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영원한 단 한 가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그래도 정용화는 슬프지 않다. 그건 음악 속에서 보낸 모든 순간이 매번 다르게 영영 빛날 거란 뜻일 테니까. 2015년 첫 솔로 앨범 ‘어느 멋진 날’을 발표하고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정용화와 나눈 대화.

© FNC Entertainment

솔로 데뷔 10주년을 축하해요. 뜻깊은 시점에 새 앨범도 발매하고 투어도 시작했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서울 공연을 끝내고 잠시 쉬었고요. 지금은 다시 송 캠프라고 다른 작곡가들과 모여 곡 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다음 씨엔블루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보 ‘One Last Day’를 소개할 때 “가장 정용화다운 앨범”이라고 표현했어요. 어떤 점이 가장 ‘나답다’라고 느끼나요?

지금까지 중에 제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 앨범이에요. 물론 이전에도 다 자작곡을 실었지만, 이번에는 처음 기획부터 제가 했거든요. 앨범의 컨셉트, 재킷 이미지, 뮤직비디오에도 제 아이디어가 다 투영됐고요.

들으면 딱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가사를 쓰는 게 좋다고 말한 적 있죠. 앨범의 시각적인 요소까지 주도적으로 만든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까요?

맞아요. 사실 그래서 앨범을 만들면서 공연까지도 다 생각했어요. 기획제작파트뿐만 아니라 공연 팀과도 계속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냈죠.

“공연도 가장 나답게 준비했다”라던 설명과도 연결되는군요. 그래서인지 콘서트에서 ‘어느 멋진 날’과 ‘나에게 (note to self)’와 같이 자신을 마주 보는 장면들이 유독 눈에 띄었어요.

공연 기획할 때 처음 낸 아이디어가 ‘어느 멋진 날’ 무대에서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제가 같이 노래 부르게 하는 거였어요. 공연 오프닝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데서 출발해서, 지나온 10년이라는 시간을 표현하고자 돌출 무대도 길게 만들었어요. 양 끝에 각각 현재와 과거를 상징하는 메인 스테이지와 아일랜드 스테이지를 두었고요. ‘나에게’는 아일랜드에서 메인 스테이지를 바라보고 불렀는데요. 항상 저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는 게 다였거든요. 이번엔 저도 반대쪽을 보면서 노래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 뒤에 있는 팬분들도 공연할 때의 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방금 이야기처럼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 각각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걸 드러내는 방식 모두가 굉장히 영화적인 공연이었어요. 제목도 ‘Director’s Cut : Our Fine Days’죠. 영화의 틀을 빌려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제가 의도한 스토리를 만들고, 이런저런 요소를 배치하다 보니 영화감독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공연을 아예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둘 다 러닝타임도 2~3시간 정도로 비슷하고요. 그동안 “에브리바디 뛰어!”는 많이 했어도 이렇게 이야기로 이어가는 공연은 안 해본 것 같아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는데요. 아티스트의 본질을 담은 공연이 된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앨범 재킷 등에 있던 오브제가 콘서트 무대에도 있는 걸 발견했어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공연 시작 전 무대에는 하얀 소파가 놓여 있어요. 끝날 때쯤에는 그게 약간 타 있거든요. ‘어느 멋진 날’ 때도 소파에 앉아서 촬영했는데요. 그때는 새하얗던 것들이 10년 동안 많이 지치고 불탔지만, 이제 또 불길은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했어요.

이런 오브제를 무대에 둔 건 앨범 속 공간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예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태양의 서커스 쇼를 봤는데,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이 사람들의 세상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막 옆쪽에서도 등장하더라고요. 제 콘서트도 들어올 때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 입장할 때나 마지막 곡 ‘Night Runner (Shooting Star)’를 하기 전에 미러볼을 쓰고, 조명을 껐다 켰다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죠. 제가 만든 영화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싶었어요.

한편, ‘나다움’은 솔로 가수가 아닌 ‘씨엔블루 정용화’로서도 꾸준히 탐구해 온 주제로 보여요. 이를 팀에서 다룰 때와 솔로로 다룰 때 다른 점이 있나요?

제가 씨엔블루의 구성원이긴 하지만, 씨엔블루로서랑 정용화로서의 정체성을 얘기하는 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씨엔블루로서 정용화의 이야기를 하면… 민혁이나 정신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일부러 더 씨엔블루로서 느끼는 감정과 정용화로서의 감정을 분리해서 곡을 쓰는 것 같아요. 씨엔블루 앨범은 멤버들과 같이 만드는 것이니 ‘가장 씨엔블루다운’ 음악을 담아요. 솔로 활동에서는 온전히 저로서 제 생각을 얘기하고요.

이번 앨범에 관해 더 얘기해볼까요. ‘우주’라는 장대한 테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영화도 그런 걸 좋아해요. 터무니없어 보이면서도 진짜 같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과학적으로 고증을 잘해서 설득력 있는 SF 영화 같은 거요. 내가 모르는 세계, 내가 보지 못하는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사실 외계인 같은 것도 너무 너무 믿어요.(웃음)

저도 외계인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우주는 이렇게 거대한걸요?

그러니까요! 근데 외계인 얘기를 앨범에 넣기는 너무 컨셉추얼하잖아요.(웃음) 어쨌든 우주를 정말 좋아하니까 하고 싶은 얘기를 그 세계에 빗대서 할 때가 많았어요. 가사에 ‘별똥별’이나 ‘밤하늘’ 같은 단어는 항상 넣어 왔거든요. 그러다 이번에는 컨셉트 자체를 ‘우주’로 정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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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타이틀곡 ‘Night Runner (Shooting Star)’에는 순간 빛나고 사라지더라도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영원히 남을 별똥별의 마음을 담았다고요. 4번 트랙 ‘Almost Forever’나 씨엔블루로서 발매한 ‘과거 현재 미래’도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노래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는 느낌인데요. 이렇게 대척점에 있는 단어들을 계속 묶어 내는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뭔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이거 평생 기억날 것 같은데, 나중에는 어떤 마음으로 떠올리게 될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그러다 보니 항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 주는 무언가에 관한 가사를 쓰는 것 같아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곡도 단순히 누구랑 헤어졌나 보다 싶을 수도 있지만,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거예요. ‘과거에 우리가 함께한 추억은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계속 있을 것이다. 문득 떠올랐을 때는 여전히 아플 수도, 반대로 좋은 추억일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은 만났다가 헤어지고, 관계가 영원하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그 사람과의 어떤 기억들은 영원하죠. 근데 그걸 대하는 마음은 또 변하고요. 그런 변화가 흥미로워요.

문득 공연의 미학도 ‘영원한 순간’을 만드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관점에서 공연을 준비할 때, 또 무대에 오를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즐기면 관객도 100% 즐길 수 있다.’ 저는 무조건 관객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찾았던 것 같아요. 수많은 공연을 하면서 결국 제가 즐기면서 같이 공감하고 호흡할 때 제일 좋은 공연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에너지 레벨을 맞추는 게 제일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요. ‘나 정말 멋있어. 그러니까 멋있는 거 잘 봐’는 답이 아니더라고요.

에디터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내가 잘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각각 무엇인가?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정답도 없고. 근데 저는 그래요. 제 자리는 주류가 좋아하는 음악 안에 날카롭게 저의 것을 섞어주는 데 있다고 느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아요. 물론 뭘 해도 열렬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최고겠죠. 하지만 반응에만 매몰되면 제 작업물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항상 고민은 있지만 나다운 걸 하는 것도 좋은 음악이라고 믿어요. 나다운 걸 하는 모습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거라고 믿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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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죠. 10년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무엇인가요?

27살 때는 어떤 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더 밝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도 처음 데뷔했을 때는 너무 겁이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이런 인터뷰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도 용감하게 뭔가를 다 했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하루하루 늙는 게 맞나 보다 싶기도 해요.(웃음) 지금은 쌓인 데이터가 많다 보니 신경 쓰는 것도 그만큼 많아졌거든요. 뭔가를 하려다가도 ‘아니야, 그때 이거 해봤는데 안 좋았어’ 그러는 거죠. 근데 스스로 그런 벽을 치는 게 싫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반대로 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한 건요?

음악을 하는 태도요. 결과물을 내놓을 때는 생각이 많아졌지만, 곡을 쓰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대하는 마음 자체는 같아요. 데뷔 때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즐겁게 하고 있어요. 어떤 감정을 최대한 곡으로 표현하려고 하고, 라이브에서 그걸 다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도 여전하고요. 불타오르는 열정은 똑같아요.

음악의 어떤 면이 그렇게 끊임없이 열정을 자극하나요?

일단 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고, 앨범을 다 만들어서 공개할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탁 털어버리는 그 기분! 또 그때는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음악이 있던 것처럼 지금도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만들어 냈을 때 뿌듯해요. 곡을 쓸 때마다 계속 발전한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팬분들의 반응도 자양분이 돼서 곡 쓸 때 더 욕심이 나는데, 어떤 욕심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안 늙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락스타가 안 늙나봐요.(웃음) 그런데 사실 성장은 힘든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계속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뭐든 잘하고 싶긴 했어요. 근데 자기만족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은 맘이 커요. 예를 들어 팬분들이 정용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부모님이 내 아들이 정용화라고 했을 때 “나 정용화 진짜 좋아!”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는 거죠.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어떤 곡은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라이브로 들을 때 훨씬 더 와닿아요. 이런 순간에는 무대에서도 관객과 더 통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요.

사실 옛날에는 몰랐어요. 노래를 더 잘하는 게 더 중요했죠. 음 이탈을 안 내는 거, 음을 좀 더 정확하게 내는 거, 더 멋있게 부르는 거, 10년 전의 공연은 그게 더 주였어요. 근데 지금은 조금 투박하더라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솔직히 전에는 말하듯이 노래하라는 선배들의 말을 이해 못 했어요. 말하듯이 어떻게 노래를 해, 노래는 노래인데!(웃음) 이제야 좀 알 것 같더라고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주고, 그 안에 테크닉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는 데 더 중심을 두고 있어요.

처음에 만들고 불렀을 때와 요즘 공연에서 부를 때, 조금 다른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곡도 있나요?

그런 것도 많죠. 최대한 그때의 감정대로 부르려고 해요. 그 노래를 처음에 만들었을 때 생각한 본질은 지키려 하지만요. 예를 들어 같은 ‘어느 멋진 날’을 불러도 내가 지쳐 있으면 더 힘들게 부를 수도 있는 거고, 기분이 좋다면 오늘이 정말 ‘어느 멋진 날’이라는 메시지도 담을 수 있어야 하고… 날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나에게 (note to self)’가 음원과 좀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여전히 멜랑콜리한데, 동시에 묘한 낙관과 확신이 더 느껴졌달까요.

‘나에게’는 그 말을 안 하면 너무 답답해서 쓴 곡이에요. 원래는 속으로만 하던 말이었거든요. 제 부정적인 생각이 듣는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기운을 전하는 게 싫어서요.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테니 아예 정면 돌파해서 깊이 있게 써보자 했고요. 슬픈 생각도 많이 했고, 힘든 마음에 썼죠. 근데 지금 이 노래를 다시 보면 ‘결국 그 시기를 잘 이겨내고 지금 내가 여기서 또 이 노래를 부르고 있네’ 싶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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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할까요. 다음 10년이 흐른 뒤의 정용화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47 Years’가 될 텐데…(웃음) 그때는 어떻게 될지 감이 진짜 안 와요. 27살 때는 10년 뒤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거든요.

예상과 비슷한가요?

아니더라고요.(웃음) 되게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27살 때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체감상 네다섯 살 정도만 더 많아진 느낌? 근데 47살은 그려지지가 않거든요. 제가 어떤 방향의 공연을 하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여전히 너무 잘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때는 지금보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해요. 그럼 더 ‘어른의 노래’를 하겠죠.

10년 뒤의 보이스에게도 메시지를 보낸다면요.

사실 팬분들을 공연장에서 만나면 10년 전이랑 별 차이가 없거든요. 각자 공연이 끝났을 때의 생활이 달라졌을 뿐이죠. 그때 중학생이었던 분들은 지금도 제 눈에 그렇게 보여요.(웃음) ‘Young Forever’죠. 공연장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젊어지는 기분이고, 모두가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10년 뒤에도 똑같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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