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R&B의 전설 디안젤로(D’Angelo).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여전히 세대를 넘어 영혼 깊숙이 울리고 있습니다.

©Mark Guthrie / Camera Press, Redux 제공

R&B에 힙합, 재즈의 요소를 결합해 ‘네오 소울(Neo Soul)’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디안젤로(본명 Michael Eugene Archer)가 10월 14일, 향년 51세로 별세했습니다. ‘BBC’와 ‘AP’, ‘The Guardia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는 췌장암 투병 끝에 가족 곁에서 평온히 눈을 감았습니다.

1974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난 디안젤로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에 눈을 떴습니다. 스무 살도 되기 전, 그는 뛰어난 작곡 실력과 소울풀한 보컬로 R&B 신(scene)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죠. 1995년 데뷔 앨범 ‘Brown Sugar’는 당시 주류 팝과는 전혀 다른, 진하고도 내밀한 사운드로 평단을 단숨에 사로잡았는데요.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스타일은 ‘네오 소울(Neo Soul)’이라는 이내 새로운 장르로 정립됐으며, 이후 맥스웰과 에리카 바두, 로린 힐 등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남겼습니다.

2000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Voodoo’는 그야말로 R&B의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펑크(Funk), 재즈, 힙합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리듬과 정교한 프로덕션은 지금도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감을 주죠.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 ‘Untitled (How Does It Feel)’은 그래미 ‘올해의 R&B 앨범상’을 수상하며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자됩니다. 화려한 성공을 거두며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계속되는 압박 속에서 회의감을 느끼며 대중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14년의 긴 공백 끝에 갑작스레 2014년 세 번째 앨범 ‘Black Messiah’로 돌아온 그는 사회적 불평등과 흑인 인권을 주제로 음악을 통해 다시 한번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묵직한 베이스와 깊은 울림으로 채워진 그 앨범은 ‘디안젤로는 여전히 시대의 언어로 노래한다’는 선언과도 같았죠.

그의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영혼과 사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언어였습니다. 섬세한 리듬과 숨결 같은 보컬, 느린 그루브의 미학은 여전히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이어지고 있죠. 비록 그는 떠났지만, ‘Brown Sugar’로 시작된 디안젤로의 소울은 지금도 세상의 리듬 속에서 살아 숨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