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얼굴을 지나온 지금도, 오직 유일한 배우 이병헌이라는 존재.

내가 원래 그런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히어로도, 그렇다고 빌런도 아닌 평범한 사람을.
현실 속 보통의 사람은 선과 악을 모두 품고 있지 않나.
양가성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진짜 사람을 그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연기가 즐겁고.
베니스에서 시작해 토론토를 지나 부산에 도착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긴 여정의 시작에서 만나게 됐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배우이자, 개막식 단독 사회자라는 점에서 올해 <마리끌레르 BIFF 에디션> 커버의 주인공은 이병헌 배우이어야만 했다. 개막식 단독 사회라니 어떻게 성사된 일인가?
손석우 대표(BH엔터테인먼트)에게 “못 한다, 진짜 못 하겠다. 너무 힘들어서 안 된다” 하고 여러 번 거절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손석우 대표가 끈질기게 설득을 이어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30회를 맞는 기념비적인 해이지 않나. 지금까지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영화제에 참여해왔으니 올해만큼은 큰형으로서 나서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다.(웃음) 결국 수락하게 됐다.
지난 인터뷰에서 타인의 캐릭터를 입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이병헌으로서 대중 앞에 서는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던 터라 놀랍긴 했다.
맞다. 내 이름이 불리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근데 사람들은 내가 조금도 긴장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여유 있어 보인다고 한다. 사실은 내 안에서는 계속 싸우고 있는 거다. 때때로 무대 위에서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할 때가 있다. ‘지금이라도 무대 뒤로 도망갈까, 아니면 쓰러진다 해도 이 자리에서 계속 버텨야 할까’ 하고. ‘여유로운 척하기로 했으니까 힘들어도 끝까지 편안한 척해보자, 멋있게 하고 내려가자’ 하며 버티는 거다.
‘나는 이병헌이니까’라는 마음도 버티게 하는 중요한 힘 중 하나일 것 같은데.
후배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아마도 늘 잘해내는, 믿음직한 선배일 거라 생각하면 그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바보 같은 고집일 수도 있다.



오는 9월 17일 밤, 부산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무려 5000명이 모이는 야외 상영인데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며칠 전 상영 때에도 관객 반응을 살피느라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해외 관객과 영화인들이 이 작품의 유머 코드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두리번거리게 되더라. 상영이 끝나고 긍정적인 외신 기사를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무수히 많은 영화가 상영되는 베니스에서 주목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지 않나. 좋은 평을 받았으니 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의 배경인 한국이라는 곳의 정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무척 궁금하다. 5000명이 모여 보는 야외 상영인데 날씨도 걱정되고.(웃음) 오디오가 정확히 전달되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인데 야외 상영이라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초가을 밤 야외 상영만의 분위기가 있을 거라 기대도 크다.
박찬욱 감독과의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5년 전 박찬욱 감독에게 사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함께하게 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라니.(웃음) 미국에서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촬영할 때 감독님을 만났었다. <액스>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 영화로 제작할 거라고 하셨다. 거기에 내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내가 할 만한 역할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라”고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한국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고, 감독님에게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데 이게 운명이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 감독님이 이 작품을 하기 위해 애쓰신 걸 아니까 더 감회가 새로웠다.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2004년 영화 <쓰리, 몬스터> 이후 20년 만의 재회다. 인간적으로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더라도 같이 일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면이 있지 않나.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만난 거지만, 지난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우정이 깊은 동료였다. 심심할 때 “같이 밥 먹자, 술 한잔하자” 하며 긴 시간을 가까이 지내왔음에도 오랜만에 작품을 같이 하고, 가까이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박찬욱 감독님을 동료 영화인으로서 더 존경하게 됐다. 프레임 안의 조명, 앵글, 연기는 물론이고 영화의 모든 요소, 저 멀리 보이는 나뭇가지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세세히 챙기신다. 그 집중과 몰입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감탄스러울 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워낙 세밀하게 준비하다 보니 배우 입장에서는 ‘이러다 날 새겠구나’(웃음) 싶은 날들도 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아, 저것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신 거구나’ 하고 모든 것이 납득됐다. 현장에서는 몰랐던 요소를 스크린에서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종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본인이 이미 알고, 완전히 꿰뚫어 본 상태에서 촬영에 임하신 듯했다.




박찬욱이라는 이름 없이 이 작품에 매료된 지점도 있나?
영화적 설정과 상상이 무척 재미있었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제거한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설득력 있고 짜임새 있게 풀어낸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런 영화적 설정 자체가 이미 내게는 즐겁게 다가왔다. 게다가 작품 곳곳에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영화를 찍는 과정이 재미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데 단지 재취업을 위해 누군가를 죽인다는 설정 자체가 한 번에 와닿지는 않는다. 최대한 이해한 상황에서 움직이는 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이 설정이 배우를 어렵게 하진 않았나?
그래서 감독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이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동기였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그 이유가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독님을 많이 귀찮게 했다. 감독님도 당연히 그 부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보셨다. 하지만 알다시피 박 감독님의 영화는 때때로 모든 인물의 행동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관객을 설득하려 하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상황의 비약이나 점프 같은 요소 자체가 감독의 의도일 때도 있고. 하지만 배우인 나는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관객이 ‘그래, 저럴 수도 있지’ 하며 납득할 수 있도록 인물의 동기를 구체화하고, 이에 집중하는 데 연기의 무게를 뒀다.
그 노력 덕분일까. 이병헌 배우가 연기한 ‘만수’의 절박함과 애처로움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만수가 그 누구도 죽이지 않고, 만수 역시 다치지 않길 바라게 되더라.
최근 올라온 영화평 중에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가 지닌 묘함이라는 글이었는데, 일견 동의한다.
맞다. 주인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묘하다. 인물은 인물대로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동시에 만수로 인해 이야기는 희비극을 넘나든다. 어쩌면 이 해괴한 코미디는 이병헌 배우이기에 가능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원래 그런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히어로도, 그렇다고 빌런도 아닌 평범한 사람을. 현실 속 보통의 사람은 선과 악을 모두 품고 있지 않나. 양가성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진짜 사람을 그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연기가 즐겁고. 연기할 때 정해진 큰 범주 안에서 움직이되 최대한 관객이 ‘사람이라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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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감독과 관객이 원하는 배우상(像)은 변해왔지만, 이병헌 배우는 매 순간 당대에 들어맞았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지난 30여 년간 ‘현재의 배우’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배우로서 그 긴 시간 동안 어떻게 현재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는가?
한데 그것이 온전히 내 개인적 노력이기보다는 상황이 그랬던 것 같다. 작품 사이 긴 공백 없이 연기를 해오면서 그때그때 새로운 팀과 팀원들을 만났다. 때로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감독님과 작업하기도 했고, 현장 스태프 분들은 말할 것도 없이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매번 새로운 현장에서 ‘그래, 그 생각이 맞을 수도 있네’ 하며 동화돼 새로운 생각과 흐름을 알게 모르게 흡수한 것 같다. 시대에 발맞춰 변하겠다고 의식했다기보다는 그저 휩쓸려 간 거다.(웃음) 아마도 성향상 내 안에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주장하는 의식이 적은 편이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근데 나는 못하는 게 더 많은 사람이다. 생활 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스마트폰도 잘 못 쓴다. 그래서 요즘의 트렌드나 유행도 알지 못한다. 그 대신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얻는 게 있는 거다.
쉽지 않은 일 아닌가. 이전 세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살아낸 시간과 경험에 의지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나도 때때로 ‘요즘은 이걸 이렇게 생각한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근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나를 조금 더 열고 받아들이는 편이 낫지. 내 쪽에서 끝까지 반론을 펼치면서 ‘아냐, 그건 틀려’ 할 수는 없는 거다. 나 또한 어릴 때 어떤 어른들을 보면서 “어르신들 생각은 참 잘 안 바뀌어” 하고 푸념했으니까. 젊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내가 인지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차피 여기에서 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할 테니까.
2시간 30분짜리 영화가 아니라 2분 3초짜리 쇼츠가 익숙한 관객과 공생하는 것이기도 한데, 영화 매체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있는가?
그 부분만큼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한 예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이미 몇 년 되지 않았나.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스마트폰으로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영화는, 특히나 프레임 100m 뒤에 있는 아주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알뜰살뜰 신경을 쓰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같은 작품을 스마트폰으로 본다? 아, 그건….
배우도 마찬가지 아닌가. 작은 근육의 움직임, 미세한 눈빛의 떨림까지도 연기에 포함되는 것이니.
박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편집은 보통 모니터로 하다가 마지막 색 보정과 사운드 체크 단계에서만큼은 홈 시어터같이 큰 화면과 사운드로 확인하는데, 한번은 그때 놀러 간 적이 있다. 후반 작업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지난 시점이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편집 과정에서는 보지 못했던 배우들의 표정이 보인다며, 그게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감독님조차 그렇게 느낄 정도인데 배우들은 어떻겠나. 관객이 큰 스크린으로 보며 미묘한 감정까지 캐치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는 이때, 관객들이 극장의 필요성을 다시금 체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마 이건 모든 영화인의 바람이고, 많은 영화인이 그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땀 한 땀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운데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보다 세밀한 연기를 통해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극장에서 봤을 때 더 즐거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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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밀한 연기를 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일순간 그 인물에 가닿았다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기도 하나?
배우는 그저 최대치로 가보려는 것이지 결코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지 하는 순간 불편한 연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인물의 성격과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하고 그 안으로 깊이 젖어들고 싶은 마음, 결국 그것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한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그 인물 속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마음에 발버둥을 친다. 중간에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든, 혹 누군가와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든 머릿속 한 구석에는 그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계속 생각을 이어가며 이 장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요지가 무엇인지 알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혼자 가만히 생각하는 과정에서 감정들이 점점 다가온다. 대본을 여러 번 읽는다고 해서 그 감정이 밀려오는 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장면이 가진 의도와 감정을 붙잡는 게 중요하다.
감정들이 다가오지 않는 때는 어떡하나. 불안해하며 현장으로 향하는 날들도 있었나?
많다.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연기는 장인의 기술과는 다르다. 한 업에서 경지에 오른 사람이 손끝 하나만으로 익숙해진 작업을 툭툭 해내는 것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오랜 경험과 시간을 통해 기술이 몸에 배 나오는 능수능란함이 적어도 배우라는 직업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쯤 백지상태가 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내가 어떻게 연기했더라?’ 하고 의아해질 정도 로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심지어 촬영 직전까지 백지상태에 머물 때가 있는데, 막상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마술처럼 툭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금 말대로라면 불확실성과 불안을 안고서 긴 시간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상상하기 어렵다.
있어야 하니까. 하기로 했으니까.(웃음) 예전에 <공동경비구역 JSA> 할 때 촬영 들어가기 며칠 전에 박찬욱 감독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저 못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감독님이 굉장히 난감해하셨다.
이병헌 배우가….
<미스터 션샤인> 때도 그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상황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첫째 날과 둘째 날이 지나고 나니 마치 안 보이던 길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대사를 내뱉는 순간 ‘아, 내가 찾으려 했던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이구나’ 하고 확신이 들기도 한다.
확신에 이르는 여정은 어떤가. 한 사람을,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일 것 같다.
그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 캐릭터가 되고 싶어서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까지도 하게 된다. “이건 왜 이렇게 한 거예요?” “왜 여기서 이런 디렉션을 주신 거예요?” “손은 왜 그렇게 하고 있어야 하죠?” 이런 아이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결국 이 질문들은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말하고, 이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가?’라는 큰 질문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감독님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사람이 배우이지 않나.
문득 궁금해진다. 30년 전 방송국 공채 탤런트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오늘과 같은 날을 상상했었나? 이렇게 베니스에서 신작 인터뷰를 하게 될 것을 말이다.
아주 어릴 때 인터뷰할 때는 자신감 있게 한국의 리처드 기어가 되고 싶다고,(웃음) 80세까지 연기해서 큰 배우가 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근데 그건 그저 큰소리에 불과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베니스에 와서 팬들의 환호성을 듣고, 레드카펫을 밟고, 시사회를 열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영화인들에게 박수를 받는 지금, 이 모든 순간들이 여전히 내게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좀 멍하다. 요 며칠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