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티스트, 26년 간 우리에게 유효한 목소리. 박효신과 도쿄에서 보낸 낮과 밤. 낯선 도시 위, 그와 천천히 헤매이며 사유한 열 시간의 기록.

허니콤 모티프와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해 몸의 굴곡을 따라 유연하게 밀착되는 화이트 골드 비 드 쇼메 네크리스 Chaumet. 위 부터 | 허니콤 모티프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허니콤 모티프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 비 드 쇼메 브레이슬릿 모두 Chaumet. 재킷 Ernest W. Baker, 이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로즈 골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비 드 쇼메 이어 커프, 옐로 골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파베 세팅한 비 드 쇼메 이어링,오른손 검지의 옐로 골드 비 드 쇼메 링, 약지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파베 세팅한 화이트 골드 비 드 쇼메 링, 소지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로즈 골드 비 드 쇼메 링, 왼손 검지의 화이트 골드 비 드 쇼메 링, 약지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파베 세팅한 로즈 골드 비드 쇼메 링, 소지 안쪽부터 로즈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파베 세팅한 비 드 쇼메 링, 화이트 골드에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비 드 쇼메 링 모두 Chaumet.

큰 도전 중 하나였던 뮤지컬은 커리어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코어가 되었죠. 5월 31일부터 <팬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10년 전, 초연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초연 작품은 재연 작품보다 두세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어요. 재연이 ‘이번에는 여기를 수리하고, 저기에는 이런 다른 색을 칠해보면 더 좋겠다’ 하는 식이라면, 초연은 설계도부터 그리기 시작해 허허벌판에 기둥을 세우고 건물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번에 <팬텀> 초연과 재연을 하고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건데요. 이전 작업들을 되짚으면서 새로운 <팬텀>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2025년 새로운 <팬텀>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요?

<팬텀>은 주인공의 일대기 전체를 녹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기승전결을 잘 만들어가야 하는 작품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모든 인생을, 모든 감정을 잘 녹여야 저도 잘할 수가 있는 거죠. 초연 당시는 30대였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 인물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음을 느껴요. 그때 충실히 했던 것으로 충분한 것 같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충분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떤 부분은 좀 더 다듬어보니 훨씬 좋아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다시 분석하고 해석하며 정리를 마친 상태에요. 보다 견고한 <팬텀>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란스럽고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혼란과 고민을 끝낸 상태예요. 며칠 전에 만났으면 지금 생각이 너무 많다고 했을 텐데요. 다행이에요.(웃음)

지금 이 순간 박효신은 무엇을, 어디를 바라보고 있나요?

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잖아요. 어느 순간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마침표를 찍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근데 그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 같아요. 한데 언젠가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야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그게 언제임을 미리 정하거나 준비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평소에도 스스로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거든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고, 무엇을 더 하고 싶고, 어디까지가 나의 이야기가 될까 하고요. 한 해 한 해 그 질문들을 하고 있는데 최근의 답은 이거예요.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면 잘 찍을 수 있게 계획하고 설계하자.

마침표를… 꼭 찍어야 할까요?

그러니까요. 안 찍고 싶을 수도 있겠죠. 또 한편으로는 찍고 싶기도 해요. 그래야 제 인생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삶의 많은 부분을 가수, 배우 박효신으로서만 살아왔으니까요. 너무 감사한 인생이고 충분하지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마침표를 찍어서 내 삶을 충실히 잘 사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떠난다면 아름다울 때 떠나야 하는데 그 판단을 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나 아직 아름다운데?’ 싶으면 안 떠나도 되는 거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요. 자신에 대해 모른 채 남들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아니야, 나는 괜찮아’ 하면서 억지로 이어가
고 싶진 않으니까요.

재킷 Ernest W. Baker,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 Amiri, 톱과 슈즈, 주얼리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톱, 팬츠 모두 Dior,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 분야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들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아티스트로서의 삶, 개인의 삶, 이 모든 것이 나임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었다고요. 언젠가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요?

왔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나이에 비해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새장 안에 갇혀서 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나이에 맞게 생각해야 할 때는 아직 내가 부족한가 싶기도 해요. 반대로 내가 아직 생각이 어리네, 나이가 많이 안 들었네 하고 다행이라 여길 때도 있고요. 어린 마음에 하고 싶은 것이 많기도 하고, ‘나 아직 할 수 있어’ 하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그래도 내 자리는 이곳이지 하고 음악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은 해요. 팬분들이 앨범을 오래 기다리고 있어서 저도 부담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원치 않게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제자리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시간을 걷고 있는 느낌인데. 다시 빨리 제자리에 와야죠.

끝을 상상하면서도 왜 여전히 음악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 같나요?

그럼에도 음악은 어떤 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라는 작은 사람이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에요. 음악은 언제, 어떻게 생각해도 제게 늘 넘치는 대상이에요. 늘 그 이상을 받아요. 왜 흔히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할 건지 묻기도 하잖아요. 저는 돌이켜보면 음악으로 인해 행복했지만 힘든 일도 너무 많았잖아요. 유명해지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들이 있고, 그걸 생각하면 너무너무 하고 싶지 않은데도 다시 태어나 기회만 된다면 다시 이렇게 살고 싶죠. 이건 어떻게 고민할 거리가 아니에요. 그 정도로 너무 크고 높은 걸 얻으며 살고 있어요. 음악 하나로요.

지금의 박효신으로 설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무엇 때문이었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팬들이죠. 가식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솔직하게 나의 모든 것을 다 꺼내어 이야기를 해도 변하지 않을 답이에요. 만약 제가 가수와 배우의 삶 외에 개인적인 삶에도 충실했다면 이 질문에 답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쉬운 질문인 것이 오롯이 가수로서만 살았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다른 답이 없어요. 순위를 따질 수도 없는 답이에요. 팬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저라는 사람 자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제 삶이 그랬어요. 그래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든 되돌려주고 싶고요. 다행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힘든 삶을 겪으며 제 음악도 변하게 되었잖아요. 그 음악으로 팬들과 더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음악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사랑 노래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상업적으로만 흐르지 않으며 제 나름의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고마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걸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마무리할까요. 지난 25년 동안 오직 완전한 행복이라고 부를 단 하나의 순간이 있다면 언제를 꼽고 싶나요?

오늘 답이 다 이렇게 흐르는데, 조금의 과장 없이 말한다면 무대 위의 순간들이에요. 무대에 오르기 전도 아니고, 마치고 나서도 아닌 오직 무대 위에 있는 순간이요. 오늘 이렇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느낄 만큼 그래요. 저에게 무대는 어떻게 저곳에 올라가서 노래를 하고 연기를 했지 싶을 만큼 매 순간 떨리고 두려운 곳이거든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에요. 단 한 번도 두렵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가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조금 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 선 제가 꿈에서만 봤던 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노래할 수 있고,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나 행복하게 해요. 물론 삶에는 여러 종류의 행복이 있죠. 여행을 하고, 엄마와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99.9% 행복해요. 그렇지만 정말 100%라고 할, 0.1%를 더 보탤 수 있는 완전한 행복은 무대 위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어요.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 Valentino, 톱과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