도를 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이엠 고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듯해요.
저와 같은 느낌의 비트를 찾아 쓰는 편이에요. ‘이놈이다’ 싶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운명적인 만남인 것 같기도 해요. 책을 읽다가 어떤 구절이 마음에 훅 들어오거나, 사람들이 다 웃는데 혼자 슬픔을 느끼는 영화 속 장면을 마주할 때처럼요.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든, 왠지 모르게 꽂히는 비트를 고르는 거죠. 온전히 직감을 따르면서.
비트를 고른 후 하나의 곡을 탄생시킬 때까지 그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건 뮤지션 본인일 거예요. 리스너로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제 안의 것들을 소진하면서 엄청난 감정을 쏟아내야 해요. 가사나 라인이 쉽게 나오지 않으니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빗방울을 기다리면서 컵을 계속 들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이 공개되면 사람들은 결과물만 접하잖아요. 그래서 작업 과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예술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굉장히 귀하더라고요.





스커트 Versace, 슈즈 Jil Sander, 볼캡 032C.

스커트 Versace, 볼캡 032C.
최근 진행을 맡은 유튜브 콘텐츠 <아이엠온더비트>를 통해 뮤지션들의 작업기를 소개하고 있어요. 만약 여기에 누구든 초대할 수 있다면 어떤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싶어요?
주헌이 형이랑 형원이 형이요. 곡 만드는 사람들이자 가족이니까요. 형들이 출연하면 평소에 깊이 나누지 못한 작업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뮤지션끼리 “이 곡은 어떻게 만들었어? 무슨 마음으로 썼어?”라고 묻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이거 좋다”, “고생했겠네” 하는 정도죠. 아마 창작의 과정이 어떤지 대략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창작자는 창작의 과정을 오롯이 홀로 견뎌야 하잖아요. 지난하고 외로운 시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럴 수 있죠. 제가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힘들기도 한 것 같아요. 무언가에 진심이면 그만큼 고통스럽기도 하니까. 하지만 즐겁게 견디고 있어요. 그 시간을 건너며 곡을 완성해가는 게 진짜 짜릿하더라고요.
제일 짜릿한 순간은 언제예요?
믹싱할 때요. 최종본에 가깝지만 완성되진 않은 상태죠. 미술 작품에 비유하자면, 액자를 끼우기 전에 준비해둔 재료를 활용해 좀 더 세밀하게 그림을 그려가는 거예요. 이를 통해 제 머릿속에 구상해둔 음악을 구현하면서 큰 희열을 느껴요. 사운드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은 채 결과물을 만들어가죠.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의자가 편안해야 하듯이 음악도 기본적으로 듣기 좋아야 할 테니까요.
창작물에는 창작자가 담기기 마련일 거예요. 나의 어떤 면을 꺼내어 펼쳐낸 곡들이 많아질수록 본인이 점점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 같나요?
선명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은 동시에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에 대해 통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나를 완전히 아는 것보다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스스로를 탐구해가는 이 길의 끝을 정하고 싶지 않고, 정해져 있더라도 가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렇게 계속 노래하면서 살고 싶어서요. 노래로 당시의 나를 기록하는 것, 그게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예요.
음악이라는 형태로 켜켜이 쌓인 본인의 기록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예전에 쓴 일기를 살피는 것과 비슷해요. ‘이때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구나. 난 이런 애였구나.’ 물론 시간이 흐른 이후에 들으면 작업 당시와는 사뭇 다르게 와닿겠죠. 사람은 하루하루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단정 짓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과거에는 무엇이 진짜 나였는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모든 순간이 나를 위해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어느 순간의 제 모습이 싫을 때가 있죠.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쩌겠어요. 그것 또한 나인데. 그래서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해요. 제 모든 면을 그냥 인정하는 거죠.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렇기에 나도 완벽할 수 없으니까.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음악을 듣다 보면 곡 너머의 창작자가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 아이엠의 음악을 통해 임창균이라는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어떤 사유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데 주저함은 없나요?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진 않아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창균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큰 공감을 산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전 한 곡 한 곡이 소우주처럼 여겨져요. 누군가를 알아가는 건 또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거라고 하잖아요. 음악을 통해 제 세계를 접한 사람들이 곡을 마음껏 해석하고, 각자의 경험을 대입해보면서 감상을 전해올 때 참 좋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뮤지션과 리스너의 접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나와 맞닿아 있는, 나를 닮은 음악에는 자연스레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도 동의해요. 음악뿐 아니라 나를 닮은 것들은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것들이 한데 모여 한 사람의 취향을 이루는 것 같고요. 제가 재즈, 위스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저와 비슷한 결을 지닌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긴 어려워요. 묘사하기보다는 제 음악을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우리가 아이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음악을 듣는 거겠네요.
맞아요. 최근 앨범에 그동안 쌓아놓은 감정과 이야기를 거의 다 썼거든요. 요즘은 다시 채워가는 중이에요. ‘다음엔 뭐 할까?’ 싶기도 한데, 크게 의식하진 않아요. 어차피 때가 되면 하고 싶은 거 할 테니까.



티셔츠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