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즈를 보여줄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해요.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이티즈 민기에게 이목이 집중된 순간.
에이티즈와의 만남이 드디어 성사되었네요. 한 멤버와 화보를 찍어야 한다면 민기 씨를 제일 만나고 싶었어요.
아, 지금 녹음이 잘되고 있나요?(웃음) 저도 만나고 싶었어요. 제가 엄청 좋아하는 무드의 화보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팬들도 이번 화보 작업을 무척 고마워할 것 같아요.
화보에서는 강렬한 면모가 돋보였는데, 영상 콘텐츠를 촬영할 땐 다르더라고요. 반전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를 처음 만나면 세 보여서 다가오기 어렵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 진짜 세지 않아요. 성격이 유한 편이고, 평상시 말투 때문인지 애교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첫인상은 강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알아가다 보면 점점 약, 약, 약으로 가는 거죠.(웃음)
이번 만남으로 민기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웃음) 올해 상반기를 알차게 보냈죠. 코첼라 페스티벌에 이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마와진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됐고, 북미 스타디움에도 입성했어요.
연초부터 한국에 있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어요. 얼마 전 일본에서 돌아왔고, 곧 다시 출국해요. “2024년은 보여주는 해다”라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몇 달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올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성과를 냈으니 뿌듯할 법도 한데 어떤가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멤버들끼리 ‘잘됐다’ 하면서 만족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꿈이 큰 팀이거든요. 그만큼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상실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게 우리 팀의 단점이자 장점이죠. 요즘도 밤을 새워가며 연습해요.
그 덕분에 에이티즈가 여러 최초의 기록들을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에 없던 시도를 해나가는 마음이 어떤가요?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와 멤버들도 새로운 시도 앞에서 불안감을 느껴요. 데뷔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는 듯해요. 다만 시도할 때 좀 더 확신을 갖고 행동하게 된 건 있어요. 예전엔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곧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점에서는 에이티즈가 한 단계 도약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동안 수많은 벽을 마주해왔는데, 그 벽들이 생각보다 높았거든요. 이젠 어떻게 하면 벽을 넘을 수 있는지, 더 쉽게 넘는 방법이 뭔지 알아요.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부딪치다 보면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 같고요. 에이티즈가 이루고자 한 목표를 하나씩 이뤄왔다는 사실이 근거 있는 자신감이 되어줘요. 그래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일 거라 짐작되는 말이에요.
전 꼭 목표를 세워야 해요.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 곡은 이렇게 풀어야겠다’ 하는 식으로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뒤 움직이죠. 그러지 않으면 쉽게 나태해지더라고요. 그다지 성실한 편이 아니어서(웃음) 아무리 바쁘더라도 레슨을 잡아두는 등 나태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마련해둬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토록 부단히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게 에이티즈가 음악과 안무, 뮤직비디오 등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모든 작업에 몰두하면서 신선한 것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에이티즈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코첼라 페스티벌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에도 담겨 있죠. ‘이보다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민기 씨가 생각하는 열심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아무리 많은 땀을 흘리고, 긴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열심의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일지라도 이 무대를 위해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가는 게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연습의 결과물을 무대 위에서 확신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비로소 ‘노력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설령 다 보여주지 못했더라도, 지나온 과정을 데이터처럼 축적하는 것 또한 노력의 일환일 테고요.
때로는 결과를 통해 과정에 기울인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무대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에이티즈의 모습을 볼 때도 그렇고요.
데뷔 초반에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어 연습실에만 머문 적이 많았는데, 당시의 기억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어요. 그게 에이티즈가 어느 곳에 있어도 똑같이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준 듯해요.무대가 크든 작든, 우리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기반을 두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7년 차가 된 요즘은 무대에 오르며 무엇을 느끼고 있어요?
최근 선보인 공연이 섬머소닉 페스티벌 무대예요. 그날이 제가 무대에 오른 날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더웠거든요. ‘이쯤에선 힘을 풀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옆을 봤는데, 멤버들이 미친듯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함께 무대에 선 멤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죠. 더 나아가 무대 뒤에서 우리를 돕는 분들을 향한 고마움도요. 여덟 멤버가 현재의 에이티즈가 되기까지 곁에서 힘써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우리의 활동을 지켜보며 희열을 느낄 존재들이 있으니 언제나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매 순간 진심으로 임하며 얻는 것이 있다면요?
멤버 모두 본인이 뭘 잘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이를테면 전 래퍼이다 보니 강하고 ‘하입’ 한 무드를 잘 소화해요. 에너지를 집중했다가 한 번에 빡! 터뜨리면서 관객을 즐겁게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장점을 스스로 살피면서 어떻게 해야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에이티즈를 ‘해적’에 비유하기도 하죠. 에이티즈가 탄 해적선에서 본인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 것 같아요?
대검을 들고 활보하는 역할이요. 맨 앞에서 해적선의 길을 뚫어줬다가 스윽 옆으로 비키죠.(웃음) 제가 물러나면 분명 다른 멤버들이 빈 자리로 치고 들어올 거예요. 성화 형이 총 들고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여덟 멤버 모두 개성이 강한데, 모이면 조화롭더라고요. 그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신기해요.
저도 가끔 신기해요. 멤버들이 저마다 특색 있고, 각자 의견도 너무 많아요.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자주 생기죠. 의견이 갈릴 때면 반드시 다수결로 정해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따르는 게 우리 팀의 룰이에요. 다수의 멤버가 바라는 게 곧 에이티즈를 위한 일일 테니, 그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거죠. 여덟을 하나로 만드는 게 쉽지 않으니까 차선책을 찾은 거예요.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맞춰가며 오래도록 한 팀이고 싶어요.
에이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악에 대해 새롭게 한 생각도 있어요?
최근에 해외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유명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많이 접했어요. 원래 공연의 주된 목적은 관객이 아티스트와 그의 무대를 보며 영감을 얻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무대 아래의 관객이 마치 아티스트가 된 듯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면서 다양하게 표현하는 거예요. 그때 느꼈어요. ‘여기서는 관객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구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 순간이었어요.
민기 씨는 홍중 씨와 더불어 에이티즈의 곡 작업에 꾸준히 함께해온 멤버예요. 팀을 위한 음악과 내 음악의 작업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의 곡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저 자신을 많이 주입해요. 제 생각과 감정을 모아뒀다가 음악 안에 녹여내는 거죠. 그래서 평소 메모를 많이 해요. (휴대폰 메모장을 켜 스크롤을 계속 내리며) 이렇게 적어둔 단어들을 훑어보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업을 시작하는 거예요. 최근에는 회사 직원 모자에 쓰여 있던 ‘Fuego’라는 단어를 적어뒀어요. 나중에 써먹으려고요.(웃음)
주변을 섬세히 관찰하는 태도가 작업에 도움이 되겠어요.
맞아요. 무언가를 보고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전 어떤 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붙는 사람이에요. 학교에 다닐 때 ‘2 더하기 2는 왜 4지?’ 같은 의문을 품기도 했어요. 일상에서도 소설 속 문장 하나 때문에 페이지를 못 넘기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생기면 일시 정지를 해야 하죠. 이런 식으로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Tunnel’을 비롯해 민기 씨가 만든 곡들을 들으면서 좋은 의미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에이티즈 민기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서정이 느껴지고, 솔직한 가사에서 인간 송민기가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음악을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주저함은 없나요?
주저하진 않아요. 제 기억을 보관해둔 곡이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힘들 것 같다면, 그저 소장하면 되니까요. 그 곡을 대하는 제 마음이 괜찮아진 이후에 낼 수도 있는 거고요. 공개된 자작곡 중 두 곡 정도는 스물한 살 때 만들었는데, 3~4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냈어요. 현재 작업해둔 곡이 꽤 있어요.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중이죠. ‘민기는 다양한 면을 지닌 친구구나’라는 걸 조만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민기 씨의 시그니처 사운드인 ‘Fix on’의 뜻이 ‘시선을 고정하다’잖아요. 더 많은 사람을 집중시키기 위해, 본인과 에이티즈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이 중요한 건 당연하고요. 개인적으론 제 색을 다채롭게 펼쳐야 하고, 팀으로서는 우리의 색이 보다 명확해져야 해요. ‘에이티즈는 강하고, 힘이 넘치고, 무대를 즐길 줄 아는 팀이다’라는 대중의 시선이 구체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나중에 변할지라도, 지금은 더욱 뚜렷한 색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 마음도 자연스레 움직일 거라고 믿나요?
네. 무조건. 그러니까 에이티즈를 보여줄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해요.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맞이하고 싶은 궁극의 기회가 있다면요?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하고 싶어요. 연습생 시절의 제게 큰 충격을 안겨준 무대거든요. 특히 마이클 잭슨의 공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이런 아티스트만 슈퍼볼 무대에 오를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에이티즈도 그럴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기를 바라요.
에이티즈는 목표를 이루며 나아가는 팀이잖아요. 이 지면에 가장 큰 포부를 남겨뒀으니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랄게요.
할 수 있겠죠.(웃음) 그 무대에 서면, 그제야 만족이 될 것 같아요. 여한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