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지 않고 부딪쳐 만들어낸 돌파구.
농구 선수 박무빈의 손에 공이 쥐여진 순간, 모두가 기대하는 것.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소속 프로 농구 선수. 2023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 신인 선수에게서 보기 어려운 대담성이 무기로 주목을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돌아가기보다 정면 돌파를 택하는 데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팬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그는 지금의 시도가 무위에 그치더라도 주눅 들거나, 지치지 않고 오로지 다음만을 향한다. 곧 시작될 다음을 앞두고, 박무빈은 더욱 맹렬하게 내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새 시즌을 위한 훈련에 들어가기 직전입니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시즌이 끝나고 두 달가량 휴가를 받았어요. 처음 한 달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고, 남은 한 달은 개인 운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근력 운동도 하고, 심폐 지구력을 기르는 유산소운동도 하면서 곧 시작될 훈련을 잘 소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치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시즌을 준비하는 훈련의 준비운동이랄까요.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프로로서 첫 시즌을 치른 소감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세계, 그것도 꿈꾸던 세계에 드디어 발을 내디딘 이의 마음이요.
처음엔 엄청 기뻤어요. 어릴 때부터 ‘농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 말해왔는데, 그게 이뤄진 거니까요. 그런데 개막도 하기 전에 부상을 당해서 바로 절망했죠.(웃음) 이후에도 희비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설레고 즐겁다가 힘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제 한계를 깨닫기도 하고 또 타개할 방식을 시도해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는 재미있었어요. 어떤 쪽으로든 다음을 위해 얻은 게 많은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 신인 선수 중 가장 폭이 큰 고저를 경험한 선수일 거예요. 얘기한 대로 개막 3일 전에 큰 부상을 겪었고, 그렇지만 회복한 후엔 놀랄 만한 활약을 보였어요. 그 덕에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는데, 이후 또다시 부침을 겪었죠.
맞아요. 사실 다친 직후에는 우울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었어요. 세 달가량 쉬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계속 우울해한다고 발목이 낫는 것도 아니고, 또 대학 마치고 바로 프로 구단으로 오느라 쉴 시간이 없었으니 이참에 쉬면서 재정비를 해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멘털을 잡은 덕인지 복귀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 상승세가 끝까지 갔으면 좋았을 텐데, 국가대표 경기를 치르고 돌아오니 슛이나 패스나 감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라져서 또 막막한 느낌이 들었고요. 몇 경기 정도 힘들다 또 이겨냈다가 다시….(웃음) 중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부침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회복하는 방법이 있었나요?
지금까지 농구를 하면서 깨달은 제 방식은 당착한 문제에 너무 빠져있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슛 감각이 떨어졌다고 해서 계속 슛 던지는 연습만 하면 오히려 더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잘 할 수 있는 다른 훈련에 집중하고, 본 훈련이 끝나면 농구 생각을 아예 안 하고 다른 것들을 하려고 해요. ‘난 왜 이렇게 안 되지?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네.’ 이런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자꾸 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회복되더라고요.
영상 콘텐츠에서 소개한 시집도 그 방법 중 하나죠?
네,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기운이 생길 때가 있어요. 혼자 시는 아니고 그 비슷한 걸(웃음) 적어보기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해요. 그런데 휴대폰도 엄청 해요. 유튜브도 보고요.
그 반대로 잘될 때는 어때요?
당연히 기분도 컨디션도 더 좋아지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제 생각이 달라지진 않아요. 잘될 때는 오히려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요. 유난 떨지 않으려 하고요.
숱한 풍랑을 겪은 지난 시즌에서 딱 한 장면을 박제할 수 있다면, 어떤 경기를 남기고 싶어요?
지난 2월에 창원 LG 세이커스와 치른 경기 막바지 동점 상황에서 3점슛과 자유투로 승기를 잡은 순간이요. 그때가 제일 자신감 있는 시기이기도 했고, 운 좋게 구단 8백승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도 그 경기를 보면서 박무빈이라는 선수의 장점이 이거구나, 싶었어요. 특히 3점슛은 직전에 실패했잖아요. 절체절명의 순간에요. 그럼에도 다시 기회가 생겼을 때 나에게 공을 달라며 손을 번쩍 들었어요. 이토록 대담한 선수가 있다니, 하고 발견한 장면이지 않나 싶어요.
승부처에서 더 즐기는 편이긴 해요. 저는 종료 직전이든 1쿼터 시작 때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라서 더 긴장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데 공을 달라고 한 건 이전에 못 넣었으니까 넣어야지,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제 앞에 수비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말 그대로 ‘아무도 없다, 나 비었다’ 하는 의미로 달라고 한 거예요. 그리고 직전에 못 넣었다고 주눅 들어 피할 일도 아니잖아요.
넣을 줄은 알았어요? 던지는 순간에.
감이 좋았어요. 들어갈 것 같았어요.
그 장면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경기 전체를 봤을 때도 인상 깊은 플레이가 꽤 많았어요. 승부처뿐만 아니라 몸싸움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 보였거든요. 키가 10cm 넘게 차이 나는 외국인 선수와 맞닥뜨려도 밀고 들어가는 거죠. 그것 또한 자신감이라도 봐야 할까요, 아니면 훈련의 결과인가요?
자신감이기도 하고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저돌적이고, 물불 안 가리고 하는 편이거든요.
승부처에서 더 즐기는 편이긴 해요.
저는 종료 직전이든 1쿼터 시작 때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라서 더 긴장할 이유가 없는 거죠.
평소에도 겁이 없어요?
아니요. 평소에는 좀 조심스럽고 겁이 많습니다.(웃음) 제가 평소랑 농구 코트에 있을 때랑 성격이나 태도가 아예 정반대예요. 그런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평소에도 저돌적이면 좀 힘들 것 같고, 코트에서는 조심스러워 하면 이길 수 없으니까요.
다음 시즌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팀 내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가 늘었고, 2년 차라는 시험대에 올라야 하니까요.
지금은 마냥 기대돼요. 한 시즌의 경험을 가진 채 다시 경기에 임하는 건 어떨지 궁금하고요. 2년 차 징크스(소포모어 징크스)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아직은 잃을 게 없는,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인 위치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부딪치고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깨져도 봐야 ‘잘하는 선수는 이런 게 좋구나’ 하면서 얻을 게 생길 거란 기대가 있어요. 어쨌든 팀도 저도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으니까,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NBA 보면서 기술들을 따라 연마해보기도 하면서요.
내 플레이로 가져오고 싶은 특정 선수의 기술이 있나요?
요즘에 계속 연습하는 게 있어요. 뉴욕 닉스에 제일런 브런슨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가 저랑 키가 똑같아요. 185cm로 농구 선수치고 작은 편인데도 엄청난 피지컬을 가진 선수들이 못 막는 플레이가 있더라고요. 왼쪽으로 돌파한 다음에 한 바퀴를 돌아 페이드어웨이 슛을 쏘는데, 저도 왼손잡이라 잘 익히면 좋을 것 같아요. 형들이랑 가볍게 일대일로 하면서 써봤는데 잘 먹혀서 연습을 더 한 다음에 제 기술로 장착해볼 작정이에요.
다음 시즌 예고를 이렇게 대놓고 해도 되는 건가요?(웃음)
어떤 기술이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상대에게 간파될 수밖에 없어요. 알고도 못 막게 하는 게 선수가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특출한 장점 하나를 지닌 선수, 고르게 평균 이상은 하는 육각형 선수. 이 중 어떤 방향을 더 추구하나요?
저는 전자요. 어릴 때 프로 경기를 볼 때나 1년 차로 프로 무대를 경험하면서 느낀 게 분명한 장점이 있어야 감독님이 ‘이럴 땐 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프로의 세계에선 감독님에게나, 팬들에게나 눈에 띄어야 하잖아요. 고르게 다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것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갖고 싶은 특출한 장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모든 선수가 똑같겠지만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선수가 되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얻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좀 공격적이고 저돌적이며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돌파구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고요.
나의 농구를 위해 누구에게든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음…, 마이클 조던에게 농구 할 때 즐거웠는지 물어볼 것 같아요.
왜 잘하는 법이 아니라 즐거운지를 묻고 싶어요?
저는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스스로 즐겨야 그 일에 몰두하고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은 어땠을지 궁금해요. 모든 상황에서 침착해 보이는데 속으로는 무척 즐거워하는 게 제 눈에는 보였는데, 그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고요.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면, 즐기고 있나요? 농구 좋아하세요?(웃음)
좋아합니다.(웃음) 당연히 너무 힘들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처음 시작한 일곱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농구라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되게 즐겁고 행복해요. 제 인생의 첫 취미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고요.
그런데 어떤 훈련이 가장 하기 싫어요?
체력 훈련이 제일 하기 싫죠.(웃음) 체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하는데, 그걸 다음 주부터 합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에요.
방금 대답할 때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의 얼굴이 보였어요.(웃음)
그래도 아침에 단번에 일어나요. 일어나긴 하는데… 기분은 안 좋죠.(웃음) 그럼에도 갑니다. 어디까지 가능할지 봐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