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던지는 용기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배우 조이현과 추영우가 함께 그린 사랑의 서사.

조이현 홀터넥 원피스 Sportmax.


네크리스 Louis Vuitton,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학교 2021>에서 함께한 지 3년 만에 <견우와 선녀>를 통해 또 한 번 호흡을 맞췄어요. 현장에서 다시 만나니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조이현(이하 이현) 반가웠어요. <학교 2021> 이후 공식적인 자리 말고는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견우와 선녀>로 오랜만에 만나니 영우가 묘하게 바뀌어 있는 거예요. 3년의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이 되니까 한층 성숙한 분위기가 묻어나더라고요. 더 멋있어진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추영우(이하 영우) 저도 이현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했어요. 다시 만났을 때 “3년 전엔 이랬잖아” 하면서 예전 작품 얘기도 많이 했어요. <학교 2021>에서는 우리 사이에 러브 라인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이현이와 제가 각자 이어졌던 (김)요한 이랑 (황)보름별이도 같이 로맨스 드라마를 찍는다는 거예요. 신기하더라고요.
이현 영우가 그 소식을 알리는 기사를 보여줬어요. 이거 봤냐면서.(웃음)
영우 깜짝 놀랐어.(웃음)
이현 심지어 촬영 시기도 조금 겹치더라고요. 이 우연이 재미있게 느껴져요.
<학교 2021>에서는 영우 배우가 이현 배우를 짝사랑하는 역할이었는 데, <견우와 선녀>는 ‘성아’(조이현)가 ‘견우’(추영우)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되죠. 관계는 바뀌었지만, 두 번째로 함께하는 만큼 한결 수월하게 좋은 케미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김용완 감독님도 두 사람의 케미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어요.
이현 감독님의 영향이 컸어요. 참 따뜻한 분이시거든요. 제가 사람을 많이 타는 편인데, 늘 응원하고 용기를 주신 덕분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게 영우한테도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우 우리끼리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다가 채택된 아이디어가 꽤 많아요. 촬영할 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어울릴 때도 케미가 좋다고 느꼈어요.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고, 뭐 하나에 꽂히면 엄청 웃고.
이현 저랑 영우가 친하고, 서로 성격도 알고 있어서 더 좋았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맞춰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쉬는 중이라는 걸 영우는 아는 거죠. 반대로 영우가 가만히 있을 땐….
영우 그냥 멍때리는 거.(웃음)
이현 그걸 아니까(웃음) 굳이 신경을 쏟을 일이 없어서 편하더라고요.
유쾌하고 편안한 현장인 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영우 맞아요. 한번은 날씨 좋은 봄날에 야외 촬영을 하다가 튤립을 파는 곳이 있길래 각자 몇 송이씩 샀어요. 일부러 덜 핀 아이들을 데려 와서 화분에 심어두고 키웠죠. 이현이가 진짜 열심히 돌보더라고요. ‘튤립 엄마’였어요.(웃음)
이현 쉬는 날이면 대부분의 시간을 튤립만 보면서 보냈는데, 볼 때마다 더 커진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너무 잘 자라더라고요!
영우 무서울 정도로!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네 튤립도 엄청 컸어?” 하고 서로 물어봤어요.
이현 제가 인스타그램에 튤립 사진들을 올렸거든요. 그런데 영우가 자기도 올리고 싶었는데 못 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하길래 “먼저 올린 건 나잖아!”라고 받아쳤죠.(웃음) 이런 재미있는 일화들이 떠오르네요.
이제 모든 촬영을 마치고 첫 방송을 기다리는 시기죠. <견우와 선녀>는 ‘죽을 운명을 가진 소년과 이를 막으려는 무당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요.
이현 웹툰의 대표적인 장면들이 드라마에도 담겨 있어요. ‘천지선녀’라는 법명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성아와 액운이 낀 견우가 성아의 법당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등을 충분히 살려놓은 상태에서 각색했거든요. 드라마에서는 어떤 새로운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영우 저는 원작을 원래 알고 있었는데, 웹툰과 드라마 대본의 다른 지점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드라마의 전개를 따라 견우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견우를 표현하기 위해 제일 많이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영우 제가 근래에 맡은 캐릭터들이 내면을 밖으로 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견우는 안으로 파고드는 친구거든요. 소심하고 예민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데, 마음은 또 따뜻해요.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는 처음이라 걱정되더라고요. 제 연기가 괜찮은지, 견우가 지나치게 답답하거나 어둡게 느껴지진 않는지 주변에 많이 물어봤어요.
이현 제가 마음에 없는 말은 못 하는 편인데요. 영우가 중반부의 어떤 장면을 연기하는데 너무 잘 하는 거예요. “야, 너 진짜 잘한다~”라고 칭찬해줬어요. 직접 얘기하니까 부끄러워하더라고요.
영우 이현이도 그렇고, 다들 잘한다고 말해준 덕분에 해낸 것 같습니다.(웃음)
최근 영우 배우가 견우를 ‘슬픈 고슴도치’에 비유했는데,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느꼈어요. 그럼 이현 배우가 맡은 성아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현 성아는… 사랑 폭격기! 흐흐. 견우한테 반해서 무엇이든 하는, 열여덟 살다운 밝은 패기를 가진 캐릭터라 흥미로웠어요.
성아는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지만, 무당이기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슬픔도 지니고 있죠. 그런데 슬픔보다는 당찬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현 성아는 무당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아이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평범할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이 있을 뿐이고, 마음속에 있는 보통의 꿈을 잠시나마 누리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지점을 보여주려면, 성아를 태생부터 마음이 맑고 건강한 인물로 표현해야겠다 싶었어요.

추영우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성아는 무당이고, 견우는 양궁 선수죠. 작품을 준비하면서 각자 새롭게 익혀야 하는 것들이 많았겠어요.
영우 이현이가 고생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이현 굿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몸을 흔들면서 뛰다가 지칠 때 끊어가도 되지만, 감정적 호흡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해내야 편하더라고요. 평소 운동을 잘 안 하는데, 촬영 전에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 덕분에 체력이 좋아졌습니다.(웃음)
영우 전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양궁장에 간 이후로 양궁을 처음 접했어요. 활시위를 당겨서 과녁을 맞추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꽤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촬영을 준비하다 보니 나날이 실력이 좋아졌어요. 선수들이 쓰는 활로 70m 거리에서 7점을 쏜 적도 있어요.
이현 아, 진짜? 잘했네!
영우 많이 늘었습니다.(웃음) 잘 쏘려면 집중력, 결단력, 자신감이 모두 필요하더라고요. 양궁을 할 때만큼은 다른 것을 전부 잊게 된다는 점에서 견우랑 잘 어울리는 스포츠라고 느꼈어요.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이 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아요. 그 외에 이번 드라마의 어떤 점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영우 <견우와 선녀>는 전반적으로 무해한 드라마예요. 따스하게, 행복하게, 귀엽게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안기거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장면도 거의 없고요.
이현 귀신이 등장할 때는 좀 무섭긴 한데요.(웃음)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작품이라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로맨스, 코미디, 오컬트, 액션 등이 어우러진 만큼 볼거리가 많을 거예요.
<견우와 선녀>는 로맨스 중에서도 10대의 첫사랑을 다루죠. 첫사랑을 위해 운명과 맞서는 성아와 운명을 역행하는 견우의 이야기가 풋풋한 설렘을 자아낼 거라고 들었어요. ‘운명’이 이번 작품의 키워드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평소 운명을 믿는 편인가요?
이현 전 완전히 운명론자예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운명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야 지나치게 들뜨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고요. 슬프거나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매사에 뜻이 있겠거니 하는 거죠.
영우 전 이현이랑 반대예요. 운명으로 여기던 일이 어그러지면, 저 자신이 크게 흔들릴 것 같거든요. 운명을 믿을 바엔 스스로 매일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해진 삶이 있다기보다는 각자의 의지로 선택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운명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지만, ‘나를 지킨다’는 공통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런데 때로는 타인이 나를 지켜줄 때도 있잖아 요. 성아가 견우를 액운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인간 부적’을 자처하는 것처럼요.
영우 음, 그렇죠. 견우는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로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한 사람의 태도나 감정을 통해 그 상처를 메꿔가니까요.
이현 드라마 속 인간 부적이 아무한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불운한 사람이 인간 부적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 비로소 효력이 나타나거든요.
영우 맞아, 그러네.
이현 서로 믿어야 인간 부적을 통한 구원이 가능한 거죠.
믿음을 기반으로 서로를 치유하는 성아와 견우의 사랑이 대단한 힘을 지닌 것 같아요. 그 사랑을 표현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영우 좋겠다 싶었어요. 스스로를 희생할 정도로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무엇을 하든 든든하게 지켜주는 사람을 곁에 둔 견우가 참 부럽더라고요.
이현 저도요. 진짜 부럽다….(웃음) 그리고 성아의 마음도 부러워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아껴줄 수 있는 큰 사랑이요. 만약 저라면 아무리 사랑해도 저부터 생각할 것 같거든요.
온전히 사랑받는 것도, 그런 사랑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영우 그렇죠. 예전에 드라마 <오아시스> 관련 인터뷰할 때, 일말의 고민 없이 ‘사랑하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이현 지금 은 아닌 것 같아?(웃음)
영우 점점…(웃음) 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낭만은 낭비를 감수하는 거란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인 생각을 자꾸 하다 보니 저 자신을 버리기 아까워지는 것 같아요.
이현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면이 있죠. 그래도 희생을 감수하는 사랑을 하게 되기를 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추구미’는 마음대로 가져도 되니까요.(웃음)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면이 있죠.
그래도 희생을 감수하는 사랑을 하게 되기를 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한 인터뷰에서 이현 배우가 “내가 바라는 사랑은 그 사랑을 위해 인생을 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영우 배우는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랑을 믿는 편”이라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믿음은 여전한가요?
영우 네. 언젠간 그런 사랑을 하겠죠.
이현 오….
영우 아니, 살다 보면 한 번쯤 못 하겠습니까.(웃음)
그런 사랑을 실제로 하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요?
영우 니스나 마요르카 같은 데서 살고 싶어요. 따뜻하고 건조한, 햇빛이 예쁜 나라로 함께 도주를….
이현 우리나라 날씨가 그렇게 바뀐다면? 그래도 간다?
영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웃음)
이현 전 일단 해외는 안 나갈 거고요.
영우 나랑은 안 되겠다. 으하하!
이현 그럼 지구 반대편에서 영상 통화 하자.(웃음) 저는 여기서 가정을 이룰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도 키우다 보면 삶의 새로운 장이 자연스럽게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 사랑이 가장 커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대해 폭넓게 헤아리면서 다양한 삶을 표현하는 일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어요?
영우 한번 연기한 캐릭터의 면면을 제 안에 쌓아가고, 그걸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피규어를 수집하듯이 하나하나 모으는 느낌이랄까요. 상황에 따라 여러 피규어를 합치거나 구석에 있던 걸 앞으로 꺼내두기도 하면서요. 이 과 정이 되게 재미있어요.
이현 저도 최근에 모은 피규어가 있는데요.(웃음) 제 성격이 내향적인 편인데,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르는 신을 촬영할 때 부끄러움을 이겨내면서 저와 다른 면을 표현하는 요령을 얻었어요. 이런 식으로 저와 상반된 성향의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저를 더 알아가고 있
어요.
영우 이 일이 자아 성찰에 도움이 되는 거죠. 평소에도 제 삶에서 무엇을 맨 앞에 두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답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 같고요.
나에 대해 계속 자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내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라는 사람의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나요?
영우 저는요. 이번 생에 모든 걸 해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어요. 운동, 언어, 음식, 기술 등등. 그만큼 호기심이 많고, 오지랖도 넓어서(웃음) 이 일이 나름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일해야죠. 영양제 잘 챙겨 먹으면서.
이현 몸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영우 요즘 잠은 잘 주무십니까?
이현 꿀잠 잡니다.(웃음) 잘 자고, 좋은 생각 많이 하고, 큰 행복을 좇기보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그렇게 계속 별 탈 없이 나아가고 싶어요.
영우 배우처럼 역동적인 삶을 즐기기보다 잔잔하게 나아가고 싶은 거네요.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그 시간이 쌓여 이현 배우만의 서사가 될 거예요.
영우 맞아, 맞아.
이현 그렇겠죠? ‘이렇게 되자’ 하는 목표는 없지만, ‘오늘 하루 잘 버텼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해요. 그게 저한테는 최고의 삶인 것 같아요.

조이현 홀터넥 원피스 Sport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