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보이넥스트도어가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다. 데뷔 후 처음 있는 일. 그들이 라이브 앨범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돌 탈빠 못하는 애들 특이 ‘무대충’임. 신나는 노래인데 그냥 혼자 콘서트에서 퍼포먼스 보고 우는 애들은 진짜 무대를 느끼는 애들이어서 탈케이팝 못함.”
최근 2만 회 가까이 리트윗되며 448만 회 조회수를 기록한 한 ‘X(트위터)’ 유저의 말입니다. 인용에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팬들의 경험담이 잔뜩 달렸죠. 흔히 K-팝은 보여지는 음악이라고 하지만 이는 비주얼이 전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뮤직 비디오나 퍼포먼스 영상이 아니라 실제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무대와 팬들을 향한 아티스트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콘서트는 팬덤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큰 동력이 되는 순간이죠. 라이브 무대는 많은 K-팝 아이돌에게 여전히 가장 뜻깊은 장소입니다.

2023년 5월 데뷔 이후 차근차근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가 지난 2월 4일 오후 6시 라이브 앨범 ‘BOYNEXTDOOR TOUR ‘KNOCK ON Vol.1’ FINAL – LIVE’를 공개했습니다. 서울에서 7월 25~27일 사흘 간 펼쳐졌던 첫 투어 앵콜 콘서트의 라이브 앨범을 선보인 것인데요. 팬들에게는 뜻밖의 소식이었습니다. 콘서트가 끝난지 반 년이 훌쩍 지난 시점인데다가 이미 지난 8월에 공연 실황을 담은 ‘BOYNEXTDOOR TOUR ‘KNOCK ON Vol.1’을 발매한 바 있거든요. 특히 이번 라이브 앨범은 실물 앨범이 아니라 음원과 공식채널에서 유튜브 전체 영상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수익성이 아니라는 말이죠. 물론 실제 앨범으로 발매됐어도 기쁜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앵콜 콘서트인 ‘KNOCK ON Vol.1’ FINAL 은 ‘KNOCK ON Vol.1’과는 셋리스트 순서도 곡의 편성 방식도 완전히 다른 공연이었으니까요.

사실 밴드가 아닌 K-팝 아이돌 씬에서 공연 영상을 담은 DVD나 디지털코드 제공 포맷이 아닌 순수한 음원 라이브 앨범은 발매 자체가 드문 일입니다. K-팝 아이돌들의 글로벌 투어가 본격 시작됐던 2010년 초중반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2NE1, 엑소 등이 라이브 앨범을 선보였고, 이후에는 NCT DREAM, 트레저가 라이브 앨범을 발매한 바 있지만 최근 대세는 음원 라이브가 아닌 영상 위주의 기록이죠. 공연 실황 영상을 IMAX나 SCREENX관 같은 영화관의 특별한 환경을 이용해 정식 개봉하거나 3D 180도 기술을 활용한 VR 콘서트 방식도 늘어나고 있고요.


음원 라이브 앨범이 얼마나 드문가 하면, 방탄소년단(BTS) 또한 데뷔 13년 차였던 작년 7월에야 첫 번째 라이브 앨범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IVE’를 발매했을 정도입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있던 2021년 서울,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총 3개 도시에서 펼쳐졌던 공연의 순간순간을 담은 앨범은 ‘빌보드 200’에 10위로 데뷔해 멤버 전원 소집 헤재 후 BTS의 건재함을 한 번 더 보여준 바 있죠. 이처럼 ‘귀한’ 라이브 앨범을 데뷔 3년 차인 보이넥스트도어가 선보였다는 것은 팀의 방향성을 한 번 더 확립하는 시도로 느껴집니다.

“저희 삶 속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인 파이널 콘서트의 라이브 앨범을 발매 해 감격스러워요. 생생한 현장감 덕분에 저희도 들을 때마다 다시 설렙니다. 공연 날의 행복한 기억을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KNOCK ON Vol.1’ FINAL – LIVE’ 발매를 기념하며 멤버들이 남긴 소감입니다. 실제로 ‘데뷔 후 대부분의 무대에서 핸드 마이크를 사용해 헤드마이크가 어색하다’라고 할 정도로 보이넥스트도어 멤버들은 라이브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왔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있는 보컬톤을 가진 성호와 리우, 이한의 안정적인 보컬,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성량과 현장을 주도하는 쇼맨십에 능한 태산과 운학, 정확하고 명쾌한 명재현의 래핑까지. 원곡을 충실하게 구현했던 첫 투어와 달리 모든 곡이 올밴드 편곡으로 변형되고, 20회차가 넘는 투어의 경험치를 쌓아 돌아온 멤버들이 선 서울 앵콜 콘서트 사흘은 이들의 기량을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무대였습니다.

현장의 생동감을 충실하게 재현한 라이브 앨범은 밴드 사운드로 시작됩니다. 앨범 재생과 함께 시작되는 1분에 걸친 리드미컬한 연주, 매끄러운 건반 소리와 함께 ‘Nice Guy(Live Ver.)’가 앨범의 포문을 열고 힘차게 “Welcome to Knock on!”을 외치는 태산의 목소리는 지금 그 여름의 현장으로 데려다 주는 듯 하죠. 미니 3집의 타이틀곡이었던 ‘Nice Guy’의 앵콜 콘서트 연출은 2024 MAMA AWARDS 무대에서 선보여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구간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팀 구호인 ‘Who’s there? BOYNEXTDOOR’를 편곡한 구간으로, 첫 번째 트랙부터 팀의 정체성을 한 번 더 보여주는 셈이죠. 운학의 “소리 질러!”로 마무리되는 ‘Nice Guy(Live Ver.)’에 이어서 힘찬 기타 선율 위로 두 번째 곡 ‘Serenade(Live Ver.)’로 이어지죠. 멤버들의 애드립과 팬들의 자연스러운 함성은 라이브 앨범 내내 계속 됩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곡들은 동시대의 여러 팀들과 비교했을 때 A&R이 특별하게 세심하거나 레이어가 다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싱글 ‘오늘만 I Love You’도 그 예 중 하나죠. 물론 장르적으로 과감한 시도도 있었지만요. 그럼에도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이 특별한 것은 그 안에 멤버들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 혼날 때 엄마 잔소리 안 듣고 방바닥 무늬를 세어본 적 있어(부모님관람불가)’라는 가사가 어색하지 않고, “다 뭣같아!”라고 해도 괜찮은 건 이들이 ‘쌀알만 하던 내가 겨우 달걀만 해진 것뿐인데(스물)’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공유하며 지금의 청춘과 크게 유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곡들이 현장과 만났을 때 어떤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달려갈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번 라이브 앨범은 보여줍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현장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줬던 곡 또한 뜻밖에도 ‘오늘만 I Love You(Live Ver.)’에요. 앨범 아웃트로에서 스피디한 건반 위주로 매끄럽게 달려나가던 연주가 중간중간 일렉트릭 기타 및 디스토션 사운드와 조금씩 접점을 이루더니 미니 4집 타이틀곡 ‘I Feel Good(Live Ver.)’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 2분 가까운 구간이 선사하는 사운드적 쾌감이 엄청납니다.

5번 트랙인 ‘ l i f e i s c o o l’도 후렴구에 편성된 건반 연주가 이한에게 맞춰 쓰여진 후반부 재지한 사운드와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며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죠. 13번째 트랙 ‘Crying(Live Ver.)’ 부터 성호의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Dear. My Darling(Live Ver.)’, ‘돌멩이(Live Ver.)’까지 이어지는 구간도 보이넥스트도어의 서정적인 면모를 느끼기에 아주 적합한 구간입니다. 현장에서 길게 여운을 남겼던 ‘돌멩이’ 아웃트로의 기타 구간은 이번 앨범에서 빠졌지만 덕분에 좀더 앨범의 전체적 사운드가 멜로디컬하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어요.

‘KNOCK ON Vol.1’ FINAL’ 마지막날 기준 보이넥스트도어는 총 27곡을 무대 위에서 선보였습니다. 이번 라이브 앨범은 멤버들의 커버곡 트랙과 앵콜곡, 일부 트랙을 제외한 16곡이 수록됐으니 아직 여전히 보지 못한 공연의 매력도 남아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원도어’들의 떼창이 펼쳐지는 상징적인 곡이자 열린음악회, 위버스콘, 롤라팔루자 인 시카고, 컬러인뮤직페스티벌 등 야외 무대가 있을 때마다 불렀던 ‘So let’s go see the stars’가 빠졌다는 점인데요. 아마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다음 보이넥스트도어의 라이브도 보러 갈 것 같습니다. ‘청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보이넥스트도어가 통과한 지난 여름의 조각이, 이렇게 앨범으로 남았습니다. 탄탄한 밴드 사운드 위에 펼쳐진 곡들의 매력도 충분히 강한 앨범이니 아직 이들의 음악을 만나지 못했다면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해 보세요. 보이넥스트도어는 2026년 올해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