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직시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것. 아이스링크 위를 활주하며 나날이 굳건해질 쇼트트랙 국가대표 장성우의 오늘.

차가운 얼음 위를 활주하는 한 사람이 있다. 다른 선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달리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앞으로 치고 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하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아이스링크 위를 달리기도 한다. 3년 차 쇼트트랙 국가대표 장성우는 2025년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 과거의 나에게서 해답을 찾고, 미래의 나에게서 원동력을 얻으며. 결국 현재에 충실해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품은 채.

네크리스 Dior Men, 링 Coldframe.
재킷, 팬츠, 슈즈, 네크리스 모두 Dior Men, 링 Coldframe.
셔츠 Loewe, 쇼츠 Ferragamo, 슈즈 Sacai,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은 어땠어요?

어색했지만 재밌었어요. 부족하진 않았나요?(웃음)


모두가 박수와 함성을 보냈는걸요. 화보 처음 찍는 사람 맞냐면서요.(웃음) 포즈 연습도 해봤어요?

아뇨. 어떤 식으로 찍을지 감을 못 잡아서요. 일단 촬영장에 와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다들 열심히 도와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다행이에요. 국가대표 선발전을 무사히 마치고 2025년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됐어요. 어떤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나요?

2년 동안 국가대표 생활을 했고,이번이 3년 차를 준비하는 시합이었어요.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경기가 걸려 있기에 준비하는 마음도 이전과 사뭇 달랐죠. 한 번 더 해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어요.

경기가 끝난 후엔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 순간 압박감을 안겨주는 경기예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제가 감히 예상할 수 없고요. 그래
서 경기를 마친 직후에는 단순히 기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웃음) 목표를 이뤄낸 데 감사하는 마음도 컸죠.


장성우 선수가 생각하는 쇼트트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쇼트트랙은 얼음 위에서 빠른 속도로 활주하는, 예민하고 섬세한 종목이에요. 순위 경쟁을 해야 하니 다른 선수들의 작전을 예상하며 전략을 짜야 하지만, 사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요. 변수가 워낙 많거든요. 그 모든 상황을 마주하며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게 선수가 느끼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예상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난관을 돌파하는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관중이 매력적으로 느낄 지점이라고 보고요.

쇼트트랙 선수로서 장성우가 지닌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체력적인 면에서 강점을지니고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경기할 때 뒤에서 달리면서 흐름을 지켜보다가 치고 나갈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자신 있는 순간에 추월해서 경기를 리드해 마무리하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해요. 최근에 그런 플레이를 많이 펼쳤고요. 이때 체력적인 부분이 바탕이 되어야 다른 선수들이 지쳐 있을 때 추월을 시도할 수 있더라고요.

시작부터 치고 나가는 선행 레이스보다는 후반에 추월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많이 펼쳤죠. 그런 플레이 방식이 더 짜릿하기도 해요?

저마다 매력이 달라요. 꾸준히 선두에서 달리며 마지막까지 1위를 지켜냈을 때도 무척 뿌듯하지만, 뒤에서 쫓아가다가 앞선 선수를 모두 추월해 경기를 끝냈을 때는 말할 수 없이 짜릿하죠. 그런데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합에 임하려고 노력해요. 계속 같은 전략을 펼치면 간파당하기 쉽거든요.


링크 위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펼칠지 매 순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고민을 거듭하며 계획을 만들어가는 편인가요?

우선 경기 전에 함께 달릴 선수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시합이 어떻게 펼쳐질지 미리 그려봐요. 예측 불가능한 순간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아지더라고요. 링크 위에서 달리는 와중에도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땐 즉각적으로 판단하며 또 다른 플랜을 준비해요.

빠르게 달리면서도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변수에 따라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고도의 멀티태스킹 기술이 필요하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주변을 살피면서 꾸준히 생각하는, 넓은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노력이 쌓여 개인적인 일상에도 영향을 주던가요?

쇼트트랙은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신중해야 하는 순간이 많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결단력을 발휘해 승부를 걸어야 해요. 경기 중에 다양한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 일상에서도 조금은 단단한 성격이 되어가는 듯해요.

경기 중 링크 위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요?

짧으면 40초 안에 끝나는 500m 경기도 있고, 1500m 경기도 2분 전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해보면 아주 짧은 찰나인데요.경기할 땐 트랙을 계산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일을 하나씩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오히려 해야 할 일을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느끼죠. 그런데 끝난 뒤에 돌아보면 순식간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달아요.

재킷과 셔츠 모두 Comme des Garçons.
레더 셔츠와 타이 모두 Bottega Venetta.

경기를 마치고 나서는 무얼 해요? 특별한 루틴이 있어요?

따로 없어요. 우선 경기장에 찾아와준 팬분들과 인사하고, 코치 선생님이나 동료 선수와 피드백을 나눠요. 성적이 좋으면 그 기분을 즐기면서 다음을 준비하고, 좋지 않으면 시합을 복기하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죠. 직후에 또 다른 경기가 있으면 짧게 생각하거나 빨리 잊고 새로운 시합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과정과 결과, 그리고 몸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네요.

체력뿐 아니라 멘털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할 테고요. 맞아요. 체력 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해요.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거죠.(웃음)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있으면 방치하지 않고 바로 해결하고요. 멘털 케어도 비슷해요. 저는 늘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강해 스스로를 압박하는 편이거든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조절하려고 해요.

그 압박감으로부터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나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또 제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치거나 힘든 상황일 때는 제 감각이 좋았던 날의 영상이나 기록을 보면서 다시 저를 찾아가요. 나의 좋았던 순간을 따라가는군요.

그럼에도 링크 앞에서 포기하고 싶거나 좌절한 순간은 없었어요?

물론 훈련이 잘 안 될 때 스트레스를 받죠. 운동이 힘들고 육체적으로 지치는 건 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훈련이 잘되지 않는데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럴 때면 과거의 내가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을 땐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요. 왜냐하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과거의 여러 순간을 극복해온 결과라고 보거든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땐 문제를 붙잡고 힘들어하기보다 제 장점을 따라가려해요.

그럼 자연스럽게 보완될 거라고 믿고요.
과거와 현재의 나를 회피하지 않으며 직면하는 것이 곧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 되는 셈이네요. 맞아요. 어떤 훈련을 했고 기록은 어땠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나아가야 해요. 그와 동시에 지금 내 상황에 맞게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제가 미래에 더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테고요. 그래서 최대한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스포츠의 기본은 결국 경쟁이잖아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의 필연적 특성이 장성우 선수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뚜렷한 지향점으로 다가오는지, 간혹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는지 궁금해요.

함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모두 저만큼 진심으로 쇼트트랙을 좋아하고 열심히 준비해왔다는 걸 알아요. 그들을 모두 존중하기에 오히려 명쾌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과는 각자 노력해서 흘린 땀으로 증명되는 거잖아요. 경쟁이 두렵진 않아요. 그 덕분에 서로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느끼죠.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며 건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건 장성우에게 단단한 중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승부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이 행위 자체를 자신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여정으로 여기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맞아요. 물론 이기는 게 좋고 당연히 승리라는 결과가 중요하죠. 운동선수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더라도 배움이 있는 패배를 하고 싶고, 의미 있게 지고 싶어요.

지금 장성우가 그리는 목표는 무언가요?

눈앞의 목표는 내년 2월에 열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거예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이번 시즌을 잘 마치고, 더 나아가 올림픽에서 만족할 결과를 거두는 것, 여기까지가 구체적으로 설정해둔 목표예요. 오

늘 이야기를 나누며 장성우 선수는 자신의 과거를 꾸준히 돌아보고, 현재에 집중해 훈련과 경기를 이어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럼 장성우 선수를 현재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쇼트트랙을 좋아하는 제 마음이요. 미래에 있을 시합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품은 채 나아가야겠지만, 눈앞에 있는 훈련이나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집중하지 않으면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그럼 장성우 선수에게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는 태도요. 쇼트트랙 선수로서 전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에 완벽이나 정답도 없다고 봐요. 결국 내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또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완벽이라는 상태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여정에 매 순간 열심히 임하는 것이야말로 이상에 다다르는 길이라고 보고요. 꾸준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려 노력하는 것. 목표한 바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매일매일 충실할 것. 그게 제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레더 베스트, 데님 팬츠 모두 Dries Van Noten, 브레이슬릿 Jem & Pebbles
셔츠 Bottega Venetta.
재킷, 셔츠 Comme des Garç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