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시선 사이에서, 오롯이 자신과 자신의 무대만을 바라보는 태민의 눈.

재킷과 셔츠, 타이 모두 Saint Laurent.
재킷과 셔츠, 스커트, 팬츠 모두 WOOYOUNGMI,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깃 형태의 액세서리 pushBUTTON,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깃 형식의 액세서리 pushBUTTON,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팬츠 YCH,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화보에 어떤 색을 써야 할까, 어떤 소품을 더해볼까 한참 고민했는데요. 결론은 빛 하나만을 주제로 정하게 되었어요. 아무런 소품 없이 오롯이 빛과 태민 씨만 존재하는 거죠.

그 주제가 너무 좋았던 게 제가 또 빛이랑 인연이 있는 사람이잖아요.(웃음) ‘샤이니’가 빛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의미가 화보의 컨셉트여서, 그걸 지금 시점에 할 수 있어서 더 뜻깊은 것 같아요.

평소에는 어느 정도의, 어떤 형태의 빛을 좋아해요?

생각보다 어둡게 지내긴 해요. 대낮에는 블라인드를 쳐놓고 있다가 해 질 녘이 되면 커튼을 활짝 여는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밝고 센 빛을 많이 보다 보니 눈이 좀 예민해진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는 어두침침하다고 할 정도의 은은한 빛을 좋아해요.

빛과 어둠의 경계를 좋아한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맞아요. 노을 지는 시간이 아주 잠깐이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봐요.

무대는 어때요? 매번 다양한 형태로 빛을 활용하잖아요.

요즘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인물이 잘 보이는 환한 조명도 좋지만 그런 건 이미 많이 보여드렸으니, 지금은 곡마다 지닌 테마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명을 선호해요. 이를테면 무대 전체가 한 가지 색으로 뒤덮이는 방식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배경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피부에 그 색이 입혀질 정도로 세게요. 이번 월드 투어의 ‘G.O.A.T’ 무대에서 빨간색을 이런 방식으로 썼어요. 빨간색이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한 느낌이 드는 색이잖아요. 그 색이 퍼포먼스랑 결합되니 임팩트가 더 세지더라고요. 반대로 핀 조명과 스모그 효과를 이용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완성한 ‘Heaven’ 무대도 마음에 들어요.

이맘때면 어김없이 새해 계획을 물어보는 편인데, 태민 씨는 지나쳐도 될 것 같아요. 이미 상반기가 월드 투어 일정으로 꽉 차 있더라고요.

아니에요, 물어봐주세요. 저 계획 있어요!(웃음)


(웃음)어떤 계획인가요?

일단 영어 공부요. 투어를 다니면서 전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제가 직접 하면 관객과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책도 더 많이 보려 해요. 재작년에는 많이 읽었는데 작년에는 일이 많아서 그만큼은 못 봤어요. 그런데 저는 책 읽을 때의 정서가 늘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그 정서가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론 예상하셨듯이 월드 투어를 잘해내는 것, 여기까지입니다.(웃음)

첫 월드 투어라고 해서 좀 놀랐어요. 이미 한 적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더 빨리 시도해볼걸 싶긴 했어요. 제가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벌써 데뷔한 지 17년 차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론 여전히 새로 시작할 게 있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어 설레기도 해요. 이런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고, 어쩌면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이 도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 자체를 만끽하자 싶어요.

투어 제목을 직접 지었다고요. ‘Ephemeral Gaze’ 어떤 의미를 담은 건가요?

직역하면 ‘덧없는 시선’인데요. 사람마다 어떤 것을 향한 시선이나 관점이 다르잖아요. 어떤 분은 제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달리 왜곡된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그 반대로 훨씬 더 좋게 바라보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크게 변한 적이 없단 말이죠. 늘 같은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음악을 해왔고요. 그저 밑에서 보면 밑면이 보이고, 위에서 보면 윗면이 보일 뿐인 거죠. 그런 시선의 간극에 있는 저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리고 한결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지은 제목이에요.

대개 앨범명을 쓰기 마련인데, 이토록 철학적인 제목이라니요.

하하. 밤에 잠 안 자고 있다 보면 이런 생각들이 막 떠올라요.

셔츠 Ami.
그레이 셋업과 체크 톱,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브라운 셋업 Loewe, 슈즈 Green Door by Unipair, 반지 Chrome Hearts.

그레이 셋업과 체크 톱,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안경 Prada by EssilorLuxottica.

시선의 간극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기가 쉽진 않을 텐데요. 흔들리는 순간은 없었나요?

이 일을 하면서 성취를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제 말과 태도, 음악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 면에서 떳떳하고 뿌듯할 때가 많고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고, 시기할 수도 있어요. 어릴 땐 그 시선에 흔들려 상처받은 적도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제 본질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특히 요즘 들어 더 쉽게 서로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 같아서, 저부터 좋지 않은 감정에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 해요. 신기한 게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팬들이 제 기질을 닮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내가 잘해야겠다, 나답게 잘 존재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럼 최소한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미워하는 마음을 덜 갖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늘 같은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음악을 해왔다는 말이요. 지난여름, 월드 투어 중 첫 공연 말미에 했던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늙어서 허리가 안 펴지면 안 펴지는 대로 노래를 할 거고, 목소리가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손동작을 해서라도 여러분에게 계속 표현하겠습니다”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좀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무대에 임할 때마다 오늘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모든 걸 쏟아내고 가야지 해요. 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관객과 제 관계가 어떻게 보면 수요와 공급의 맥락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 그 이상의 유대가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의 진심과 제 진심이 맞닿는 순간마다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해야지 싶고, 그걸 해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인 것 같아요. 사실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가 그런 말을 했군요.(웃음)

이번 투어의 세트리스트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구성상 특히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첫 곡일 거예요. 전체 공연의 흐름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첫 곡으로 최근 앨범의 여섯 번째 트랙 ‘Deja Vu’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말한 적이 있죠.

지금까지는 강렬하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세게 몰아치는 곡으로요. 그런데 이번 투어에선 오히려 차분하게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방식이 좋겠다 싶었어요. ‘Deja Vu’ 춤선이 부드러우면서도 그 안에 강렬함이 있는데, 그 곡으로 투어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우주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투어의 테마와 닮은 점이 있고요. 그런데 앙코르 콘서트에서는 바꿔보려고요.(웃음)

때마침 오늘 개최지 추가와 앙코르 콘서트 소식이 나왔어요. 특히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 서울이라는 소식에 반가움과 기대감을 품는 이들이 많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샤이니나 슈퍼엠으로 투어를 하긴 했지만, 그때 관객들이 지금까지 제 무대를 기다려준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앙코르 콘서트까지 할 수 있는 건 그분들의 바람이 큰 힘이 되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이 투어의 마침표를 찍고 싶어요.

이제 다른 대륙으로 넘어갈 차례죠?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산티아고, 뉴욕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에요.

오늘 인터뷰 마치고 미팅을 해요. 나라마다 무대 환경이 다르니까 그에 맞춰서 하나씩 준비해나가야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투어의 첫 무대처럼 떨리겠지만 두려워하고 싶진 않아요. 관객들처럼 설레는 마음만 안고 가보겠습니다.

따로 챙겨 가는 건 없어요? 체크 셔츠? 리허설 할 때 거의 매번 체크 셔츠를 입고 있던데요.(웃음)

아하하. 아마도요. 그거 말곤 필요한 것만 간단히 챙겨 가려고요. 오히려 그곳에 가서야 챙겨올걸, 하는 편이라서요.

조금 이르게 이번 투어의 마지막을 상상해본다면요? 투어의 끝에 무엇을 만나길 바라나요?

제 1백 번째 솔로 콘서트가 그 무렵일 거예요. 그래서 ‘수고했다’가 아니라, 다음 1백 번째를 향해 가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요. 이제 첫 월드 투어잖아요.(웃음) 저는 이 투어가 다음 콘서트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는 게 가장 좋은 결말일 것 같아요.

저는 이 성대한 끝을 어떻게 치하하면 좋을지를 생각했는데요. 고생한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면서요.(웃음)

제가 욕심이 좀 과해요. 하하.

재킷과 셔츠, 타이, 팬츠, 슈즈 모두 Saint Laurent.
베이지 코트와 칼라 액세서리 모두 Maison Margiela, 데님 팬츠 Acne Studios, 벨벳 슈즈 Amomento.
레더 코트 Müdule, 터틀넥 Recto, 팬츠 Rick Owens
베이지 코트 Maison Margiela, 모자 qihong qim.
레더 코트 Müdule, 터틀넥 Recto, 팬츠 Rick Owens, 부츠 Berl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