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라는 이름의 일부, 나라는 온전한 존재.
더 짙게 채워지는 상연의 세계.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레더 재킷 LMC, 티셔츠 Extraordinary.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데님 베스트, 메시 톱, 팬츠 모두 Kenzo, 워치 Tissot, 네크리스와 링 모두 Wooing.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며칠 전, 첫 단독 팬 미팅 <2025 Film Open : 上淵展(상연전)>(이하 <상연전>)을 열었어요. 입대를 일주일 앞두고 팬들과 만나는 마지막 공식 행사였죠.

오래오래,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거예요. 혼자 2회 공연을 채우는 건 처음이라 부담이 컸고, 팬 미팅이 시작되기 직전에 1분 정도는 긴장했어요. 그런데 무대에 나가니까 긴장이 싹 풀리더라고요. 나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싶어요. 한층 성장한 듯해서 좀 대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더비’와 좋은 추억을 만든 소중한 자리였어요. 이날 제 진심을 다 전한 것 같아요.

<상연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팬 미팅은 ‘상연의 사진전’을 컨셉트로 진행되었어요. 그동안 찍어온 필름 사진들을 공개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고요.

한때 멤버들끼리 서로의 사진을 많이 찍어줬고, 그중 잘 나온 컷들은 #FilmOpen 해시태그를 붙여서 SNS에 공개한 적이 있어요. 팬 미팅을 준비할 때 문득 미공개 사진을 몇 장 공유하면서 추억을 되살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트북에 있던 사진들을 끌어모아서 이번에 보여줄 컷들을 추렸죠.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했어요.(웃음)

누군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건 관심과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번에 선보인 사진들을 보니 더보이즈 멤버들의 모습이 예쁘게 담겨 있더라고요. 멤버들이 <상연전> 객석을 채워준 것도 보기 좋았어요.

사실 무대에도 올리고 싶었어요. 팬들도 멤버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면 좋으니까. <상연전>인 만큼 제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거든요. “얘들아, 나와봐!”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헤헤. 그냥 멀리서 인사 정도만 했죠. “저기 멤버들 왔어요~” 하면서.

이날 상연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어요. 자작곡 ‘DAY OFF’를 비롯해 이전에 커버했던 ‘Flower’와 ‘놓아 놓아 놓아’, 뮤지컬 <블러디 러브>의 ‘우리’ 등을 불러줬죠. 더보이즈의 메인 보컬인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팀으로 활동하다 보면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줄 자리가 많지 않은데, 돌아보니 혼자 부른 노래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많이들 좋아해줬고 제게도 의미 있는 곡들을 밴드 라이브로 들려줬죠.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새로운 노래를 많이 부르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짧게나마 여러 곡을 들려줄 수 있어 좋았어요.

스스로 느끼는 본인 목소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제 목소리 안에 여러 톤이 있다고 느껴요. 곡마다 알맞은 목소리 값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원래 알앤비 보컬이 꿈이었는데, 발라드나 록 같은 다양한 장르에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분명 장점이지만, 저만의 고충도 있어요. ‘그럼 내 목소리는 뭘까?’ 싶을 때가 있거든요. 제가 부른 노래를 들었을 때 ‘얘 상연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목소리가 무엇일지 많이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정답은 없겠지만, 점점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노래는 물론 랩과 춤까지 아낌없이 보여준 <상연전>이 팬들에게는 고마운 시간이었을 거예요.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사랑의 말을 많이 듣고 있을 것 같아요.

더비와 함께하는 매 순간 ‘사랑받고 있구나’ 싶은데, 최근 들어 그 마음에 더 감사하게 돼요. 그럴 때면 왠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슬픈 영화를 봐도 잘 울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팬 미팅 때만큼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우울하게 끝내지 말고, 서로 웃으면서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꾹 참았죠.

웃으면서 마친 다음 퇴근길에 눈물을 보이던데요.(웃음)

그랬죠.(웃음) 저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슬퍼하는 팬들을 보니까 저도 좀 속상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입대를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아요. 그건 의무적인 일이니까. 또 제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편이라, 군대에 가서도 잘할 거기 때문에 걱정도 딱히 없어요. 다만 팬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마주하는 게 아쉬운 거죠.

서로 다른 곳에 있더라도 시간은 같은 속도로 가죠. 그건 명확한 진리이기도 해요.

맞아요. 시간은 흘러가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연이 입대하는 3월 17일은 더보이즈가 선보이는 세 번째 정규 앨범 <Unexpected> 발매일이기도 해요. 어떤 마음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했나요?

시간을 쪼개가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했는데,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준비했어요. 녹음할 때도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고, 함께 앨범을 만들어가는 분들도 제가 무언가를 하면 “좋은데? 이렇게 가도 되겠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제 목소리를 다듬기보다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살려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제 목소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비록 활동은 못 해도 앨범에 목소리를 더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겠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무대에 설 수 없어서 아쉽긴 해요. 앨범이 나오고 음악 방송 활동이 시작되면 다른 멤버들이 제 파트를 대신할 거예요. 그래도 뮤직비디오와 안무 연습 영상 등 여러 콘텐츠에서 저를 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못 볼 모습일 테니 두세 번씩 더 봐준다면 좋겠네요.(웃음)

내가 없는 무대지만 눈여겨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더보이즈 안무에 연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번에 멤버 몇 명이 타이틀곡 ‘VVV’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연기를 해요. 그 부분을 눈여겨봐주세요. 애들이 발연기를 하진 않는지, 무대를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는 지.(웃음)

멤버들이 무대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할 것 같기도 한데 어떤가요?

이미 연습할 때 많이 봐서 그다지 궁금하진 않은데요.(웃음) 그래도 애들이 무대마다 약간씩 변주를 주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무대와 음원이 공개되었을 때 반응이 어떨지는 궁금해요. 퍼포먼스뿐 아니라 ‘복싱’이라는 곡 컨셉트나 장르 등 다방면으로 우리조차 예상하지 못한 시도들을 했거든요. <Unexpected>라는 앨범 제목처럼, 예측할 수 없는 더보이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재킷과 반소매 티셔츠 모두 Diesel, 데님 팬츠 Calvin Klein, 네크리스와 링 모두 David Avln.

“파도가 잔잔하게 이는 여유로운 해변에서
우리 멤버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
뭐랄까, 이게 진짜 청춘 같아요.”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Unexpected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모두 Ferragamo.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Unexpected
재킷, 슬리브리스 톱, 팬츠 모두 Ferragamo.

‘VVV’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청춘의 순간’을 그린 곡이라고 들었어요. 곡의 내용과 지금의 내가 닮았다고 느끼나요?

그런 것 같아요. 활동을 이어가면서 계속 도전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요새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설정해둔 목표대로 되든 안 되든 재미있다, 즐겁다, 행복하다. 힘들어도 안 힘들다.

하지만 그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 않나요?

있죠. 저에게도, 더보이즈에게도 역경이 있었어요. 너어무 많았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두 번이나 했고, 최근에 완전체 이적도 어렵게 했고. 지름길이 있었다면, 그 길을 걸어오지 않은 느낌이에요. 돌고 돌아온 듯해서 ‘지름길로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런데 뭐, 정도는 없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더보이즈가 나아간 길이 지름길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어찌 됐건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쿨하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마침내 성장한 소년’이라는 이번 앨범 소개 글의 표현이 지금의 더보이즈를 제대로 묘사한 것 같네요.

맞는 말 같아요. 더보이즈라는 팀명처럼, 여태껏 소년의 모습을 정말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성장한 기분이 들어요. 시기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내면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한층 성장한 것 같아요. 상연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Cha1’이라는 이름으로 작사, 작곡을 하고 있죠. 지난 연말 더보이즈의 ‘겨울잠’이 나왔을 때 그 사실을 공개했어요.

아무도 몰랐겠지만, 예전부터 여기저기서 작업해왔어요. 더보이즈 음악 중에서는 작사와 작곡에 모두 참여한 첫 번째 곡이 ‘겨울잠’이고요. 의미 있는 곡이라 제가 썼다는 걸 말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제가 ‘Cha1’이라는 사실을 알린 거고요. 차원을 넘나들 듯 자유롭게 음악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본명을 쓰지 않으니까 또 다른 메모장을 만든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만들어둔 곡이 꽤 있는데, 장르가 다양해요. 그게 더보이즈의 곡이 될 수도, 다른 형태로 나올 수도 있겠죠. 하나씩 공개하면서 저의 음악적 서사가 다채롭게 쌓이면 좋겠어요.

언젠가 그 서사를 높이 쌓아 올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았구나.’ 음… 실제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고2 때부터 밤을 새워가면서 곡을 썼거든요. 음악적인 면을 보여줄 기회를 더 원하기도 했어요. 직접 작곡하는 다른 팀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적도 솔직히 있어요. 나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데. 이제는 실력을 점점 키워가면서 앞으로를 더 기대하고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곡을 쓰려고요.

이번 앨범에서는 수록곡 ‘Ain’t Salty’의 작사에 참여했죠. 계기가 있었나요?

‘Ain’t Salty’ 트랙을 처음 들었을 때 되게 좋았어요. ‘이건 무조건 수록되겠구나’ 싶었죠. 사운드가 강하게 터지는 음악을 선호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분위기가 웅장하고, 스트링 사운드도 큰데 멜로디 라인이 귀를 확 사로잡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곡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작사를 권하셨고, 이후 가사를 써나갔어요. 쉽지 않은,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의 정서를 떠올리면서 가사에 담을 표현들을 고민했죠. 가사에서는 여러 단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고, 음악의 흐름과도 잘 맞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작사가 참 어려워요. 어려워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앨범의 끝에 자리한 ‘Love! 우린 이미 선을 넘었어’의 작사 크레디트에는 더보이즈 멤버들 모두 이름을 올렸어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사랑을 고백하는 곡이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미리 들어봤는데, 진솔한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어요.

‘Love! 우린 이미 선을 넘었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있어요. 파도가 잔잔하게 이는 여유로운 해변에서 우리 멤버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 뭐랄까, 이게 진짜 청춘 같아요. 코러스에서는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해요. 이건 더비를 위한 곡인데, 더보이즈를 위한 곡이기도 해요. 우리의 이야기가 듣는 분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더보이즈의 ‘반장’을 맡고 있죠. 8년째 10명의 동생들을 이끌어온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요?

인내심을 길렀어요.(웃음) 저도 멤버들도 미성숙한 부분이 있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성숙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죠. 무엇보다 11명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초반까지는 애들을 좀 강하게 대하기도 했는데, 제가 꼰대처럼 굴면 저 스스로 갇히겠다 싶더라고요. 그냥 애들이랑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내자는 생각이 든 순간,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만약 다른 멤버가 반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봤는데,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상연이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제 생각도 그래요.(웃음) 그런데 쉽지는 않았어요. 멤버들이 다 같이 저를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다들 열심히 활동하고, 무대도 잘하고. 고맙죠. 가끔 ‘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애들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잘해나가고 있구나 싶어요. 안도도 되고.

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멤버들의 존재가 때마다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지금의 나는 멤버들과 어떤 관계인 것 같나요?

제가 데뷔한 건 ‘상연’이 아니라 ‘더보이즈 상연’으로서고, 다른 멤버들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우리 활동의 중점은 팀에 있어요. 11명이 각자 더보이즈의 일부일 뿐인 거죠. 다르게 표현하면, 11개의 부분들이 합쳐져야 더보이즈가 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멤버들과 계속 함께 더보이즈를 이끌어가야 할 것 같아요. 우리의 이름을 좀 더 멋있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멤버들을, 팀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요. 그만큼 상연의 빈자리가 멤버들한테 크게 다가올 것 같아요.

아마 한두 달은 좀 어색해할 거예요. 그런데 애들이 적응을 곧잘 하거든요. 익숙해지면 제 생각이 안 날지도 모르죠.(웃음) 그러다 ‘아, 상연이 형 보고 싶네’ 할 때쯤 휴가 나와서 만나지 않을까 싶네요.

며칠 후면 더보이즈의 일원으로서 보낸 20대의 날들과 사뭇 다른 날들이 이어질 거예요. 1년 반의 기간을 보내고 돌아온 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현재 모습에서 역변하지 않기를(웃음), 변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고요. 어떤 면에서든 지금보다 성장한 상태였으면 해요. 더 나은 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어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웃음) 이 인터뷰는 입대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공개돼요. 혹시 마무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있다면 지면에 꼭 남겨둘게요.

마지막 말은… 이렇게 써주세요.(웃음) “여러분, 꼭 행복하세요!♥”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재킷과 팬츠 모두 Andersson Bell, 슈즈 Christian Louboutin.
더보이즈 상연 THE BOYZ SANGYEON VVV Unexpected
레더 재킷, 블루종, 네크리스 모두 Dolce & Gabb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