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욕망이 뒤엉키고, 충돌하고, 엇갈린 자리에 생겨난 균열. <파인: 촌뜨기들>의 세 배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이 갈라진 틈새에서 건져 올린 것들.

임수정 재킷과 팬츠, 울 니트 브이넥 스웨터, 레이스 러플 블라우스 모두 Chloé, 스레드 컬렉션의 멀티 셰이프
다이아몬드 이어링과 링 모두 Graff.
양세종 스트라이프 재킷 Acne Studios, 블랙 티셔츠 Auralee, 블랙 와이드 팬츠 Jacquemus.
류승룡 재킷과 니트 톱 모두 Zegna, 안경 Gentle Moster.

재킷과 셔츠,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팬츠 모두 Lemeteque, 안경 Gentle Monster.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나요? 이 작품의 첫인상이 어땠나요?

제안을 받고 원작인 웹툰을 먼저 봤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더라고요. 그리고 대본을 받아서 읽고 나니 딱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어요. 조엘 코언 감독의 영화 <파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린 영화인데, 마지막에 눈이 내린 대지를 막 헤매는 모습이 나와요. 그 모습이 <파인: 촌뜨기들>의 인물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님이 이 작품 쓸 때 그 영화를 레퍼런스 삼았다는 거예요. 너무 좋다, 바로 감사합니다 했죠, 하하.

영화 <파고>의 인물들이 눈밭을 헤맸다면, <파인: 촌뜨기들>의 인물들은 보물을 찾기 위해 바다를 헤맵니다. 바다라는 배경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라 추측했어요.

그렇죠. 유난히 힘든 현장이 아이, 동물, 그리고 바다와 함께할 때라고 하잖아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특히 바다는 진짜 어렵죠. 파도가 너무 높아도 못 찍고, 너무 잔잔해도 느낌이 살지 않고. 위험하니까 늘 긴장을 놓을 수 없고. 변수가 아주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참 좋았어요. 매일 한 시간씩 배를 타고 나가서 찍었는데, 그 여정에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면요. ‘오늘은 뭔가를 발견할 것 같아’ 하는 기대가 들곤 했어요. 오늘의 바다에서 ‘오관석’은 무엇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찾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오관석은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은 유물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손에 쥐기 위해 모인 무리의 리더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지닌 욕망의 기저에는 무엇이 존재하나요?

그야말로 돈이 목적인 인물이죠. 그렇지만 더 깊은 곳에는 가족을 향한 마음과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아직 바라는 만큼 돈을 가져보지 않았기에 꾸는 꿈이 있어요.

그가 지닌 돈을 향한 욕망을 표현하며 고심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오관석은 어떤 상황에서든 잘 감내해요. 설령 자존심이 상한다 해도요. 감정 컨트롤이 뛰어난 거죠. MBTI 판단 영역에서 저는 F인데, 오관석은 T 같아요. 공통점은 이행하고 생활하는 부분에서 둘 다 완전한 J라는 점이고요. 그만큼 상황을 빠르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보다 명확하고 깔끔하며 철두철미한 인상을 주는 데 집중했어요.

강윤성 감독은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로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캐릭터”를 꼽았습니다. 이 생동감이 발현되는 데 어떤 힘이 작용했다 생각하나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미술 팀이 대단해요. 이 작품 공개되면 아마 주목받을 거예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정말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소품을 구해 오고 분장과 스타일링도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만들어줬어요. 원작의 미덕인 각 지역의 사투리를 거의 현지인처럼 쓰는 배우들도 큰 몫을 했고요. 우현 선배의 전라도 사투리는 판소리 같아요. 마치 운율이 들리는 것 같아. 김의성 선배는 부산 사투리를 또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잘 쓰는지. (정)윤호 씨가 광주 사람이잖아요. 사투리 쓰기 시작하면 갑자기 목 긁는 소리가 나오는데, 기가 막혀요. 그런 각자의 노력이 모여서 이 작품을 살아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아, 감독님! 이 배의 선장 강윤성 감독님의 온화한 장악력도 엄청났죠. 아닌 건 빨리 희망을 잃게 하고(웃음) 이거다 싶은 건 얼른 수용하고, 그게 너무 좋았어요.

류승룡 배우의 힘도 있었을 거예요. 작품 안에서도, 현장에서도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이었다고 들었어요.

리더라기보다 중간자 역할이었죠. 힘들 때 “자, 힘냅시다! 다 끝나간다!” 하면서 툭툭 두들기고, 실없는 농담도 던져보고 그랬죠. 단톡방 만들어서 맛집 공유하고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어요. 20여 명의 배우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열과 성을 다하고, 고단할수록 더 유쾌한 현장을 만들려고 했으니 그 시너지가 얼마나 엄청났겠어요.

오관석이 결국 원하는 보물을 얻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류승룡 배우는 확실하게 쟁취한 것 같아 보여요. 좋은 작품, 좋은 동료를요.

예전에는 제가 오관석만큼이나 욕심 덩어리였어요. 오로지 내 것만 보고, 내 결과만 생각하고 시야가 좁았죠. 그러다 작품들을 해나가면서, 나이가 들면서 마음도 누그러지고 시야도 넓어진 것 같아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나의 인생이고, 과정이 행복해야 관객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 엄청난 보물을 찾은 것처럼 든든합니다. 더할 나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현장이었거든요. 유일한 욕망은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고 그래서 디즈니+ 시청자 수도 올라가면(웃음) 더 큰 보물을 건지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오로지 욕망만을 좇는 <파인: 촌뜨기들>의 인물들이 본받아야 할 태도네요.(웃음)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은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왜 멈추지 못하는가. 나를 알지 못하고 안분지족하지 못해서 그래요. 그럴 줄만 알면 욕망을 잠재우고 행복할 수 있거든요. 그 메시지를 아주 평범하고 성실한 악당들을 통해 흥미롭게 전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류승룡이라는 배우의 욕망은 무엇인가요?

욕망은 저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시기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전엔 어떤 수준에 이르고 싶은 생각이기도 했고, 물론 돈도 있었죠. 지금은 가족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잘 만들어서 관객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요즘 범람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많은 콘텐츠가 나오는데요. 홍수가 날수록 마실 물이 드문 것처럼, 진짜 좋은 작품을 마주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요. 7년 전에 “행복하게 영화를 찍고, 그렇게 찍은 영화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여전히 같은 마음을 품고 계시네요. 영화나 드라마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 좋은 작품은 어떤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고 그걸로 보람을 찾고, 함께 공유할 사람을 만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을 할 때 이런 걸 자꾸 생각하게 돼요. 물론 교훈이 있거나 착한 작품만 찾는 건 아니지만, 같은 강도의 노력을 할 거면 좋은 자극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어요. 지난날의 제가 그랬거든요. 어릴 때 연극 <방황하는 칼날>에 출연하면서요.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그 작품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꿈을 갖게 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양세종 그레이 셋업 Jil Sander, 티셔츠 Auralee, 블랙 더비 슈즈 Our Legacy.
임수정 더블브레스트 웨이스트코트와 오버사이즈 셔츠, 시폰 스커트 모두 McQueen, 쎄뻥 보헴 빈티지 옐로 골드
이어링과 링, 멀티 링 모두 Boucheron.
류승룡 트렌치코트와 셔츠, 타이, 팬츠 모두 Fend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임수정 재킷과 팬츠, 울 니트 브이넥 스웨터, 레이스 러플 블라우스 모두 Chloé, 스레드 컬렉션의 멀티 셰이프
다이아몬드 이어링과 링 모두 Graff.
양세종 스트라이프 재킷 Acne Studios, 블랙 티셔츠 Auralee, 블랙 와이드 팬츠 Jacquemus.
류승룡 재킷과 니트 톱 모두 Zegna, 안경 Gentle Mo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